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가 첫사랑의 아들이 되었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드라마

새글

제이모
작품등록일 :
2024.07.31 00:13
최근연재일 :
2024.09.17 08:00
연재수 :
77 회
조회수 :
23,841
추천수 :
946
글자수 :
414,950

작성
24.08.28 18:00
조회
200
추천
13
글자
12쪽

52. A2 상황 발생

DUMMY

‘지이이잉, 지이이잉.’


“아, 전화 왔잖아. 안 받아?”


옆에서 잠자던 와이프의 발길질에 백경호는 잠에서 깼다. 핸드폰을 들어 시간을 확인해 보니 밤 12시를 막 지났다.


전화한 사람은 법무1팀 최기락 차장. 이 시간에 전화 온 것으로 볼 때 보통 일이 아님을 직감했다.


“시끄러우니까, 나가서 받아.”


백경호는 와이프의 이런 반응이 익숙한 듯 핸드폰을 들고 주섬주섬 문을 열고 거실로 나갔다.


“여보세요.”

[팀장님, A2 상황 발생입니다. 지금 성동경찰서로 오셔야겠습니다.]


세황그룹은 오너 관련 사건 발생시 A1, A2, A3 상황 등으로 분류해서 보고하고 대응한다.


A1 상황은 한석조 회장 및 직계 자식들 관련 사건이다. A2 상황은 회장의 손주들과 관련된 사건을 말한다.


A2까지는 시간이 몇 시든 즉각 출동해 해결해야 하는 사안이다.


손주 중 또 누가 사고를 쳤나.


가장 최근의 A2 상황은 큰딸 한세희의 장남 제갈적이 자기 집 운전기사를 야구방망이로 폭행한 사건이었다.


운전기사 딸이 언론사에 제보한다는 걸 겨우 막았다. 일부 언론에서 보도되긴 했어도 홍보실이 나서 겨우 무마시켰다.


이번에는 또 누굴까.


최기락에게 묻는다는 걸 깜빡했다. 전화를 다시 걸어 물어보려다 관뒀다. 어차피 가면 금방 알게 될 텐데 미리부터 골치 썩히기 싫었다.


뭔 일인지 몰라도 언론부터 막아야 할 텐데··· 어련히 잘 알아서 하겠지.


백경호는 대충 얼굴을 닦은 뒤 드레스룸에서 슈트를 걸치고 길을 나섰다.


이 같은 비상상황을 대비해 드레스룸에는 항시 곧바로 입을 수 있는 슈트가 준비돼 있었다.


**


조미연은 주차장에 도착 후 차에서 내리자마자 서둘러 엘리베이터를 타고 집으로 향했다.


새벽 2시.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자 거실 전등이 꺼져 집 안이 어두컴컴했다.


아무도 없나. 아직 남편이 퇴근하지 않은 것 같아 마음을 쓸어내렸다.


전등 스위치를 찾아 불을 밝히는 순간.


‘퍽, 쨍그랑.’


어디선가 날아온 와인잔이 조미연의 얼굴을 스치며 벽에 부딪쳐 산산조각이 났다.


유리 파편이 튀면서 조미연의 뺨을 할퀴었다.


깜짝 놀란 그녀는 뺨을 조심스럽게 어루만졌다. 손에 미끄덩한 느낌이 전해져왔다.


‘피?’


불을 켜자 소파 한가운데 앉은 한기호가 노기 띤 눈으로 조미연을 노려보고 있었다.


“너, 도대체 뭐 하는 여자야? 뭐 하다가 이제야 나타나는 거야?”


다짜고짜 소리를 질렀다.


한기호가 이처럼 화가 난 이유를 모르는 바 아니었다.


아들 한재진의 폭행사건 때문이겠지.


“당신한테 말했잖아요. 다음 달 들어가는 드라마 때문에 파주에 가서 세트도 보고, 감독님이랑 스테프들이랑 같이 밥 먹었어요.”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해? 아들이 사고 쳐서 경찰서에 있으면 에미라는 자가 한 시간이라도 빨리 올라올 생각을 해야지. 밥까지 야무지게 쳐드시고 새벽 2시에 나타나?”


아들이 사고 치는 게 어디 하루 이틀 일이었나.


어차피 새엄마라고 엄마 취급도 안 해주는데 미리 온다고 뭐가 달라질까.


“어차피 법적 문제는 그룹 법무팀에서 다 알아서 처리할 거고. 언론이야 홍보팀에서 다 막을 거고. 학교 징계 문제 같은 건 기조실에서 다 막을 건데 내가 있는 게 무슨 도움이 되겠어요?”


구구절절 맞는 말이었다.


말문이 막히자 더 약이 오른 한기호는 발광했다.


거실 테이블을 엎어버리더니 자기 방에서 7번 아이언을 가지고 왔다.


“뚫린 입이라고 잘도 씨부리네. 요즘 안 맞으니까 몸이 근질근질하지?”


한기호는 골프채로 사정없이 조미연의 허벅지를 갈겼다.


조미연은 외마디 비명과 함께 자리에 풀썩 주저앉았다.


“제대로 딱 대. 피하다 맞으면 뼈 부러져.”

“여보 잘못했어요. 용서해 주세요.”


매 앞에 장사 없었다. 한기호의 억지에 말대꾸 좀 했더니 돌아오는 건 매질이었다.


‘퍽, 퍽, 퍽.’


“제발 얼굴만은 때리지 마세요. 다음 주부터 촬영 들어가요.”

“엄마 그만 때려요.”


방에서 잠자던 둘째 아들이 거실 소음에 잠이 깨 한달음에 달려왔다.


한기호는 사랑스런 둘째 아들의 만류에 크게 심호흡을 한 뒤 겨우 자제력을 되찾았다.


풀스윙을 하려고 하늘 높이 들고 있던 골프채를 바닥에 집어 던졌다.


“아직 경찰서에 있다고 하니까 당신이 직접 가서 데려와.”

“제가 간다고 해서 무슨 도움이 되겠어요?”


한기호는 다시 광기 어린 눈을 치켜떴다. 조미연은 무서워서 한재욱을 꼭 끌어안았다.


“누가 도움 주래? 나올 때까지 앞에서 기다렸다가 데리고 오라고. 애가 경찰서에 있는데 에미가 집에서 퍼질러 자고 있으면 말이 돼? 당장 경찰서로 튀어 가!”


**


“일단 그쪽에서 고소를 취하하든지 해야죠.”


안승호 형사과장이 서류를 탁자 위에 휙 던지며 말했다.


“그러니까 안 과장님이 좀 나서서 고소 취하를 주선할 수도 있는 거잖아요?”


안승호은 깜짝 놀라는 시늉을 하며 손을 격하게 흔들었다.


“아이고 왜 이러실까. 요즘 그랬다가 무슨 험한 꼴 당하려고··· 그렇지 않아도 최근 교통사고 가해자-피해자 바꿔치기 사건 때문에 힘들어요.”


백경호의 눈썹이 씰룩였다.


부장검사 출신의 백경호는 세황맨이 된 후 김충헌 기조실장으로부터 절대적 신임을 받으며 법무실 법무1팀장 자리에 오른 인물.


검사를 관둔 지 벌써 5년이 됐어도 검사 기질은 여전하다는 평이 많았다.


먼저 일선 경찰들을 아직도 아랫사람처럼 대했다. 회사에서도 목이 뻣뻣하긴 마찬가지. 사람들이 뒤에서 ‘지가 아직 검사야’라며 수근거렸다.


당연히 경찰들로서는 이런 백경호가 마음에 들지 않을 수밖에.


“재진 군은 아직 미성년자인데 충분히 선처할 수 있지 않습니까?”


잠을 설친 백경호는 수면부족 때문인지 신경이 날카로웠다. 부탁해야 하는 처지지만 말투가 너무 공격적이었다.


“미성년자라도 죄질이 중하잖아요. 세상에 생수병으로 사람을 그렇게 피떡이 되도록···”


안승호는 능글맞게 받아쳤다. 형사 생활 20년에 이런 일은 수도 없이 겪었다. 전관들이라는 작자들의 저 오만함.


고공플레이를 통해 찍어 누를 수 있다는 건방진 태도. 엄청난 외압이 들어와 사건이 흐지부지되더라도 일단 지금은 FM대로 간다.


“충분히 반성하고 있고, 피해자에게 최대한 보상을 약속한다니까요.”


이봐, 선수끼리 왜 이래? FM으로 일을 처리하겠다? 그럴 리가 없잖아?


예전 안승호가 일선 형사 때 수사하다 맞부닥친 적이 있었다. 고집이 얼마나 센지 설득하는 데 상당히 애를 먹었던 기억이 났다.


“안 과장님, 형사 시절에도 그러더니 여전하시네···”


그때야 일선 형사 시절. 혈기왕성한 형사들이야 모든 사건을 FM대로 처리하고 싶겠지. 그렇지만 이제 말단 형사가 아니잖아. 직급에 맞게 행동하라는 무언의 압력이었다.


“백 부장님만 하겠습니까.”


힘들게 수사했던 사건을 기소유예로 만들었던 그 과거를 아직도 기억한다, 이 썩어빠진 전직 검사 새끼야.


안승호도 백경호에 대해 정확히 기억하고 있었다. 당시 백경호는 부장검사였다.


국회의원의 부인 폭행치사 관련 사건이었는데 그걸 기소유예로 만든 게 백경호였다. 살해의도도 없었고 부인이 원래 지병을 앓고 있었다는 이유를 들어···


물론 해당 국회의원이 검찰 출신이었음은 두말할 나위 없었다.


이 사건은 대한민국 검찰사에 길이 남을 흑역사 중 하나로 기록됐다.


“입건된 애들 중에 유진욱 군 아시죠?”


안승호는 안주머니에서 돋보기를 꺼내 쓴 후 탁자 위 서류를 다시 들어 유진욱 페이지를 찾는 척했다.


“굳이 찾을 필요는 없고··· 유진욱 군 아버지가 현 서울중앙지검장 유태주라는 걸 경찰이 몰랐을 리가 없을 텐데.”


안승호는 돋보기를 벗으며 다시 서류를 탁자 위로 툭 던졌다. 그 정도야 알고 있지. 이미 그쪽에서 전화도 받았는데.


“그렇습니까? 중요한 사실 알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어차피 훈방해야 할 텐데 이렇게 뻐팅기는 이유가 도대체 뭡니까?”


백경호는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지 뻔한 사안에 대해 일개 형사과장이 뭘 믿고 이러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보세요. 세황그룹 백경호 법무팀장님. 유진욱 군을 비롯한 나머지 두 명은 죄가 없어요. 그 친구들은 그냥 한재진 옆에 있었던 것뿐이에요. 굳이 적용한다면 폭행방조죄? 그런데 처음 몇 대 때릴 때만 놀라서 방치했지 곧바로 말렸어요. 즉 폭행방조죄도 어려워요. 그건 검사 출신인 백 팀장님이 더 잘 아시겠죠?”


안승호는 또 원론적인 이야기를 되풀이했다.


더 시간을 끌면 안 된다.


기자들이 금세 냄새를 맡게 된다. 기사라도 나면 수습하는 데 더 많은 돈이 든다.


그때 갑자기 형사과 사무실 입구가 웅성거렸다.


“제 아들 어디 있나요?”


영화배우답게 풀메이크업에 한껏 치장하고 나타난 조미연이었다.


몇몇 경찰들은 슈퍼스타 영화배우의 등장에 휴대폰을 꺼내 사진을 찍으며 휘파람 소리를 내기도 했다.


이 모습을 형사과장 사무실에서 본 백경호는 아연실색했다.


철저히 비밀리에 처리해야 하는 상황에 누구나 알아보는 스타가 엄마라고 등장하다니···


지난번 백화점 루이뷔통매장 사건이 유튜브에 박제되면서 그렇게 곤욕을 치러놓고도 정신을 못 차린 듯했다.


급히 과장 사무실 밖으로 나가 조미연 앞에 섰다.


“여기는 어떻게 오셨습니까, 사모님.”


조미연은 배우 특유의 거만함을 뽐내며 선글라스를 벗었다.


“남편이 가보라고 해서··· 재진이 데리러 왔어요. 재진이 어디 있어요?”


백경호는 급히 조미연을 구석진 곳으로 데리고 갔다.


“일 망치시려고 작정하신 겁니까? 여긴 왜 오신 겁니까?”


그렇지 않아도 억지로 떠밀려 와 열받는데 법무팀장이란 작자에게 야단 맞자 뚜껑이 열렸다.


“내가 오고 싶어서 온 줄 알아요? 남편이 나보고 가라는데 그럼 어쩌라고?”


백경호는 급히 진정시키고 조미연에게 남들 안 보이는 곳에 잠시 있으라고 했다. 즉시 한기호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한기호에게 상황을 한참 설명한 뒤 휴대폰을 조미연에게 넘겼다.


“네, 여보. ··· 네. 아니, 당신이 데려오라고 해서··· 네. ··· 네. 알겠어요. ··· 지금 갈게요.”


조미연은 휴대폰을 다시 백경호에게 건넨 뒤 다시 선글라스를 쓰고는 우아한 자태를 뽐내며 유유히 경찰서 바깥으로 사라졌다.


‘깨톡’


그때 최기락으로부터 톡이 왔다.


[피해자 부친 김장곤 목사, 교인 규모로 국내 열 손가락 안에 드는 대형 교회. 당 그룹 세황전자 반도체 부문 홍수찬 사장이 교인임. 홍수찬 사장을 통해 피해자와 합의 시도하는 게 좋을 듯.]


됐다.


톡을 보는 순간 백경호는 뭔가 금방 풀릴 것처럼 느껴졌다.


[홍수찬 사장에게 즉각 연락할 것. 피해자 변호사 미팅 주선. 금액 오픈.]


백경호는 최기락에게 답문자를 보낸 뒤 형사과장 방에 다시 들어갔다.


“안 과장님, 협조 감사합니다. 이제 우리 쪽에서 알아서 처리하겠습니다. 예전 한솥밥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같이 국록을 받아먹는 처지였는데··· 너무 라이벌 구도로 안 갔으면 좋겠네요. 검사복 벗었어도 아직 검찰청에 입김 넣을 정도 힘은 있어요.”


다음날 언론에 이 사건은 단 한 글자도 보도되지 않았다. 기자들 사이에서 다음과 같은 지라시가 돌았다.


‘받】 최근 국내 굴지의 모 재벌 3세를 비롯해 고위 검사의 아들, 전직 대통령 아들 등 고등학생 수 명이 서울숲공원 카페에서 헌팅으로 만난 여대생 한 명을 맥주병으로 폭행. 가해자인 재벌 3세의 엄마 영화배우 C씨가 경찰서까지 찾아와 이목 집중. 피해자는 머리에 16바늘이나 꿰맬 정도의 큰 상처를 입는 등 전치 6주 진단을 받고 병원에 입원 중. 피해자 역시 대형교회 담임목사의 딸. 합의금을 5억 이상 불렀다고 함.’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재벌가 첫사랑의 아들이 되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주간 연재횟수가 변경됩니다(10회→7회)★★★ 24.09.07 10 0 -
공지 45화 내용이 44화와 중복돼 수정했습니다 24.08.23 17 0 -
공지 주 10회 연재 예정입니다 24.08.08 445 0 -
77 77. 결론은 이두희의 단독 범행 NEW 2시간 전 15 2 12쪽
76 76. 몸과 영혼이 연결돼 있다 +1 24.09.16 58 6 13쪽
75 75. 류지오 이대로 사망? +1 24.09.15 70 5 12쪽
74 74. 야심가 한지현 +1 24.09.14 87 5 12쪽
73 73. 내 편에 서 줘 +1 24.09.13 102 5 13쪽
72 72. 주목 받는 한결 +1 24.09.12 108 6 12쪽
71 71. 염승은의 꼬리자르기 +1 24.09.11 108 5 13쪽
70 70. 절체절명(絶體絶命) 염승은 +1 24.09.10 112 8 12쪽
69 69. 고민하는 류승오 +1 24.09.09 121 7 12쪽
68 68. 큰집 사촌누나 한지원 +1 24.09.09 126 9 13쪽
67 67. 엄연한 후계자 후보 +1 24.09.08 135 11 12쪽
66 66. 독대(獨對) +1 24.09.07 141 11 12쪽
65 65. 이거 그린라이트야? +1 24.09.06 134 13 12쪽
64 64. 정호동의 살인청부 +1 24.09.06 141 10 12쪽
63 63. 마, 이게 'K-회식'이다 +1 24.09.05 148 10 12쪽
62 62. 10억 뜯긴 한기호의 폭주 +1 24.09.04 159 13 12쪽
61 61. 대낮의 습격 +1 24.09.04 158 12 12쪽
60 60. 1라운드 KO패 +1 24.09.03 171 12 12쪽
59 59. 명불허전(名不虛傳) 김충헌 +1 24.09.02 162 13 12쪽
58 58. 폭행교사(暴行敎唆) +1 24.09.02 176 12 12쪽
57 57. 선전포고(宣戰布告) +1 24.09.01 178 12 12쪽
56 56. 김충헌의 귀국 +1 24.08.31 191 11 12쪽
55 55. 한기호, 너 크게 실수한거야 +1 24.08.30 178 12 12쪽
54 54. 차세린의 과거 +1 24.08.30 188 12 12쪽
53 53. 한기호 너랑은 그냥 악연이야 +1 24.08.29 197 13 13쪽
» 52. A2 상황 발생 +1 24.08.28 201 13 12쪽
51 51. 서울숲 느와르 +1 24.08.28 220 11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