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가다부터 시작하는 천재 작가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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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크바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8.02 17:13
최근연재일 :
2024.08.27 21:20
연재수 :
2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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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55,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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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7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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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2. 심청

DUMMY

"저, 교수님. 완성했습니다."


오영희는 진상혁의 소설에 대해 느긋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일주일 만에, 원고를 완성했다고?'


하지만, 예상보다 이른 시간에 진상혁은 원고를 들고 돌아왔다.


그래서 오영희는 반신반의한 얼굴로 원고를 펼쳤다.


[아버지, 아부지. 나는 알고 있었소.]


오영희는 과제 제출 용지를 원고지를 고집하는 편이었다.


[아부지가 눈을 뜨고 싶어, 나를 공양미 삼백 석에 팔았다는 걸 알고 있었소.]


새빨간 원고지를 펼치다 보면 가끔 기적을 맞이하기 때문이었다.


사락-


[그래서, 간 거요. 그래서, 인당수에 간 거요. 아부지. 이부지.]

[심청이 그렇게 흐느끼는디!]


사락-


컴퓨터가 나타나기 시작하며, 원고지에 한 자 한 자 글을 쓰는 사람들은 보기 힘들어졌다.


하지만 원고지만큼이나 책의 느낌을 살리는 건 없었다.


[그 순간 무대 위 서 있는 건, 심청이가 아니었다.]

[미희였다.]

[아부지, 아부지, 미희가 되고 싶소.라고 외치던 심청이가 아니었다.]


그리고 한 장 한 장을 넘기는 게 아까워지는 건 없었다.


꼬부랑거리는 검은 글자가 가득한 새빨간 원고지가, 한 편의 영화가 되는 기적이 펼쳐지기 때문이었다.


'이거···.'


하지만, 그 기적은 가끔 있는 일이었다.


'··· 가끔 있는 일인데.'


그래서 오영희는 진상혁의 원고를 읽는 순간,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뭐랄까. 생각지도 못한 결과물이 나왔기 때문일까.


"어떻습니까."


오영희는 이 소설 원고를 들고 온 까무잡잡한 촌뜨기 청년, 진상혁을 보다 다시 소설로 시선을 집중했다.


"······."

"······?"


미안하지만 오영희는 진상혁의 질문에 대답할 기력이 없었다. 왠지 모를 턱 막힌 감정을 쓸어내리기 위해, 가슴을 툭 치기까지 했다.


그 정도로 오영희는 진상혁이 건넨 작품에 몰입하고 있었다.


'이상하네. 정말로.'


가끔 그런 작가들이 있다.


있는 힘껏 묘사하려 들지 않는데도, 현실이 눈앞에 그려지는 작가들.


그 상황에 맞는, 단어를 쓰기 때문이었다.


'아버지가 소리꾼이기라도 한 건가.'


진상혁은 그랬다.


'아니, 그럴 리가 없잖아. 무직이시지 않았나?'


학교 전산망에 있는 정보를 보면, 진상혁의 가족은 뻔할 뻔자다. 분명 그럴 리가 없다는 걸 아는데도, 자꾸 어디 친척에 소리꾼이 섞여 있는 게 아닌지 의심하게 된다.


신기한 건 그뿐만이 아니었다.


'게다가 분명, 상혁 학생은 내 이야기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했는데···.'


멋진 인생.


진상혁이 써온 이 소설의 주인공, 심청은, 분명 오영희에게서 영향을 받았다.


최고의 명창을 만들고 싶은 고수 아비 밑에서 태어난, 심청이 아비에게서 독립하며 진정한 명창이 되는 이야기.


분명, 오영희의 인생이었다.


'···그런데 왜.'


자신을 소재로 한 소설임에도, 오영희는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좋았다.


게다가, 오영희에게서 영향을 받았지만 오영희가 생각나지도 않는 글이었다.


그러니까, 이상했다.


'··· 이게, 재능이란 걸까.'


사실 세상에 존재하는 이야기는, 대부분 이미 있었던 이야기다.


특별한 이야기를 가진 사람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 어떤 이야기라도, 아리스토텔레스가 쓴 약 2500년 전의 시학의 구조를 따른다. 아무리 특별한 이야기라도, 100여 년 전에 한번쯤은 나왔다는 말이다.


'그런데, 왜 특별한 것 같지?'


하지만 진상혁의 글은 달랐다.


'시궁창'도, <멋진 인생>도, 전부.


진상혁의 글만큼은 달랐다. 그 이유를 몰라 한참을 침묵하던 오영희가 결국 입을 열었다.


"뭘 얘기해줘야 할지 모르겠네요."

"······?"


영문을 몰라하는 까무잡잡한 진상혁이, 오영희의 말에 의아하게 고개를 들었다.


"피드백은 없어요."


그리고 진상혁은 오영희의 말 한마디에 눈이 커졌다.


"뭘 그렇게 놀라요. 정말로 딱히, 소설에 대해 피드백해줄 부분이 없어요. 뭘 빼야 할지, 뭘 추가해야 할지 잘 모르겠어요."


정말로 딱히 흠잡을 곳이 없었다.


게다가 판소리계 소설에 대해 알고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진상혁은 그 방식을 이용했다.


그 덕분에, 오로지 감정선으로만 진행되는 소설이었지만, 소설은 깔끔해졌다.


"··· 제목과 소설의 내용이 부합하고, 쓸모없는 내용 없고, 쓸데없이 묘사 길지 않고, 감정 과다 없고, 심청이의 감정을 모조리 판소리 속 '심청이'로 표현했죠. 좋은 선택이었어요. 깔끔하게 감정을 표현할 수 있으니까요."


정말로, 글만 한 몇십 년 쓴 사람이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이름을 심청이로 정한 것도 좋았어요. 판소리의 심청이 이야기를 하는데, 주인공인 '심청'이의 이야기처럼 들리니까요."


오영희가 해줄 수 있는 극찬이었다.


이게 정말 처음 제대로 글을 쓴 사람인가 싶을 정도였다. 솔직히, 자신의 이야기를 적지 않겠다고 했을 땐 걱정도 많았는데, 그럴 필요도 없던 모양이다.


"감, 사합니다."


주먹을 작게 쥔 진상혁이, 오영희의 극찬에 답했다.


그리고 오영희는 진상혁의 얼굴이 떠오른 미묘한 미안함을 읽어냈다.


'이런.'


오영희는 다시금, 제 철부지 조카가 왜 진상혁을 좋아하는지 이해했다.


'미안하다고 생각하는 건가.'


산전수전을 겪어 겉모습이나 행동거지만 거칠지, 천성이 순하다 느꼈는데, 진상혁은 실제로도 그랬다.


'내 이야기를 써서···?'


확실히 세상 물정 모르는 작가들이 가지는 특유의 무례함이 없었다.


그래서인가.


오영희는 진상혁에게 정이 갔다.


웃던 오영희는 진상혁을 불렀다.


"상혁 학생."

"네."


오영희는 이 세상에 특별한 스토리란 없다고 생각하는 유일한 작가였다.


"그거 알아요?"


그렇기에 아직은 어린 풋내기 작가를 향해 말했다.


"세상에, 특별한 얘기 잘 없어요. 그냥 한 사람이 죽어가며 일어난 일들에 특별할 게 뭐가 있어요. 그래서 전, 제 이야기도 그렇게 특별하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사람은 모두 평범한 삶을 산다.


"그냥, 전 남들보다 편하게 사는 거죠."


오영희는 정말로 그렇게 생각했다.


"이 작은 연구실에서 한 발자국도 못 하고 글만 쓰는 제가, 특별할 삶일 리 있겠어요? 편한 삶이죠. 전장에서 싸우는 군인보다, 사람을 살리는 의사보다, 지금 학교를 깨끗하게 하는 미화원보다 작가란 직업은 특별하지 않아요."


그리고 작가는 모름지기 그렇게 마인드로 살아야 한다 생각했다.


"작가는 세상에 기여하는 게 아니라, 글이라는 걸 남기만 하죠."


하지만, 말이다.


"그러니, 오히려 전 고마워요."


평범한 삶이, 가장 특별해질 때가 있는 법이다.


'··· 그때도 느꼈지만.'


-멋진 인생이요.



소설의 제목을 들은 날에도, 오영희는 이렇게 생각했다.


"이런 인생이라도 특별하다고 해줘서요."


글을 쓰는 작가가 가져야 할 마땅한 태도는, 진상혁이 가진 태도가 아닐까라고.



* * *


무사히 공모전에 <멋진 인생>을 제출했다.


처음엔 오영희에게 떨떠름할 정도의 극찬을 들어, 당황했다.


하지만 우습게도 이 몸뚱이 쑥에 마흔다섯 먹은 아저씨가 들어있다고, 오영희의 말에 거짓이 없다는 것 따윈 쉽게 알 수 있었다.


-감사합니다. 정말.


그래서 순수하게, 오영희의 칭찬을 결국 받아들일 수 있었다.


예전이라면, 받아들일 수 없었을 텐데.


-제가 감사하다니까, 몇 번을 말하게 하는 거예요. 그나저나, 원고 공모전에 제출하고 오면 수고했으니, 밥이라도 한번 사줄게요. 상혁 학생.

-감사합니다.


물론 중간에 잠깐의 해프닝이 있었다.


-근데···, 혹시, 사주신다는 밥 제육입니까?

-···? 제육이요?

-··· 아닙니까?

-왜 그래야 하죠?


한 여자가 남긴 의문의 제육 사건···, 어쨌든 여러 사건이 있었지만, <멋진 인생>을 제출하는 일은 잘 해결했다.


이제 나에게 남은 건, 방학동안 하숙집에서 머무를 월세를 버는 것과 공부를 하는 것뿐이었다.


최대한 공모전 생각을 하지 않으려, 틈이 날 때마다 공부를 하고 있는데···.


제기랄. 공부가 안 된다!


마흔다섯에 공부라니! 회귀 이후, 적응하느라 바빠 평온했던 감정이 처음으로 널뛰기를 하게 만드는 단어였다.


-3.5는 넘기는 게 좋을 거예요. 아무리 문예창작과 전과할 때, 추가 시험이 있다고 해도 기본은 있어야 하니까요.

-3.5는 넘기는 게···.


오영희가 말했던 전과를 위한 성적 커트라인이 귓가에 웅웅 울렸다.


'평균 B+ 이상은 맞아야 하는데. 아오.'


대학교에 입학했지 않던가.


그래서 외우는 건 나름 자신 있다고 생각했는데, 글을 쓰는 일이 생각보다 심력 소모가 심했던 일인가.


'···젠장. 까막눈이 된 것 같군.'


하숙집의 단칸방에 앉아, 중고로 산 전공 서적을 아무리 들여다봐도 글자가 눈에서 튕겨나갔다.


"하."


한숨을 쉬며 낡은 천장을 바라보았다.


'하긴 예전에도, 성적은 글러먹었었지···.'


대학교만 가면 인생 펼 줄 알아, 대충 선택한 과가 아니던가.


'적성이 맞는 과라도 가던지, 그랬냐. 상혁아.'


과거의 나를 원망하며 머리를 쥐어뜯던 때였다.


"상혁 학생?!"


문 너머에서 하숙집 주인, 박 할머니의 목소리가 들렸다.


쾅-! 쾅-!


문을 두드리는 소리까지 들렸다.


"나와봐! 나와보라고!"


매일 알바를 하고, 새벽엔 도서관에서 글을 쓰느라 자주 뵙지 못했지만, 과거엔 시도 때도 없이 들어 익숙한 목소리였다.


-언제 월세 낼 거야! 상혁 학생! 월세 내라고!


돈에 예민한 깍쟁이 할머니답게, 월세를 넣는 날이 되면 꼭 방으로 찾아와 미친 듯이 문을 두드리셨기 때문이다.


나는 부름에, 문을 열고 박 할머니를 보았다.


"무슨 일입니까? 지난달 월세는···."

"그게 아니라, 어휴, 미치겠네."


할머니들 특유의 꼬불꼬불거리는 파마머리를 한, 박 할머니가 손을 흔들며 주방을 가리켰다.


그곳엔 왠 껄렁해 보이는 30대 후반 정도 되어 보이는 남자가 담배를 뻑뻑 피고 있었다.


"··· 저놈 좀 어떻게 해줘!"

"그걸, 왜···."

"왜긴 왜야! 저놈 너 보러 왔다면서, 갑자기 주방에서 담배를 빽빽 피는데!!"

"···저요?"

"그래!"


담배 냄새를 미치도록 싫어하시는 박 할머니의 새된 목소리 속 뇌리에 내려 꽂히는 단어가 있었다.


"뭔지 모르겠는데, 저놈! 출판사 사장이란다!"


'출판사 사장?'


내 표정에, 박 할머니가 내게 명함을 내밀었다.


"이것 봐라. 그니까, 빨리 가서 저놈의 담배 좀 끄게 해!"


할머니가 내민 명함에 적힌 출판사의 이름이 낯익었다.


[문학정원 대표]

[고길진]


'잠깐 여기.'


문학정원은 내가 <멋진 인생>을 낸 공모전을 주최한 출판사가 아니던가. 아직 발표가 나지도 않았을 텐데···.


'설마, 대표가 온 게···.'


이 소란에 담배를 피우던 고길진이 할머니와 나를 발견했다. 피던 담배를 물 담긴 종이컵에 비벼 끄고, 나를 불렀다.


"이봐요. 작가님."


그리고 손을 흔들며 덧붙였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데, 시간 좀 괜찮습니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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