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제국의 황제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대체역사

김미습
작품등록일 :
2024.07.30 05:53
최근연재일 :
2024.08.23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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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3 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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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덕 클라스

DUMMY

“원본 테이프를 잃어버렸다고요?”


장현천은 몹시 당황했다. 상당히 공을 들여 완성한 뮤직비디오다. 그런데 단 한 번의 방송 후 테이프는 감쪽같이 사라져 버렸다. 어디에서, 누가 잃어버렸는지도 알 수 없었다.


문제는 이 원본 테이프가 하나만 존재했다는 사실이다. 장현천과 박수남은 뮤직비디오의 복사본을 만들어두지 않았다. 아이돌 그룹 활동과 뮤직비디오가 처음이라 벌어진 실수였다.

더군다나 스케줄이 미친 듯이 들어오기 때문에 뮤직비디오를 다시 찍을 시간도 부족하다.


“뭘 걱정해? 성민이가 2개나 복사해갔잖아?”

“아, 맞다!”


우태석이 내가 뮤직비디오를 복사해간 것을 기억해냈다.

장현천과 박수남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박수남은 서둘러 나에게 전화했다.


“응, 성민아? 너 뮤직비디오 복사해간 테이프 가지고 있지? 2개 중에 하나만 우리한테 줄 수 있을까?”

- < 왜요? >

“그게, 원본 뮤직비디오 테이프를 잃어버렸거든.”

- < 헐? 그럼 복사본이 없으신 거예요? >

“응. 그래서 말인데 네가 복사해간 테이프 2개 중에 하나만 우리에게 주겠니? 물론 공짜로 달라는 건 아니고 성의 표시는 할게.”

- < 아, 매니저 형. 사실 제가 그거 팔려고 PC통신에 경매로 올렸거든요. >

“그래서? 팔았어?”

- < 아뇨. 아직 둘 다 가지고 있습니다. >

“휴, 그럼 하나만 주라.”

- < 형, 그런데요, 지금 이걸 4천만 원에 사겠다는 사람이 나타났어요. >

“뭐? 사, 사천만 원!!!”

- < 네. >

“아니, 그게 성민아. 그거 원래는 우리 뮤직비디오잖니?”

- < 복사본을 안 만들어두신 건 형네 잘못이죠. 저는 엄연히 1호 팬 자격으로 복사를 해온 겁니다. 그러니 이건 제 것이에요. >


수화기 너머에서 박수남 매니저의 한숨 소리가 들려왔다. 깊은 빡침이 그대로 느껴졌다.


“성민아. 우리 만날까?”


~*~


우리가 만난 건 방송국 로비였다. 타이즈&가이즈의 방송 녹화가 있는 날이었다.

매니저 박수남의 표정을 보니 제대로 열을 받은 모양이었다.


‘아니, 타이즈&가이즈 매니저가 저런 표정을 지어서야 쓰나. 돈벼락을 맞은 마당에.’


내가 먼저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


“매우 바쁘시죠?”

“그래, 인마. 그러니 나 좀 도와주면 안 돼?”

“도와 달라고요?”

“뮤직비디오 테이프! 그냥 주면 안 되냐고.”

“형. 죄송해요. 사실 4천만 원은 저한테도 꽤 큰 돈이거든요.”

“야, 설마 그거 하나에 4천을 주겠니? 누가 그냥 장난으로 그런 거야.”

“그런데 만약 원본 테이프가 분실되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그 이상의 가치도 가지 않을까요?”


내 말에 박수남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저도 4천만 원 다 받겠다는 건 아닙니다. 1개 건네주는 조건으로 2천만 원이요.”

“2천?”


잠시 고민하던 박수남이 답했다.


“콜! 2천 현금으로 줄게.”

“그리고 또···.”

“뮤직비디오 테이프 판매 수익 중 30%는 제가 갖겠습니다.”

“뮤직비디오 테이프를 판다고?”

“네.”


지금 시대는 뮤직비디오 판매뿐만 아니라 뮤직비디오를 화려하게 촬영하는 것 자체에 대한 목적 개념이 희박한 때였다.


“PC통신 게시판을 보니 뮤직비디오 테이프를 팔면 돈이 좀 될 거 같더라고요.”

“겨우 5분짜리를 누가 사? 그냥 TV 방송 화면 녹화하면 그만인걸.”

“그럼 음반은 왜 살까요? 그냥 라디오나 음악 방송 녹음하면 되잖아요.”


박수남은 말문이 막혔다.


“뮤직비디오 상영 시간 5분 외에, 제가 전에 VHS 카메라로 찍어두었던 세 분 인터뷰 영상 각 5분씩 담으면 15분. 그리고 메이킹필름 10분을 추가해서 30분짜리 가정용 비디오테이프로 만들어볼까 해요.”

“30분?”


이건 어디까지나 공식 오피셜 뮤직비디오 테이프다. 정품 음반과 차이가 없다.


“판매는? 비디오 가게에서?”

“물론 비디오 가게에서도 팔 수 있지만 주 판매처는 레코드 샵이 되어야죠. 그래야 유통하기도 쉽고요.”


잠시 턱을 만지며 고민하던 박수남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잠깐 기다려. 이건 현천이랑 상의를 좀 해봐야 해.”


- - -


대기실로 달려온 박수남은 장현천과 우태석, 마르스에게 방금 나와 나누었던 대화를 모두 들려주었다.


“2천이요?”

“와, 고놈 맹랑하네.”

“근데 주도권은 성민이가 쥐고 있는 게 맞아. 사실 성민이 입장에선 원본 테이프가 분실되었다고 알리고 경매로 팔아버리면 그만이거든. 그럼 2천이 아니라 2억에 사겠다는 사람이 나올지도 모르지.”


장현천이 긴 한숨을 내쉬었다.


“그럼 비디오테이프 얘기는 뭐예요?”

“뮤직비디오에 인터뷰를 추가해서 30분짜리로 만들어 가정용 비디오테이프로 팔면 어떻겠냐고···.”


장현천은 잠시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아이디어가 좋네요. 그런데 자기 지분을 30%나 달래요?”

“복사본을 2천에 넘기는 대신 비디오테이프 판 이익에서 자기 이윤을 챙겨보겠다는 생각이겠지.”


장현천은 이건 아니라는 듯 고개를 내저었다.


“이건 아닌 거 같은데···.”


장현천은 자신이 만든 것을, 자신의 돈을 주고 사야 한다는 사실에 큰 거부감을 느끼고 있었다.

우태석이 나섰다.


“사실 <넌 모르지> 춤도 절반은 성민이가 만들었으니까. 그 정도는 해줘도 되지 뭐.”

“뭐? 춤 절반을 성민이가 만들었다고?”


마르스와 박수남는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네. 원래 춤은 절반만 만든 상황에서 성민이가 나머지를 모두 완성해 버리더라고요. 그것도 완벽하게.”

“그래, 그럼 그냥 원하는 대로 해주자. 뮤직비디오 건진 게 어디야? 솔직히 이거 하나만으로도 지금 성민이가 요구하는 건 무리가 아냐.”

“그래, 현천아. 뮤직비디오 분실한 건 우리 잘못이니까 할 수 없지, 뭐.”


잠시 고민하던 장현천이 결정을 내렸다.


“좋아요. 성민이가 하자는 대로 해주죠. 대신, 공식 팬클럽은 없애겠어요. 앞으로도 인정하지 않을 거고요. 만약 공식 팬클럽이 이런 식으로 이윤 창출에 나선다면 안 될 거 같습니다.”

“알겠어. 그렇게 하마.”


- - -


박수남은 방송국 안에 있는 은행 지점으로 가서 현금 2천만 원을 찾아서 내게 주었다. 나 역시 가방에서 뮤직비디오가 복사된 비디오테이프를 꺼내 건네주었다.


“뮤직비디오 판매도 네가 요구하는 대로 진행하기로 했어. 대신 공식 팬클럽은 만들지 않기로 했다. 현천이는 공식 팬클럽이 특권을 누리며 이익 창출하는 걸 반대하거든. 뭐든 그렇게 권력화하는 거니까.”

“네, 알겠습니다.”


물론 알고 있다. 회귀 전에도 공식 팬클럽을 없앴으니까.


뮤직비디오 테이프는 금방 만들어져 유통되었다.

1개 가격은 1만 5천 원. 유통 비용이 5천 원 정도고, 제품 생산 원가가 6천 원 정도다. 이윤은 개당 4천 원 선. 30%가 내 몫이니 1개가 팔릴 때마다 1천 2백 원을 벌었다.

총 판매 개수는 10만 장. 내가 챙긴 돈만 무려 1억 2천만 원이었다.


‘맙소사! 1억 2천만 원이나?’


장현천이 30%를 허락해준 게 결정적이었다. 솔직히 10% 선에서 타협을 보게 될 줄 알았는데 완전 대박이다.


‘그럼 이제 다큐 영화를 개봉해볼까?’


사실 VHS 카메라로 찍어서 그냥 가정용 비디오테이프로만 출시할까도 싶었다. 하지만 꼭 극장에 걸어보고 싶었다.


회귀 전, 공중파 방송국에서 타이즈&가이즈를 주인공으로 제작한 다큐 프로그램이었는데 이게 정말 재미있어서 시청률 대박이 났다.

그래서 내가 아예 데뷔 전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 다큐 영화로 만들어 버렸다. 당연히 정말 재미있는 영화가 만들어졌다.

우태석과 마르스는 일부 장면에선 반발이 좀 있었다. 예를 들면 셋이 싸우는 장면 같은···. 하지만 리더 장현천은 후에 감동이 있다며 그냥 밀어붙였다.

이제 남은 건 수익배분이다.


“수익배분은 3대7이 좋겠어요.”

“야, 너 너무한 거 아니냐? 비디오테이프도 네가 30%나 가져갔잖아!”

“이번엔 다릅니다. 제가 7이에요.”

“뭐, 뭐라고? 네가 7?”


내가 70%를 주장하고 나서자 박수남을 비롯, 타이즈&가이즈 세 멤버 모두 헛웃음을 터뜨렸다.

영화가 어떤 파급력을 보일지 모르기 때문에 모두 수익배분에 민감했다.


“아시겠지만 이 다큐 영화를 찍기 위해 제 돈으로 VHS 카메라를 샀습니다. 영화 편집도 직접 하고요. 영화 제작에 필요한 제작비용을 모두 제가 댄 거예요. 그럼 당연히 제가 마진의 70%를 먹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건 아니지! 그래도 주인공은 타이즈&가이즈 아니냐! 또 타이즈&가이즈가 성공했으니 다큐 영화도 극장에 걸릴 수 있는 거고!”

“하지만 기획 자체가 성민이 아이디어였잖아?”

“고마워요, 형.”


순수한 마르스는 내 편을 들어주었다.

한숨을 크게 쉰 박수남이 답했다.


“좋아, 그럼 80 대 20! 우리가 80!”

“노노! 그럼 60 대 40이요. 제가 60!”

“우리가 70!”

“제가 50까지 양보하죠. 50 대 50!”


줄다리기는 팽팽했다. 그러자 마르스가 나섰다.


“솔직히 이런 경우는 성민이가 70% 요구해도 할 말 없어. 그런데 50%까지 양보했으니 나쁜 조건은 아냐.”


아, 마르스 형이 눈물 나게 고맙다. 나중에 이 은혜는 꼭 갚아야지.

결국 장현천이 박수남을 보며 결정을 내렸다.


“그렇게 해요. 또 극장으로 얼마나 보러 올지도 모르는 일이고···.”


그렇게 나는 열일곱 살에 내 이름을 걸고 상업용 다큐 영화를 극장에 걸었다.

영화의 내용은 대략 이랬다.


--->

첫 시작은 아침에 자는 중의 장현천 얼굴이었다.

장현천의 모친이 깨우면 장현천은 퉁퉁 부은 얼굴로 일어나 잠자리를 정리하고 욕실로 향했다.

가족과 아침밥을 먹는 모습, 연습실로 출근하여 노래와 춤을 연습하는 모습 등이 나왔다.


멤버와 가족들의 개인 인터뷰 장면도 중간중간 나왔다.

마르스를 힘들게 홀로 키운 어머니가 인자한 미소로 인터뷰를 한 이후 마르스의 눈물 흘리는 인터뷰 모습이 나오자 객석 여기저기서 관객들도 눈물을 흘렸다.


멤버들이 서로 장난치며 쉬는 모습, 함께 짜장면을 시켜 먹는 모습 등이 지나가고, 열심히 땀을 흘리며 최선을 다해 연습하는 세 사람의 모습에서는 경외감이 느껴졌다.


그리고 하이라이트는 술자리 중 싸움이었다.

술에 취한 우태석과 마르스가 서로 멱살을 잡고 싸우고, 장현천이 두 사람의 싸움을 말렸다.

갈등은 다음 날까지 계속 이어졌다. 세 사람은 데뷔하기도 전에 해체 위기를 맞았다. 갈등은 봉합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장현천도 해체를 결심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자 관객들의 반응도 최고조에 달했다. 데뷔한 것을 알면서도 혹시나 팀이 잘못될까 봐 모두 조마조마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매니저인 박수남이 나타나 능숙하게 세 사람의 마음을 풀어주고 화해시켰다. 그렇게 세 사람은 눈물을 흘리며 서로 끌어 앉았다.

관객들 역시 그 모습을 보며 눈물을 흘리는 것도 모자라 손뼉까지 쳤다.


하지만 이건 ‘악마의 편집’이었다.

술자리에서의 싸움은 진짜로 싸운 게 아니라 둘이 장현천을 속이기 위해 벌인 장난이었다. 난 이 장면을 이용하여 편집으로 마치 세 사람이 심각한 갈등에 처한 것처럼 연출했다.

술집 싸움 이후 장면은 대부분 다른 시점에서 촬영한 것들을 짜깁기한 거였다. 셋이 끌어안고 운 장면도 사실 첫 방송 이후 완전히 뜬 것을 확인하고 감격하여 흘린 눈물이었다.


마지막은 첫 녹화 방송 후, 대기실의 모습 그리고 다음 날 성공을 예감하며 웃는 장현천의 얼굴에서 영화는 끝난다.

<---


결과는 대박이었다.

지금은 상업영화 관객이 1백만을 넘지 못하던 시절이다. 상업 영화가 관객 50만 이상을 동원하면 대박이라고 하는데 타이즈&가이즈 다큐 영화는 35만 명을 동원했다.


영화 관람 요금은 2천5백 원. 이중 절반을 극장이 가져간다.

1천2백5십 원 중 약 13%인 163원이 배급사와 발전기금 몫이다. 남은 1천 87원 중 절반인 543원이 광고 홍보비였고, 남은 544원 중 절반인 272원이 내 몫이었다.

계산하면 9천5백2십만 원을 벌어야 했지만, 실제로 내가 받은 돈은 7천8백만 원이었다.


‘쳇, 비디오 판매보다 못하잖아?’


이 당시의 시장 구조만 봐도 극장보다는 비디오테이프 시장의 수익률이 나았다. 고속 인터넷이 보급된 후 OTT 시장으로 재편되는 건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내가 벌어들인 총 수익은 이랬다.


1) 뮤직비디오 테이프 - 2천만 원

2) 뮤직비디오 판매 - 1억2천만 원

3) 다큐 영화 개봉 - 7천8백만 원

4) 다큐 영화 비디오 판매 - 9천만 원


모두 합쳐 3억8백만 원을 벌었다. 이중 소득세로 약 1억2천만 원을 내야 하니 내 손에 남은 돈은 약 1억 8천이다.


‘1억 8천이라···.’


지금 시대 기준으로는 엄청난 액수의 돈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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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부도 24.08.15 91 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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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덕 클라스 24.08.13 92 1 13쪽
14 투서 24.08.12 94 1 12쪽
13 질투는 나의 힘 +1 24.08.11 110 3 13쪽
12 복수 24.08.10 114 2 13쪽
11 와이프 24.08.09 389 3 12쪽
10 뮤직비디오 24.08.08 114 3 12쪽
9 자수 그리고 거성기획 24.08.07 106 1 12쪽
8 대마초 24.08.06 110 3 12쪽
7 조경수 사업 24.08.05 113 1 12쪽
6 테스트 24.08.04 118 2 12쪽
5 간장 양념 치킨 24.08.03 131 1 14쪽
4 소중한 추억 속의 나 +1 24.08.02 136 4 12쪽
3 넌 모르지 24.08.01 140 3 12쪽
2 멍청이 24.07.31 165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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