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제국의 황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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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습
작품등록일 :
2024.07.30 0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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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7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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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곡 천재

DUMMY

지금 애즈기획은 메인 작곡가가 그만두고 퇴사한 상황.

그런데 나는 애즈기획의 최대 히트곡인 <소중한 추억 속의 나>를 작사, 작곡한 사람이다.

최만수 사장의 표정은 ‘너만 믿는다’는 표정이다.


‘아, 부담 100배다.’


“부끄럽게 생각하지 말고 작곡한 거 있음 전부 가져와 봐.”


가져오긴 뭘 가져오라는 겁니까, 참!

이런 때엔 거짓 없이, 그냥 솔직하게 말하는 게 정답이다.

괜히 불필요한 기대감을 만들 필요가 없다. 그럼 나중에 실망만 더 커질 테니까.


“정말로 없습니다. <소중한 추억 속의 나>는 수현이 형의 콧노래 멜로디를 듣자마자 마치 노래가 머릿속에 들어오는 것처럼 들리더라고요. 그래서 만들게 된 곡이거든요.”

“오, 그래?”


최만수는 신기하다는 눈빛으로 날 바라보았다.


“그럼 또 그런 현상이 나타나면 좋겠구나.”

“헤헤, 저도요.”


어쩌지? 그냥 아주 먼 미래의 세상에 나타날 곡을 지금 작곡했다고 할까? 어차피 걸그룹 노래니까 나중에 나올 S.E.A 노래 중에 하나만 베껴?


‘아씨, 무당 아줌마가 그러면 안 된다고 그랬는데···.’


그래. 남의 노래 훔치면 안 되지. 더군다나 S.E.A 곡이면 지금 작곡 초안이 나와 있는지도 모른다.

큰일이다. 하루아침에 애즈기획의 유일한 희망이 되어 버렸다.

말은 안 하지만 최만수 사장의 눈빛은 ‘너만 믿는다’다.

이걸 어쩌지?


마침 문미령과 회귀 전 와이프 변영미도 사무실에 나왔다.

이제 성인이 된 두 사람은 대학 진학을 잠시 미루고 데뷔 앨범 준비에 몰두하기로 했다.

원래 가수가 꿈이라던 미령은 작곡도 배우고 있다.


“야! <소중한 추억 속의 나> 네가 만든 거라며?”

“어? 응.”

“작곡가였어? 그럼 우리 타이틀곡도 네가 만들어주는 거야?”

“그건 그냥 갑자기 떠올라서 그렇게 만든 거야. 꼭 비디오를 보는 것처럼 춤과 노래가 떠올랐거든.”

“와, 대박이다!”

“송도한 선생님 그만두셔서 걱정 많았는데 그럴 필요가 없네.”


최만수 사장이 우리 셋에게 말했다.


“다들 내 방으로 들어올래?”




우리가 소파에 앉자 최만수 사장은 잠시 망설이다가 이야기를 꺼냈다.


“우선 앨범에 실릴 곡 하나는 정해졌어.”


보니 미령과 영미는 이미 아는 눈치다.


“제목이 뭔가요?”

“삼각관계.”

“아, 삼각관계...요?”

“그래. 그래서 네가 필요한 거야. 네가 얘네 둘 사이를 왔다 갔다 하면서 춤을 추면 되거든.”

“헙, 그럼 댄서는 저 혼자인가요?”

“응. 처음엔 여성 댄서 둘을 붙일까 하다가 그보다는 이게 더 나은 거 같아서.”

“무대가 너무 심심하지 않을까요?”

“허허, 심심하지 않게 연출해야지. 그건 걱정하지 마.”

“그런데 왜 하필 저죠?”

“왜? 싫어?”

“아뇨. 그런 건 아닙니다.”

“우선 노랫말에 등장하는 남자가 연하야. 또 넌 키가 작아서 상대적으로 미령이와 영미가 커 보이거든.”


하, 키가 작아서 선택된 거구나.


“그리고, 묘하게 셋이 잘 어울린단 말이야.”

“뭐가 잘 어울려요?”

“삼각관계라는 말.”


헙! 사장님 그런 말씀은 위험합니다!

회귀 전 와이프와 삼각관계라뇨!


“그렇군요. ‘아미스타’의 데뷔곡은 <삼각관계>가 되는 거군요.”

“참, 팀명을 바꿨어.”


아이고, 팀명을 바꾸셨다고요? 내 저작권 날아가네.


“뭘로요?”

“버블걸스.”

“네... 네? 버블걸스요?”

“응. 아미스타는 힙합 쪽에 어울리잖아. 그런데 얘네 방향은 힙합이 아니라 발라드 쪽이거든.”


세상에, 버블걸스가 뭐람. 바니걸스도 아니고.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사장님, 버블걸스는 너무 올드하지 않나요?”

“그럼 뭐가 좋을까?”

“우리가 애즈 기획 첫 여성 그룹이니까... 애즈 퍼스트?”

“그건 절대 안됩니다!”

“왜?”


나중에 비슷한 이름의 여성 듀오 그룹이 나온다고! 엄청 유명한!!


“아니면 애즈 퍼스트 걸그룹(AS First Girl-group)의 약자를 따서 A.F.G 라고 하면 어떨까요?”

“A.F.G? 아프지? 좀 이상해.”

“그래, 맞아. 팀 앞날은 이름 따라가는 법이거든.”

“맞아. 맨날 아프면 어떡해.”


그래도 버블걸스만은 피하고 싶다. 내가 발굴한 첫 여성 듀오인데···. 더군다나 회귀 전에는 존재하지도 않았던 팀이지.


“운명이 이름을 따라간다면··· ‘에이 클래스’ 어때요?”

“에이 클래스? 너무 노골적이지 않나?”

“뭐 어때요? 외모도 에이(A)! 노래 실력도 에이(A)!”


그러자 영미의 웃음이 터졌다.

순간, 회귀 전처럼 반말이 튀어나왔다.


“왜? 아니, 왜요 누나?”

“아니, 외모는 몰라도 노래 실력은 아직 아니지 않나? 해서···.”

“아무튼, 그렇게 하기로 했어. 팀 이름은 그럼 좀 더 생각해보기로 하고, 성민이 넌 노래 좀 만들어 와.”

“네.”


~*~


집으로 돌아와 건반 앞에 앉았다.

피아노는 미령 누나에게 열심히 배웠다. 그리고 작곡가들로부터 틈틈이 작곡하는 방법도 조금씩 배웠다.

오선지를 꺼내 건반 위에 올려놓았다. 이제 악상만 떠오르면 그대로 오선지에 그리면 된다. 혹시 몰라 녹음기도 준비했다.


중학교 때의 일이다.

흥분한 음악 선생님은 히트곡의 비밀을 발견했다며 우리에게 특정 코드의 진행 규칙을 알려주셨다. 히트곡들은 대부분 같은 코드 진행을 보인다는 것이다.


나중에 알았지만, 이것이 바로 ‘머니 코드’라고 불리는 ‘캐논 코드’다.

머니 코드란, 파헬벨의 캐논을 바탕으로 나온 코드인데 대중음악에 자주 쓰이는 코드 규칙을 말한다.


예를 들면


C-G-Am-Em-F-C-Dm-G


또는


C-G/B-Am-Em/G-F-C/E-Dm-G


를 그대로 또는 약간 변형해서 사용하는 것이다.


그 외에도 1-5-6-4 진행이라고 하는데,


▷ C–G–Am–F

▷ G–D–Em–C


위와 같은 진행은 ‘캐논 코드’라고 해서 팝 음악에 굉장히 많이 등장한다. 그다음은 6-4-1-5 진행이다.


▷ Am–F–C–G

▷ Em–C–G–D


위와 같은 진행은 감상적인 곡에 주로 쓰이고,


▷ C–Am–F–G

▷ G–Em–C–D


요런 진행은 1-6-4-5 진행이라고 해서 클래식한 팝송에서 많이 발견된다. 다음은 1-4-5-4 진행인데


▷ C–F–G–F

▷ G–C–D–C


이런 진행은 단순하지만 매우 강렬한 느낌을 준다.


보통 작곡할 때 이런 코드 진행을 변형하여 사용하면 일명 돈이 되는, 대중이 좋아하는 히트곡을 만들 수 있다.


회귀 전에는 인터넷만 검색하면 나오는 흔한 팁이지만 지금은 얘기가 다르다.

음악 선생님도 자신이 발견하고 놀랐듯이, 이게 지금은 일반적인 상식이 아니다. 그저 알고 있는 사람만 아는, 작곡에 필요한 ‘비밀 육수’ 같은 기술이다.


이 코드들을 어떻게 기억하냐고?

기억이 아니라 음악 노트에 필기 되어 있는 내용이다.

회귀 전에도 혹시나 돈이 될까 싶어 열심히 필기했었다.


‘자, 그럼 나만이 아는 기술로 세상에 없는 히트곡을 만들어볼까?’




3시간이 지났다.

작곡은 단 한 마디도 나가지 못했다.

오랜 시간, 피아노와 작곡하는 법을 열심히 배운 나의 시간이 무의미해졌다.

도대체 나는 그동안 뭘 한 건가?

아무리 재능이 없다고 해도 어떻게 단 하나의 멜로디가 떠오르지 않는 거지?

자꾸 회귀 전에 좋아했던 노래들만 입속에서 맴돈다. 눈아의 <블랙홀 라인>, <내 남자는 386> 같은 곡들.


‘그냥 눈 딱 감고 눈아 노래 하나만 훔쳐?’


아니지. 나중에 무슨 벌전(罰錢)을 받으려고.


‘에휴, 드디어 이 사기 놀이도 끝이 보이는 건가?’


~*~


4월이 되었다.

DELUXE는 데뷔하자마자 슈퍼스타가 되었다.


최만수 사장은 김현우와 이재성을 한꺼번에 놓친 것을 뼈저리게 후회했다. 그의 표정은 손안에 굴러들어온 보석을 길바닥에 버린 사람의 표정이었다.


“난 왜 이렇게 바보 같을까.”


이 말을 DELUXE의 타이틀곡인 <너를 돌아보면>을 들을 때마다 내뱉었는데 혹시나 정신이 이상해진 게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역시 노래 가사대로 자길 돌아보며 반성하고 계시군.’


최만수 사장은 DELUXE의 곡을 매일 듣는 것이 괴로웠지만, 거성기획에 투자한 나는 매일이 너무나 기뻤다.

이대로만 가면 20%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나에게도 꽤 큰 돈이 들어오게 된다.


‘흐흐흐, 이것이 투자자의 ‘자부심’이라는 것인가. 행복하군!’


최만수 사장이 물었다.


“성민아! 노래는 아직이냐!”

“네!”


그런 게 있을 리가.

난 잽싸게 연습실로 도망갔다.




어느 날, 최만수 사장이 스튜디오로 오라고 불러서 갔다.

그런데 웬 마른 고릴라 아저씨가 자리를 하나 차지하고 앉아 있었다.

바로 작곡가와 가수를 구한다는 광고를 보고 찾아온 사람이라고 한다.


“얘가 바로 <소중한 추억 속의 나>를 만든 작곡가야.”

“우와!”


이진영은 마치 슈퍼스타를 만난는 표정으로 날 바라보았다.


“안녕? 난 이진영이라고 해.”


헐, 이 형이 애즈기획의 두뇌이자 작곡 천재가 될 이진영이라고?

최만수가 물었다.


“노래 좀 들어볼래?”

“네? 네.”


최만수는 이진영이 오디션용으로 준비해온 곡 11개를 차례대로 들려주었다.

노래가 다 끝나자 최만수가 물었다.


“어떠니?”


난 대답 없이 멍하니 바닥만 보았다.

내 기억에 속에 떠오르는 곡이 단 한 곡도 없었다. 약간이라도 비슷한 곡조차 없다.


‘아직 작곡 초기라 그런가?’


혹여 한 번도 못 들어봤더라도 히트가 될만한 곡은 한 번만 들어도 귀에 꽂히는 법이다. 그런데 그런 곡이 없다.


‘하긴, 명곡이 그렇게 쉽게 나올 리 없지.’


“혹시 악보도 있나요?”

“응!”


이진영은 바로 자신의 가방에서 악보 노트를 꺼내 보여주었다.


‘역시!’


코드 진행이 ‘머니 코드’에서 많이 벗어나 있다. 이러면 대중에게 먹힐 멜로디와는 멀어진다.


‘이 형, 머니 코드를 모르는 것이 분명해!’


11개 곡 중 하나가 유독 눈에 들어왔다.


‘이건 지금 바로 수정할 수 있겠는데?’


대표 구간에서 중간에 있는 코드 2~3개만 수정하면 꽤 괜찮은 멜로디가 만들어질 거 같았다.

난 오선지를 꺼내 새로 악보를 그리기 시작했다.

물론 머니 코드에 맞췄다.


“저라면 여기와 여기 코드를 이걸로 바꾸겠어요.”


그리고 피아노 앞으로 갔다.

내가 할 일은 끊어진 다리가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는 멜로디를 만드는 거였다.

그리고 그 작업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시작과 끝, 앞과 뒤의 리듬이 존재하기 때문에 거기에 맞춰 알맞은 곡조를 채워 넣으면 되는 일이다. 정확히는 비어있는 자리가 그림자로 보이는 것 같았다. 너무나 쉬웠다.

심지어 재미있는 놀이처럼 느껴졌다.

그렇게 나는 새로운 멜로디 라인을 만들어 건반으로 연주했다.

딩, 딩, 두둥, 둥! 딩, 둥!


“훨씬 좋은데?”


최만수와 이진영 모두 놀란 눈으로 날 바라보고 있었다.

당연하다. 내가 들어도 좋으니까.


“그리고 저는 이 곡의 경우 발라드보다는 댄스풍이 더 나은 거 같아요.”


그러면서 발로 쿵짝, 쿵짝 바닥을 때리며 빠른 템포에 리듬을 맞추어 다시 연주했다. 그러자 완전 새로운 멜로디가 튀어나왔다.

이진영은 두 손으로 자신의 머리를 쥐어뜯었고, 전율을 느낀 최만수의 두 주먹은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이 녀석은 작곡이 아니라 편곡 천재다!’


<소중한 추억 속의 나> 역시 진수현이 흥얼거린 멜로디 하나로부터 시작된 곡이라고 알고 있는 최만수는 나를 ‘편곡의 천재’로 규정했다.

나보다 나이가 다섯 살이나 많은 이진영이 내 앞에 무릎을 꿇고 외쳤다.


“사부님, 저를 제자로 받아주십시오!”


나의 재능을 발견하는 순간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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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추락 24.08.16 92 1 11쪽
17 부도 24.08.15 90 1 14쪽
16 투자 +1 24.08.14 93 1 13쪽
15 성덕 클라스 24.08.13 91 1 13쪽
14 투서 24.08.12 94 1 12쪽
13 질투는 나의 힘 +1 24.08.11 110 3 13쪽
12 복수 24.08.10 114 2 13쪽
11 와이프 24.08.09 389 3 12쪽
10 뮤직비디오 24.08.08 114 3 12쪽
9 자수 그리고 거성기획 24.08.07 106 1 12쪽
8 대마초 24.08.06 110 3 12쪽
7 조경수 사업 24.08.05 113 1 12쪽
6 테스트 24.08.04 118 2 12쪽
5 간장 양념 치킨 24.08.03 131 1 14쪽
4 소중한 추억 속의 나 +1 24.08.02 136 4 12쪽
3 넌 모르지 24.08.01 140 3 12쪽
2 멍청이 24.07.31 165 3 11쪽
1 돌아왔다 1990! +5 24.07.30 215 3 3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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