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가다부터 시작하는 천재 작가 생활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누크바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8.02 17:13
최근연재일 :
2024.08.27 21:20
연재수 :
27 회
조회수 :
4,209
추천수 :
207
글자수 :
155,130

작성
24.08.15 21:20
조회
136
추천
7
글자
12쪽

4. 작가의 자질

DUMMY

사람은 누구나 악역이 된다.


의도했든 의도치 않았든 간에.


성지혜를 찾으려고 옥산동을 돌아다니던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입에 담기도 껄끄러운 말을 아무렇지 않게 내뱉는 사람들을 떠올리며 이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달칵—


그래서, 나는 일단 자료를 찾고 있었다.


요즘 벌어지는 일들에 관한 자료였다.


[뉴스 ⎹ IMF 그날 이후, 달라진 사회 풍속은?]


사실, 기억하고 있었다.


잊을 리가 없다.


몸으로 겪은 일을 쉽게 잊을 순 없다. 갈수록 줄어들던 아르바이트비. 시급대로 돈을 달라 하면 오히려 화를 내는 사장님. 오락실에 몰려드는 가장들.


그래서 세상엔 생각지도 못한 온갖 일들이 벌어졌다.


[뉴스 ⎹ 아버지의 비극: 아들의 손가락을 자르다]

[뉴스 ⎹ 가정 폭력을 방관하는 촌지 관행,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가?]

[칼럼 ⎹ 외환위기 그날 이후, 비행 청소년 증가에 대한 대책 마련 시급]

[칼럼 ⎹ 엄마 돌아와요 : 외환위기 이후 주부 가출 급증]

[칼럼 ⎹ 청소년을 거리로 내모는 건 정녕 누구인가?]


그리고 내가 생각한 이야기 속 봉길에 대한 오해도 그런 일들의 여파였다.


턱—


나는 그 자료들을 도서관의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세상이 변할지도 모른다는 미미한 희망으로 쓰게 된 글이었다. 그래서 나는 깊은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성지혜에게도 이미 말했지 않던가. 돌이킬 수 없었다.


나는 새빨간 원고지를 꺼내 책상 위에 펼쳤다.


1인칭 관찰자 시점.


독자를 속일 수 있기에 추리 소설에서 많이 쓰이는 시점이다.


<사랑 손님과 어머니>처럼 연애 스토리를 훔쳐보는 재미를 주는 소설이 아니면, 필연적으로 이 기법을 사용한 글은 설명이 많아져 루즈해지기 쉽다.


-1인칭 관찰자 기법은, 기성 작가들도 생각보다 잘 쓰지 않는 기법이에요. 생각보다 적재적소에 사용하기 어렵거든요.


오영희도 내게 그렇게 가르쳤다.


하지만, 나는 이 시점이 필요했다. 당신도 악역이 될 수 있다는 이 소설의 의도를 전하기 위해서.


‘일단 해보자.’


그래서 나는 이어폰을 귀에 꽂았다.


[03. - 1인칭 관찰자 시점 ‘상철’ (봉길)]


달칵—


그리고 버튼을 눌렀다.


쓱—


그 순간, 새빨간 원고지 위로 낡은 건물들이 하나씩 세워지기 시작했다. 그 건물들은 모여 달동네를 이루었고, 어느새 좁은 골목길을 만들었다.


그 골목길에는 거센 비가 내렸다.


솨아아아—!


그 아래 서 있는 베르나 한 대.


그 베르나의 운전석에는 ‘봉길’의 개인정보를 살피며 담배를 피우고 있는 경찰, ‘상철’이 있었다.


“유괴범, 그놈을 찾아야 해.”


옥산동에서 벌어진 유괴 사건의 범인을 찾는 형사, ‘상철’이었다.



.

.

.



대한민국을 들끓게 만든 유괴 범죄가 발생했다.


추정되는 피해 아동만 7명, 실제로 사망한 아동은 3명.


[옥산동 유괴범: 역대 최악의 범죄]

[경찰의 무능,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가?]

[희생된 아이들 3명, 또 다른 희생자는 없나?]


계속된 경기 침체로 감정을 풀 곳이 필요했던 사람들은 경찰에게 온갖 분노를 쏟아냈다.


무능한 경찰.

어리석은 경찰.

권력의 개 경찰.


언론은 매일같이 경찰을 두드려 패기 바빴다.


‘싯팔.’


베르나에 앉아 담배를 뻑뻑 피우던 상철은, 자신이 경찰이라는 사실에 자부심을 가진 사람이었다.


‘이 지랄할 거면 지들이 잡던지.’


신문을 보던 상철은 신문을 구겨 조수석에 던졌다.


‘어떻게든, 잡고 말 거야.’


그가 오늘 옥산동에 온 이유는 단 하나였다.


-[우리 딸한테 접근하는 이상한 놈이 있습니다.]


익명으로 들어온 제보 때문이었다.


-[그놈 몽타주, 30살 즈음에 178cm의 키 맞지 않습니까? 우리 딸한테 접근하는 그놈이랑 똑같은 놈입니다!]


옥산동 유괴 사건의 범인을 자신이 찾은 것 같다는 제보. 처음엔 미심쩍었지만, 이야기를 나눌수록 이상했다.


-[못 믿겠으면, 사진 보내드리겠습니다.]


그리고 경찰서에 도착한 사진 한 장. 뒷모습이 범인과 흡사했다. 결국, 상철은 움직였다. 제보가 진짜인지 아닌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이 시절 범인을 찾는 방법은 하나뿐이다.


‘제길, 결정적 제보가 들어온 날에 비까지 내리냐. 을씨년스럽게.’


제보와 비슷한 사람이 제보받은 장소에 나타날 때까지 기다리는 것. 몸으로 때우는 수밖에 없었다.


‘이 새끼 이름이··· 김봉길?’


봉길의 자료에는 온갖 안 좋은 내용들이 붙어있었다. 정신과 기록부터 시작해 해외 파병 중 과잉 제압으로 인한 불명예 제대까지.


‘보니까, 제정신 아니네.’


상철은 입에 물고 있던 담배를 재떨이에 비벼 끄며 생각했다.


‘이 새끼라면···.’


팔짱을 끼고 운전석 좌석에 몸을 깊게 묻으며 봉길이 자주 나타난다는 골목길 전봇대 아래를 응시했다.


그 순간이었다.


우산을 쓴 한 아이가 가로등을 향해 걸어갔다. 그 가로등 아래, 검은 우산을 쓴 한 남자가 나타났다.


봉길이었다.


봉길은 아이의 우산을 들어주었다. 범죄자치고는 퍽이나 다정한 손길이라고 생각하던 그때, 제보자가 나타나 황급히 아이를 데려갔다.


그런 제보자의 행동에, 봉길은 말없이 주먹을 꽉 쥐었다.


‘··· 화내는 건가?’


왜지? 자식을 부모가 데려가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자 상철은 문득 이번 범인의 특징을 떠올렸다.


‘감정 조절 장애.’


이번 옥산동 유괴범의 특징이었다.


지나칠 정도로 어린아이에게 폭력성을 보이는 것.


‘혹시···.’


문득 떠오른 의문에, 상철은 봉길의 프로필을 확인했다.


[과잉 행동, 감정 조절 능력 저하, PTSD]


상철은 직감했다.


확신이 서자, 증거를 찾는 건 쉬웠다.


“혹시, 이 사람 아십니까?”


봉길은 누가 봐도 수상쩍은 사람이었는지, 관련 증언들이 쏟아져 나왔다.


“이 총각? 가끔 와서 술만 사가던 총각인데.”

“술만 사가긴요. 이상하게, 이 총각 애들이랑 은근 대화를 많이 하더라고요. 그래서 의심하는 사람들도 있잖아요.”

“뭘 의심한단 말입니까?”

“사실, 그 총각이 유괴범이 아닐까 하는···.”

“맞아요. 그 애 시켜서 술도 사게 하잖아요.”


그뿐만이 아니었다.


“죄송합니다만, 그 소문이 어떻게 된 건지 자세히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봉길이 만나는 학교에 가서 물어보니, 봉길을 만난 이후 아이가 학교에 잘 등교하지 않는다는 증언까지 나왔다.


-제가 뭐라 한 것도 없는데··· 도대체 학교를 나오지 않을 이유가···.

-안 그래도 집에 한번 찾아가 보려던 참이었습니다.


범인의 수법과 같았다.


아이와 유대 관계를 쌓은 후 가족과 멀어지게 해 납치 후 살해하는 것. 상철의 의심은 이제 확신이 되었다.


“이 새끼, 구속 수사해야 합니다. 더 죽이기 전에.”


상철은 탐문 수사 후 나온 증언들을 들이밀며 반장에게 말했다.


“너, 상철이 이 새끼, 또 범죄자 점찍어놓고 굿판 벌이는 거 아니야?”


하지만 이번만큼은 달랐다.


이번만큼은 정보가 충분했다. 게다가 봉길의 집에서 보았다는 다른 피해자의 신발까지. 제보자가 딸아이를 데리러 봉길의 집에 갔다가 찍은 사진도 있었다.


“그놈 집에서 피해자 다른 한쪽 신발이 발견되었습니다. 이래도 아닙니까?”


모든 증거가 봉길을 가리켰다.


“게다가 이 새끼 전역 이유가 뭔지 아십니까? 해외 파병에서 과잉 행동 문제로 상명하복 해서 강제 전역이랍니다. 정신과 기록도 있습니다. 이 새끼도 범인처럼 똑같이 감정적이에요.”


모든 기록과 증언이 봉길이 범인임을 가리켰다.


“잡아야 합니다. 이대로 옥산동 유괴 사건 범인을 다른 서에 넘기실 겁니까?”


대한민국의 모든 사람들이 지켜보고 있는 사건이었다. 이 사건의 공이 다른 서에 넘어간다면 곤란해지는 것은 당연했다.


결국, 반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그렇게 봉길이 경찰서로 잡혀가던 날이었다.


“당신은 묵비권을 행사할 수 있으며, 당신이 한 발언은 재판에서 불리하게 사용될 수 있습니다···.”


봉길의 손목에 수갑을 채우던 상철은 봉길의 집에서 울고 있는 제보자의 아이와 눈이 마주쳤다.


‘······?’


상철과 눈이 마주친 아이의 눈에 눈물이 맺히기 시작했다.


아이는 입을 벙긋거렸다.


“아, 아니에요.”


아이는 중얼거리고 있었다.


그 순간 봉길은 주먹을 쥐었다. 그 모습에 봉길은 아이를 말리려 고개를 저었지만, 그래도 아이는 입을 열었다.


그리고 상철을 향해 애원했다.


“아빠가 그랬어요? 아빠는 아저씨를 싫어하니까, 엄마, 엄마도 아빠 말 잘 들으라고 했는데, 흐윽, 저, 저 때문이에요···!”


아이는 봉길을 잡아가지 말라고 애원했다.


“아저씨는 잘못 없어요! 제, 제 잘못이에요···!!”


그 순간, 상철은 직감했다.


잘못되었다.


하지만 상철은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짐작할 수 없었다.



* * *



[나는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새빨간 원고지에 펼쳐진 '상철'의 이야기를 읽으며, 오영희는 깨달았다.


‘이 글···.’


아직 완성된 글은 아니었지만, 오영희는 확신할 수 있었다.


‘분명 아버지의 비평에 답이 될 만한 글이야.’


[악역]


원고의 제목을 보며 오영희는 이 원고를 남기고 간 진상혁을 떠올렸다.


-교수님, 과제 완성했습니다.

-확인 한번 부탁드리겠습니다.


아직 어린 티가 나는 진상혁이 이런 글을 썼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비록 첫 원고에 불과하고, 1인칭 관찰자 시점 사용으로 수정할 부분이 있었지만, 주제는 분명했다.


그래, 주제.


작가의 자질은 '주제'가 말해준다.


오영희는 진상혁이 이 사실을 깨닫는 데 몇 년은 족히 걸릴 것이라 생각했다.


‘··· 어떻게 1년도 안 되어 알아낸 거지?’


가르쳐준다고 해서 알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몸으로 겪어야만 안다. 세계에서 유명한 작가들이 온갖 고난을 겪은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작가란 무의미한 작품을 만들지 않기 위해 온몸을 비틀며 고통스러워야 하는 직업이다.


‘정말, 마흔다섯이라도 되는 건가···.’


작가는 어떻게 보면 가장 무의미한 걸 만들어내는 사람들이다.


비단 작가뿐만이 아니다.


무언가를 창작하고 만들어내는 직업은 다 그렇다.


작품은 필연적으로 모순에 휩싸일 수밖에 없다.


가장 한국적인 글을 추구하던 오영환의 글에 한국적이지 않은 부분이 있는 것처럼, 환경을 지키자는 예술작품을 만들어내는 작가가 환경오염을 일으키는 제품을 사용하는 것처럼, 전쟁을 반대하는 만화가가 전쟁에 대한 낭만을 담는 것처럼.


결국, 모순은 작가가 만들어내는 작품의 의미를 없앤다.


‘··· 어린 천재란 없다고 생각했는데.’


즉, 그들의 작품은 언젠가 아무것도 아니게 된다.


‘어쩌면···.’


그러나 그 속에서도 의미를 가지는 소설들이 있다.


바로 세상이 원하는 의미를 담은 소설들이다.


그런 소설들은 끝내 고전이라 불리며 역사가 되고, 기록이 되며, 세상의 표본이 된다.


사락—


재능이 가르치지 않아도 기본기를 아는 것이라면, 실력은 그 기본기를 다듬고 자신의 것으로 소화하는 과정이다.


오영희는 천재를, 후자를 순식간에 해내는 사람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진상혁도 단순히 재능이 있는 학생에 불과하다고 여겼다.


‘재능뿐만이 아닌 건가.’


운이 좋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잠깐 했었다.


고리타분한 원로 문학가들이 어린 학생들의 글을 뽑아주지 않는 이유와 같다. 어린 학생들은 아직 세상이 원하는 의미가 무엇인지 모르기 때문이다. 작품에 의미를 담는 방법을 모르기 때문이다.


실제로 진상혁이 썼던 글은 커다란 의미를 담진 않았다. <멋진 인생>은 오영희 자신의 인생이었고, ‘시궁창’은 진상혁 자신의 인생이었으니까.


하지만 이번 <악역>은 그 누구의 이야기도 아니었다.


모두의 이야기였다.


천재는 시대가 낳는 거라 하지 않는가. 시대가 원하는 의미를 아는 자만이 천재라 불릴 수 있는 법이다.


사락—


오영희는 다시 소설을 넘겼다. 새빨간 원고지에 적힌 글자를 읽을수록, 오영희는 웃음이 나왔다.


‘머지않아···.’


결국, 인정했다.


‘아버지를 넘을 수도 있겠어.’


진상혁이 가진 건 단순한 수재의 재능이 아니었다.


시대가 원하는 재능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노가다부터 시작하는 천재 작가 생활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이때까지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연중 공지입니다. 24.08.28 39 0 -
공지 연재 시간은 매일 9시 20분입니다. 그리고 제목 '또' 변경 예정입니다. 24.08.16 86 0 -
27 7. 이단아들 24.08.27 65 6 12쪽
26 7. 이단아들 24.08.26 75 6 12쪽
25 6. 순수문학 24.08.25 76 7 11쪽
24 6. 순수문학 24.08.24 89 4 13쪽
23 6. 순수문학 24.08.23 88 5 13쪽
22 6. 순수문학 24.08.22 97 6 12쪽
21 6. 순수문학 24.08.21 104 6 12쪽
20 5. 천재 24.08.20 118 9 13쪽
19 5. 천재 24.08.19 118 9 13쪽
18 5. 천재 24.08.18 124 6 12쪽
17 5. 천재 +1 24.08.17 129 6 14쪽
16 4. 작가의 자질 24.08.16 123 7 12쪽
» 4. 작가의 자질 24.08.15 137 7 12쪽
14 4. 작가의 자질 24.08.14 143 7 13쪽
13 4. 작가의 자질 24.08.13 138 6 13쪽
12 4. 작가의 자질 24.08.12 163 7 13쪽
11 3. 진상 +1 24.08.11 163 11 13쪽
10 3. 진상 24.08.10 169 9 12쪽
9 3. 진상 24.08.09 176 6 14쪽
8 2. 심청 24.08.08 181 8 14쪽
7 2. 심청 24.08.07 185 8 11쪽
6 2. 심청 24.08.06 189 10 12쪽
5 2. 심청 24.08.05 211 10 14쪽
4 1. 진상혁 24.08.04 226 11 15쪽
3 1. 진상혁 24.08.03 262 11 15쪽
2 1. 진상혁 24.08.02 287 11 12쪽
1 1. 진상혁 24.08.02 373 8 14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