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가다부터 시작하는 천재 작가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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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크바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8.02 17:13
최근연재일 :
2024.08.27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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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6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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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이단아들

DUMMY

매년 말, 혹은 매년 초에 열리는 신춘문예엔 수많은 사람들이 글을 낸다.


문학상과 달리, 신춘문예는 모두가 작가가 될 수 있다는 걸 표방하기에 더욱더 경쟁률이 높았다.


그러나 수많은 신문들 중에서도, 특히 한성 신문은 남달랐다.


[1월 1일 한성신문]

[신춘문예 당선작]


12월 31일에 발표되는 한성 신문의 신춘문예 당선작은, 매년 1월 1일 신문에 대문짝 하게 박히기 때문이었다.


소설, 희곡, 시 등등.


그뿐만은 아니었다.


한성 신문은 그냥 신문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오래된 신문이자, 구독자 수가 가장 많은 신문.


그리고 진상이 돌아온 현시점은, 대한민국 사람의 80퍼센트가 신문을 읽는 시대다.


즉, 한성 신문에 작품이 올라가면 대한민국의 절반이 읽게 된다는 것과 다름이 없다.


그래서 한성 신문의 신춘문예는 그 위상과 달리 한없이 고리타분했다. 자극적인 걸 신문에 올리면 신문 구독자들에게 불만 전화가 쏟아지는 것은 물론이요, 뉴스에 뜨는 시대였다.


어쩔 수 없이 한성신문의 신춘문예는 뽑히는 작품뿐만 아니라 심사위원들까지 고리타분했다.


문인협회 회장 81세


한성신문 신춘문예 13회 당선자 73세


.


.


.




63세의 비평가 등등.


고리타분한 작품을 뽑아야 하니, 심사위원들이 고리타분 한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분명 그랬다.


한 원고가 도착하기 전까지.


[운수 좋은 애]

[진상]


그러니까, 심사위원도, 소설을 받는 사람도,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었다.


먼 훗날에야 대중 문학이니, 뭐니 그 장르의 경계가 흐릿해지지만 현시점은 다르다.


엄밀히 구분되어 있는 시기였다.


“이놈은 뭡니까?”

“요즘 그 상업 문학 쓰는 놈이잖아요. <악역> 영화화하고···.”

“그놈, 영화로 돈 벌더니, 이제 체면이라도 차리겠다고 낸 건가?!!”


대중 문학 작가가 감히 순문학을 하겠다고? 심사위원들은 당연히 대노했다. 정파와 사파의 차였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이건, 그들을 향한 진상의 도전장이었다.


물론 그렇게 생각했다.


왜냐면 그들도 오영환처럼, 진상혁이 당연히 대중 문학을 써올 줄 알았기 때문이었다.


근데, 이게 웬걸.


막상 알맹이를 까보니, 알맹이에 든 건 그들이 바라는 순수 문학 그 자체였다.


‘순수 문학이잖아?’


그뿐이던가?


분노하던 심사위원들은 이성을 찾기 시작했다.


이유는 하나였다.


잘 썼기 때문이었다!


어떤 심사위원은 읽다가, 자신의 어린 시절을 상상하고 말았다.


“우리 어머니도, 공장 다니셨는데 기계 소리를 아직도 싫어하셔···.”

“···그 흠.”


그렇게 상념에 빠지는 작가들에게 눈치를 주는 원로 작가들도 있었다.


‘이 정도면, 상 줘도 되지 않을까?’

‘이렇게 재미있는 글, 오랜만에 읽어보는데.’


대체로 반응은 좋았다.


하지만 절반정도는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진상이 아무리 순수 문학을 써왔다고 한들, 진상에겐 절대 채워지지 않을 흠이 있었다.


‘상을 주면 안 되는 거 아닐까?’


고길진의 출판사에 붙은 거?


아니다.


대중 문학 작가인 거?


아니다.


나이를 모르는 거?


아니다.


가장 중요한 흠은, 그냥 정식 등단 후 작품을 쓰지 않았다는 점이다.


진상이 소형 출판사의 문학상으로 작가가 되어, 상업적인 작품을 쭉 쓰다가 이제 와서 진정한 문학을 하겠다 발을 들이미는 것처럼 보인다는 점이었다.


그게 그들은 자존심이 상했다.


그랬다. 이건 일종의 자존심 문제였다.


“하지만 작품이 못난 게 아닌데, 상을 주지 말아야 할 이유가 있습니까?”

“이러다간 작가들이 다 돈을 밝히는 길만 갈지도 모릅니다! 상업 작가도 인정해주는 꼴이 아닙니까?”

“사람은 돈을 밝히는 게 당연한 아닙니까?”

“그러니까 무릇, 작가라면 돈을 밝히지 않는 길로 가야 하지 않겠습니까? 작가는 다른 직업과 다르잖습니까!”

“작가라는 직업이 무슨 특별한 직업이라도 됩니까??”


그러자, 논쟁이 벌어졌다.


작가는 무엇이냐는 논쟁이었다.


과거 순수 문학과 참여 문학으로 논쟁을 수십 년간 벌였던 문학계답게, 별 걸로도 싸웠다.


“그리고, 이렇게 도발적인 선택을 해온 신인 작가의 작품에 상을 줘버리면 한성 신문 신춘문예의 권위가 무시당할 겁니다.”

“허허. 그건 다, 박 교수 생각 아니요? 아직 벌어지지도 않은 일을 사실처럼 말하지 마시오.”


그러자 온갖 언쟁이 오가며, 교양 넘치는 사람들답지 않게 천박한 내용으로 서로를 비난했다.


“학생도 넘보는 분이, 대중문학과 문학의 경계라도 안 넘나들겠습니까.”

“어허!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요? 자네는 남의 아내를···.”

“이 이야기가 그런 추태까지 나올 일입니까?”

“추태가 아니라, 로망이네!”

“노망이 난 늙은이겠지.”

“지금 뭐라 했소?!!”

“아니면, 어디 한번 부정해 보시겠습니까?!”


진상의 신작 <운수 좋은 애>을 당선시켜야 한다, 말아야 한다로 벌어졌던 원로 작가들의 논쟁은 추한 말싸움으로 번졌다.


그리고 그 가운데, 유일하게 이성을 유지하고 있는 여자가 있었다.


‘이, 이게 뭐야.’


한성 신문 문화부 생활만 어연 10여 년.


신춘문예 관리만 어연 6년.


늘 교양 있는 척, 늘 예의 있는 척 굴었던 원로 작가들의 추태에 당황한 한성 신문 문화부 편집장추예지는 당황하며 소리쳤다.


“아니, 선생님들, 일단 1월 1일 자 신문의 레이아웃이 확정 나기 전에 결정을···!!”


하지만, 편집장의 말에도 바르르 끓어오른 심사위원들의 말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나이가 들면 더 속이 좁아진다던가?


게다가 끝날 만하면, 말싸움은 이어졌다.


“한성 신문 보다, 고려 일보랑 더 친한 거 모를 줄 아시오?”

“무슨 소립니까. 그쪽은 한양 일보와 친하지 않습니까.”


알고 싶지 않은 정보들까지, 쏙쏙 편집장의 귀에 박히고 있었다. 개판이 난 심사 상황에 편집장은 결국, 그냥 한숨을 쉬며 고개를 푹 숙여버렸다.


그러자 책상 아래 놓인 원고가 보였다.


[운수 좋은 애]

[진상]


‘제길, 솔직히, 제일 잘 쓴 것 같은데 그냥, 당선을 주면 될 것을···!!’


하지만 편집장은 그런 거 몰랐다.


문학계의 이미지? 대중문학 순수문학? 그딴 거 알바냐? 예전엔 책에 대한 사랑으로 들어왔던 문화부지만, 이젠 그냥 세상에 찌든 직장인 1이었다.


‘빨리 결정내고, 퇴근했으면 좋겠다.’


편집장이 핏대까지 높여가며 싸우는 원로 작가들 아래에서, 한숨만 폭폭 내쉬던 때였다.


지이잉-!


휴대폰이 울렸다.


[홍성재 팀장]


한성 그룹의 2세이지만, 경영권 상속보다는 수상할 정도로 문화사업에 관심이 있는 낙하산.


홍성재였다.


‘.......?’


하지만 일찌감치 승계싸움에서 멀어진 탓에, 한성문고, 한성교육, 한성 신문등이 소속되어 있는 한성 엔터의 차기 후계자기도 했다.


[편집장님. 혹시, ‘진상’이라는 작가에 대해서 알아요?]


근데, 그 홍팀장이, 편집장에게 ‘진상’을 찾았다.


‘진상, 진상? 요즘 유명한 작가 말하는 건가?’


그리고 편집장은 자신의 밑에 있는 원고를 발견했다.


‘그 작가는 왜 갑자기 찾···.’


[운수 좋은 애]

[진상]


‘그 작가, 가 이 작가잖아···?!!’


화들짝 놀란 편집장은 깨달았다.


‘제길···!!’


진상을 당선시키기 싫은 원로 작가 무리 다수.


그에 대한 그냥 반발심이 생긴 흔한 예술가형 작가 무리.


그리고 갑자기 등장한 낙하산 홍성재까지.


편집장은 초미의 기로에 서있었다.


‘도대체, 나보고 어떡하라는 거야···!!’


그리고, 한편 이 모든 사태를 초래한 진상혁은···.


“문예창작과에 전과하려는 이유가 뭡니까?”


무사히 1차 전과 시험을 통과, 전과 면접을 보고 있었다.



***


이미 결과는 정해진 거나 다름없다고, 오영희가 말하긴 했다.


-이 정도, 성적이면 전과에 문제없을 거예요.

-상혁 학생이 저에게 글을 배웠다는 사실로 꼬투리 잡을 만한 사람이···, 한 명 정도 있긴 한데.


어떻게 보면 나는 사실 엄청난 백을 가지고 있는 것과 다름이 없었다.


문제는, 다른 교수들이나 학생들은 이 사실을 모른다는 점이지만.


“··· 전과를 결심한 이후, 문학 작품을 꾸준히 읽고, 글쓰기 연습도 계속해왔습니다.”


나는 진실을 말할 수 없으니, 그럴듯한 대답을 했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었다.


그리고 그에 대한 결과도 냈다. 신비주의 작가가 되어버려, 말은 할 수 없지만.


“진상혁 학생은, 실제로 교양으로 글쓰기 수업을 꾸준히 들었네요?”

“오영희 교수님이 말하던 걔 아닌가?”

“그럼, 문제없지 않을까요?”

“그러게요. 오영희 교수님이 아무한테나, 관심 보여요? 잘 쓰는 애들한테만 관심 보이지.”


교수들이 수군수군 거리기 시작했다.


‘··· 소문이 안나는 게···, 이상하긴 했지.’


발바닥에 불날 정도로 채연이와 함께, 오영희의 연구실에 들락날락거렸던 나다.


그 덕분일까.


조금은 부담스러울 정도로, 기대감에 찬 교수들의 눈빛이 쏟아졌다.


‘··· 부담, 스러운데?’


나는 왠지 모를 교수들의 시선을 피하며, 침묵하던 때였다.


“오 교수님이, 뭐 글 잘 쓰긴 해도, 글 잘 쓰는 애 볼 줄 안다고 확신할 순 없는 거잖아요?”


끝에 앉아있던 교수가 입을 열었다.


“오 교수님은, 이제 글도 쓰지 않기도 하고.”

“··· 황 교수. 그건 좀 말가 심한 게 아닌가?”

“말이 심한 게 아니라, 사실이지 않습니까. 안 그래요?”

“황교수야 말로, 교무처장 준비로 바빠서 수업에 제대로 힘을 못쓰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 말에, 황 교수라 불린 교수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지금 오 교수님 편을 드는 겁니까?”

“편을 드는 게 아니라···.”

“글쎄요. 여하튼, 저는 오 교수님 말만 듣고 이 학생이 문예창작과와 잘 맞는 학생이라고 볼 수 있을지는 의문이네요.”


내 전과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선언이자, 어찌 보면 오영희의 선택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말 같았다.


그러자, 심사를 보는 5명의 교수들 사이에서 언쟁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성적도 나쁘지 않은데···.”

“성적과 글쓰기는 별개 아닙니까?”

“노력의 척도를 판별할 순 있죠. 게다가 1차 시험은 잘 봐서 면접까지 온 거 아닙니까?”

“1차 시험은 2천 자의 논설문 작성입니다. 아주 기본적인 것만 확인하는 겁니다.”

“그건 앞선 발언과 모순이에요, 황 교수. 글쓰기로 실력을 파악할 수 없다면, 무엇으로 실력을 판별하죠?”


나는 점차 얼이 빠졌다.


물론 나이 많다고 싸우지 않는 건 아니다면, 지긋해 보이는 분들끼리 싸우고 있으니 좀 당황스러웠다.


‘··· 뭐, 라인 싸움 같은 거라도 있나···?’


사실 라인이란 게, 비단 문학계뿐만 아니라, 사람 모이는 곳이라면 이뤄지는 일이 아닌가.


게다가, 이게 이렇게까지 언쟁이 벌어질 인가 싶었다.


“···후우.”


나는 언쟁이 벌어지는 교수들에게 입을 열었다.


“저기.”


하지만, 한 번에 목소리가 높아지는 교수들의 시선을 집중시킬 순 없었다.


‘아오.’


얼굴을 쓸어내린 나는 좀 더 큰 목소리로 말했다.


“글 쓰겠습니다.”


그러자, 목소리가 높아지던 교수들이 일제히 나를 바라보았다.


“······?”


사실, 이렇게 싸울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실력에 대한 논란이 있다면 그냥 보여주면 끝나는 일이었다.


“분량과 주제, 글의 종류를 지정해주시면 시간 내에 글을 써서 제출하겠습니다.”


글을 쓰겠단 소리였다.


그러자, 교수들의 호의적인 반응이 쏟아졌다.


“어머. 좋은 생각이네요!”

“그러게요.”

“의심 많은 황교수님한테 딱인 제안이네!”

“······.”


왠지 나를 쳐다보는 한 교수만 제외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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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4. 작가의 자질 24.08.12 163 7 13쪽
11 3. 진상 +1 24.08.11 163 11 13쪽
10 3. 진상 24.08.10 169 9 12쪽
9 3. 진상 24.08.09 176 6 14쪽
8 2. 심청 24.08.08 181 8 14쪽
7 2. 심청 24.08.07 185 8 11쪽
6 2. 심청 24.08.06 189 10 12쪽
5 2. 심청 24.08.05 211 10 14쪽
4 1. 진상혁 24.08.04 226 11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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