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제국의 황제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대체역사

김미습
작품등록일 :
2024.07.30 05:53
최근연재일 :
2024.08.23 08:50
연재수 :
25 회
조회수 :
2,905
추천수 :
48
글자수 :
145,535

작성
24.08.01 07:20
조회
139
추천
3
글자
12쪽

넌 모르지

DUMMY

“열다섯 살이요. 1976년생입니다.”


나이를 들은 장현천의 표정이 급격하게 어두워지며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우태석이 이어서 말했다.


“미안한데 넌 너무 어려. 아직 중학생이지?”

“네.”

“그럼 학교도 가야 하네. 고등학생이라도 되면 와라.”


역시 학교가 발목을 잡았다.


“학교는 안 가도 됩니다!”

“그래도 안 돼. 넌 미성년자잖아. 그래도 현천이는 내년에 성인이 된단 말이야. 방송 활동이나 공연 활동에 전혀 문제가 없어. 그런데 너는?”


시대가 시대인지라 미성년자가 성인들과 팀을 이루어 성인 가요를 부른다는 것은 문제가 많았다.

강대진도 거들었다.


“맞아. 미성년자면 좀 그렇지. 제약이 너무 많거든. 고등학생도 아니고 중학생이라면 더더욱.”

“그리고 사실 특별한 재능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일반인보다 잘하는 건 맞는데 과연 타고난 ‘끼’가 있는지는 모르겠어.”


좀 전에는 뭔가 특별한 게 있는 거 같다고 하더니, 이젠 완전히 말이 바뀌었다.


“그냥 우리 1호 팬이 된 걸로 만족해.”


그건 돈이 안 되잖아요, 돈이!

나는 머리카락을 두 손으로 쥐어뜯었다.


‘흑, 이렇게 허무하게 끝나다니!’


<넌 모르지> 노래와 춤을 파는 것도, 타이즈&가이즈의 세 번째 멤버가 되는 것도 실패했다.

젠장, 6백만 원을 어디 가서 구하지?

강대진이 나서서 위로해주었다.


“몇 년 후에 다시 와. 그럼 내가 적당한 기획사 소개해줄 테니.”


나보고 가수를 하라고?

솔직히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딱히 노래를 잘한다는 소리를 들은 적도 없었고, 춤 역시 타고났다고 생각한 적 없다. 그냥 흥에 맞춰 추는 것일 뿐.

그런데 확실한 건 음정과 박자는 정확하게 따라 할 줄 알았다. 이걸 절대 음감이라고 했던가? 맞아. 음악 선생님도 나에게 그랬던 거 같다.


“제가 가수를 할 수 있을까요?”

“그럼. 너 절대 음감을 가지고 있어. <넌 모르지>와 <이혼하고 싶어> 부를 때 음정과 박자가 정확했거든. 어차피 목소리는 에코 넣으면 다 해결돼.”


아직 1세대 아이돌 그룹 시대가 시작하기 전이다. 타이즈&가이즈를 시작으로 거대한 아이돌 그룹이 쏟아져나오는데 난 이들 그룹 중 한 곳에만 올라타도 내 인생은 성공이었다.


행복한 상상을 하고 있을 때 코첼라 안으로 한 중년의 남성이 들어왔다.


“대진아, 나 왔다!”

“사장님 오셨어요? 요즘 바쁘시지 않아요?”

“근처에 수현이 스케줄 있어서 왔다가 들렀어.”

“맥주 하나 드릴까요?”

“아니. 시원한 냉수나 한 잔 주라.”


곧이어 사장이라는 사람이 의자에 앉자 나와 눈이 마주쳤다.


“어? 이 녀석은 뭐야?”

“우리 1호 팬이요. 하하하!”

“1호 팬?”


가만? 나, 이 사람 아는데···. 누구더라?

손가락 하나를 들고 기억해내려 미간을 찌푸렸다. 그러자 장현천이 설명해주었다.


“요즘 유명한 ‘진수현과 키키’를 만든 애즈기획 최만수 사장님이셔.”

“네? 최··· 최. 만. 수. 사장님이요?”


맞다! 이 남자는 최만수다!

대한민국 가요계에 최초로 아이돌 그룹 기획 시스템을 도입했으며, K-POP을 해외에 알린 선구자! 아직 젊은 모습이라 첫눈에 알아보지 못했다.

애즈기획이 애즈엔터테인먼트가 되어 얼마나 많은 아이돌 그룹을 탄생시켰던가. 최만수 사장은 대한민국의 다른 모든 기획사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인물이다. 그리고 10년 후, 그는 대한민국에 엔터 제국을 만들고 황제의 자리에 오르게 된다.

진수현은 ‘타이즈&가이즈’보다 먼저 대한민국에서 랩 댄스 장르를 개척한 가수다.

사실 모든 사람이 한국어는 받침이 많아 랩은 불가능하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진수현은 한국어로 랩을 너무나 완벽하게 해냈고, 가요계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


‘그렇구나. 진수현과 키키를 애즈기획에서 최만수가 만든 거였군.’


뭐 어렸을 땐 가수의 소속사까지 신경 쓰지 않았으니까.

‘진수현과 키키’라면 최만수 사장에게 보여줄 게 있었다.

지금은 <즐거운 허수아비>라는 곡이 유행 중이지만 2년 후에는 대한민국 가요계를 뒤집어 놓을 곡을 발표하게 된다. 바로 <소중한 추억 속의 나>다. 나는 이 곡의 가사와 춤을 완벽하게 알고 있다. 이걸 친구들과 연습해서 단체로 고등학교 축제 무대에서 공연했었거든.

나는 최만수 사장에게 다가가 꾸벅 인사했다.


“안녕하십니까? 열다섯 살 김성민이라고 합니다!”

“그래, 성민이?”

“네. 사장님께 보여드릴 것이 있습니다.”

“나한테?”


최만수 사장이 어리둥절 하자 강대진이 미소 지으며 나섰다.


“한 번 보세요. 재주가 좀 있는 친굽니다.”


나는 심호흡을 한 뒤 무대 위로 올라갔다.

최만수 사장은 특유의 미소를 지으며 농담했다.


“야, 너무 비장해서 내가 다 떨린다. 껄껄.”


다행히 난 오늘 후드티를 입고 왔다.


‘잘하면 이번에 춤이라도 팔 수 있을지 몰라.’


후드를 뒤집어쓴 나는 노래를 시작했다.


_ 뚜-따따따 쿵 짝! 쿵 짝! 뚜-따따따 뚜-따 뚜-따 - ♬

_ 까만 화재 연기, 시끄러운 사이렌 소리 - ♪

_ 점점 더 가까워져 오네 (Shut up!) - ♬


네 사람 모두 숨을 죽인 채 놀란 눈으로 날 바라보는 것이 느껴졌다. 노래가 계속될수록 나의 춤 또한 점점 더 고조되었다. 오직 입으로만 곡의 분위기를 만들어야 했기에 정말 힘들었다.


_ 화려한 도시의 거리를 걸으면 즐거워지는 나의 마음 - ♪

_ 소중한 추억 속의 나는 -♬

_ 나는 나의 모습을 자랑하고 있지만 (Stop it!) - ♪


노래가 끝나자 최만수 사장이 손뼉을 치기 시작했다.

짝! 짝! 짝!


“노래 좋은데?”

“고맙습니다.”

“네가 만든 곡이니?”


헐! 잠깐, 그 얘기는 <소중한 추억 속의 나>가 아직 만들어지지 않았다는 건가?


‘그렇다면 이건 기회다!’


난 오직 6백만 원밖에 보이지 않았다. 애즈 기획과 진수현은 어차피 크게 성공할 회사이자 뮤지션이고, 그깟 곡 하나 훔친다고 해서 이들의 운명이 크게 바뀔까 싶었다.


“네. 제가 만들었습니다!”

“허, 이상하네.”

“왜요?”

“수현이가 이런 비슷한 리듬을 흥얼거리는 걸 들었거든.”


이런 제길, 이건 좀 쉽게 가나 했더니!


“사실은 제가 수현이 형 팬인데요. 그 리듬을 듣고 작사와 작곡을 한 겁니다.”

“역시 그렇지?”


이때, 코첼라 안으로 진수현이 인사하며 들어왔다.


“형, 저 왔어요.”


진수현은 이 시대 청소년들에게 힙합의 제왕이었다. 뉴 잭 스윙의 황태자. 1대 힙합의 시조 같은 존재가 나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가슴이 쿵쾅거렸다.


“야, 너 이리로 와서 이것 좀 들어 봐. 네가 흥얼거리는 걸 듣고 만든 거래.”


진수현은 호기심이 가득 담긴 표정으로 날 바라보았다.

힘들었지만 나는 다시 진수현 앞에서 <소중한 추억 속의 나>를 다시 부르며 춤을 췄다.


공연이 끝나자 진수현은 감탄사를 내뱉었다.


“놀라운데요? 완벽해요! 이대로 앨범으로 내도 되겠어요!”

‘훗, 그렇단 말이지···.’


다행히도 <소중한 추억 속의 나>는 아직 완성된 곡이 아니었다. 이제는 내가 영업할 시간이다.


“이 노래와 춤은 수현이 형에게 주려고 만든 겁니다. 제가 드릴 테니 앨범에 넣어주세요.”

“그래 주면 우리야 고맙지!”


진수현과 최만수 사장의 표정이 밝아졌다. 두 사람 모두 이게 웬 떡이냐는 표정이었다.


“대신 작곡비는 받겠습니다. 춤도요. 다해서 6백만 원입니다.”

“뭐? 6백만 원?”


6백만 원이라는 말에 최만수의 표정이 굳어졌다.


‘에이, 설마 애즈 엔터 사장님께서 겨우 6백만 원이 없을까.’


하지만 이제 막 ‘진수현과 키키’로 시작한 애즈 기획의 재정은 그리 넉넉하지 않았다. 또 최만수 사장은 한국 연예계에서 젊음을 보낸 백전노장 아닌가.

최만수 사장은 싸늘하게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네가 잘 모르는 모양이구나. 아마추어 작곡가의 작곡비는 그리 비싸지 않아. 더군다나 넌 아직 어리잖니? 또 수현이가 작곡한 리듬을 기반으로 만든 거니까···.”


환장하겠네. 그렇다고 남의 노래를 가지고 협상하기도 그렇고···. 사실 이렇게 유명한 가수에게 곡을 주겠다는 신인 작곡가는 많이 있을 터였다.


‘하지만 그래도 이 곡은 불후의 명곡이 된다고!’


진수현과 최만수 사장은 무언가 의논했다. 대충 분위기를 보니 진수현은 이 곡을 꼭 사야 한다는 의견이었고, 최만수 사장은 모든 것을 자신이 알아서 하겠다는 눈치를 주었다.


“160만 원 주마.”


헐, 사장님 조금만 더 쓰시지. 아무리 그래도 160만 원이 뭡니까? 진수현의 최고 히트곡이 될 텐데. 하긴, 이건 원래 내 곡도 아니니까.


“좋습니다. 160만 원에 가져가세요.”


그러자 진수현과 최만수 사장의 표정이 밝아졌다.


“대신, 작곡가와 작사가 저작권에 꼭 제 이름을 등록해주시고요, 저작권료는 모두 제가 받겠습니다.”


최만수 사장이 놀랍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와, 너 저작권도 알고 있어?”

“창작자라면 당연하지 않나요? 지적 재산권이 얼마나 중요한 건데요! 대신 음반 판매에 따른 수익 배분은 모두 포기하겠습니다.”


잠시 고민하던 최만수 사장이 답했다.


“좋다. 널 저작권자로 등록하고 저작권료는 모두 너에게 가도록 하마.”


사실 내가 저작권을 요구하는 건 당연했다. 물론 원래 내 저작권도 아니지만. 그리고 음반 판매 수익 배분을 포기한 건 지금 시대에는 관습적으로 그걸 챙겨 받는 게 어려웠기 때문이다. 어차피 받기 어려운 거 그냥 인심 쓰듯이 줘버리고 저작권을 받아 챙기는 게 나았다. 저작권료는 저작권 협회에서 내 통장으로 직접 주는 것이기 때문에.


‘가만, <소중한 추억 속의 나> 저작권료라면 얼마야?’


히트한 해 1년간의 저작권료만 해도 어쩌면 파주 땅 매물 모두를 사고도 남을지 몰랐다. 인생이 이렇게 풀리나?


“너 우리 회사 연습생으로 들어올래?”


두둥!

이게 무슨 소리야? 애즈 기획의 연습생이 된다고?

보이 그룹 ‘히트(H.I.T)’가 데뷔하려면 아직 멀었다. 그럼 나도 ‘히트’의 멤버가 되는 건가? 맙소사. 그럼 내 인생은 완벽하게 바뀌게 된다.


“부모님께 물어보겠습니다!”

“그래, 부모님 허락부터 받아야지. 그런데 너 어디 사니?”

“경기도 연천군에 삽니다!”

“아이고, 멀리서 왔구나? 어떻게 왔어?”

“비둘기호 기차 타고 왔습니다!”

“집이 머네. 학교도 다녀야 할 거 아냐? 부모님에게 말씀드려서 서울로 이사 오는 건 어떠니?”

“네. 부모님을 설득해보겠습니다.”


믿어지지 않았다.

내가 애즈 기획의 연습생이 된다고? 이건 그야말로 대박 사건이다. 흥분했는지 머리 안에서 도파민이 마구마구 뿜어져 나오는 것이 느껴졌다.

하지만 한편으로 걱정되는 것이 있었다.


‘과연 내가 연예인이 될 수 있을까?’


물론 어렸을 때 연예인이 되고 싶은 적도 있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철없을 때의 뜬구름 잡는 이야기 아닌가. 특히 나에겐 특별한 재능이 없다. 남들보다 노래를 더 잘하는 것도 아니었다. 지금 이들에게 보여준 춤도 내 것이 아니다.


그때 건장한 두 남자가 코첼라 안으로 들어왔다. 옷이 같은 걸 보니 분명 ‘진수현과 키키’에서 키키를 맡은 댄서 둘이었다.

그리고 두 사람의 얼굴을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가까워졌을 때, 난 그만 놀라서 비명을 지를 뻔했다. 두 사람은 내가 아는 사람이었다. 정확히는 너무나 유명한 댄스 그룹의 멤버들이다.


‘그렇구나! 이 두 사람은 이때 진수현과 키키였구나!’


나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소중한 추억 속의 나> 저작권이 문제가 아니다. 엄청난 기회가 내 운명 앞에 다가왔음을 직감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엔터제국의 황제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5 사계절 24.08.23 50 2 11쪽
24 예언가 24.08.22 52 1 13쪽
23 변명 24.08.21 70 2 11쪽
22 실수 24.08.20 72 1 10쪽
21 첫 무대 24.08.19 77 3 12쪽
20 편곡의 신 24.08.18 82 1 12쪽
19 작곡 천재 24.08.17 87 1 12쪽
18 추락 24.08.16 91 1 11쪽
17 부도 24.08.15 90 1 14쪽
16 투자 +1 24.08.14 93 1 13쪽
15 성덕 클라스 24.08.13 91 1 13쪽
14 투서 24.08.12 93 1 12쪽
13 질투는 나의 힘 +1 24.08.11 110 3 13쪽
12 복수 24.08.10 113 2 13쪽
11 와이프 24.08.09 388 3 12쪽
10 뮤직비디오 24.08.08 114 3 12쪽
9 자수 그리고 거성기획 24.08.07 106 1 12쪽
8 대마초 24.08.06 110 3 12쪽
7 조경수 사업 24.08.05 113 1 12쪽
6 테스트 24.08.04 118 2 12쪽
5 간장 양념 치킨 24.08.03 131 1 14쪽
4 소중한 추억 속의 나 +1 24.08.02 136 4 12쪽
» 넌 모르지 24.08.01 140 3 12쪽
2 멍청이 24.07.31 165 3 11쪽
1 돌아왔다 1990! +5 24.07.30 214 3 3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