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제국의 황제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대체역사

김미습
작품등록일 :
2024.07.30 0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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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3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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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8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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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직비디오

DUMMY

“자세한 건 오후에 경찰서 앞에서 기자회견으로 알려드리겠습니다.”

‘내가 보기엔 굉장히 중요한 걸 빼 먹은 거 같은데···.’


최만수 사장과 직원들은 스케줄 취소 문제로 전화기와 씨름 중이었다. 전화는 끊어도 벨이 계속 울렸다. 언론사들도 끊임없이 전화를 해왔다.

아무래도 안 되겠네. 얘기해야지.


“사장님, 수현이 형에게 변호사를 먼저 보내야 하지 않을까요?”


내 말에 최만수 사장의 얼굴이 굳어졌다.


“맞아. 그게 가장 급하지!”


최만수는 여기저기 전화를 하기 시작했다.

경찰서나 검찰청에 가게 되면 법률 지원을 받는 것과 받지 않는 것은 차원이 다르다. 그것은 곧 판결이나 최종 형량에 영향을 미친다. 변호사가 중요한 이유다.


“어, 그래? 거기서 도와주시겠대? 잘됐다!”


다행히 연예인을 전문으로 변호하는 여성 변호사가 섭외되었다. 변호사는 즉시 경찰서로 간다고 했다.


~*~


강민호의 호통에 자신감 가득하고 당당했던 진수현의 어깨가 위축되었다. 공권력의 위세에 자존감이 눌리고 있었다.

이때 구원자처럼 변호사 장미라가 나타났다.


“지금 제 의뢰인에게 협박하시는 거예요?”


장미라와 눈이 마주친 강민호가 인상을 구기며 조용히 의자에 앉았다.


“이젠 고&정 로펌에서 약쟁이들 변호도 하나?”

“말씀 조심하시죠? 약쟁이라고 하는 것도 엄연히 언어폭력입니다.”

“아이고, 대단한 인물 나셨네. 마약이나 하며 춤추고 노래나 하는데 이런 비싼 변호사가 변호도 해주고···.”


장미라는 강민호의 말을 무시하고 진수현에게 말했다.


“최만수 사장님이 보내서 왔습니다. 이제부터 제가 변호하겠습니다.”

“아, 네.”


얼굴도 예쁜 정장 차림의 인텔리한 여성이 당당하게 지원자로 나서자 진수현의 어깨가 원래대로 펴졌다.

장미라는 다시 강민호를 보며 말했다.


“이제 의뢰인에 대한 모든 질문은 저를 통해서 해주세요.”

“네, 네. 그럽시다. 여부가 있겠습니까.”


강민호는 연예인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다.

화류계에서 놀고먹는 광대들. 남들은 먹고살기 위해 고생해서 치열하게 일하는데 타고난 잘난 외모 덕에 편하게 즐기면서 사는 쓰레기들로 보였다. 특히 이번처럼 마약 사건까지 터지면 정말 구역질이 나왔다. 강민호의 시선에 진수현은 과연 인간인가 싶다. 생산적인 일을 해야지 춤이나 추고 노래나 하며 마약까지 하니 철없는 아이로 보일 수밖에.


하지만 현실의 연예인은 다르다.

재능도 타고나야 하고, 무엇보다 이들도 노력한다. 부단히 남들보다 더 발전해야지 업계에서 살아남는다.

특히 가수들은 똑같은 노래를 수없이 반복해서 부르며, 춤을 추는 가수들은 관절 질병을 달고 산다. 그 때문에 몸뿐만 아니라 우울증, 공황장애 같은 정신 질환도 연예인들에겐 흔하다. 그들 역시 하는 일과 인간관계에 따른 스트레스가 크다.

더군다나 진수현처럼 탑 연예인에게는 진정한 친구가 적다. 그의 돈만 노리고 접근하거나 시기하고 질투하는 사람만 가득할 뿐.

그리고 연예인도 생산적인 직업이다. 영화나 드라마, 음악 모두 대중에게 즐거움과 감동을 안겨준다. 이런 미디어는 국민의 여가와 정서적 건강에 큰 도움을 준다.


“대마초 혼자 한 거 아니지? 누구와 같이했는지 전부 불어.”

“대답하지 마세요. 그럴 의무 없습니다.”

“에이, 진짜! 협조하지 않으면 불리해질 수 있다는 거 모릅니까!”

“형사소송법상 진술거부권은 피의자의 권리입니다. 협조한다고 해서 형이 낮아진다는 보장이 없잖습니까?”


강민호와 장미라 사이에서는 팽팽한 핑퐁 게임이 이어졌다.



오후가 되자 최만수 사장이 경찰서 앞에 나타났다. 기자회견도 하고, 경찰 조사에 협조하기 위해서였다.

경찰서 앞에 최만수가 나타나자 기자들이 몰려들었다. 최만수는 준비해온 글을 담담하게 읽었다.


“팬과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죄송합니다. 소속 아티스트의 일탈 행위를 확인하자마자 바로 자수를 권유하였고, 다행히 고민 없이 즉시 자수하게 되었습니다. 어려운 결정이었을 텐데 저도 진수현 군에게 고맙게 생각합니다.”


그날 저녁, 나는 TV로 그 모습을 확인했다.

걱정하지는 않았다. 어차피 더 큰 피해를 막았고, 애즈기획은 다시 일어설 테니까.


< “변호사나 회사 관계자 없이 왜 혼자 자수한 겁니까?” >

< “아무래도 회사에 피해를 준 것에 대한 미안한 마음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입니다.” >


방송으로 보이는 게 모두 진실이라고 생각해선 안 된다.

연예인은 이미지로 먹고사는 직업이니까.


~*~


진수현 때문에 김현우와 이재성도 실업자가 되었고, 나 역시 춤 연습을 할 수 없게 되었다.

그래서 치킨 장사 일을 도우며 시간을 보냈다.

특히 라디오를 통해 대중가요를 많이 듣게 되었는데 1991년은 정말 대박이다.

<현실에서 보는 골목>, <널 웃기지 마>, <트롯 다방>, <나를 향한 마음들>, <마네킹은 날 비웃지>, <진짜 늦었음을>, <만남의 양지>, <이별했지만> 등 내가 좋아했던 명곡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렇게 노래나 들으며 아무 생각 없이 시간을 보낼 때였다.

호출기가 울렸다. 번호를 확인해보니 타이즈&가이즈의 장현천이 음성 메시지를 남겼다.


< 성민아. 앨범도 나왔고, 뮤직비디오도 찍었으니 보러 올래? >


아하, 내가 1호 팬이었지!

휘파람을 불며 외출 준비를 했다. 그때였다. 과거의 기억이 떠올랐다.


‘뮤직비디오?’


뮤직비디오 테이프 원본 분실 사건.

타이즈&가이즈는 공중파 방송에서 뮤직비디오를 딱 한 번 방송 후, 원본 테이프를 분실하게 된다. 어이없게도 복사본을 만들어 놓지 않아서 그 바쁜 와중에 뮤직비디오를 대충 다시 촬영하게 되는 대참사가 벌어진다.


‘어라? 잘만 이용하면 이것도 돈이 되겠는데?’


가는 길에 음반 가게에 들렀다.


“비디오 공테이프 주세요.”

“NEW HAN이랑 SDC 중에 뭘 줄까?”

“음···. 둘 다 하나씩 주세요.”


복사본도 하나가 아니라 두 개가 있으면 더 좋지. 흐흐.



스튜디오에 도착하자 장현천과 우태석, 마르스가 날 반겼다. 인사를 나눈 후 바로 뮤직비디오를 시청했다.


어두운 지하의 파이프를 따라가자 등장하는 세 사람.

그리고 복잡한 공장의 모습을 배경으로 연출했다.

국내에서 아직 뮤직비디오라는 개념이 정립되기 전에 이런 완성도 높은 뮤직비디오를 만든 것이다.


‘역시 그 뮤직비디오다. 분실된 최초의 뮤직비디오!’


시청이 끝나자 나에게 감상평을 물었다.


“어때?”

“완전히 죽여요! 환상적이에요! 진짜 최곱니다!”

“그래?”


난 흥분을 감추지 않았다. 멤버 셋도 나의 반응을 보고 기분 좋은 표정을 지었다.


“형, 이 뮤직비디오 복사해주시면 안 될까요?”

“복사?”

“네. 제가 1호 팬이잖아요!”

“이건 대외비라 그건 좀 어려운데···.”

“공중파 데뷔 전까지는 외부로 절대 유출하지 않을게요!”


장현천은 성격대로 매우 신중했다. 반면 우태석은 날 도왔다.


“그래, 우리 1호 팬인데 복사해줘. 그게 뭐라고. 설마 어디 팔아먹기야 하겠어.”


응. 난 팔아먹을 거야 형. 정확히 1년 후 형들에게.

난 미리 사서 가지고 온 공테이프 2개를 꺼냈다.


“2개나?”

“네. 그리고 여기 표지에 현천이 형 사인하고 날짜도 써주세요. 그래야 기념이 되니까요.”


그렇게 장현천의 서명이 담긴 뮤직비디오테이프 복사본 2개를 얻었다.


‘아싸! 이걸 나중에 얼마에 팔아야 하나? 계산이 안 되네.’


그리고 각각의 상자 안에서 테이프, CD, 레코드판을 하나씩 꺼내 나에게 주었다.


“고맙습니다! 그럼, 여기에도 세 분 사인해 주실 수 있으세요?”


난 서둘러 비닐을 벗겼다. 장현천과 우태석, 마르스 모두 묘한 미소를 지으며 사인을 해주었다.


‘어라? 잠깐!’


나는 음반이 담긴 박스를 바라보았다.


‘각각 한 박스씩 사서 세 사람의 사인을 받아놓으면 나중에 이게 돈이 얼마야?’


최소 10배 수익은 가능할 거 같았다.


“혹시 앨범 종류별로 1박스씩 싸게 살 수 있을까요?”

“1박스씩?”

“네.”

“그걸 어디다 쓰게? 아, 주위 친구들에게 홍보용으로 주려고?”

“그보다 그 앨범 전체에 형들이 사인해 주신다면 1박스씩 구매를 하겠습니다!”


사실 멤버 셋의 사인이 없으면 의미 없는 것들이다. 그러자 우태석이 다가와 내 머리에 꿀밤을 놓았다.

딱!


“아얏!”

“너 이거 나중에 우리가 뜨면 팔려고 그러는 거지?”

“네.”


마르스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만약 뜨지 못하면 어쩌려고?”

“뜨는 거 확실하거든요. 아니, 그냥 뜨는 게 아니라 아주 나라가 뒤집힐 거예요.”

“우리가 정말 그렇게 대단해?”

“형들은 형들 같은 음악 하는 댄스그룹 본 적 있어요?”

“음··· 없지 않나?”

“만약 시중에 완전 새로운 맛의 과자가 나온 거예요. 그런데 이 과자 맛이 아주 환상적이에요. 정말 맛있어요. 그럼 모든 사람이 사 먹으려고 하겠죠?”

“그렇지.”

“그럼 아마 가게마다 슈퍼마다 아주 난리가 날 겁니다. 과자가 없어서 못 팔 거예요.”

“그렇겠지?”

“형들 음악이 그래요. 완전 새로운 맛이에요. 그리고 대한민국 국민은 그 환상적인 맛에 홀리게 될 겁니다.”


내 이야기를 들은 세 사람은 벅찬 감동이 올라오는 듯 했다.


“하하. 너 우리 너무 띄우는 거 아니냐?”

“저랑 내기하실래요?”

“뭘, 또 내기까지···.”

“미리미리 시간 있을 때 앨범 표지에 사인이나 많이 해두세요.”

“근데 너, 악기는 좀 배웠어?”


장현천이 결정적인 부분을 찌르고 들어왔다.


“춤은 키키 형들에게 좀 배웠는데 악기는 아직이요.”

“음악 하려면 ‘건반’하고 ‘기타’는 기본이야. 당장 피아노 학원부터 끊어.”

“전 작곡은 안 할 건데요?”

“작곡을 하든 안 하든 간에, 춤만 출 거라도 음악 하는 사람에게 건반과 기타는 기본이라고.”

“알겠어요. 피아노 학원부터 등록하겠습니다.”


그리고 스튜디오 안을 둘러보았다.

비디오카메라를 보자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형, 비디오카메라 가지고 와서 찍어도 돼요?”

“우리를? 왜?”

“데뷔 전 모습이랑 연습하는 모습 그리고 형들 인터뷰 담아서 다큐 영화를 만들어 보고 싶어요.”

“다큐 영화?”

“대신 제가 감독이고, 저작권도 제겁니다. 물론 극장에 개봉하거나 방송하는 건 형들하고 상의할게요.”


잠시 고민하던 장현천이 흔쾌히 허락했다.


“그래. 나중에 홍보에도 도움이 될 테니 나쁘지 않겠네.”


오예!

타이즈&가이즈 멤버들은 이게 나중에 어떤 폭발력을 가지게 될지 짐작하지도 못할 거다. 흐흐. 다큐 영화라···. 극장에서 개봉하면 돈을 얼마나 벌 수 있으려나?


나는 당장 모아두었던 용돈과 비상금을 전부 털어 중고 VHS 카메라와 SLR 카메라를 구매했다.

사진 하나하나가 모두 돈이 될 걸 생각하니 투자한 돈이 아깝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


장현천의 지시대로 나는 집 근처의 피아노 학원에 등록했다.

내가 피아노 학원에 다니겠다고 하자 어머니는 바로 학원을 끊어주셨다. 그리고 1백만 원이 넘는 건반도 함께 사주셨다. 내가 음악 하는 것을 어머니는 진심으로 지원해주고 계셨다.


‘그래, 어머니를 실망하게 해 드리지 말자.’


매일 빠짐없이 피아노학원에 나가기로 마음먹었다.


“어느 쪽으로 배울 거예요? 클래식? 아니면 대중가요?”

“저는 대중음악을 할 거거든요. 가수요.”

“직업 가수? 그럼 기본부터 체계적으로 해야겠네.”


내가 속한 반은 유치부다.

젖내 나는 꼬맹이들과 함께 배우려니 자괴감이 몰려왔다.


“원장님, 이 오빠는 왜 우리랑 같이 수업해요?”

“이 오빠도 처음 시작하는 거라 그래요.”

“아, 그렇구나. 근데 왜요?”


아이들의 질문은 끝이 없다.


‘하, 요 녀석들 귀엽기는 한데 상당히 거슬리네? 반을 바꿔 달라고 할까?’


그때였다. 고등학생 교복을 입은 여학생이 수업하는 곳 안으로 들어왔다. 너무나 예뻐서 깜짝 놀랐다. 완전히 내 스타일이었다.


‘누구지? 세상에 이렇게 예쁜 여자가 있었나? 회귀해서 본 여자 중 제일 예쁜 여자 같다. 연예인 해도 되겠는데?’


알고 보니 그녀는 교습을 도와주는 보조 교사였다. 용돈을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는 듯했다.


‘절대 반을 옮기면 안 되겠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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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부도 24.08.15 91 1 14쪽
16 투자 +1 24.08.14 94 1 13쪽
15 성덕 클라스 24.08.13 92 1 13쪽
14 투서 24.08.12 94 1 12쪽
13 질투는 나의 힘 +1 24.08.11 110 3 13쪽
12 복수 24.08.10 114 2 13쪽
11 와이프 24.08.09 389 3 12쪽
» 뮤직비디오 24.08.08 115 3 12쪽
9 자수 그리고 거성기획 24.08.07 107 1 12쪽
8 대마초 24.08.06 111 3 12쪽
7 조경수 사업 24.08.05 113 1 12쪽
6 테스트 24.08.04 118 2 12쪽
5 간장 양념 치킨 24.08.03 132 1 14쪽
4 소중한 추억 속의 나 +1 24.08.02 136 4 12쪽
3 넌 모르지 24.08.01 140 3 12쪽
2 멍청이 24.07.31 166 3 11쪽
1 돌아왔다 1990! +5 24.07.30 216 3 3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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