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제국의 황제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대체역사

김미습
작품등록일 :
2024.07.30 05:53
최근연재일 :
2024.08.23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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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5,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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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2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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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 추억 속의 나

DUMMY

사실 많은 곡을 알고 있는 건 아니다.

그냥 내가 좋아했고, 크게 히트했던 몇몇 곡의 노래와 춤을 외우고 있는 수준이다.

지금 내 앞에 서 있는 ‘진수현과 키키’에서 백댄서를 맡은 ‘키키’ 멤버인 육명호와 경상덕은 몇 년 후, 그러니까 IMF 외환위기가 닥치기 직전에 대한민국은 물론 대만과 홍콩, 동남아까지 들썩이게 만드는 최고의 슈퍼스타 듀오인 ‘카피맨’이 되어 <쿵떡쿵떡은 사랑입니다>를 히트시킨다.

만약 이 당시에 인터넷이 활성화되어 있었다면 아마 전 세계적인 히트곡이 되었을 거다.


‘곡이 나오려면 아직 한참 남았다. 분명 작곡 전일 것이다. 만약 내가 작곡했다고 하고, 이 곡으로 나 역시 카피맨의 멤버로 데뷔하게 되면 떼돈을 벌게 된다!’


문제는 원곡의 작곡가가 누구인지도 모르고, ‘카피맨’의 원래 소속사도 모른다는 점이다.


‘카피맨도 애즈기획이었나?’


급했던 나는 최만수 사장에게 먼저 도장부터 찍었다.


“키키 형들과 3인조 댄스 그룹을 만들고 싶습니다!”

“키키랑?”


나의 도발에 최만수 사장은 재미있다는 표정을 지었고, 육명호와 경상덕은 당황했다. 그리고는 둘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제안은 고마운데 미안하지만 우린 곧 군대 가게 되거든. 아무래도 그건 다른 사람과 해야 할 거 같다.”


그러자 모든 사람이 한숨을 내쉬었다. 물론 가장 안타까운 건 나였다.


‘아씨, 지금 당장 앨범을 만들어 발표하면 대박인데!’


하지만 대박을 발견하고 여기서 포기할 수는 없었다.


“그럼 군대 다녀와서 우리 함께 팀을 만들기로 약속해요!”


육명호와 경상덕은 귀여운 재롱을 보는 것처럼 날 바라보았다. 그리고 최만수에게 물었다.


“도대체 쟤 뭡니까?”

“나도 오늘 처음 봤는데 방금 쟤한테 노래를 샀어.”

“예? 그럼 작곡가예요?”

“작곡도 하고 춤도 추고 다 해. 허허허.”


그제야 육명호와 경상덕의 날 보는 시선이 달라졌다.

최만수는 둘에게 심부름을 시켰다.


“차에 가서 캠코더 좀 가져와. 삼발이도.”


그리고 녹화해야 한다며 나에게 춤과 노래를 한 번 더 보여달라고 부탁했다.


‘당연히 다시 보여드려야지. 160만 원짜리니까!’


나는 캠코더 앞에서 입으로 악기 효과까지 더하며 신명 나게 <소중한 추억 속의 나>를 부르며 춤을 췄다.

녹화를 마친 최만수 사장이 물었다.


“돈은 은행 통장으로 입금해주면 되지?”

“아뇨! 지금 바로 현금으로 주세요. 10만 원권 수표로요.”

“수, 수표로?”


지금 내 통장 번호를 기억하지도 못했고, 직접 돈을 받지 않으면 언제 말이 바뀔지 모르는 일이었다.


“네. 지금 당장! 그리고 저작권자 등록도 해주시겠다는 각서도 한 장 부탁드립니다.”


잠시 당황한 최만수가 웃으며 되물었다.


“허허허, 너 열다섯 살 맞냐?”


반백 년을 살면서 깨달은 진리가 하나 있다. 세상에 나쁜 사람들이 정말 많다는 것. 특히 나처럼 순진해 보이는 아이는 이용하기에 딱 좋은 대상이다.

난 아직 최만수라는 사람이 어떤지 잘 모른다. 하지만 그건 기억하고 있다. 미래에 소속 아이돌 가수와 재계약 문제로 시끄러웠으며 돈 문제와 관련하여 매우 민감했다는 것.

연예 기획 시스템이 아직 자리를 잡지 못한 시점이라 계약서는 절대 ‘갑’인 기획사나 프로듀서 마음대로였고, 이 때문에 불공정 계약이라는 말이 만들어진다.

그래서 난 최만수 사장을 믿지 못한다.


최만수 사장은 정말로 가까운 은행으로 가서 돈을 수표로 찾아 나에게 주었다. 수표를 받은 나는 그 즉시 첫 장과 마지막 장 뒤에 내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를 기재했다. 분실에 대비한 거였다. 그것을 본 최만수 사장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도대체 넌 그걸 누구한테 배운 거니? 부모님이 가르쳐 주셨어?”

“에이, 이런 건 상식이죠.”


그렇게 160만 원과 최만수 사장의 명함을 받아든 나는 꾸벅 인사하고는 서둘러 신도림으로 향했다.


한편, 내가 사라지자 장현천은 우태석에게 물었다.


“아까 그 꼬마가 췄던 춤이 더 나은데?”

“그러니까. 아직 절반밖에 만들지 않은 춤인데 나머지를 그 녀석이 완성해 버렸어.”

“그럼 우리도 돈을 주고 샀어야 하는 거 아냐?”

“에이, 됐어. 우리 팬이라잖아. 1호 팬으로 인정해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해. 그리고 우리 연락처도 줬고.”

“걔가 그랬지? 우리 공식 팬클럽은 자신이 만들 거라고.”

“응.”

“진짜 팬이긴 한가 봐. 팬클럽도 자기가 만들겠다고 하고.”

“그 나이 땐 나도 그랬지. 끌끌.”

“앞으로 어떤 뮤지션으로 성장할지 기대되는걸?”


~*~


‘인터넷이 안 되니 정말 답답하네.’


중학교는 그냥 검정고시를 통해서 미리 졸업하기로 했다. 지금 다니고 있는 시골 중학교 졸업장은 사실 살아가는 데에 도움이 되는 건 아니니까.

문제는 검정고시 시험에 관한 정보를 어디서 얻느냐였다. 시험 신청부터 어디서 시험을 보는지 아는 게 없었다.


신도림에 있는 검정고시 학원에서 정보를 얻은 후 다시 기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


집으로 돌아온 나는 부모님 앞에 150만 원을 내밀었다.

10만 원은 개인적으로 사용할 용돈이었다. 돈을 확인한 부모님이 놀라 물으셨다.


“이게 웬 돈이니?”

“제가 작곡한 노래와 춤이 있는데 그걸 진수현과 키키의 소속사 사장님에게 팔았어요. 그 돈입니다.”


부모님은 물론 형과 동생도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날 바라보았다.


“돈을 받고 노래를 팔았다고? 네가?”

“네.”

“어떤 노래인지 한 번 불러 봐.”


환장하겠다. 도대체 오늘 이 노래를 몇 번째 부르는 건지. 특히 노래만 부르는 게 아니라 춤도 춰야 해서 한 번 할 때마다 힘들어 죽겠다. 이제야 똑같은 노래를 반복해서 부르는 가수들의 고통을 알 것 같다.


‘그래도 가족들에게 처음 보여주는 거니까.’


나는 다시 후드티를 뒤집어쓰고 거실 가운데 섰다.

주방 쪽 식탁 의자를 나란히 줄 세운 뒤 가족 모두 거기에 앉게 했다. 나의 공연을 지켜볼 관객이다. 그리고 비장한 표정으로 <소중한 추억 속의 나>를 부르기 시작했다.


_ 뚜-따따따 쿵 짝! 쿵 짝! 뚜-따따따 뚜-따 뚜-따 - ♬

_ 까만 화재 연기, 시끄러운 사이렌 소리 - ♪

_ 점점 더 가까워져 오네 (Shut up!) - ♬


_ 화려한 도시의 거리를 걸으면 즐거워지는 나의 마음 - ♪

_ 소중한 추억 속의 나는 -♬

_ 나는 나의 모습을 자랑하고 있지만 (Stop it!) - ♪


노래가 끝나자 모두 놀란 표정으로 날 바라보았다.


“언제 이런 노래를 만든 거야?”

“연습하는 거 한 번도 본 적 없는데?”

“그래서 그 노래를 150만 원에 팔았다는 거니?”

“네.”


모두 나에게 그런 재능이 있는 줄 몰랐다는 표정이다.


“아버지, 이 150만 원은 파주 땅 계약금입니다.”

“계약금?”

“네. 이제 그 땅은 제 거예요. 이제 잔금 450만 원 남았습니다.”

“그럼 남은 잔금은 어떻게 만들려고?”

“방금 제가 보여드린 <소중한 추억 속의 나> 노래가 음반으로 발매되면 저작권료가 입금됩니다. 노래가 히트할 가능성이 크니 그 저작권료만으로도 가능할 거예요.”

“그, 그래? 그럼··· 이제 파주 땅은 네 거다.”


예스! 예스!

이제 파주 땅은 내 것이다. 10년 후? 아무리 길어도 12년에서 13년 후에는 30억이 되는 땅이다.


“그리고 말씀드릴 게 더 있습니다.”

“또 뭐?”

“애즈 기획의 최만수 사장님이 저에게 연습생 제안을 하셨어요.”

“연습생?”

“그러니까 가수가 되기 위해 전문적인 트레이닝을 받는 거죠.”

“가수가 되겠다고?!”


가족 모두 깜짝 놀랐다.


“네. 가수가 되고 싶습니다.”


잠시 부모님의 고민이 이어졌다. 그리고 아버지가 먼저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으셨다.


“그래도 고등학교는 졸업하고 도전하는 게 좋지 않을까? 연예인은 완전 뜬구름 잡는 거라고 하던데···.”


하지만 어머니의 반응은 달랐다.

어머니의 원래 꿈은 가수셨다. 목소리도 좋고 가창력이 정말 끝내준다. 어머니는 열일곱 살 때 노래 자랑에 나가 1등을 하셨고, 유명 작곡가의 초청장까지 받으셨다. 이후 성인이 되자마자 가수가 되기 위해 고향에서 서울로 상경했다가 아버지를 만나 가수 데뷔 대신에 결혼하게 되신 거였다.

그래서 ‘가수’라는 꿈에 미련이 아직 있으셨다.


“난 찬성이다. 까짓거 뭐가 되든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 봐.”


본인의 못 이룬 꿈에 자식이 도전하겠다고 하니 어머니는 눈물까지 보이셨다.


“그런데 여기서 서울을 왔다 갔다 한다고? 학교는?”

“우선 학교는 검정고시로 졸업 자격을 얻을 계획입니다. 오늘 검정고시 학원 들렀다가 왔어요. 그럼 학교에 가지 않아도 됩니다. 그렇게 몇 년 해보고 안 되겠다 싶으면 고등학교 검정고시 본 다음에 시험 봐서 대학에 들어가면 됩니다.”

“말은 참 쉽구나.”


여전히 아버지는 걱정이 커 보였다.

하긴, 자식의 앞날이 걸려있으니 그렇겠지.


“살아가는 데에 필요한 건 학교 졸업장이 아니라 기술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머리가 좋으니까 언제든 제가 원하는 대학에 가서 기술을 배울 수 있습니다. 그러니 걱정하지 마세요.”

“여보, 하루 만에 서울 가서 노래를 팔아 150만 원을 벌어 가지고 왔어요. 이런 아이를 우리가 걱정할 필요가 있겠어요?”


어머니는 전적으로 내 편이셨다.


“그리고 전에 이야기했던 거요.”

“뭐?”

“강남 아파트로 이사 가는 거요.”

“아, 그거~.”

“저도 서울에서 활동해야 하니까 이번 기회에 서울로 이사 가면 어떨까 싶습니다. 그리고 아버지 운전 일도 그만하시고요.”


아버지는 원래 관광버스를 운전하셨는데 내년에 회사를 옮기셨다가 3년 후 교통사고로 돌아가신다. 아버지의 운명을 바꾸려면 아예 운전 일을 못 하게 해야 한다.


“내가 운전을 안 하면 뭐 먹고 살아?”

“버스 판 돈으로 치킨집을 내면 어떨까요? 강남에서요.”

“치킨집이면 통닭집?”

“네. 술도 같이 팔잖아요. 장사는 물 장사가 최고거든요!”

“맞아. 장사는 물 장사가 최고지!”


평소 어머니는 장사에 관심이 많으셨다.


“그래도 장사가 애들 장난도 아니고···. 통닭 튀겨서 파는 게 어디 쉽겠어?”


아버지는 여전히 장사에 부정적이셨다.

사실 나도 음식 장사에 관심이 많다. 특히 치킨! 대한민국 국민 중 십중팔구는 좋아한다는 바로 그 간장양념 맛 치킨의 간장양념 레시피를 알고 있거든. 내가 가장 좋아하는 치킨이어서 인터넷에서 레시피를 찾아 호기심에 몇 번 만들어 봤는데 그게 이렇게 도움이 될 줄은 몰랐다.


“후라이드 치킨 한 마리만 배달시킬게요.”


사실 후라이드는 맛이 다 비슷하다. 튀김옷의 양념이나 간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맛이 좀 달라지긴 하는데 나는 간장양념 옷을 입힐 것이기 때문에 튀김옷은 상관이 없다.

닭을 주문한 후 간장과 맛술, 굴소스, 설탕, 올리고당, 다진 마늘 등을 넣고 팔팔 끓여 간장양념을 만들었다.

가족들 모두 얘가 지금 뭔 쇼를 하나 싶은 표정으로 날 바라보았다.


치킨이 도착하자 나는 방금 만든 간장양념을 치킨 전체에 바르기 시작했다.


“너 지금 뭐하니?”


난생 처음 보는 광경에 가족 모두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아까운 치킨에 간장을 바르면 어떡해?”

“짤 거 같은데?”

“이게 뭐야? 양념치킨도 아니고···.”


나는 가족들에게 자신 있게 말했다.


“드셔 보시고 이야기하세요.”


가족들 모두 치킨을 한 조각씩 들고 맛을 보았다.

아작!

치킨을 씹는 순간, 모두의 눈이 커지며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어때요? 아주 환장할 맛이죠?”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 작성자
    Lv.88 부용화
    작성일
    24.08.02 10:00
    No. 1

    후라이드는 kfc식이나 한번찌고 튀기는 방식이 아니면 다 고만고만하죠 확실히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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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조경수 사업 24.08.05 112 1 12쪽
6 테스트 24.08.04 117 2 12쪽
5 간장 양념 치킨 24.08.03 131 1 14쪽
» 소중한 추억 속의 나 +1 24.08.02 136 4 12쪽
3 넌 모르지 24.08.01 139 3 12쪽
2 멍청이 24.07.31 165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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