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제국의 황제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대체역사

김미습
작품등록일 :
2024.07.30 0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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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3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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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2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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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언가

DUMMY

- < 물론 유명해지고는 싶지. >


이진영의 1집은 전문가와 마니아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긴 했으나 진수현이나 이건호, 장현천처럼 크게 히트하여 슈퍼스타로 자리매김을 한 건 아니었다.


“그럼 나랑 같이 사람 목숨 살리고 유명해지자고요.”

- < 그게 무슨 소리야? >

“내일 아침 출근 시간에 성수대교가 무너질 겁니다. 그럼 많은 사람이 죽게 될 거예요. 그걸 막아보려고요.”


이진영은 한동안 대답이 없었다.


- < 너 ‘신기’ 있다는 게 사실이야? >

“네. 그러니까 나랑 같이 내일 아침 일찍 성수대교에 나가요.”

- < 그래도 그건 너무 생뚱맞은걸. 다리가 무너질 거라니? >

“형은 9시 뉴스도 안 봐요? M방송국 뉴스에도 나왔단 말이에요! 다른 사람들한테 물어봐요. 내 말이 맞나, 틀리나! 성수대교는 내일 아침에 분명 무너집니다!”


잠시 고민하던 이진영이 대답했다.


- < 알겠어. 내일 아침에 함께 나가자. >


~*~


드디어 아침이 밝았다.

오늘을 대비해서 미리 작업복인 야광 조끼를 구해놓았다.

이진영과 나는 6시 반에 성수대교 앞에서 만났다.


‘몇 시에 무너지더라?’


고등학생들이 탄 등교 버스가 사고 차량 중 하나였으니 7시는 훨씬 넘은 시각이 아니었을까 싶다.

우리는 우선 다리를 도보로 건너며 상태를 살폈다.

이상 상태를 먼저 발견한 이진영이 소리쳤다.


“여기야, 여기!”


이진영이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곳을 보니 정말로 다리 상판 접합부가 눈에 띄게 벌어져 있었다.


“이거 정말 곧 무너질 거 같은데?”


한강 다리에는 항상 교통을 통제할 수 있도록 입구 쪽에 바리케이드가 있다. 나는 다리의 북쪽을, 이진영은 다리의 남쪽을 막고 차량 이동을 7시부터 통제했다.


다리가 통제되자 출근하던 많은 차량이 혼란스러워했다.


“다리 건너가지 못하는 겁니까?”

“네. 오늘부터 여기는 이용하실 수 없습니다!”

“뭐야? 교통방송에서는 아무 얘기도 없었는데···.”


당연하다. 이건 정부 지침이 아니라 오직 내 판단이기 때문에.



경찰이 현장에 나타난 건 1시간 정도가 지나서였다. 누군가 경찰에 문의 전화를 했고, 이상하게 생각한 경찰이 출동한 거였다.

출동한 경찰이 나에게 물었다.


“어디서 나오신 겁니까?”

“그냥 시민입니다.”

“네? 시청에서 나오신 거라고요?”

“아뇨. 그냥 서울 시민입니다.”


내 대답을 들은 경찰이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공무원도 아니신데 여기 다리를 막고 계신 거예요?”

“네.”

“왜요?”

“다리가 곧 무너질 것 같아서요. 사람들이 죽거나 다치면 안 되지 않습니까? 그래서 자의적인 판단으로 시민들이 다리를 건너지 못하도록 했습니다.”


출동한 경찰관은 나를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내 모습을 위아래로 훑으며 관찰하였다. 혹시나 정신 이상자가 아닌지 확인하려는 듯했다.


“멀쩡한 다리가 왜 무너진다는 거예요?”

“다리는 멀쩡하지 않습니다. 두고 보세요. 곧 무너질 테니까.”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다리는 무너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무너질 시간이 지난 거 같은데?’


무너지지 않는 건 당연했다. 차량이 계속 이동하고, 버스 같은 무거운 차량 때문에 다리에 전해지는 무게 스트레스가 최고조에 달했을 때 다리는 끊어진다.

그런데 7시부터 그걸 막고 있으니 끊어질 리가 있나?


“자의적인 판단으로 이렇게 다리 통행을 막으시면 안 됩니다!”

“만약 다리가 무너져서 시민들이 죽거나 크게 다치면 경사님이 책임지실 겁니까?”


나를 강제로 끌어내려던 경찰 둘이 멈칫했다.


“다리가 정말 무너진다는 겁니까?”

“네. 직접 가서 확인해보시겠습니까?”


경찰은 나와 함께 다리 중간으로 가서 끊어지기 직전의 상판 연결부를 확인했다.

놀란 경찰은 다시 경찰차로 돌아와 무전으로 여기저기 연락을 취했다.


“다리가 곧 무너질 거 같다는데 시청에 문의 좀 해주세요.”


하지만 시청은 아직 공무원들 출근 전이다.

최소 8시 반 아니 9시는 돼야 연락이 가능할 거다.


실랑이가 벌어진 건 이진영이 있는 남쪽도 마찬가지였다.

그쪽은 아예 방송국 카메라까지 출동하여 촬영 중이다.

그런데 그만 남쪽이 뚫렸다. 출동한 경찰이 이진영을 제압하고 바리케이드를 치운 것이다.


“으악! 이거 놔! 다리가 무너진단 말이야!”


이진영의 고함에 일반 승용차 운전자들은 다리에 진입하지 못했다. 경고를 무시하고 다리로 진입한 건 골재를 실은 커다란 덤프트럭 2대였다.


거대한 덤프트럭 2대가 대교 위를 질주했다. 나는 그 모습을 불안한 표정으로 지켜보았다.


“이런 미친!”


덤프트럭 1대가 무사히 통과 후, 다른 1대가 중간 지점을 통과한 순간, ‘우직끈’하는 소리와 함께 다리 상판 하나가 강 아래로 떨어져 내렸다.

쾅!

다행히 두 번째 덤프트럭은 간발의 차이로 추락 위험에서 벗어났다.

정말로 다리가 끊어지자 나를 비롯하여, 그 순간을 지켜보고 있던 모든 사람이 할 말을 잃었다.


“정말로 끊어졌네···.”


내 옆에서 그 광경을 그대로 지켜보던 경사가 말했다.


~*~


다리가 정말로 무너지자 대한민국 국민 모두는 큰 충격에 휩싸였다.

특히 난리 치며 차량 통행을 막는 이진영의 모습이 모자이크 처리 없이 그대로 방송되어 이진영은 일약 유명인사가 되었다.


- < 저희 소속사에 김성민이라고 천재 작곡가가 있거든요. 나이도 어립니다. 열아홉 살이에요. 그 친구가 그러더라고요. 다리가 곧 무너지니까 같이 나가서 시민들을 구하자고요. 그래서 이렇게 여기 나오게 되었습니다. >


TV 뉴스 화면에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지랄 발광하는 이진영의 모습은 진짜 미친 사람 같았다.

인터뷰는 나에게 이어졌다.


- < 어제 M방송국 뉴스를 봤는데 다리가 위험하다고 그랬어요. 그런데 시청과 정부에서는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고요. 가만 생각해보니 방송국 기자님이 이유 없이 그런 뉴스를 내보낼까 싶더군요. 그래서 이렇게 나와서 다리 통행을 막게 되었습니다. >


나와의 인터뷰가 끝나자 기자는 내 이력을 소개했다.


- < 이 소년은 진수현의 히트곡인 ‘소중한 추억 속의 나’를 작사, 작곡하였으며, ‘삼각관계’를 부른 영원의 백댄서로도 활약하였습니다. >


기자가 내 이력을 소개하는 사이, 이진영 1집의 뮤직비디오와 내가 작곡한 <소중한 추억 속의 나> 그리고 < 삼각관계 > 뮤직비디오 영상이 방송을 탔다.


당연히 애즈기획 사무실은 그날부터 전화기에 불이 났다.

온갖 언론사에서 인터뷰 요청이 쇄도했다.

최만수 사장이 우리에게 물었다.


“너네 도대체 무슨 사고를 치고 다니는 거니?”


나와 이진영이 벌인 일은 단순하지 않았다.

공무원들도 방관한 시민 안전을 젊은 가수 연예인 둘이 해냈다는 사실에 뉴스와 신문 보도 초점이 맞춰지면서 연예인에 대한 국민의 인식이 완전히 바뀌었다.


이전까지는 그저 무대에서 춤추고 노래하며 마약이나 하는 딴따라 광대 이미지였다면, 지금은 성숙한 시민 의식을 가진 고도의 예술인으로 바뀌었다.

특히 애즈기획의 대표 최만수가 명문대학 출신에, 해외 유학파라서 지성적인 이미지는 더욱 강하게 폭발했다.


진수현의 마약 사건 때문에 바닥으로 추락했던 애즈기획의 이미지 또한 이날 이후 정상으로 회복하게 되었다. 최만수 사장의 입가에서는 매일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같은 시각, 시청에서도 시장이 공무원들과 갑론을박을 벌이는 중이었다.


“고작 저 어린 연예인도 한 일을 여러분은 왜 하지 않은 겁니까?”

“솔직히 그 나이에 학교에 다니지 않고 연예인을 하는 아이입니다. 정상이 아니에요. 전날 뉴스를 보고 어쩌다가 운이 좋아 뒷걸음질로 쥐를 잡은 거죠.”

“이게 어쩌다가 운이요? 정상이 아니다? 그런 애가 서울 시민 몇 명의 목숨을 구한 줄 아십니까?”

“솔직히 다리가 무너지리라 생각한다는 게 비정상 아닙니까?”

“그럼 전날 M방송국 뉴스는요? 그 기자는 무슨 근거로 그런 보도를 내보냈답니까?”


국장급들이 대답하지 못 하자 시장의 비서가 나섰다.


“전조 증상이 있었고, 그걸 시민들이 방송국에 제보한 거라고 합니다. 기자도 시청 쪽에 상황을 알려왔고요.”

“허 참, 그런데도 다리 통행을 막지 않았다?”


이 사건은 공무원 사회의 대변화를 가져오게 된다.

이전까지는 보수적이며 수동적이고 시민 위에 군림하는 공무원이었다면, 능동적이며 시민을 위한 서비스직이 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시민계는 물론 정치권에서도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걸 보면 정말로 현명한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인간은 무엇이든 직접 눈으로 보고 경험해야 학습이 된다.

그래서 인간의 역사는 그렇게 수많은 시행착오를 직접 겪고 희생을 통해 발전해 왔다.


‘나 역시 한 번 경험해본 삶이다. 학습되었으니 시행착오도, 내 인생의 희생도 없을 것이다.’


~*~


이 사건을 계기로 나의 예지 능력은 더욱 크게 소문이 났다.

이전까지는 송창훈과 최만수 사장 주변의 몇몇 인사들만 알고 있는 사실이었는데 이젠 아예 연예계 전체가 나의 예지 능력을 알게 되었다.

처음에는 나와 인터뷰하려는 언론사의 전화가 대부분이었다면, 지금은 나의 예지 능력을 이용해 성공 여부를 알아내려는 연예인과 기획사 대표들이 대부분이었다.


너무 많은 전화가 오다 보니 다른 업무를 제대로 하지 못할 지경이 되었다.

최만수는 나를 사장실로 따로 불렀다.


“죄송합니다, 사장님.”

“아냐, 아냐. 뭐 그럴 수도 있지. 너의 능력이 네가 원해서 얻어진 건 아니니까.”


최만수 사장은 착한 게 아니라 인간성 자체가 좀 다르다. 단순히 너그러운 게 아니라 상당히 논리적이다. 이렇게 현명하니 그런 성공을 거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런데 말이야. 혹시 지금 우리 연습생 중에 누가 마지막까지 살아남는지도 알고 있니?”

“네.”

“아, 그래?”


아는 걸 모른다고는 할 수 없으니까.

잠시 고민하던 최만수 사장은 결정했다는 듯 다시 물었다.


“그게 누군데?”

“지금 연습생 중에서는 강찬과 문이성을 제외하곤 모두 탈락합니다. 나머지 멤버 셋은 따로 구하셔야 합니다.”


나의 단호한 말에 최만수 사장은 할 말을 잃었다.

연습생 10명 중 벌써 3명은 합숙과 훈련에 적응하지 못하고 회사를 떠났다. 일곱 명 중 다섯은 회귀 전에 연예계에선 보지 못한 얼굴들이었다.


“그렇구나.”


최만수 사장은 뭔가 골똘히 생각했다.


“그럼 시간 낭비할 필요는 없겠네.”


이미 그도 어느 정도 느끼고 있을 터였다. 어쩌면 나를 통해 확신이 필요했는지도 모른다.


강찬과 문이성을 제외한 연습생 다섯은 그대로 짐을 싸서 회사를 떠났다.




많은 기획사 사장님들이 신인 가수 음반의 성공 여부를 묻기 위해 나를 접촉해왔다. 난 공짜로 알려줄 수 없다며 꽤 많은 돈을 요구했는데 그중에는 <널 떠나며>로 대박 히트한 고준영도 있었다.


“그냥 알려드릴 수는 없습니다. 백만 원이에요. 대신 결과는 정확합니다. 틀리면 그 돈 그대로 돌려드리죠.”


놀라운 건 50%의 확률임에도 어떤 이들은 백만 원을 아까워하지 않았다.


“사장님, 고준영은 이 앨범으로 대박이 날 겁니다. 대한민국 연예계에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하는 인물이 될 거라고요.”

“그래? 그럼 장현천만큼 성공할까?”

“이번 앨범이 아니라 고준영은 나중에 자기 회사를 차린 후 중년의 나이가 되면 그보다 더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인물이 될 겁니다.”

“그렇군.”


그러고 보니 고준영의 회사도 나중에 잘나가는 기획사가 된다.


‘하, 여긴 어떻게 발을 담글까?’


~*~


1994년은 DELUXE가 2집과 2.5집 앨범을 발매하며 여전히 잘나갔다. 그 결과 연말 정산 때 내 수익금은 무려 4억 원에 육박하였다. 호민환 사장이 물었다.


“성민아. 네 부모님은 네가 이렇게 돈을 잘 번다는 걸 아시니?”

“아뇨. 요즘 로데오거리에 2호점까지 내셔서 장사하시느라 바쁘세요. 그냥 노래나 부르고 춤이나 추러 다니는 줄 아십니다.”


난 그 돈 중 절반인 2억을 다시 그 앞에 내 놓았다.


“2억은 다시 사장님께 투자하겠습니다.”

“이번에도 최대 5%밖에 못 줘. 그래도 할 테냐?”

“네.”

“헐, 너한테 미래 예지 능력이 있다고 하더니 내가 앞으로 엄청나게 성공하긴 하나 보구나.”


그저 ‘씨익’ 하며 미소 짓고 말았다. 나는 거성기획의 지분율을 그렇게 30%까지 끌어 올렸다.



반면 최만수 사장은 ‘AS엔터테인먼트’라는 별도의 법인 설립을 준비 중이었다.


“성민아, 내가 ‘AS엔터테인머트’라는 법인을 별도로 만들고 새로 만드는 너희 아이돌 그룹을 여기에 소속시켜 기획할 건데 어떠니? 성공할 거 같아?”


나는 최만수 사장 앞에 그동안 모은 돈 3억 원을 내밀며 요구했다.


“사장님, 3억입니다. 제 전 재산이에요. 애즈 엔터테인먼트에 이 돈 모두를 투자하겠습니다.”


1억짜리 수표 3장을 멍하니 보던 최만수 사장이 물었다.


“너 도대체 이 큰돈을 어디서 난 거니? 아니 그보다 너 새로 만드는 회사 출자금이 얼마인 줄은 알아?”

“얼마인데요?”

“5천만 원.”

“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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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제국의 황제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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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사계절 24.08.23 51 2 11쪽
» 예언가 24.08.22 53 1 13쪽
23 변명 24.08.21 70 2 11쪽
22 실수 24.08.20 72 1 10쪽
21 첫 무대 24.08.19 77 3 12쪽
20 편곡의 신 24.08.18 83 1 12쪽
19 작곡 천재 24.08.17 87 1 12쪽
18 추락 24.08.16 92 1 11쪽
17 부도 24.08.15 90 1 14쪽
16 투자 +1 24.08.14 93 1 13쪽
15 성덕 클라스 24.08.13 91 1 13쪽
14 투서 24.08.12 94 1 12쪽
13 질투는 나의 힘 +1 24.08.11 110 3 13쪽
12 복수 24.08.10 114 2 13쪽
11 와이프 24.08.09 389 3 12쪽
10 뮤직비디오 24.08.08 114 3 12쪽
9 자수 그리고 거성기획 24.08.07 106 1 12쪽
8 대마초 24.08.06 110 3 12쪽
7 조경수 사업 24.08.05 113 1 12쪽
6 테스트 24.08.04 118 2 12쪽
5 간장 양념 치킨 24.08.03 131 1 14쪽
4 소중한 추억 속의 나 +1 24.08.02 136 4 12쪽
3 넌 모르지 24.08.01 140 3 12쪽
2 멍청이 24.07.31 165 3 11쪽
1 돌아왔다 1990! +5 24.07.30 214 3 3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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