엔터제국의 황제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대체역사

김미습
작품등록일 :
2024.07.30 05:53
최근연재일 :
2024.08.23 08:50
연재수 :
25 회
조회수 :
2,904
추천수 :
48
글자수 :
145,535

작성
24.08.04 11:50
조회
117
추천
2
글자
12쪽

테스트

DUMMY

서울로 이사를 오자마자 애즈기획의 최만수 사장에게 연락 후 찾아갔다.

다행히 최만수 사장은 나를 미소로 반겨주었다.


“우선은 네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정확히 테스트를 좀 해봐야겠다.”


그러면서 최만수 사장은 작곡가 오전구와 송도한을 불렀다.


“이 친구예요?”

“응. <소중한 추억 속의 나>를 작곡한 게 얘야.”

“맙소사, 작곡 천재가 바로 너냐?”

‘작곡 천재는 내가 아니라 당신들이지.’


오전구와 송도한은 나를 매우 흥미롭게 바라보았다.

그리고 이들 앞에서 노래를 부르도록 했다. 난 똑같이 <소중한 추억 속의 나>와 <이혼하고 싶어>를 부르며 춤을 췄다.


노래가 끝나자 오전구가 먼저 입을 열었다.


“완벽하네요.”


나와 최만수 사장은 깜짝 놀란 눈으로 오전구를 바라보았다.


“완벽하다고?”

“네. 완벽한 일반인 목소리입니다.”


아이고, 그러면 그렇지.


“수현이처럼 트레이닝을 통해 발전할 수 있는 매력적인 목소리가 아니에요. 가창력도 평범하고요.”


그러면서 한숨을 쉬었다. 오전구는 냉정했다.

맞는 말이었다.


“하지만 절대음감은 있어요.”


반면 송도한은 날 흥미로운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무엇보다 춤은 재능이 있는 거 같습니다. 박자 감각도 뛰어나고, 관절 움직임도 부드러워요. 단지 단점이라면 ‘키’네요. 키가 너무 작습니다.”


이때만 하더라도 난 아직 작았다. 고등학생이 되는 열일곱은 넘어야 키가 제대로 컸으니까.


“백댄서로라도 써먹으려면 키부터 키워야 할 거 같은데요?”


이런. 하지만 난 96년에 육명호, 경상덕과 함께 카피맨의 멤버가 되고 싶다고!


‘하긴, 육명호와 경상덕은 원래 댄서 출신이지?’


내가 이들과 함께하려면 나 역시 댄서가 되어야 한다.

그런데 테스트 자리임에도 육명호와 경상덕이 보이지 않았다. 아마도 입대한 모양이었다.


“그래?”


최만수 사장은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

아무래도 나를 진수현 다음으로 키울 요량이었나보다.


“차라리 작곡가로 키워보면 어떨까요?”

“너 다룰 줄 아는 악기는 있어?”

“아뇨. 학교 다닐 때 배운 리코더랑 실로폰이 전부인데요.”


그러자 세 사람 모두 웃음이 터졌다.


“피아노라도 배웠으면 좋았을 텐데···.”

“지금부터 하나씩 가르치면 되지 않을까요?”

“어느 세월에?”

“아직 어리잖아요. 현천이도 중학교 때부터 시작했다던데···.”

“작곡은 당연히 제대로 가르쳐야지.”


최만수 사장이 나섰다. 아무래도 최만수 사장은 날 작곡도 하고, 노래도 하는 만능 프로듀서로 키울 생각인가보다.


“문제는 노래네. 흠···.”

“저는 작곡보다 노래와 춤에 집중하고 싶습니다.”

“왜?”

“솔직히 작곡에는 재능이 없거든요.”


사실이다.

솔직히 작곡하는 재능은 전혀 없다. <소중한 추억 속의 나>는 미래 기억이었을 뿐, 내가 작곡한 게 아니니까. 남의 것을 빼앗을 수는 없다.


“무슨 소리야? 그런 훌륭한 곡까지 만들어 놓고.”

“사실 그건 수현이 형의 멜로디에서 힌트를 얻은 거잖습니까? 그저 운이 좋았을 뿐입니다.”

“운으로 그런 곡을 작곡할 수 있는 건 아닌데···.”

“춤은 키키 형들에게 배우겠습니다.”

“참, 명호와 상덕이는 군대에 갔어.”

“벌써요?”


역시 그랬군.


“그래서 키키 2기를 새로 뽑았거든. 그럼 춤은 현우랑 재성이에게 맡겨야 하나?”


현우랑 재성이? 설마 내가 아는 그 현우와 재성?


“혹시 김현우와 이재성을 말씀하시는 거예요?”

“너도 알아?”


당연히 알지.

곧 대한민국을 끝장낼 남성 듀오 그룹 ‘디럭스’의 두 멤버 아닌가. 맙소사! 디럭스의 김현우와 이재성이 키키 2기였구나!


“직접 아는 사이는 아니고 이름만 들어봤어요.”

“하긴, 유명한 놈들이니까.”

“곧 올 때 되지 않았어요?”

“올 시간이 지났지. 춤은 게네들이 전문이라 오라고 했거든. 이것들 도대체 왜 안 오는 거야?”


그러자 정말로 거짓말처럼 디럭스의 김현우와 이재성이 사무실 안으로 들어오며 건들거리는 고갯짓으로 꾸벅 인사했다.


사실 타이즈&가이즈의 장현천은 랩과 힙합 전문이 아니다. 그는 락과 메탈을 시작으로 발라드는 물론 거의 모든 음악 장르를 선입견 없이 받아들이고자 했던 음악 천재였고, 그렇게 대중음악계의 ‘신’이 되었다.

반면 디럭스의 김현우와 이재성은 오직 랩과 힙합, 뉴 잭 스윙의 한 우물만 판 힙합의 장인이다. 진수현이 우리나라 음악계에 랩과 힙합의 씨를 뿌린 시조라면, 디럭스의 김현우와 이재성은 그것을 발판으로 일어나 한국형 랩과 힙합의 구조를 체계적으로 완성한 원조이자 거인 같은 대가다.

그리고 두 음악 천재가 지금 내 앞에 서 있었다.


사실 난 ‘디럭스’를 좋아하는 편이 아니었다. 뭔가 불량해 보이는 눈빛과 건들거리는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타이즈&가이즈와 비교해보면 장현천은 완전 모범생이거든.

그런 장현천도 반바지와 타이즈를 입고 방송에 나온다며 욕을 먹었더랬다.

그러니 디럭스는 어떻겠는가.

딱히 잘생긴 얼굴도 아니라서 내 관심 밖이었다.


그랬다가 10년 후, 이들의 히트곡 <겨울 밖으로>를 많은 후배 가수들이 리메이크하게 되는데 그때서야 나는 ‘디럭스’의 실력을 깨닫게 되었다.


“왜 이렇게 늦은 거니? 한참 기다렸잖아.”

“학교에 일이 좀 있어서요.”


아, 둘은 아직 고등학생이구나. 나보다 4살인가 위일 테니 지금 졸업반일 터였다. 최만수가 김현우에게 물었다.


“대학은?”

“떨어졌어요.”

“아니, 부모님 두 분 모두 서울대 출신에, 외국 명문대학 유학파인데 아들이 고졸이라는 게 말이 돼?”

“후, 그러니까요.”


이재성보다 키가 작은 김현우의 몸이 더욱 움츠러들었다.

분위기를 눈치챈 이재성이 말을 돌렸다.


“말씀하셨던 애가 얘예요?”

“응.”


이재성이 미소 지으며 나에게 다가와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귀엽게 생겼네.”


헐, 이 형이 이렇게 달달한 사람이었나?

내가 알던 이미지와는 완전 딴판이다. 김현우도 마찬가지다. 생긴 걸로 보자면 조직폭력배 행동대장쯤으로 보이는데 미소 짓는 지금의 표정은 그냥 동네 친한 형들이다.


“그럼 어디 실력 좀 볼까?”


최만수 사장도 다시 한번 노래와 춤을 춰보라는 눈빛을 보냈다.


‘하, 이 형들 진짜! 조금만 더 일찍 오지!’


나는 다시 <소중한 추억 속의 나>를 부르며 춤을 추었다. 그리고 계속 같은 곡을 노래 부르며 춤을 추다 보니 조금씩 나아지는 것이 느껴졌다.


노래가 다 끝나자 김현우와 이재성은 손뼉을 쳤다.

짝! 짝! 짝!


“와, 대박인데요?”

“비디오로 본 것보다 훨씬 좋아요!”

“춤이··· 신인이 아닌데?”

“확실히 춤에는 재능이 있나 보군.”


최만수 사장의 입에 미소가 걸렸다. 하지만 이번에도 작곡가 오전구가 태클을 걸었다.


“목소리는 별로잖아.”

“에이, 아직 어리잖아요. 그리고 얼마든지 훈련으로 발전할 수 있고요. 보컬 트레이닝 시키면 훨씬 좋아지지 않겠어요?”

“저도 같은 생각이에요. 음정과 박자도 안정되어 있고, 목소리는 아직 어리니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요.”


고맙게도 김현우와 이재성은 나를 열심히 변호했다.

하지만 오전구는 여전히 고개를 저었다.


“얘가 가수가 될 수 있다면 대한민국 국민 절반은 가수가 될 수 있어.”


맞는 얘기다. 솔직히 내가 생각해도 나는 가수가 될 가창력과 목소리는 아니다.

하지만 몇 년 후, 비주얼 아이돌 그룹이 양산되며 이런 공식은 무참하게 깨진다. 음악의 장르까지 넓어지며 가창력 말고 외모와 춤, 끼 중에 어느 하나라도 뛰어난 것이 있다면 가수가 될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물론 이렇게 된 이유는 목소리와 가창력만으로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이 증명되었기 때문이다.

대중문화 산업에서 음악과 아이돌들 또한 판매되는 하나의 상품이다. 그래서 기획을 전문으로 하는 매니지먼트 회사들이 등장하기 시작하고, 가창력의 기준을 낮추며 다른 부분을 따지기 시작했다.

‘디럭스’의 김현우와 이재성은 이런 시대의 흐름을 감으로 느끼는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오전구가 결정적인 한마디를 날렸다.


“얘가 가수가 될 수 있다면 너희도 가수가 될 수 있어.”


김현우와 이재성의 표정이 굳어졌다.

맙소사! 대한민국 힙합의 원조이자 한국 랩의 음률 체계를 완성한 둘에게 이 무슨 망발이란 말인가!

둘은 분명 지금도 가수를 꿈꾸고 있을 터였다.

그런데 이들 앞에서 이 정도면 너희도 가수가 될 수 있다니. 이건 엄연히 둘을 무시하는 말이었다. 디럭스의 팬이 아닌 나도 화가 났다.


‘잠깐, 내가 가수가 될 수 있다면 김현우와 이재성도 가수가 될 수 있다고?’


그런데 김현우와 이재성은 가수가 된다. 그것도 엄청나게 성공한 가수. 대한민국 힙합계의 원조이자 선구자로 추앙받는 인물 아닌가.


‘그런데 그런 그들의 가창력이 나와 대등하다는 거네?’


어라? 그럼 나도 가수가 될 수 있다는 얘기잖아?

힙합이나 나중에 하이틴 아이돌 그룹이 히트시킬 유로팝이나 제이팝은 가창력으로 승부를 보는 장르가 아니다. 오히려 목소리의 미성이나 톤이 중요한 변수가 된다.

김현우와 이재성이 오전구를 노려보았다. 나 역시 오전구를 노려보았다. 그러자 오전구가 비웃으며 말했다.


“하하. 이것들 눈알이 왜 이래? 왜? 자존심 상해? 아닐 거 같아? 그럼 가수로 성공해 보든가. 이렇게 재능이 없다는 걸 알려줘도 몰라요. 참나.”


타이즈&가이즈의 우태석과 마르스도, 카피맨이 되는 육명호와 경상덕도, 디럭스의 김현우와 이재성도 특별한 가창력이 있는 건 아니다. 생각해보면 나와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이들은 분명 가수가 되고, 크게 성공한다.

어떤 사람은 선진 매니지먼트 시스템의 성공이라고 말하기도 했지만 그러면 어떤가. 대중이 이들을 선택하고 사랑했는걸.


물론 매력적인 목소리와 가창력은 중요하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대중적으로 히트할 수 있는 곡의 완성도이고, 비디오형 비주얼 아이돌은 가창력보다 외모와 춤, 스타일이 더 중요한 시대가 된다.


“네. 저희야 춤꾼이니까요.”


이번에도 이재성이 나서서 분위기를 돌렸다.

그리고 최만수 사장이 도왔다.


“그래서 말인데 시간 날 때 너희가 얘 춤 좀 가르쳐 봐. 춤에는 분명 재능이 있는 거 같으니까.”

“맞아요. 춤에 재능이 있더라고요.”

“네, 알겠습니다.”


~*~


그 이후로 두 사람은 나와 스케줄을 공유하며 연습이 가능한 날이 있으면 빠짐없이 춤 교육을 해주었다.

나에 대한 두 사람의 열정이 어찌나 대단한지, 연습을 끝내고 혼자 집으로 오는 날이면 너무나 고마워 눈물이 났다.


‘문제는 몇 년 후, 둘은 비극을 맞이하게 된다는 거다!’


간신히 소형 기획사를 찾아 ‘디럭스’로 데뷔하게 된 두 사람은 엄청난 성공을 거두게 되고, 5개의 앨범을 낸 뒤 해체하게 된다. 물론 서로 간의 불화 때문이 아니다. 음악적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작곡 능력이 뛰어난 김현우는 작곡과 작사, 프로듀싱에 전념하고, 이재성은 자신의 재능에 맞춰 춤과 노래에 집중하게 된다.

그리고 그렇게 이재성이 솔로로 데뷔한 다음 날, 너무나 건강했던 이재성은 호텔에서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된다.


온갖 신문과 방송 뉴스에서는 죽음의 원인을 두고 약물에 따른 젊은 연예인의 일탈로 몰아갔다.

하지만 그건 사실이 아니었다. 그의 죽음에는 많은 의문이 있었고, 그것은 약물이나 자살이 아니라 ‘타살’ 가능성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난 이 고마운 형들의 운명을 바꾸기로 마음먹었다!’


학교 다닐 때 만나 절친이 되었다는 두 사람.

이재성의 죽음은 김현우에게도 아주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결국 김현우는 한동안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무너져 내린다.


‘착한 형들이 망가지게 내버려 둘 수는 없지!’


문제는 어떻게 구하느냐는 거다.

몇 년 후, 솔로 가수가 된 이재성이 데뷔 무대 이후 의문의 죽임을 당하게 된다고 하면 날 미친놈이라고 생각하겠지?


‘하, 환장하겠네. 이재성을 어떻게 살리지?’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엔터제국의 황제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5 사계절 24.08.23 50 2 11쪽
24 예언가 24.08.22 52 1 13쪽
23 변명 24.08.21 70 2 11쪽
22 실수 24.08.20 72 1 10쪽
21 첫 무대 24.08.19 77 3 12쪽
20 편곡의 신 24.08.18 82 1 12쪽
19 작곡 천재 24.08.17 87 1 12쪽
18 추락 24.08.16 91 1 11쪽
17 부도 24.08.15 90 1 14쪽
16 투자 +1 24.08.14 93 1 13쪽
15 성덕 클라스 24.08.13 91 1 13쪽
14 투서 24.08.12 93 1 12쪽
13 질투는 나의 힘 +1 24.08.11 110 3 13쪽
12 복수 24.08.10 113 2 13쪽
11 와이프 24.08.09 388 3 12쪽
10 뮤직비디오 24.08.08 114 3 12쪽
9 자수 그리고 거성기획 24.08.07 106 1 12쪽
8 대마초 24.08.06 110 3 12쪽
7 조경수 사업 24.08.05 113 1 12쪽
» 테스트 24.08.04 118 2 12쪽
5 간장 양념 치킨 24.08.03 131 1 14쪽
4 소중한 추억 속의 나 +1 24.08.02 136 4 12쪽
3 넌 모르지 24.08.01 139 3 12쪽
2 멍청이 24.07.31 165 3 11쪽
1 돌아왔다 1990! +5 24.07.30 214 3 3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