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제국의 황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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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습
작품등록일 :
2024.07.30 0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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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3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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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4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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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DUMMY

파주에서 전화가 왔다.

부동산은 물론 동네를 몇 군데를 다니며 혹시나 논 매물이 나오면 먼저 연락 달라고 전화번호를 뿌렸었다.

그리고 다행히 그 전화를 내가 받았다.


- < 5천3백2십 평이고, 2천 6백만 원에 나왔는데 살 거요? >

“네, 물론입니다! 지금 바로 가겠습니다!”


대박이다. 5,320평이라니!

더군다나 2천6백이면 평당 5천 원 정도다.

물론 내가 아버지에게 산 2천 평의 6백만 원과 비교하면 비싼 편이지만 그동안 땅값이 좀 오른 것도 있고, 땅의 위치에 따라 가격이 좀 상이하다.


아버지와 함께 즉시 파주로 갔다.

그리고 판다는 땅을 확인했다.


‘헐, 여기는!’


10년 뒤, 대기업 반도체 공장이 들어설 바로 그 땅이다.

더군다나 대로변을 끼고 있고, 인근에 기차역까지 있었다.


‘이러니 더 비싸지.’


돈이 없는 것도 아니고, 미루지 않고 준비해 온 현금으로 모두 지불하고 땅을 바로 매입했다.

지금은 평당 5천 원이지만 10년 뒤엔 150만 원이 된다. 지금 구매한 5,320평은 10년 후 80억이 되어 나에게 돌아온다. 아버지에게 구매한 2,000평의 30억을 더하면 110억이다.


하지만 100억이 넘는 돈을 어떻게 할지는 10년 후의 일이고, 나는 지금 당장 남은 돈 중 1억 5천의 투자처를 찾아야 한다.


라이벌 레코드?

적자 규모가 수십억으로, 내가 감당할 수준이 아니다. 더군다나 몇 년 후에는 MP3의 등장으로 음반 산업은 사양길을 걷게 된다. 레코드 회사는 투자할 가치가 없다.


~*~


여름이 되자 진수현의 2집인 <소중한 추억 속의 나>가 발표되었다. 그리고 1집과는 비교도 안 되는 히트를 기록했다.

빠른 비트와 강렬한 일렉트릭이 함께 하는 힙합 춤은 대중의 감각을 사로잡았다.

최만수 사장은 내 경고를 무시하고 라이벌 레코드에 수십만 장의 음반을 주문했다.


‘할 수 없지. 최만수 사장은 이 위기 또한 잘 이겨낼 테니까. 자신의 판단 실수는 그를 더욱 성장시킬 것이다!’


내가 받을 저작권료는 저작권협회가 지급하기 때문에 라이벌 레코드의 부도는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었다.


- - -


애즈 기획 사무실에서는 최만수 사장과 진수현이 목소리를 높이며 언쟁 중이다.

최근 진수현이 공중파 토크쇼에 키키의 김현우, 이재성과 동반 출연했기 때문이다. 이에 MC는 이들에게도 질문을 하였고 시청자들 역시 관심을 보였다.


“현우랑 재성이는 왜 데리고 나간 거니? 우선은 포커스가 너한테 맞춰줘야 한다니까!”

“이번 앨범에 현우가 만든 곡도 실려 있어요. 현우와 재성이 모두 충분히 가수로 데뷔할 실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그건 나도 알아. 현우와 재성이 둘 다 재능은 충분하지. 하지만 진수현과 키키에서 둘은 그냥 댄서라니까!”

“타이즈&가이즈를 보세요. 태석이랑 마르스는 분명 댄서지만 장현천을 더 빛내주고 있잖아요.”

“넌 걔네와 달라! 기획 방향부터가 다르다고 몇 번을 말해!”


진수현의 생각은 최만수와 달랐다. 현우와 재성은 단순히 자신을 보좌하는 백업 댄서가 아니라 타이즈&가이즈와 같은 하나의 팀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서로가 오랜 친구였기에 진수현에게 김현우와 이재성은 꿈을 향해 함께 가는 동반자였다.


반면 최만수 사장은 키키를 댄서로 영입한 거지, 뮤지션으로 합류시킨 건 아니었다. 최만수 사장은 진수현을 확실한 원탑 스타로 만들어 다양한 포지션의 무대의 올릴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진수현처럼 외모와 재능까지 완벽하게 갖춘 스타는 흔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진수현과 키키가 이렇게 한 몸이 되어버리면 그의 계획에 차질이 생긴다.


이 문제가 심각한 갈등으로 치닫자 김현우와 이재성도 상황을 알게 되었다. 최만수와 진수현에게 자신만의 생각이 있는 것처럼 김현우와 이재성에게도 자기들만의 계획과 생각이 있었다.


김현우는 최만수와 사장실에서 단둘이 면담했다.


“사장님, 재성이와 저만 따로 독립하고 싶습니다. 팀을 만들어주십시오.”

“그런데 너희 아직 군대도 안 다녀왔잖아? 지금 회사가 수현이에게만 집중해도 모자랄 판이거든. 키키 독립은 나중에 생각하자.”


물론 정신 없이 바쁜 건 사실이다. 애즈기획에 아티스트가 진수현만 있는 건 아니었기 때문이다. 솔로 가수로 김영광과 한성훈도 있었다.


“네, 알겠습니다.”


김현우는 이럴 줄 알았다는 듯 미련 없이 나왔다. 어쩌면 거절당할 것을 미리 알았는지도 모른다.

사장실에서 나온 김현우가 고개를 저으며 이재성에게 말했다.


“역시 안 된대. 나중에 하자는데 말만 그런 거 아니겠냐.”

“수현이 형하고 같은 장르의 음악을 추구하는데 한 기획사에서 경쟁이 될만한 가수를 또 만들 이유는 없지.”

“다른 기획사를 찾아보자.”


역시 애즈기획이 두 사람의 첫 매니지먼트 회사가 아니구나. 그럼 어디서 DELUX의 앨범을 낸 거야?


‘뭐 어디든 상관없다. 이 두 사람의 미래를 아는데 그냥 보고만 있을 수는 없지.’


지금도 이해가 안 되는 게 최만수 사장이 왜 김현우와 이재성을 놓쳤는가 하는 점이다.


‘역시 진수현 때문인가?’


진수현에 대한 애정과 집착이 현실을 제대로 볼 수 없게 만든 것인지도 몰랐다. 라이벌 레코드 문제처럼 최만수 사장은 의리에 집착하는 성향이 강했다.


“형, 지금 준비하는 앨범, 저랑 같이해볼래요?”

“뭐? 혹시 부모님이 기획사 하셔?”


김현우와 이재성의 눈빛이 빛났다.


“아뇨. 치킨집하세요.”

“그런데 앨범을 어떻게 내? 그냥 앨범만 낸다고 해서 가수가 되는 게 아니란다. 방송 활동도 해야 해서 매니지먼트라는 게 장난이 아냐.”

“알아요, 저도. 근데 제가 보기엔 형들은 분명 성공할 거 같거든요. 수현이 형만큼.”

“알아주니 고맙다.”

“그래서 제가 형들 데뷔 도와드리려고요.”

“어떻게?”


최근 <소중한 추억 속의 나> 저작권료 5천만 원이 통장으로 입금되었다.

나는 모두 합친 나의 투자금 2억 원을 가지고 김현우, 이재성과 함께 거성기획으로 향했다.


~*~


거성기획의 호민환 사장은 여기저기서 돈을 빌리느라 몹시 분주했다. 그는 오늘도 전화기를 붙들고 누군가에게 하소연하는 중이다. 호민환은 1993년 데뷔를 목표로 혼성 그룹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는 전화를 끝내고 기다리던 우리에게 와서 인사를 나누었다.


“아이고, 미안. 다른 일이 급해서 정신없구나.”

“아닙니다. 갑자기 약속을 잡은 제 잘못이죠.”

“그런데 왜 만나자고 한 거야?”

“제가 사장님 회사에 투자하고 싶습니다.”

“뭐? 투자?”


내가 연습생 신분이라 소속사를 바꾸기 위해 찾아왔을 거라 짐작한 모양이었다. 호민환의 얼굴에는 당황한 기색이 가득했다.


나는 호민환 사장 앞에 봉투를 하나 내밀었다.

그는 봉투를 열어 내용물을 꺼내 보았다. 수표 2장의 일부가 보였다.


“아이고, 2십만 원? 이걸로는 투자가 어려워.”

“2십만 원 아닙니다. 모두 꺼내서 액수를 확인해보세요.”


호민환은 봉투에서 수표 2장을 모두 꺼냈다.

고액권 수표였다.


“이게 얼마야? 일, 십, 백, 천, 만, 십만, 백만, 천만···!”

“2억입니다.”

“이··· 이억?”


호민환은 물론 함께 간 김현우와 이재성도 액수를 듣고 놀랐다.


“너 이 돈 어디서 난 거니?”

“개봉한 타이즈&가이즈 다큐 영화 아시죠?”

“그럼 알지. 나도 극장 가서 봤는데 엄청 재미있더라고.”

“그거 제가 만든 겁니다.”


세 사람의 시선이 나에게 박혔다.


“타이즈&가이즈 데뷔 전부터 중고 VHS 카메라 사서 찍었거든요.”

“그, 그래? 놀랍구나. 네가 타이즈&가이즈 1호 팬이라고 그랬던가?”

“네. 그런데 뭐랄까? 대박 날 거 같은 예감이 들었어요. 그래서 제 나름대로 투자한 거죠.”

“호오, 그래?”


호민환 사장은 날 흥미롭게 바라보았다.


“그리고 타이즈&가이즈 <넌 모르지> 뮤직비디오 테이프를 비디오로 출시하게 된 것도 제 아이디어고요. 물론 안에 들어가는 내용도 제가 편집한 겁니다.”

“뮤직··· 비디오까지? 그럼 넌 그런 쪽으로 관심이 있는 거니?”

“뭐, 두루두루 요. 아무튼 그렇게 해서 번 돈이에요.”


호민환의 얼굴에 미소가 걸렸다.


“내년에 내가 아이돌 그룹을 하나 데뷔시킬 예정인데 그것 때문에 투자를 하겠다는 거구나?”

“물론 그 그룹도 성공하실 거예요. 하지만 오늘은 다른 기획을 제안하려고 합니다.”

“다른 기획?”

“네. 이 돈으로 여기 함께 온 현우 형과 재성이 형을 한 팀으로 해서 음반을 만들고 방송에도 데뷔시켜주세요.”


김현우와 이재성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음반 출시와 데뷔는 내년 봄이 목표입니다. 팀 이름은 ‘DELUXE’고요. 앨범에 들어갈 곡의 작업은 거의 마무리 단계입니다.”


호민환 사장은 멍한 표정으로 나를 한동안 바라보더니 김현우와 이재성에게 말했다.


“만든 곡을 한 번 들어볼 수 있을까?”


김현우가 호민환에게 데모 테이프를 건넸다.

호민환 사장은 커다란 오디오 시스템에 달린 카세트 데크에 데모 테이프를 넣었다.

나는 잽싸게 다가가 볼륨 다이얼을 몇 단계 올렸다. 호민환 사장은 나를 한 번 쳐다보고는 플레이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강렬한 비트가 사무실 전체에 울려 퍼졌다. DELUXE의 첫 곡 <너를 보았다>였다.

김현우와 이재성은 의자에 앉은 상태에서도 리듬에 몸을 맡긴 채 입 모양으로만 노래를 따라부르며 상체와 팔로 춤을 추었다.


1절이 끝나자 호민환 사장의 눈이 촉촉해지며 입에는 미소가 걸렸다.


타이틀곡이 끝나자 호민환 사장은 오디오를 껐다.

다른 곡은 들어볼 것도 없었다. 어차피 음반의 성공 여부는 타이틀곡에 달렸기 때문이다. 다른 곡들도 좋으면 더 좋지만 우선 타이틀곡 하나만 히트해도 최소매출은 결정된다.


‘이건 반드시 성공한다!’


미다스의 손 호민환 사장이 그걸 모를 리 없었다.

문제는 1인 기획사이기에 자기 혼자서는 내년에 데뷔시킬 아이돌 그룹 제작만도 벅차다는 사실이었다.


오디오 앞에 멍하니 서 있던 호민환은 고개를 숙인 채 눈을 감고 장고에 들어갔다.

나는 딴생각을 못 하도록 양념을 쳤다.


“이 형들 반드시 성공할 겁니다. 그럼 그 돈으로 지금 기획 중인 아이돌 그룹을 만드세요. 그럼 돈 때문에 아쉬운 소리 하지 않고 제작이 가능할 겁니다.”


심지어 제작비까지 2억을 들고 찾아왔다.

내가 가져온 2억은 결코 적은 돈이 아니다. 회귀 전인 30년 이후의 가치로 따지자면 20억 정도를 들고 음반을 만들어 달라고 찾아온 거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이 돈만으로는 가능하지 않다. 호민환 사장의 보유 자금 모두를 끌어 와야 가능하다. 만약 DELUXE가 실패한다면 호민환 사장이 기획하고 있는 아이돌 그룹은 시작도 못 하게 된다.


즉, 호민환 사장의 처지에서는 지금 도박판을 벌여야 하는 상황이다. 호민환은 그걸 고민하고 있었다.

한동안 말이 없던 그의 입이 열렸다.


“계약 조건은?”

“손익분기점 이후 현우 형과 재성이 형에게 각각 ‘3’, 남은 ‘4’를 ‘2’씩 사장님과 제가 나누는 겁니다.”


계약 조건을 듣자 호민환의 한숨이 깊어졌다. 어쩔 수 없다. 내가 돈을 2억이나 들고 왔기 때문에 제작자 수익을 반으로 나눌 수밖에.


“왜 나한테 온 거니?”

“지금 최만수 사장님은 수현이 형 때문에 정신이 없습니다. 또 같은 장르라 곤란한 부분도 있고요. 그래서 다음으로 생각난 기획사가 여깁니다. 저는 ‘구급차’를 기획한 사장님의 안목과 감각을 믿고 존경합니다. 그래서 사장님께 먼저 온 거죠.”

“만약 내가 거절하면 다른 기획사에 가서 같은 조건을 요구하겠지?”

“물론입니다.”


이건 누구 손에 들어가든 성공할 음반이다. 돈을 벌 수 있는데 차버리는 건 바보 같은 짓이다. 하지만 만에 하나 어떤 변수가 튀어나올지 모르는 게 이 바닥이다. 애즈기획의 진수현만 봐도 정상에서 대마초로 그 난리를 피우지 않았던가.


호민환은 김현우와 이재성을 바라보았다. 그저 학교에서 잘 노는 불량한 양아치들로 보였다.


‘하, 이것들이 데뷔 후에 사고 치면 그냥 끝나는 건데···.’


그때였다. 사무실 문의 노크가 울렸다.

똑똑!


“누구십니까?”


그러자 문이 열리며 얌전하게 생긴 20대 초반의 여성이 머리를 사무실 안으로 밀어 넣으며 들어왔다. 이웃 사무실의 여직원이었다.


“아, 네. 왜 그러시죠?”

“저기요, 혹시 방금 나온 노래 제목 좀 알 수 있을까요? 곡이 너무 좋아서요.”


그 순간, 김현우와 이재성의 입이 귀에 걸렸다.

호민환은 무척이나 당황하는 표정을 지었다. 예전에도 이와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바로 3인조 댄스그룹 ‘구급차’ 때였다. 호민환은 젊은 여성에게 말했다.


“아, 그 곡은 우리 회사 소속 가수의 미발표곡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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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실수 24.08.20 73 1 10쪽
21 첫 무대 24.08.19 77 3 12쪽
20 편곡의 신 24.08.18 83 1 12쪽
19 작곡 천재 24.08.17 88 1 12쪽
18 추락 24.08.16 92 1 11쪽
17 부도 24.08.15 91 1 14쪽
» 투자 +1 24.08.14 94 1 13쪽
15 성덕 클라스 24.08.13 92 1 13쪽
14 투서 24.08.12 94 1 12쪽
13 질투는 나의 힘 +1 24.08.11 110 3 13쪽
12 복수 24.08.10 114 2 13쪽
11 와이프 24.08.09 389 3 12쪽
10 뮤직비디오 24.08.08 114 3 12쪽
9 자수 그리고 거성기획 24.08.07 106 1 12쪽
8 대마초 24.08.06 111 3 12쪽
7 조경수 사업 24.08.05 113 1 12쪽
6 테스트 24.08.04 118 2 12쪽
5 간장 양념 치킨 24.08.03 132 1 14쪽
4 소중한 추억 속의 나 +1 24.08.02 136 4 12쪽
3 넌 모르지 24.08.01 140 3 12쪽
2 멍청이 24.07.31 166 3 11쪽
1 돌아왔다 1990! +5 24.07.30 216 3 3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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