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가다부터 시작하는 천재 작가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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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크바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8.02 17:13
최근연재일 :
2024.08.27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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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0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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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진상

DUMMY

원래 진상(眞相)이란 그렇다.


입 밖으로 내뱉으면 거슬리기 그지없는 것이다.


진상혁의 글엔 왜곡과 과장, 감성이 강하지 않았다.


하지만 진상이 담겨 있는 이상, 누군가에게는 감성으로 스토리를 짓누르는 과한 글이며 누군가에게는 거북한 글이었다.


[아버지. 나는 미희가 되고 싶소.]


오영희의 이야기가 담겨 있는 이상, 오영환에게 진상혁의 글은 과할 수밖에 없었다. 아버지에게서 벗어나, 진정한 소리꾼이 되려는 심청의 이야기는 거북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오영환은 일명 ‘긁’ 할 수밖에 없었다.


타다다닥-


오영환은 가물가물한 눈을 게슴츠레 떠가며 비평을 썼다. 하지만 곧, 그는 비평을 쓰려던 손을 멈췄다.


[비평 ⎮ “감각적이지만 피상적인: 젊은 작가들의 문학적 한···.”]


나이로 따지면, 어언 칠십.


오영환은 반박의 추함을 알았다. 문제는 시비를 건 뒤에 반박이면 상관이 없는데, 시비를 건 게 자신이라는 게 문제였다.


‘후.’


오영환은 한숨을 내쉬었다.


‘··· 더 좋은 짓을 시켜줄 순 없어.’


이미 자신의 비평만으로도 화제가 된 상황이었다. 오영환의 의견에 동감해 비평을 쓴 비평가도 여럿 있었다.


<멋진 인생>의 화제성만 높아지고 있었다.


거기서 반박을 한다? <멋진 인생>이라는 작품을 띄워주는 것 밖에는 안 되는 일이었다.


‘분명, 영희가 쓴 게지.’


오영환은 분노를 삭이며, 부드러운 의자에 몸을 기댔다.


‘글을 쓰지 않겠다고 할 땐 언제고, 이제 와서 진상이라는 가명으로 글을 써? 아비한테 대들겠다는 거야? 고길진 그놈, 영희랑 그런 사이였으니 안 봐도···.’


오영환은 모든 생각이 자신의 기대를 저버린 딸, 오영희에 대한 생각으로 흘렀다. 고집 센 성격이 그대로 드러나는 미간과 눈가의 주름이 사납게 움직였다.


‘신인 작가? 어불성설이다. 이 책, 절대, 신인 작가가 쓸 수 있는 깊이는 아니야.’


사실 오영환은 <멋진 인생>이 못쓴 글이라곤 생각하지 않았다. 사유의 깊이가 얕을 뿐이었다.


‘문학이, 개별적인 개인의 진리를 탐구해? 우스운 소리. 문학은 사회가 나아가야 하는 방향을 제시해야 하는 학문이야.’


아버지가, 나라나 개인을 억압하는 사회를 비유하는 것도 아니다. 오로지 개인의 감성을 글에 집어넣고, 그 글이 서점 매대에 올라가는 꼬락서니를 보자니···.


“후.”


결국, 오영환은 읽다 접었던 진상혁의 소설을 다시 펼치고 말았다.


당연한 일이다.


읽은 자만이 비판을 할 수 있는 법. 오영환은 자신의 말을 거스르던 오영희가 떠올라 접은 <멋진 인생>을 다시 펼쳤다.


종이가 넘어갔다.


아버지에게서 독립하려는 심청의 이야기가 이어졌다.


[하지만 그 말을 들은, 그의 얼굴은 울그락푸르락 해졌다. 맥박은 거세게 뛰었다. 그는, 아직 용납할 수 없었다. 저는 소리에 대한 재능이 없었다.]


그러나 딸은 재능이 있었다.


[그런 심청을 보고 기뻐하던 지난날이 흘러갔다. 이건 배신이었다. 심청이 미희가 되겠다 하는 건, 그에 대한 배신이었···.]


턱-


오영환은 다시 책을 덮었다.


-영희야. 너는 글을 써야겠다.


어린 나이에 글쓰기에 뛰어난 재능을 보이던 영희를 안고 빙글빙글 돌리던 기억이 떠올랐다.


오영환은 참으로도 그날이 기뻤다.


배신. 그래, 어찌 보면 배신이었다.


오영희는 오영환의 기대를 배신했다.


-아버지. 전, 이제 글을 쓰지 않을 거예요.


새하얀 표지 위에 거친 붓자국으로 그려진 심청이 흐느끼고 있었다. 그때를 떠올리자, 오영환의 가슴 한구석이 쓰렸다.


‘이 고얀 놈···!!’


하지만 오영환은 그 쓰림을 분노라 생각했다.


세월은 오영환의 눈을 흐리게 했다.


“후.”


오영환의 손가락이 키보드 위로 올라갔다.


타닥- 타닥- 타다닥-


결국, 오영환은 쓰지 않으려 했던 두 번째 비평문을 완성하고 말았다.


비평문의 내용을 한마디로 줄이자면···.


[비평 ⎮ "문학의 퇴보: 젊은 세대가 잃어버린 깊이와 가치”]


‘멋진 인생 읽지 마세요.’였다.


하지만, 세상은 오영환이 살던 시대와 달라진 지 오래였다. 개인의 의사가 좀 더 중요해지는 시대가 찾아오고 있었다.


사람들은 더 이상, 대문호의 말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다.


그래서였다.


“아니, 도대체 어떤 소설이길래, 이렇게 오영환이 키배를 떠?”

“오영환의 부산기행 안 읽어본 사람이 있나? 없잖아. 왜 이렇게 비평문으로 비난하는 거지?”

“궁금하다. 몇 살 이래?”

“사실, 오영환이랑 나이가 비슷하다던데?”

“근데, 그 책 재미있대.”


사람들이 오히려 궁금증에 진상의 소설을 그야말로 사재기 시작했다.


파장은 순식간에 커졌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결과였다.



* * *



공모전 대상 수상자.


주목받는 신예 신비주의 작가 ‘진상’ 이 되었어도, 내 인생이 드라마틱하게 달라지는 건 없었다.


‘··· 이제, 한 달째라 그런가.’


달라진 거라곤 시간적 여유 정도였다.


똑- 똑-


그러니까, 채연이를 만날 수 있는 시간적 여유 같은 거 말이다.


공모전 상금과 함께 받은 시계를 두드리며, 서점에서 채연이를 기다리고 있었다.


[14:45]


사실 손에 뭘 차고 다녀본 적은 없다.


일을 하다 보면 거슬리기 때문이기도 했으며, 손목에 뭘 거는 걸 살 수 있을 정도로 돈이 있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기분이 참···.’


이상했다.


정말로, 공모전에서 수상을 하자, 거짓말처럼 인생이 아주 조금은 수월해졌다. 특히 공모전 상금은 생각보다 도움이 많이 되었다.


그뿐만이던가.


-흐흐. 기다리십시오. 작가님.

-제가 이런 말 함부로 하지 않는데, 작가님 작품, 잭팟이 터질 겁니다. 왜냐면, 제가 유전을 발견했습니다.


문학계인데, 무슨 유전을 발견했다는 건지 모르겠는 고길진의 말까지.


‘대충, 앞으로도, 이럴 수 있다는 건가?’


평범하다고 볼 수는 없지만, 한동안 평범 비스무리한 삶을 영위할 정도는 될 터였다.


그래서, 오랜만에 채연이의 요청에 응했다.


이번엔 공모전 상금 덕분에 하루 정도는 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Re: 상혁 씨, 왜 이렇게 만나기 힘들어요??]

[Re: 좋아요. 그럼 놀토 3시. 고려문고 앞에서 어때요?]


사실, 과거에 돈을 잔뜩 벌고 싶었던 것도, 채연이 때문이었다. 돈을 잔뜩 벌어, 채연이의 손에 물 한 방울 안 묻히고 살게 해 주겠다 했었다.


-정말, 나 때문에···.

-아니야. 어차피, 당신도 어차피 우리 부모님 성격 알잖아. 절대 우리 결혼 허락 안 했을 걸?


나 때문에 부모님과의 인연을 끊었던 채연이었다.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나와의 결혼을 반대하셨던, 채연이의 부모님이었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반대하는 게···, 당연한 일이었나.’


그래서, 지금 이렇게 만나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이렇게 가끔씩 만나고 같이 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앞으로도 이럴 수 있으면 좋겠는데.’


나는 채연이와 했던 문자 내용을 멍하니 쳐다보며 약속 시간을 기다렸다.


그 순간, 서점 유리창에 내 얼굴이 비쳤다.


‘잠깐, 이거···. 이거 데이트인가?’


그리고 나는 깨달았다. 나는 비친 내 얼굴을 빤히 바라보았다.


나도 모르게, 내가 가진 옷들 중 가장 깔끔한 옷으로 고심해서 골라 입고 나오긴 했다. 당황한 나머지 유리창에 비친 모습으로 옷매무새를 다듬었다.


그때였다.


“일찍 나왔네요?”


투명한 유리창 너머, 당황하며 옷매무새를 다듬는 나의 뒤로 익숙한 얼굴이 비췄다.


채연이었다.


잘 어울리는 푸른색 원피스를 입고 크로스백을 맨 채연이가 웃으며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 예. 예···.!”


어디에 시선을 둬야 할지 몰라 눈을 굴리다 채연이의 어깨를 바라보며 답하니, 채연이가 물었다.


“왜 나 볼 때마다 그렇게 당황해요?”

“그, 그게 말입니다.”


채연이를 볼 때는 항상 그랬다.


언제나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 기분이었다. 결혼이란 걸 하고, 같이 사는 그 순간에도, 언제나 채연이를 보면 마음이 들뜨고, 설렜다.


“······.”


하고 싶은 말이 많았지만, 그 모든 말을 내뱉자니 우스운 것 같아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대신 짤막한 말을 내뱉었다.


“··· 보고 싶은 것 같아서, 그런 것 같습니다.”

“······.”


내 말에, 고개를 갸웃하고 있던 채연이가 입술을 앙 다물었다. 그리고 한숨을 크게 들이켜더니, 갑자기 내 볼을 콱 잡았다.


“······??”


당황한 얼굴로 채연이를 내려다보자, 새빨갛게 된 채연이가 중얼거렸다.


“치사해.”

“ㅇ, 예?”

“알고 그러는 거죠?”

“뭘, 뭘 말입니까.”

“칫.”


채연이가 내 볼을 잡았던 손을 놓고, 고개를 휑하니 돌렸다. 머리를 넘긴 채연이의 귓가가 붉었다.


“됐고, 일단 가요.”


슬그머니 내민 손이 보였다.


‘잡아도···, 되는 건가.’


과거, 진채연이라는 사람을 지키지 못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하지만 과거에, 채연이는 기억하지 못하는 과거에, 그 손을 못 본 척했다가 혼난 기억도 떠올랐다.


그래서, 나는 손을 뻗었다.


쓱-


그리고 채연이가 내민 손을 잡았다.


흠칫 놀라던 채연이의 손이, 내 손을 마주 잡아왔다. 옆에서 보이는 채연이의 볼이 볼록 올라왔다.


“근데···.”


왠지 목덜미가 뜨거워지는 기분에, 뒷목을 쓸어내리며 물었다.


“왜, 하필···, 서점입니까?”

“그게, 오영희 교수님이 책 한 권 사 오라고 하셔서요.”


기분이 좋아 보이는 채연이의 입에서 익숙한 이름이 나왔다.


‘그러고 보니···.’


분명, 과거의 채연이는 글을 쓰는 걸 좋아하지 않았다. 지금도 그건 마찬가지였다. 채연이가 글을 쓰고 있는 걸 본 적은···.


‘과제 말곤 없지.’


확실히 채연이는 글을 읽는 걸 좋아했다. 그런데 어째서 오영희와의 연관성이 있는 걸까.


‘오영희 교수가 글을 쓰라고 채연이도 따로 시켰을까?’


아니. 그건 아닐 터였다.


-이ㅁ, 아니, 오영희 교수님 밥순이라고.


그러다, 우연히 말실수라고 생각했던 채연이의 말이 떠올랐다.


‘··· 설마.’


생각해 보니, 채연이와 오영희의 성격이 비슷한 것도 같다 싶을 때였다.


“아, 여기 있다.”


채연이가 사람들이 잔뜩 몰린, 베스트셀러 코너에서 걸음을 멈췄다.


“······?”

“이 책이요.”


하얀 손이, 베스트셀러 매대에 있는 책을 한 권 집어 들었다. 한데, 그 책. 참 익숙한 표지였다.


-책 표지는 이거 어떻습니까?


새하얀 바탕에, 붓자국으로 그려진 어린 소리꾼의 얼굴이 그려진 책.


-괜찮네요.


전혀 내 책이 나올 거라 예상하지 못한 곳이었다.


“최근에, 문학계를 휩쓸고 있는 책이래요.”


채연이의 말이 귓가에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베스트셀러 1위]


나는 매대에 적힌 글자를 읽었다. 그리고 그 매대 위에 놓인 책을 확인했다.


[멋진 인생]

[진상]


“자식이, 부모에게서 독립하는 이야기라, 한번 사보려고요.”


채연이가 그 책을 들고 보란 듯이 나를 바라보았다.


“어때요. 진상 작가님?”


그리고 장난기 어린 얼굴로 웃었다.


“사인 부탁해도 될까요?”


그 순간이었다.


지이이잉-


핸드폰의 알람이 울렸다. 한 번도 상상해보지 않은 상황을 맞이한 나는 오래된 핸드폰을 열었다.


[고길진]


픽셀이 보이는 낡은 화면 속에 떠오르는 이름.


나는 메시지를 읽었다.


[작가님!!!]

[<멋진 인생> 이 고려문고 전체 통합 베스트셀러 1위랍니다!]


그 문자에 나는 고개를 들어, 내 책에 둘러진 띠지를 읽었다.


[독자들이 뽑은 이달의 책, <멋진 인생>]

[작가 ‘진상’은 도대체 누구인가?]


그리고 깨달았다.


살다 보면, 때론 인생이 드라마틱하게 변하는 법도 있다는 걸.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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