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제국의 황제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대체역사

김미습
작품등록일 :
2024.07.30 05:53
최근연재일 :
2024.08.23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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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2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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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서

DUMMY

“성민이 너도 ‘루키 온 더 타운’ 좋아하지? 이번 내한 공연 티켓이다.”

“와 고맙습니다!”

“내 돈으로 산 게 아니라 ‘라이벌 레코드’ 라준상 사장님이 주신 거야. ‘루키 온 더 타운’ 내한 공연 기획을 ‘라이벌 레코드’에서 했거든.”

“라이벌...레코드요?”


어? 잠깐!

이건 너무나 유명한 공연이다. ‘루키 온 더 타운’이 내한했다는 것만으로 아주 난리가 났었거든. 나도 너무 가보고 싶었던 공연이었다.

하지만 공연 도중 관객 수천 명이 무대로 몰리며 사고가 발생하고, 쓰러진 여학생 중 한 명은 사망하게 된다.


사고가 발생한 원인은 입석으로 판매된 추가 특별석 입장권 3천 장이 문제였다. 지정 좌석이 따로 없다 보니 이들이 무대로 일시에 몰리며 치명적인 사고가 벌어졌다.

그 때문에 라이벌 레코드사 대표는 구속되어 처벌을 받게 되고 얼마 못 가서 라이벌 레코드는 부도가 난다.

너무나 유명한 사건이라 사고의 개요를 정확히 알고 있었다.


문제는 라이벌 레코드가 애즈기획이 거래하는 유일한 음반 제작 업체라는 점이다. 애즈기획에서 제작하는 모든 음반은 라이벌 레코드에서 제작, 유통한다. 이대로 가면 애즈기획은 진수현 2집인 <소중한 추억 속의 나> 음반 판매 대금을 받지 못하게 될 수 있다.


‘공연 도중 사고가 나서 사람도 죽고, 그 때문에 라이벌 레코드사 대표님은 구속되어 회사가 부도난다고 하면 미친놈 소리를 듣겠지?’


환장하겠다. 어떤 미래가 기다리는지 다 아는데 다가올 불행을 피할 방법이 없다.

이번 진수현 2집 타이틀곡은 내 이름으로 작사, 작곡이 발표되는 곡이다. 물론 내가 훔친 거지만 어쨌든 이대로 망하는 꼴을 그냥 두고 볼 수만은 없다.


“사장님, 라이벌 레코드 재정 상황이 좋지 못하다고 들었습니다. 수현이 형 2집은 다른 음반사와 계약하면 어떨까요?”

“넌 정말 어린 놈이 별걸 다 아는구나. 그래, 맞아. 그래서 이번에 ‘루키 온 더 타운’ 내한 공연을 기획한 거야. 이게 성공하면 상황은 좀 나아지겠지.”


나아지긴 개뿔. 현실은 그리 희망적이지 않다.

미국에서 오는 팀 수익 떼주고, 행사 진행 요원들 급여와 대관료 등을 챙겨주고 나면 남는 것도 많지 않을 터였다.


‘그래서 특별석 입장권을 따로 판 거였군.’


특별석은 입석이라 모두 라이벌 레코드의 수익이 될 것이다.

그래야 적자를 조금이라도 메울 수 있을 테니까.


음반 제작 의뢰를 받았다가 해당 음반이 팔리지 않아 발주처나 의뢰업체가 망하게 되면 그 손해는 그대로 레코드사의 부실채권으로 쌓이게 된다. 라이벌 레코드사가 부도에 이른 이유도 이 때문이다.

물론 직접 제작에 나섰다가 실패한 음반도 많을 것이다.


라이벌 레코드의 라준상 대표님은 안타깝지만, 애즈기획도 폭탄을 피해야 하지 않겠는가.


“사장님, 그럼 이번엔 유통 방식을 바꿔서 애즈기획에서 음반을 주문한 뒤 현찰을 주고 매입하고, 애즈기획이 직접 유통하면 어떨까요?”

“아이고, 녀석아. 네가 음반 유통 시장 구조를 잘 모르는구나. 발주처인 음반 기획사에서 돈을 떼어먹는 경우가 많아 지금과 같은 유통 시스템이 만들어진 거야.”

“아, 그렇군요.”


하지만 이런 경우 레코드 회사가 부도나면 반대로 음반 기획사가 피해를 본다.

환장하겠네. 그럼 이대로 눈 뜨고 그냥 보고만 있어야 한다는 건가?


“사장님, 그럼 다른 레코드 회사에도 나누어서 주문을 넣죠? 화성 레코드도 있잖아요?”

“라 사장님하고 의리가 있지, 어떻게 그렇게 하니? 걱정하지 마. 별일 없을 테니.”


아, 진짜! 의리가 밥 먹여주나!

이런 감성적인 아저씨가 어떻게 애즈엔터테인먼트를 굴지의 한류 대표 연예 매니지먼트 회사로 키워낸 거지?

아무튼, 최만수 사장을 설득하는 건 틀렸다. 그렇다면?

공연장에서 벌어질 사고는 막아야 한다!


공연 날짜는 점점 다가오고 있었다.

내가 생각해낸 방법은 투서였다. 관공서에 투서를 보내 특별석 티켓이 존재하고, 어떤 부작용을 초래할지 알리는 거였다.


< 지금 ‘루키 온 더 타운’의 공연을 책임지고 있는 라이벌 레코드사는 ‘특별석’이라는 이름으로 입석 티켓 3천 장을 불법으로 판매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입석인 사람들이 한꺼번에 무대로 몰리면 압사 사고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점입니다. 특히 이번 공연에는 흥분한 10대 여학생들이 무대로 몰릴 가능성이 큽니다. 그러니 입석 티켓 판매를 금지하여 주시고, 경찰 인력은 물론 공무원 인력까지 동원하여 사고 예방에 힘써 주시기 바랍니다. >


변장까지 하고 변두리에 있는 우체통에 편지 봉투들을 넣었다. 같은 내용의 투서를 정말로 청와대, 서울시청, 경찰서, 방송국에 보냈다.

다행히 미래처럼 CCTV가 흔한 시대는 아니어서 신분이 노출될 걱정은 하지 않았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

만약 이렇게 했는데도 사고가 난다면 그건 어쩔 수 없는 운명이니 받아들이기로 했다.


~*~


‘루키 온 더 타운’ 내한 공연 당일.

애즈기획 직원들과 나, 진수현, 최만수는 올림픽 체조 경기장으로 향했다. 모두가 선진 공연 기술을 배울 수 있는 아주 중요한 기회였다.

공연장 입구에서 최만수 사장이 라이벌 레코드 라준상 대표와 포옹하며 인사를 나누었다.

특별석 티켓 판매 취소는 뉴스를 통해 들어서 알고 있었다.


“글쎄 어떤 놈이 특별석 티켓 판매를 방송국과 정부 기관에 찔렀지 뭐야. 그래서 손해가 이만저만 아니야.”

“아이고, 그러셨군요.”


하! 이 아저씨가 진짜!

내가 공연장 사고 날 것도 막아주고, 나중에 감옥에도 안 가게 만들어줬는데 고마워해야지 말이야!

그런데 라준상 사장님의 관상을 보니 라이벌 레코드의 부도는 피하지 못할 거 같다. 안색을 보니 하루 이틀 쌓인 스트레스가 아니었다.


‘잠깐, 라이벌 레코드의 부도가 확실하다는 건가?’


라이벌 레코드의 부도는 연말쯤이다. 그리고 난 올해 들어올 돈이 좀 된다. <소중한 추억 속의 나> 저작권료와 타이즈&가이즈의 뮤직비디오 그리고 다큐 영화 개봉까지. 문제는 이게 어느 규모의 돈으로 돌아오느냐인데···.


‘라이벌 레코드를 내가 인수하면 어떻게 되는 거지?’


레코드 회사의 적자는 팔리지 않는 음반 때문에 발생한다. 그런데 난 이미 어떤 음반이 잘 될지 알고 있다. 그러므로 히트할 음반만 제작하면 최소한 적자 경영은 면하게 된다.


‘문제는 이게 얼마나 남는 장사인지 가늠이 안 된다는 건데···.’


투자 대비 수익률이 소이치킨 2호점보다 떨어진다면 차라리 소이치킨 2호점을 압구정동 로데오거리에 내는 것이 낫다.


‘돈이 얼마가 들어올지 모르니 좀 두고 보자고.’


그렇게 라준상 사장에게 인사하고 안으로 들어가려는데 얼굴을 아는 사람이 최만수에게 다가와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선배님!”


맙소사. 군대에 갔던 이우진이 전역했다.

2년 전, <이별일 뿐이야>, <전역 버스 안에서>, <상사 같은 애인> 등 주옥같은 곡을 히트시켜놓고 3개월 만에 군에 입대한 전설적인 인물이다.


“전역했구나?”

“네.”

“지금 뭐하니?”

“3집 준비 중입니다.”


이 형도 참 안타깝다. 하필 전역하고 낸 3집은 타이즈&가이즈의 열풍에 묻혀 아무런 힘을 쓰지 못한다.

이후로도 여러 활동과 시도를 하는데 모두 망한다. 심지어 개인 재산과 대출까지 끌어다가 만든 녹음실이 정신병자의 방화에 전소되면서 정말 거지가 된다.

이후 IMF의 직격탄까지 맞아 재기에 실패하고 결국 승용차 영업 사원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처지가 된다.


‘하, 이 형의 능력을 묵히기엔 너무 아까운데···.’


물론 직업에 귀천은 없지만, 이우진은 가수로 살아가야 하는 사람이다. 이후로 이런 목소리와 가창력을 가진 보컬은 본 적이 없다.


‘이 형도 내가 품어야 하나?’


만약을 위해 이우진에게 가서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저 형 팬입니다!”

“어, 그래?”

“우리 회사 연습생이야.”

“아, 그래요? 그럼 열심히 하렴.”

“고맙습니다!”


이우진이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하, 이 순둥이 형도 내가 구원해야겠네.’



‘루키 온 더 타운’ 공연은 다행히 아무런 사고 없이 끝이 났다. 하지만 모두가 행복했던 건 아니었다.


“관객 1만 2천 명이 관람하는 공연에 질서를 위해 투입된 인력만 경찰 1천 명에 공무원 1천 명, 모두 2천 명이에요. 이게 말이 됩니까?”


라이벌 레코드 측은 특별석 티켓 판매 불발로 불만이 많았다.


“맞아요. 공무원 2천 명이 공짜로 관람한 거나 다름없다고요!”

“티켓을 돈 주고 산 사람들의 불만이 꽤 큽니다.”


라준상 대표의 생각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럼 이걸 소문으로 퍼뜨리자고. 그러고 나서 언론을 통해 보도된 후 정부가 어떻게 나오는지를 보면 되겠지.”


<칼럼 : 1만 2천 명 관객 공연에 안전 요원 2천 명 합당한가>


이후, 대중은 경찰 1천 명과 공무원 1천 명이 입장권 없이 공연을 관람한 것이나 다름없다며, 이들도 일정액의 돈을 지급해야 한다는 여론이 만들어졌다. 그리고 라준상 대표의 인터뷰와 함께 관련 내용의 기사가 보도되었다.


물론 처음의 소문은 라준상 대표가 퍼뜨린 거였다.


~*~


‘타이즈&가이즈’의 방송 데뷔 무대 날짜가 잡혔다.


‘이제 슬슬 시동을 걸어볼까?’


나는 PC통신에 접속하여 진작에 만들어놓은 타이즈&가이즈의 공식 팬클럽 <타이즈 매니아>에 공지를 올렸다.

타이즈&가이즈가 인정한 1호 팬이 ‘나’이고, 공식 뮤직비디오의 복사본 또한 소장 중이라는 메시지였다.


<해당 비디오테이프 표지에는 장현천의 친필 사인도 있습니다.>


그리고 ‘타이즈&가이즈’ 멤버들과 함께 찍은 사진도 올렸다.

사진에는 장현천의 친필 서명이 된 엘피판을 들고 있는데 거기에 ‘1호 팬’이라는 글자가 선명하게 보였다.


모든 미끼를 뿌렸다.

이제 월척을 바구니로 퍼내는 일만 남았다.


‘성덕의 클라스가 뭔지를 보여주지. 크크크.’




‘타이즈&가이즈’의 역사에 남는 첫 방송이 송출되었다.


“좀 당혹스럽네요. 새롭긴 합니다. 나쁜 말은 하지 않겠습니다. 평가는 국민 여러분이 하시는 거니까요.”


심사 위원들은 평범한 평점을 주며 타이즈&가이즈를 평가절하했다.

하지만 대중의 반응은 달랐다. 다음날부터 대한민국 전체에 난리가 났다. 레코드샵의 타이즈&가이즈 음반은 종류를 가리지 않고 동이 나고, 방송국은 물론 여기저기서 타이즈&가이즈 출연 요청이 쇄도했다.


나는 타이즈&가이즈 매니저 박수남을 따라다니며 이 모든 것을 지켜보았다. 방송 한방으로 빅 히트에 성공하자 타이즈&가이즈 멤버들은 물론 매니저 박수남의 얼굴도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그들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런데 단 한 사람, 이번 성공의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장현천만은 표정이 복잡미묘했다. 인기를 즐기는 게 아니라 무언가 다른 걱정을 하는 듯했다.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


어쩌면 너무 이른 나이의 성공이 믿기지 않는 것일 수도 있었다. 에라, 도저히 궁금해서 못 참겠다.


“현천이 형은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는 거예요?”

“응? 그냥···. 진수현과 키키를 보고 너무 멋있어서 똑같이 3인조 그룹으로 같은 장르의 음악을 시작한 거거든. 그런데 정말로 이렇게 성공했다는 게 믿기지 않아.”


모르긴. 본능적으로 운명이 이끄는 대로 끌려가는 거지.


그리고 드디어 그날이 왔다.

타이즈&가이즈의 뮤직비디오가 공중파 방송을 통해 송출되었다.


지금이야 한 번 방송되면 디지털 데이터 영상으로 기록이 남고, 인터넷에도 해당 방송 영상이 떠돌아다니지만, 이때는 그렇지 않았다. 아날로그 방송 시대라 미래와는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 뮤직비디오 원본테이프가 사라지면 남는 것은 내가 가지고 있는 2개의 복사본이 유일한 뮤직비디오 영상이 된다.


PC통신의 ‘타이즈 매니아’에 접속했다.

동호회에는 가입 회원들 숫자로 폭발하고 있었다. 쪽지함에도 뮤직비디오 복사본을 사겠다는 사람들 쪽지가 수백 통이나 도착해 있었다.


‘후후, 이게 성덕의 맛이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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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작곡 천재 24.08.17 87 1 12쪽
18 추락 24.08.16 91 1 11쪽
17 부도 24.08.15 90 1 14쪽
16 투자 +1 24.08.14 93 1 13쪽
15 성덕 클라스 24.08.13 91 1 13쪽
» 투서 24.08.12 94 1 12쪽
13 질투는 나의 힘 +1 24.08.11 110 3 13쪽
12 복수 24.08.10 114 2 13쪽
11 와이프 24.08.09 389 3 12쪽
10 뮤직비디오 24.08.08 114 3 12쪽
9 자수 그리고 거성기획 24.08.07 106 1 12쪽
8 대마초 24.08.06 110 3 12쪽
7 조경수 사업 24.08.05 113 1 12쪽
6 테스트 24.08.04 118 2 12쪽
5 간장 양념 치킨 24.08.03 131 1 14쪽
4 소중한 추억 속의 나 +1 24.08.02 136 4 12쪽
3 넌 모르지 24.08.01 140 3 12쪽
2 멍청이 24.07.31 165 3 11쪽
1 돌아왔다 1990! +5 24.07.30 214 3 3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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