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가다부터 시작하는 천재 작가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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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크바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8.02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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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7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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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4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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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4. 작가의 자질

DUMMY


그렇게 된 거다.


나는 오랜만에 전응석의 사무실로 찾아갔다.


“이제는 일은 가끔 급할 때만 도와주겠다고 하더니?”

“아, 그게 말입니다. 좀 도움을 부탁드릴 게 있어서요.”


나는 성의껏 준비한 커피, 사탕, 마스크 등을 내려놓고 전응석을 바라보았다.


“이야, 내가 사람 많이 챙겨봤지만, 이렇게 보은을 제대로 해온 놈은 네가 처음이다, 상혁아.”


전응석은 내가 타온 커피를 들이키며 물었다.


“일 시작한 지 3개월도 안 돼서 손 털고 나간 놈이, 도움은 무슨 놈이야? 내 생에 너처럼 독한 놈은 처음 본다.”


노가다라는 게 그렇다.


몸이 고생하고, 상대적으로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직업이니, 돈을 잠깐 벌겠다고 들어온 사람들이 그대로 눌러앉아버리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간혹, 크게 성공하는 사람들은 돈을 모아 제때 털고 나간다고 옛날에 전응석이 내게 알려주었다.


그래서 나는 웃으며 답했다.


“칭찬이십니까?”

“칭찬이지, 그럼. 젊은 애가 독한 건 좋은 거거든.”


전응석은 사탕을 까서 입에 넣으며 답했다. 나는 잠시 고민했다.


“제가 도움을 부탁드리고 싶은 건···.”


나는 MP3로 들었던 그 이야기들을 그럴듯하게 꾸미려 했다. 좀 쪽팔리지 않는가.


[봉길이는 그 남매가 눈에 밟혔다.]


전응석으로 시작된 스토리가 성지혜로 끝을 맺는 이야기.


[꼬질꼬질한 옷을 입고, 공원에서 물을 길어가는 남매가 눈에 밟혔다. 야산에서 생존훈련이라도 치른 듯한 차림새가, 어린 남매라는 게 봉길이의 마음에 자꾸만 걸렸다.]


명령으로 어린아이를 죽인 트라우마가 있는 퇴역군인 봉길과, 부모에게서 학대를 받는 어린 남매.


[그래서 봉길은 남몰래 어린 남매에게 밥을 주곤 했다.]


하지만 애써 꾸미기엔 조금은 우스운 이야기였다. 그래서 그냥 포기했다.


아무래도 난 그런 건 안 되는 놈인가 보다.


“사실, 제가 글을 씁니다.”

“··· 글?”

“예.”

“그래서 상혁이 너, 늙은이 같던 거였냐? 무슨 이 판에서 십 년은 구른 놈 같이 일하더니.”

“···? 글 쓰는 거랑 십 년 구른 거랑은 딱히 상관없지 않습니까.”


의아해하는 나를 보며 전응석이 웃었다.


“글 쓰는 게 어디 쉬워? 글로 자기 자랑하는 놈들이나 쉽지. 진짜 글 쓰는 놈들은 어렵지. 그래서 그런 거다. 너는 딱 봐도 그럴 놈은 아닌 것 같고.”

“······.”


나는 전응석의 삶을 다 알지는 못한다.


“그래서 뭔데?”


헌데, 전응석의 삶도 평범하진 않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제가 형님이 해주신 말씀을 듣고 떠올린 소설이 있습니다. 주인공이 형님을 모델로 한 거라서요.”

“나?”

“예. 그래서 형님의 허락을 받고 싶습니다.”

“무슨 내용인데?”


왠지 조심스럽게 말이 나왔다.


“··· 그게, 강제 전역 당한 군인이 가정폭력 피해자와 함께 도망치는 내용입니다.”


내용을 듣던 전응석이 침묵했다. 그리고 담배를 입에 물고 대뜸 물었다.


“그거, 왜 쓰고 싶냐.”

“······.”


전응석이 나를 향했다. 물어보고 싶은 게 많아 보였지만, 묻지 않는 얼굴이었다.


그러자, 이 이야기를 쓰게 된 계기를 떠올렸다.


-저 친구를 지켜줄 사람이 있다면 좋을 텐데.


채연이가 성지혜를 보며 했던 말이었다.


그 말에, 우습고도 클리셰적인 이야기가 미심쩍어 속으로만 품으려 했다.


하지만.


-변하는 게 없어서···

-그래서, 짜증이 났나 봐요.


성지혜의 말을 듣는 순간, 그럴 수가 없었다.


그걸 알기에, MP3가 이 이야기를 띄운 건지도 몰랐다.


“사실···.”


그래서 나는 부끄러워 차마 꺼내지 못했던 말을 꺼냈다.



.

.

.



이야기는 소문이 가득한 달동네의 한 아이가 아버지의 심부름으로 소주 한 병을 사러 가면서 시작된다.


“애한테 소주 심부름 시켜도 되는 거야?”


그 순간, 슈퍼에 있던 다른 손님이 묻는다. 슈퍼 주인은 대수롭지 않게 뉴스를 보며 답한다.


“아버지가 시키는 걸 텐데, 뭐. 어때요.”


뉴스 화면엔 연이은 기업의 부도 소식이 들린다. "세상이 말세야"라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들리고, 멍투성이의 아이는 소주병을 품에 안고 뒤뚱뒤뚱 작은 길목을 오른다.


유치원도, 학교도 가지 않는 아이의 일상이었다.


소주병을 들고 언덕을 오르는 일, 새파란 멍이 새빨간 멍 위에 덧입혀지는 일상은, 언제나 아이에게 반복되었다.


하지만 어느 날, 변화가 찾아온다.


아이의 옆집에 군인 출신의 한 남자가 이사를 온 날부터.


“안녕하세요. 아저씨.”


그 남자가 소설의 주인공인 ‘봉길’이다.


이야기는 그렇게 시작된다. 그리고 나는 그 이야기를 똑같이 성지혜에게 해줬을 뿐인데···.


“아저씨.”

“응?”

“열다섯 살이에요?”


내 나이, 마흔다섯.


중2에게 중2냐는 소리를 들었다.


“지금, 중2병이라는 거지?”

“그걸 말해야 알아요?”


성지혜가 내가 사준 국밥을 먹으면서 말했다.


붕대와 밴드가 덕지덕지 붙은 성지혜의 표정은 뭐 이런 걸로 자기를 부르냐는 얼굴이었다. 전응석은 글을 쓰라고 단번에 허락했는데, 성지혜는 뭔가 어려웠다.


게다가, 자기 할 말만 하고 있었다.


“근데, 그 인간은 어떻게 쉼터에 안 오게 한 거예요? 그 인간이 경찰서 가면 소용없을 텐데.”


야무지게 순대 국밥 위에 양파절임을 얹어 먹던 성지혜의 질문에 나는 친절히 답했다.


“선생님들이 손 썼으니까 당분간 안 오실 거야.”

“술값 줬어요?”

“······.”

“대답 없는 거 보니까 맞네. 죄송해요. 거지 같은 인간을 아버지로 둬서.”

“··· 그게, 왜 내가 사과할 일이냐.”

“다들 그렇게 말하던 걸요. 애비 단속도 못하냐고.”


그나저나, 나는 성지혜가 참 새로웠다.


이렇게 말이 많은 애였나 싶었다. 어떻게 말도 안 하고 그걸 다 참고 있었는지, 신기했다.


한참을 쓸데없는 이야기로 종알거리던 성지혜가 물었다.


“근데, 아저씨는 왜 안 먹어요?”


지금, 내 앞엔 식사가 없었다. 성지혜의 앞에만 음식이 추가되고 있었다. 그에 대한 의문이었다.


“아. 그게···.”


이런저런 고민을 하다보니 저절로 뜸들이게 되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뭐 이런 걸까지 망설이냐는 얼굴의 성지혜를 향해, 나는 입을 열었다.


“··· 돈 쓰는 게 적응이 안 돼.”


<멋진 인생>의 인세가 들어오면서부터, 이제는 돈이 부족해 전전긍긍할 일은 없었다.


지금 당장 하숙집을 나가도 될 정도의 돈이 쌓였다. 예전엔 알바를 줄이면 생활이 불가능했는데, 이제는 생활이 가능해졌다.


하지만 오래전부터 몸에 밴 습관이 한순간에 달라지진 않았다.


“······.”


내 말에 성지혜가 미묘한 얼굴로 나를 보았다.


그 시선에 나는 떨떠름하게 덧붙였다.


“그래서···, 나도 네 말에 공감한 거잖아.”


왠지 뻘쭘해진 기분에 머리를 긁적이며 답했다.


“네 말에.”


세상이 변하지 않아서 짜증 났다는 그 말에, 나도 모르게 공감해 버린 것이다.


회귀 전의 삶이 그랬다.


그래도 그 삶이 있었기에 이 변화가 있는 게 아닐까 싶었다. 물론 오영희의 말대로 차기작이 망하면, 이 모든 영광도 물 흐르듯 사라질 것이었지만.


“···그래서, 밥도 사주고, 하는 거예요?”


나는 말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아저씨도, 구질구질하게 살아서요?”

“··· 구질구질하게라는 건 좀.”

“구질구질한 거 아니면 뭐예요?”

“······.”


이 애. 어제 그렇게 울던 애가 맞나? 아, 하긴 어제도 성깔이 있어 보였다.


그리고 따지고 보면 틀린 말도 아니고.


그래서 그냥 수긍했다.


“··· 그러게, 구질구질하네.”


떨떠름한 내 대답에, 시니컬하던 성지혜가 처음으로 피식 웃었다.


“아저씨, 성격 원래 이래요?”

“···글쎄. 이러진 않았던 것 같은데.”

“푸흐. 아저씨, 진짜 웃기다. 집에서 시비 걸던 아저씨 맞아요?”


시비가 아니라, 진심이었는데···.


왠지 여기서 잘못 말했다간, 좋아진 성지혜의 기분이 말짱 도루묵이 될 것 같아 입을 다물었다.


그 순간이었다.


“그런데···, 아저씨.”


붕대가 감긴 성지혜의 손이 젓가락을 집었다.


“이 유치한 이야기를 왜 제 허락까지 맡아가며 쓰고 싶어요?”


그리고 남은 고기를 입에 넣으며 물었다.


“시놉시스 중2병 같은 거지···, 진짜 중2병처럼 쓰진 않을 거죠?”


중2병.


그래, 솔직히 나도 자신감이 좀 없었다.


어떻게 이 스토리가 중2병이 아니란 말인가. 세상을 바꾸는 소설이라는 것도, 중2병 같은 느낌이지 않던가.


“하지만, 전직 군인에 달동네, 어린 남매, 가정폭력···, 설마 이야기 속 아저씨가 아저씨고, 남매는 저인 거 아니에요?”


그걸 눈치챘는지 성지혜가 날카롭게 되물었다.


“아니야.”


나는 필사적으로 고개를 저었다.


“진짜예요?”

“어. 진짜라니까.”


하지만, 그 덕분일까. 왠지 해명할수록 이상해지는 기분이었다.


“거짓말.”

“···아, 아니라고.”


하지만, 솔직히 책이 되면 나쁘진 않을 것 같았다. 그 속내를 알아챈 건지, 고민하던 성지혜가 내게 물었다.


“진짜, 이유 따로 있죠?”

“······.”


중2는 가끔 정곡을 찌르는 건가 싶었다.


그래서 나는 한숨을 쉬었다.


“사실···.”


소설과,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한 깨달음의 실마리를 준 건 성지혜의 말이었다.


세상이 변하지 않아 싫었다는 성지혜의 말.


그래서 도움이 될 수 있는 선에서는 도움을 주고 싶었다.


“세상이 변하는 것도 나쁘진 않잖아.”


전응석에게 했던 말을 성지혜에게도 했다.


“그래서, 한번 써보고 싶어.”


한참을 침묵하던 성지혜가 젓가락으로 비어버린 국밥 그릇을 쿡쿡 찌르며 천천히 답했다.


“··· 아저씨, 진짜 열다섯 살 같아요.”


이번엔 왠지, 그 말이 그렇게 나쁘게 들리진 않았다.


“그럼 열다섯 살이지. 뭐.”

“칭찬 아니거든요?”

“이번엔, 칭찬 같은데?”

“칫. 이렇게 알아듣으니까, 구질구질하게 살았죠.”

“······.”


진짜, 중2는 뼈아픈 말만 메다꽂나 싶던 때였다.


“···그럼, 일단 한번 써보세요.”


성지혜가 입을 열었다.


“대신.”


여전히 팔은 멍투성이에, 눈은 퉁퉁 부어있고, 입고 있는 옷은 하염없이 낡았지만 성지혜의 눈빛은 한결 나아져 있었다.


“··· 좀 특별한 게 있었으면 좋겠어요.”

“특별한 거?”

“네. 지금은 너무 중2병 같잖아요. 음··· 뭐, 이야기를 조금 바꾼다거나, 주인공을 바꾼다거나···, 그러면 안 돼요?”


그 순간이었다.


‘··· 주인공을 바꿔?’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생각이었다.


그래서, 문득 나는 성지혜를 찾으러 돌아다녔던 그날이 떠올랐다.


알지도 못한 채로, 성지혜의 이야기를 쉽게 꺼내던 사람들.


-걔 아빠만큼이나, 걔도 학교에서도 유명해요. 사고 치고 다녀서.

-사고? 애라도 가졌대요?

-몰라요. 근데 선생님도 그렇고, 다 이 애 싫어하니까. 이유가 있지 않겠어요?

-우리 애도, 걔 싫어하더라.


웃는 얼굴로 듣고 있을 수 없던 이야기를 쉽게 내뱉던 사람들.


가정폭력에 이유가 있을 거라 생각하던 사람들.


바뀌어야 할 건 소설 속 주인공들이 아니었다.


그러자 문득, 한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 가능한가?’


하지만 그건 내가 아직, 단 한 번도 써보지 않은 느낌의 글이었다.


내가 그 아이디어로 글을 쓰기를 망설이던 때였다.


띠링-!


MP3에서 다시금 알람이 울렸다.


‘······?’


의문스러운 소리에, 성지혜에게 양해를 구하고 나는 품속에서 MP3를 꺼냈다.


‘알람이 울릴 일이···.’


화면에는 처음 보는 문구가 떠있었다.


[업데이트가 완료되었습니다.]


채연이의 MP3는 아직 출시되지도 않은 기종이다. 업데이트가 될 리 만무했다. 그렇다면···?


‘작품?’


나는 MP3를 황급히 확인했다.


[03. - 봉길]

[시점 변경을 하시겠습니까?]

[Y/N]


그리고 처음 보는 기능이 추가되어 있었다.


‘시점, 변경?’


나는 우두커니 화면에 뜬 글자를 바라보았다.


MP3의 화면을 보던 나는 홀린 듯이 버튼을 눌렀다.


[시점이 변경되었습니다.]

[03. - 1인칭 관찰자 시점 ‘상철’ (봉길)]


‘이 MP3···.’


화면에는 머릿속에서만 생각했던 새로운 주인공의 이름이 적혀있었다.


‘기능이 더 있잖아···?’


진짜 주인공인 ‘봉길’을 유괴범으로 오해하는 새로운 주인공의 이름이었다. 읽는 독자도 봉길을 유괴범으로 착각하도록 만들 경찰의 이름.


‘설마···.’


나는 쓰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이 아이디어로 소설을 쓰라는 건가?’


진실을 알면 모두가 악역이 되는 이야기를.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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