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제국의 황제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대체역사

김미습
작품등록일 :
2024.07.30 0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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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3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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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1 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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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명

DUMMY

씨발, 돛됐다!

이 사람 누군지 안다. 가요계에 레게 열풍을 불러온 이건호의 <첫 느낌>, <눈 내리는 오후에 낮잠을>, <짝사랑>, <변명> 등을 작곡한 송창훈이다.

애즈기획의 최만수 사장보다 더 대단한 인물이다. 어찌 보면 이 사람이야말로 진정한 ‘미다스의 손’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사람은 자신이 작곡가이자 기획사 사장이거든. 현재 가요계는 이 사람이 움직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사람 인상만큼 무지하게 무섭다고 한다. 이건호에게 30cm 플라스틱 자로 손등을 때리면서 교육했다고 하니 그야말로 만나고 싶지 않은 ‘독종 오브 독종’이다.


‘<쿵떡쿵떡은 사랑입니다>를 이 사람이 작곡한 거구나!’


환장하겠네. 왜 하필 이 인간이지?

것보다 이 사람 왜 여기에 있는 거야? 아! 맞다. 오늘 함께 공연하는 출연자 중에 이건호가 있지.


“말해봐. 내가 작곡한 걸 어떻게 알고 있는 거야?”


미치겠네. 뭐라고 답하냐.


“너 ‘영원’ 백댄서 맞지?”

“네.”

“네가 흥얼거린 그 노래 외부에 공개한 적이 없거든. 그런데 넌 분명 알고 있어. 어떻게 된 거야? 혹시 내 작업실에 도청이라도 한 거야?”

“아뇨! 그건 절대 아닙니다!”

“그런데 어떻게 아냐고? 누가 알려줬어?”


송창훈은 틈을 주지 않고 압박해왔다.


“그게 사실은···.”

“사실은?”


에라, 모르겠다!


“제가 ‘신기’가 좀 있거든요. 그래서 예지몽도 잘 꾸고 그래요. 이 노래는 꿈에서 본 겁니다. 그런데 꿈에 너무 자주 나와서 아예 외울 정도가 된 거고요.”


송창훈은 한숨을 내쉬었다.

난 그의 한숨이 믿지 않는 의미라고 생각했다.


“정말입니다! 외가 쪽 할머니 중에 신내림 받은 무속인이 한 분 계시거든요.”


거짓말은 아니다. 외가 쪽에 있긴 있는데 증조할아버지가 재혼하신 분으로, 나와는 혈연관계가 없다.


“너도 신내림이냐?”


너도? 나 말고 신기 있는 연예인이 또 있다는 건가?

그의 한숨 의미는 ‘안 믿는다’가 아니라 오히려 ‘또’라는 의미였다.


“아직 신내림 받은 건 아닙니다.”

“그래, 뭐 아무튼. 그래서 이 노래를 누가 불렀는데?”


가만, 이걸 얘기해도 되나? 어쩌면 기회인지 모른다.


“명호 형과 상덕이 형 그리고 저요.”

“육명호와 경상덕?”

“네.”


몰라, 몰라! 뻔뻔하게 나가보는 거지, 뭐.


“육명호는 지금 김탄이랑 ‘탄탄명명’으로 활동 중이잖아?”

“에이, 그거 망해요. 사장님도 무대 보셨잖아요? 앨범 말아먹고 내년에 해체하겠죠.”

“그럼 팀 해체 후 새로운 팀을 만든다?”

“네. 팀 이름은 ‘카피맨’이고요.”

“카피맨? 이름은 왜 또 기분 나쁘게 카피맨이야?”


송창훈은 턱을 만지며 골똘히 생각했다.


“3명이라···.”

“타이즈&가이즈도 3명이었으니까요.”

“그럼 누가 메인 보컬인 거냐? 너희 셋 다 댄서잖아? 육명호가 그나마 나은가?”

“카피맨은 그런 거 없습니다. 셋이 동등해요.”

“그런데 그 곡 아직 가사를 안 만들었거든.”

“그럼 제가 써드리겠습니다. 대신 저를 작사가로 이름 등록해주세요.”


송창훈은 내 얼굴을 보며 잠시 고민하더니 물었다.


“그럼 너 나랑 계약하자.”

“그런데요, 저는 애즈기획 최만수 사장님하고 이미 구두계약을 했습니다. 새로운 팀 준비하고 있거든요.”

“뭐야? 그럼 나하고는 못하는 거잖아?”

“그러니까요. 그런데 저는 분명 육명호, 경상덕 형들이랑 같이 노래하고 있었거든요.”

“뭐지? 프로젝트 그룹인가?”

“그래서 말인데요. 애즈기획과 전속계약을 하지 않고 양쪽에서 모두 활동하면 어떨까 하는데요?”

“에이, 안 돼. 최소 1년은 함께 움직여야 하는데 활동 시기가 겹치면 양쪽 스케줄을 소화할 수가 없잖아.”

“애즈기획이 지금 기획하는 팀은 시간이 좀 걸릴 거예요. 그럼 카피맨을 사장님 생각보다 좀 더 일찍 데뷔시키고, 저는 1집 활동만 같이하고 빠지면 되죠. 그다음은 애즈기획으로 옮겨서 활동하고요.”


한동안 고민하던 송창훈이 결론을 내렸다.


“너희 사장님하고 얘기를 좀 해봐야겠다.”

“네. 그렇게 하시죠. 가사는 어떻게 할까요? 지금 바로 써드릴까요? 아니면 우리 회사 오셨을 때 받아 가시겠어요?”


송창훈은 뭐 이런 놈이 있나 하는 표정으로 날 바라보았다.


~*~


“형님도 모르셨어요?”

“응.”


최만수 사장은 당황했다. 나에게 ‘신기’가 있다는 이야기는 처음 듣는 소리였다.

최만수는 그제야 송창훈이 자신의 회사를 직접 방문한 이유를 알았다.


“아이고, 그러셨구나. 아마 그 녀석 ‘신기’ 있는 게 확실할 거예요. 왜냐하면 아직 발표하지 않은 노래를 흥얼거렸거든요.”

“외부에 공개하지 않은 거 맞아? 누가 듣고 알려준 게 아니고?”

“네. 오직 제 작업실에서만 연주했던 곡이거든요. 처음엔 작업실에 도청 장치를 설치한 줄 알았다니까요. 그래서 혹시나 형님이 그랬나 하는 의심까지 했습니다. 하하.”

“뭐? 내가 그럴 리가 있나.”


최만수는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그래. 뭔가 좀 이상하긴 했어. <소중한 추억 속의 나>를 그 녀석이 작사, 작곡했거든. 그런데 그 이후에 다른 곡 작곡을 못하더라고.”

“아이고, 그럼 그것도 그런 건가 보네. 이 바닥에 신기 있는 놈들 흔하다지만 그런 놈은 또 처음이에요.”

“그래서 그런가? 작곡보다는 편곡이나 작사를 주력으로 하고 있거든.”

“그렇죠. 잘못하면 표절 의심받을 테니까요.”

“아무튼 직접 와서 얘기해줘 고마워.”

“사실 그게 목적은 아니고요, 그 녀석 잠시 빌리려고 왔습니다.”

“빌리다니?”

“사장님하고 다음 프로젝트 구두계약 했다고 하더라고요.”

“응, 맞아.”

“그런데 이번에 만든 곡으로 성민이 포함해서 3인조로 먼저 발표하려고요. 작사도 그 녀석이 했고···. 1집만 활동하게 빌려주시죠?”

“활동 겹치면 골치 아픈데···.”

“뭐 그 녀석이 꼭 그렇게 하자고 하니까요. 분명 꿈에 셋이서 나왔다니까 그렇게 해야죠, 뭐.”

“그래, 그럼. 우리 기획팀은 시간이 좀 걸릴 거 같으니까 그쪽 먼저 내년에 발표해.”

“이건 여름에 발표해야 하는데 내년 여름이면 너무 빠듯해요. 올해도 거의 다 갔잖아요. 빨라도 내후년에 발표해야 하지 않을까 싶은데요?”

“95년?”

“네.”

“그럼 뭐 성민이도 성인이 되고, 괜찮겠네. 어쨌든 빨리 해. 만약 데뷔 시기 겹치면 우리 쪽이 우선권인 건 알지?”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런데 성민이가 정말 그렇게 신통해요?”

“말도 마. 수현이 대마초 하는 것도 그 녀석이 먼저 눈치채고 알려줬다니까. ‘영원’ 애들도 성민이가 데려오고. 그리고 걔네 집이 압구정동에서 ‘소이 치킨’이라고 치킨집을 하는데 엄청 맛있는 걸로 유명해. 그것도 성민이 걔가 개발한 거래.”

“아, 그래요?”

“정말 우리가 모르는 뭔가가 있나 봐. 성민이 그 녀석 말하는 거 보면 애가 아니라 내 나이의 중년 아저씨 같다니까. 허허허.”

“그러니까요. 눈빛이 애가 아니더라고요.”


이후, 나는 업계에서 ‘신기’ 있는 아이로 소문이 났다.


종종 내 소문을 들은 사람들은 나를 볼 때마다 자신이 뜰 수 있는지, 이번에 발표한 앨범은 성공할 수 있는지를 물었다.

내 대답은 정해져 있었다. 이름과 얼굴을 모르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모른다고 답했다.

물론 이름과 노래를 들어본 적이 있는 때도 있었다.


“성민아, 우리 이번에 발표한 곡 어때? 성공할까?”

“네. 대박은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성공할 테니 걱정하지 마세요.”


이런 게 잘 맞자 연예계에서 나는 점점 무당 같은 존재가 되어 갔다.


~*~


1994년이 되었다.

애즈기획에는 전태인이라는 캐스팅 디렉터가 대표 이사가 되었다. 전태인은 새 프로젝트 그룹에 참여할 청소년 아이들을 찾아다녔는데 이것이 아이돌 기획사 캐스팅 디렉터의 시작이었다.


강찬과 문이성을 포함, 전태인에 의해 뽑힌 십여 명의 아이들은 연습생 신분으로 이진영 1집 무대에 백댄서로 섰다.

앨범의 반응은 좋았다. 무엇보다 나의 편곡 실력이 빛을 발했다. 대중은 물론 다른 작곡가들로부터 높은 완성도의 앨범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빅히트를 기록하지는 못했다.

내가 들어보아도 그럴만한 곡은 없었다. 다행이라면 회귀 전과는 다르게 ‘표절’ 의혹은 없었다.


거성 기획의 JAM.JAM은 DELUXE 이후 <너는 멈추지 않아>를 히트시키며 잘 나가는 듯했으나 멤버 간 불화로 해체 수순을 밟았다. 결국 호민환 사장은 DELUXE 2집에 집중했다.


그리고 나와 동갑인 지서윤이 데뷔했다.

생김새가 나와 비슷하여 최만수 사장은 날 놀려댔다.


“너랑 비슷한 애가 먼저 나와서 어쩌냐. 이러다가 네가 닮은 꼴이 되게 생겼어.”

“데뷔는 엄연히 제가 더 빠르거든요!”

“하지만 키는 쟤가 더 큰 거 같은데?”

“그래도 얼굴은 제가 좀 더 잘생겼습니다.”


최만수는 농담처럼 한 말이었지만 내심 불안해 보였다. ‘나’라는 캐릭터 역시 최만수가 발굴한 것인데 비슷한 캐릭터가 가요계에 나타나 소녀팬들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으니 또 빼앗겼다고 생각할 수밖에.

질투가 났지만, 한편으로는 미워할 수 없었다. 저 아이의 미래를 알고 있으므로.


‘이번에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자살을 막아 보겠어.’


그리고 9시에 그 뉴스가 나왔다. 성수대교 붕괴 예고 뉴스다. 놀랍게도 M방송국의 기자는 다리가 무너질 거란 제보를 받고 현장에 나와 운전자들과 인터뷰를 했다.


- < 다리가 곧 무너질 위험이 있다는 걸 아십니까? >

- < 허허, 멀쩡한 다리가 왜 무너집니까? >


다리가 붕괴할 거라는 조짐은 계속 나타났고, 제보를 받은 기자는 그 사실을 뉴스로 알렸다.

하지만 시민들도, 공무원들도 ‘설마’하는 안일한 생각으로 붕괴에 대비하지 않았다. 2주 전부터 붕괴 조짐은 보였는데 서울시는 괜찮을 거란 안전진단의 말을 믿었다.


‘도대체 안전진단을 어떻게 한 거야!’


지금은 1994년. 행정 시스템은 뒤떨어져 있고, 안전 불감증은 최고조에 달했던 시절이다.

난 죄 없는 시민들의 희생을 막아 볼 생각이다.


‘붕괴 시간은 내일 오전 출근 시간. 정확한 시간은 모르지만 오전 6시 반에서 8시 사이다!’


문제는 나 혼자 막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다리 양쪽을 막아야 하니까.


‘누구랑 같이 가야 할까?’


우리 형? 아니면 강찬이나 문이성?

곰곰이 생각하다가 적당한 인물을 떠올렸다.

난 이진영에게 전화했다.


“형, 혹시 유명해지고 싶어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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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작곡 천재 24.08.17 87 1 12쪽
18 추락 24.08.16 91 1 11쪽
17 부도 24.08.15 90 1 14쪽
16 투자 +1 24.08.14 93 1 13쪽
15 성덕 클라스 24.08.13 91 1 13쪽
14 투서 24.08.12 93 1 12쪽
13 질투는 나의 힘 +1 24.08.11 109 3 13쪽
12 복수 24.08.10 113 2 13쪽
11 와이프 24.08.09 388 3 12쪽
10 뮤직비디오 24.08.08 114 3 12쪽
9 자수 그리고 거성기획 24.08.07 106 1 12쪽
8 대마초 24.08.06 110 3 12쪽
7 조경수 사업 24.08.05 112 1 12쪽
6 테스트 24.08.04 117 2 12쪽
5 간장 양념 치킨 24.08.03 131 1 14쪽
4 소중한 추억 속의 나 +1 24.08.02 135 4 12쪽
3 넌 모르지 24.08.01 139 3 12쪽
2 멍청이 24.07.31 165 3 11쪽
1 돌아왔다 1990! +5 24.07.30 214 3 3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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