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제국의 황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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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습
작품등록일 :
2024.07.30 05:53
최근연재일 :
2024.08.23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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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9 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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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무대

DUMMY

꽤 힘든 연습 기간이었다.

프로의 무대는 내 손에 쉽게 쥐어지지 않았다. 안무가는 엄청난 연습을 요구했다.

그리고 드디어 오늘! 나는 미령, 영미와 함께 무대에 올랐다.


무대의 조명이 너무 밝아 관객석은 잘 보이지 않았다.

의식하지 않고 연습한 대로 무대에서 <삼각관계> 노래에 맞춰 춤을 추었다.


_ 우린 언제나 웃음꽃 피웠지 -♬

_ 서로의 마음 다 알고 있었지 -♪

_ 그러다 너를 만난 그날부터 -♬

_ 모든 게 조금씩 변해갔어 -♪


_ 너의 눈빛 속에 그가 비치고 -♬

_ 내 맘도 점점 흔들려만 가 -♪

_ 아무렇지 않게 웃고 있지만 -♬

_ 내 마음속엔 혼란만 가득해 -♪

...


너무 긴장해서 어떻게 마쳤는지 기억나지 않았다.

곡이 끝나자 박수 소리가 나왔고, 우리는 서둘러 무대 아래로 내려왔다.

매니저 윤성조도 고생했다며 박수를 보내주었다.

무대 아래 제작진과 스태프도 우리를 뚫어지게 바라보는 것이 느껴졌다. 미령과 영미의 미모가 상당했기에 어딜 가든 사람들의 시선을 받았다.


대기실로 돌아온 우리는 무사히 해냈다는 안도감에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그저 웃었다. 감격했는지 미령은 눈물을 보이며 훌쩍였다. 그녀에게는 평생의 소원이 이루어지는 순간이기도 했다. 영미는 다가가 미령을 안아주었다.


~*~


일주일 후, 녹화한 첫 방송이 전파를 타는 날이다.

본방송은 사무실에 모두 모여 함께 시청했다.

최만수 사장, 이진영, 윤성조, 문미령, 변영미, 나 이렇게 여섯이 모여 커다란 브라운관 TV 화면을 바라보았다.


반주 소리와 함께 두 사람의 노래가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왔다. TV화면으로 나오는 내 모습은 정말 이상했다.


‘저게 나라고?’


미령과 영미도 자신들의 낯선 모습에 얼굴이 빨개지며 어쩔 줄 몰라 했다.


...

_ 이건 우리 둘만의 삼각관계 -♬

_ 어느 쪽도 선택할 수 없는 내게 -♪

_ 가까워질수록 멀어져 가는 우리 -♬

_ 어쩌면 처음부터 알았던 걸까 -♪

_ 이건 피할 수 없는 삼각관계 -♬

_ 우정과 사랑 사이 흔들리는 내게 -♪

_ 서로에게 더 솔직할 수 있길 -♬

_ 결국엔 누군가 울고 말겠지 -♪


_ 그의 말 한마디에 가슴이 뛰고 -♬

_ 너와 나 사이엔 어색함이 떠 -♪

_ 그 누구도 몰랐던 이 감정들 -♬

_ 이제 와서야 서로를 미워해 -♪

_ 너의 표정 속에 숨겨진 마음 -♬

_ 나도 어쩔 수 없는 이런 마음 -♪

_ 어쩌다 우리 이렇게 됐을까 -♬

_ 돌이킬 수 없는 길을 걸어가 -♪


미령과 영미는 연습한 그대로 무대에서 노래 부르며 춤을 추었다. 무엇보다 두 사람의 표정이 자연스러운 게 압권이었다.


“오, 셋 모두 눈빛 좋은데? 계속 저렇게만 해.”

“진짜 삼각관계인 것처럼 느껴지긴 하네.”

“이러다가 사람들이 오해하는 거 아니에요?”

“스캔들 나면 골치 아픈데···.”


순간, 마치 비밀을 들킨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최만수 사장의 눈빛 발언 때문이었을까? 난 화면에 클로즈업으로 잡히는 우리 셋의 눈빛을 살펴보았다.

나야 미령에게 관심이 있으니 당연하고, 문제는 영미였다. 화면 속 영미의 눈빛은 회귀 전 그녀가 나에게 먼저 고백했을 때의 눈빛이었다.


_ 이젠 알겠어, 우정은 깨지 않길 -♬

_ 하지만 마음은 이미 너무 멀리 -♪

_ 서로 다른 길을 가야 할까 -♬

_ 아니면 이대로 함께할 수 있을까 -♪


환장하겠네.

아마 와이프도 같이 회귀했다면 의견은 나랑 같을 거다.

이번 생은 다른 사람과 살아보자는 거지.

그런데 지금 그녀는 나와 결혼하기 전이니 아무래도 나에게 빠진 듯했다. 이건 노래뿐만 아니라 진짜 삼각관계다.


_ 이젠 말해줘, 그를 선택할 건지 -♬

_ 아니면 우정을 지킬 건지 -♪

_ 이 삼각관계 끝을 내야만 해 -♬

_ 하지만 답은 아직 모르겠어, 우린... -♪


노래가 끝났다.


“수고했어. 너무 잘했어!”


최만수 사장은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은 다음 가수의 무대에 집중했다. 하지만 난 변영미의 눈을 바라보았다.


‘여보, 정말이야? 정말 또 나한테 반한 거야?’


영미의 눈은 매우 복잡해 보였다.


‘이게 운명이란 건가?’


정해진 운명의 짝은 결국 어떤 식으로든 연결된다고 한다. 내가 인생의 갈림길에서 어떤 선택을 하든 결국 운명에서 정해진 짝과 결혼하게 된다는 것이 ‘운명론’이다.


그리고 그런 나와 미령, 영미의 얼굴을 윤성조가 유심히 살피고 있었다.


~*~


노래 반응은 좋았다.

대박은 아니었지만, 노래방과 라디오에서 꾸준한 사랑을 받으며 가요 순위 20위 안쪽으로 들어오는 성공을 이루어냈다.

보통 5위 안에 들면 초대박, 10위 안에 들면 대박이라고 한다. 흔히 빅히트 기준이 10위권 안쪽 안착이다. 이 안에서 얼마를 버티느냐에 따라 인기의 판도가 판가름 난다.


우리는 여기저기 행사와 공연에 불려 다녔지만, <삼각관계>는 10~20위 사이의 박스권에 갇혀있었다. 이 시기 가요계는 워낙 쟁쟁하고 내로라하는 가수들이 포진해있었다. 이 때문에 신인 가수가 10위 안에 들어가기란 절대 쉽지 않은 일이었다.


미령과 영미의 외모 때문에 유독 패션 잡지 화보 촬영 스케줄이 많았다.


‘영미는 전생이나 지금이나 출판 쪽과 인연이 많네.’


이런 날은 난 빠지기 때문에 사무실에 나와서 편곡과 작사 일을 했다.

한참 작사에 몰두해 있는데 최만수 사장이 불렀다.


“나랑 얘기 좀 할래?”

“네.”




사장실에서 마주한 최만수는 나에게 차를 타주며 물었다.


“어때? 할 만하니?”

“네. 재미있고 좋습니다.”

“너도 지금 현역에 데뷔한 거지만, 네가 보는 음반 시장은 어떠니?”

“네?”

“지금의 음반 시장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냐고.”


난 최만수 사장이 왜 이런 질문을 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진수현의 필로폰 사건 이후, 말은 하지 않았으나 그는 무척 혼란스러워 보였다.


“지금 우리 가요계는 타이즈&가이즈 장현천의 세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수현이 형이 그렇게 되지 않았다면 둘이 양분했을 텐데 지금은 타이즈&가이즈가 독주하고 있죠.”

“그러게나 말이야.”


최만수 사장은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타이즈&가이즈 뒤를 DELUXE가 바짝 뒤쫓고 있습니다. 김현우 역시 싱어송라이터라 장현천과 비교되고 있고요.”


그 DELUXE 역시 최만수가 놓친 패였다.


“지금 가요 시장은 10대와 20대가 주도하고 있습니다. 앨범의 주 소비층이 10대와 20대란 얘깁니다. 그리고 이건 시간이 갈수록 더욱 심화할 겁니다.”


나를 바라보는 최만수의 눈빛이 빛났다.

그리고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너도 그렇게 보고 있구나. 그래서 10대 소녀 팬을 타깃으로 하는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야. 네가 그 프로젝트에 들어와 주었으면 한다.”


헉! 잠시 숨이 멈췄다.


그 얘기는 애즈엔터테인먼트 역사상 최대 히트 그룹이자 애즈기획을 수렁에서 구해낸 H.I.T의 멤버가 되어 달라는 소리였다.


“<루키 온 더 타운>처럼 5인조 그룹으로 만들까 해.”


아이고, 그럼 맞다.


‘내가 H.I.T의 멤버가 된다고?’


하지만 내가 H.I.T에 들어가면 기존 멤버에서 누군가는 빠져야 한다. 그럼 그 사람의 운명이 바뀐다. 절대로 하면 안 되는 짓이다.


“프로젝트 참여라면 멤버로 말입니까?”

“응. 5명 중 네가 첫 번째야.”

“솔직히 저는 외모도 그렇고, 노래도 별로지 않습니까?”

“완벽한 사람은 없어. 혹여 하늘이 주신 재능을 타고나더라도 수현이처럼 엉뚱한 사고를 치면 아무 소용없지. 부족한 부분은 시간을 들여 우리가 채워주면 돼. 넌 매우 성실하고 편곡과 작사에 재능이 넘치니 멤버가 될 자격이 충분해.”

“외모랑 노래를 어떻게···?”

“얼굴은 성형, 목소리는 기계로 튜닝하면 되잖니. 어쨌든 너도 절대 음감이 있으니까 나머지는 큰 문제가 아냐.”


이전까지는 타고난 재능이 있어야 가수가 될 수 있었다. 수려한 외모와 가창력은 필수다.

그런데 이제 시대가 변하고 있었다. 기획을 통해 아이돌 그룹을 만드는 거다. 그 결과물이 바로 미국의 ‘루키 온 더 타운’이었고, 최만수 사장은 그 시스템 그대로 5인조 그룹을 만들려는 것이었다. 그래서 좀 모자란 내 외모와 목소리 같은 건 크게 문제 되지 않았다.


“사장님, 저는 그보다 편곡과 작사 쪽으로 참여를 하고 싶습니다.”

“멤버로 활동하면서 함께 하면 되지.”

“회사의 명운을 건 그룹이라 부담도 되고요. 어쩐지 제 자리가 아니라는 느낌이 계속 듭니다. 저보다는 퍼포먼스가 더 뛰어난 친구를 뽑아주세요.”


최만수 사장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왜? 망할 거 같니?”

“아뇨! 오히려 그 반대입니다. 아마 초대박이 날 거예요.”

“그런데 왜? 네 인생이 바뀔 텐데···. 설마 <삼각관계> 활동 때문이야? 그거라면 걱정 안 해도 돼. 보이그룹 데뷔는 한참 뒤의 일이니까.”

“저도 압니다. 그것 때문 아닙니다.”


아씨, 이걸 뭐라고 설명하지? 내 인생이 바뀌는 건 좋지만 그렇다고 엄한 사람 운명이 바뀌면 안 되잖아.


“그럼 5인조가 아니라 6인조로 해주십시오. 그럼 들어가겠습니다!”

“5인조가 아니라 6인조?”

“네.”

“왜지? 왜 6인조여야 해?”

“음, 그냥 직감입니다. 어쩐지 그래야 나중에 무탈할 거 같습니다.”

“허, 녀석. 6인조라···.”


최만수 사장은 고민에 들어갔다. 그리고 얼마 후, 입을 열었다.


“그래, 좋아. 6인조로 하마.”

“그리고 새로운 그룹의 프로듀서로도 참여하겠습니다.”


최만수 사장이 미소 지으며 답했다.


“넌 이미 우리 회사의 대표 프로듀서야.”


~*~


DELUXE 1집은 그야말로 초대박이 났다.

물론 타이즈&가이즈에 비할 바는 아니었지만, 그와 비견되는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1집 활동이 끝나자 정산에 들어갔다. 나는 모든 과정을 변호사를 통해 진행했기 때문에 호민환 사장은 수입을 속일 수 없었다.


“음반 판매 수익만 11억이네요. 거기에 각종 공연과 행사 출연료 그리고 광고 수입까지. 전부 다 해서 대략 31억.”


난 휘파람을 불었다.


“그래. 이게 다 네 덕분이구나.”


사실 가장 고마워해야 할 사람은 호민환 사장이 아니라 김현우와 이재성이다. 만약 다른 기획사와 계약했다면 수익금이 훨씬 적었을 테니까. 하지만 내 덕에 둘은 18억을 벌었다.


“회사 운영비 1억을 제하고, 30억 중 40%는 12억. 그중에 네 몫은 20%니까 2억 4천이다.”


호민환 사장은 내 앞에 수표로 2억 4천을 내놓았다.

2억 4천. 지금 시대에선 엄청난 돈이다.


“이상하구나. 놀랄 줄 알았는데···.”

“아, 이미 어느 정도 예상을 했거든요. 음반 대박 났을 때 판매량과 활동 수익을 대충 계산했었습니다.”

“왜? 너무 적어? 그럼 처음에 지분이 아니라 DELUXE 수익 배분을 하자고 했어야지. 네가 투자금을 2억이나 들고 와서 그런 계약을 했던 거야. 앞으로 들어올 애들은 그런 계약 안 할 거다. 그러니 너도 어디 가서 이 얘기는 하지 마.”


나는 1억짜리 수표를 빼서 호민환 사장 앞에 다시 내밀었다.


“이 돈은 사장님께 다시 투자하겠습니다. 그러니 지분을 주세요.”

“뭐?”


호민환 사장은 당황했는지 한동안 아무 말이 없었다.


“1억이라고 해도 10%는 못 준다.”

“압니다, 저도. 지금 사장님 수중에 대략 10억 정도가 있으니 5%라도 지분을 떼어주시죠?”


호민환 사장의 눈꺼풀이 파르르 떨렸다. 뭐 이런 놈이 있냐는 표정이다.


“허허, 참 나. 만약 내가 거부한다면?”

“저는 사실상 사장님의 동업자 아닌가요? 이 회사 처음 시작할 때 제가 투자했으니까요. 또 DELUXE도 여기로 끌어오고.”

“흠, 그렇긴 하지.”

“거부 안 하실 거 압니다. 저는 사장님의 미래에 투자하고 싶습니다. 사장님의 능력을 믿거든요. 그러니 지분 5%라도 내놓으시죠?”

“이런 날강도 같으니. 25%면 4분의 1을 네가 가지게 되는구나.”


호민환 사장은 1억 수표를 챙겼다.


“그런데 투자하려면 2억 다 주지 남은 돈은 어디에 사용하려고?”

“곧 다른 곳에도 투자해야 할 거 같아서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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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투자 +1 24.08.14 93 1 13쪽
15 성덕 클라스 24.08.13 91 1 13쪽
14 투서 24.08.12 93 1 12쪽
13 질투는 나의 힘 +1 24.08.11 110 3 13쪽
12 복수 24.08.10 113 2 13쪽
11 와이프 24.08.09 388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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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자수 그리고 거성기획 24.08.07 106 1 12쪽
8 대마초 24.08.06 110 3 12쪽
7 조경수 사업 24.08.05 113 1 12쪽
6 테스트 24.08.04 117 2 12쪽
5 간장 양념 치킨 24.08.03 131 1 14쪽
4 소중한 추억 속의 나 +1 24.08.02 136 4 12쪽
3 넌 모르지 24.08.01 139 3 12쪽
2 멍청이 24.07.31 165 3 11쪽
1 돌아왔다 1990! +5 24.07.30 214 3 3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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