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가다부터 시작하는 천재 작가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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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크바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8.02 17:13
최근연재일 :
2024.08.27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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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5,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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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9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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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5. 천재

DUMMY

한편, 오영환은 화가 났다.


쉽게 말해, 세태와 야합한 진상혁의 행태에 너무나 화가 났다.


“고얀 놈!”


오영환은 사실 차기작을 준비하고 있었다.


‘진상’을 진정한 라이벌로 생각하고 짓눌러버리고 싶은 욕망에서 준비하던 차기작이었다. 하지만 진상은 대뜸 <악역>이라는 작품을 내놓았다.


‘기대를 충족하기에 뛰어난 작가가 될 거라 생각했지만···!!’


부담감에 무너질 줄 알았던 진상이 살아 돌아왔다. 당연히 오영환은 <악역>을 읽어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진상의 <악역>은 그야말로 완벽했다.


그러자 오영환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런 신진 작가를 눌러버릴 필요가 있나?’


싹수가 노랗다고 생각했던 진상은 노란 게 아니라 파랬다. 너무 파릇파릇해서 눈이 부실 정도였다.


왜냐하면 차기작 <악역>은 오영환이 신인 작가 ‘진상’에게 요구하던 점이 모조리 들어가 있는 작품이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그 단계에서 한층 나아간 기분도 들었다.


그렇다고 상업적인 면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었다.


열린 결말로 끝났기에 수많은 사람들의 입에 회자되며 그 결말과 관련된 사회적 현상에 대해 언급되었다.


문학이 만들어낼 수 있는 가장 큰 영향력이었다.


그래서 오영환의 분노는 사그라들었다.


분명 그랬다.


‘수용하는 작가라면 굳이 진상을 누를 필요는 없다.’


수용하고 나아가는 작가라면 진상혁은 오영환이 키워야 마땅했다. 그렇다면 진상은 타인에게서 배우며 언젠가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작가가 될 터였다.


그래서 오영환은 내심 진상을 인정하고 있었다.


그런데 말이다.


[영화화는 문학의 종말인가?: 변화를 둘러싼 논쟁]

[소설의 영화화, 진정으로 문학적 가치를 무덤에 묻나?]


갑작스럽게 고길진의 비평이 떴다.


오영환은 설마 싶었다. 설마 진상 이놈이 세태와 야합하려나 싶었다.


[문학의 걸작 <악역>, 영화로 재탄생: 베스트셀러의 악을 스크린에서 만나다]


그런데, 이놈이 야합해 버렸다.


마치 준비한 것처럼 <악역>의 영화화 소식이 들려왔다!


당연히 오영환은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 싹수가 노란 놈이라며 오영환은 들들 날뛰었다.


“영희가, 뭐 자기를 이길 만한 천재라더니···!! 천재는 무슨···!!”


오영환은 지금 당장이라도 오영희를 찾아가 묻고 싶었다. 그런 놈이 너보다 재능이 뛰어나다고 정말 믿는 것이냐고. 그렇게 묻고 싶었다.


돈을 쫓아가는 그 어린놈이, 네가 키울 만한 가치가 있느냐고.


오영환은 진상을 잠시나마 천재라고 생각했던 자신의 머리를 쥐어뜯고 싶었다. 돈을 좇게 되면 작가라는 족속들은 사유를 하지 않게 된다.


작가는 나약하고 여린 족속들이다.


조금만 편안해지고, 조금만 괜찮아지면 사회와 타협하여 질 떨어지고 어처구니없는 글을 쓴다.


‘그놈이, 그러지만 않았어도!’


매일매일 그렇게 진상혁에 대해 생각했다.


-··· 그쯤이면 사랑이에요, 아버지.


-사랑은 무슨!


오영환은 매일매일 오영희에게 전화를 해 진상혁을 욕했다. 어처구니없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어쨌든 오영환은 매일매일 진상혁을 생각했다.


그렇게 일주일.


오늘도 오영환이 아침을 먹다 말고 분노하던 때였다.


“그놈의 새끼는···!”


주방 TV 화면에서 뉴스가 흘러나왔다.


오늘의 뉴스였다.


[소설 <악역>의 영향으로 ‘김봉길법’ 국회 통과!]


오영환은 <악역>이라는 단어에 홀린 듯이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오늘도 늘 그랬듯이, 화를 내려 했다.


[국회는 오늘 가정 폭력 피해자들의 보호를 강화하고, 고발 절차를 간소화하는 '김봉길법'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습니다. 이 법안은 베스트셀러 소설 <악역>의 강렬한 메시지와 국민적 공감대에 힘입어 제정되었습니다. 소설 <악역>은 최근 사회적 변화를 그려내며 큰 화제를 모았···.]


<악역>을 읽었으니 안다.


오영환도 모르지 않았다.


<악역>은 사회적 위기로 인해 만들어진 가정폭력이 주된 소재다. 그 사실을 모른 채 판단을 내리는 사람들이 얽히고설켜서 봉길이를 잡아가게 된 것이다.


소설이 유행했으니, 가정폭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그놈 설마···.’


그러자 오영환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걸 노리고?’


어린놈이 생각하기엔, 너무 농익은 생각이었다. 얼핏 보았을 땐 이제 막 스물셋 정도로 보이는 놈이 아니던가.


‘그럴 리가 없다. 아직 어린놈이겠지. 이런 우연이 있을 리···.’


여전히 다시 한번 화를 내려는 오영환의 귓가에 그다음 뉴스가 들렸다.


[<악역>의 출판사 문학정원, 소설가 ‘진상’, 가정 폭력 피해자를 돕기 위한 재단 설립.]


진상혁이 가정 폭력 피해자를 위한 재단을 설립했다는 이야기였다.


“······”


오영환은 그 뉴스에 진상혁을 향해 치밀어 오르던 분노가 사그라드는 걸 느꼈다.


“후.”


그래서 오영환은 의자에 몸을 묻고 눈을 감았다.


만약 이 여파를 진상혁, 그놈이 스스로 선택했다면 진상혁 그놈은 천재였다. 사유뿐만 아니라 판단력, 큰 판을 볼 줄 아는 눈까지 가진 천재.


‘··· 내가, 그놈을 궁금해한다고?’


한참을 생각하던 오영환은 자신이 진상이라는 작가를 궁금해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내가?’


그래서 오영환은 휴대폰을 들었다.


[무슨 일이십니까, 선생님?]


오영환이 비서에게 말했다.


“그놈, 그놈에게 이번 주 주말에 얼굴 좀 보자고 전해라.”


그놈.


비서는 알았다.


[알겠습니다.]


오영환이 일주일 내내 외치던 그놈의 이름을 말하지 않아도.



* * *



“···꼭 이렇게 해야 해요?”


성지혜는 난생처음 이렇게 입어봤다.


“근데, 피해자라고 허름하게 나가면 사람들이 더 무시해. 얼굴은 확 꾸며야지.”

“언니···.”


오늘은 재단 공표식과 함께 한국대 강당에서 첫 번째 장학금 수여자를 발표하는 날이었다.


첫 번째 장학금 수여자는 성지혜였다.


“걱정 마세요. 아름다우십니다, 지혜 양.”


고길진이 옆에서 입에 발린 말을 해줬지만, 성지혜는 도통 적응이 안 되는 모양이었다.


“누가 보면 상혁 씨가 얼굴로 뽑은 거 아니냐고 물어보겠는데?”


채연이가 이런저런 말로 성지혜를 달래려 했다.


“하지만 바깥에 사람이 너무 많아서···.”


성지혜가 힐끔 나를 째려보았다. 그 시선에 나는 왠지 모르겠지만 사과했다.


“미안. 기자가 이렇게 많이 올 줄 몰랐어.”


그러자 성지혜가 입을 삐죽이며 답했다.


“아저씨는 아저씨 이름값도 생각 안 해요?”


솔직히 말하자면, 내 이름값이 이렇게 대단할 줄 몰랐다.


그러니까, 과거와는 달랐다. 문학을 좋아하던 사람들도 책을 하나둘씩 읽지 않기 시작하던 시절과는 달랐다.


작가의 말 한마디가 생각보다 위력이 큰 시절이란 걸, 나는 이제야 깨달았다.


옆에 있던 채연이가 성지혜에게 물었다.


“그래도 고맙지?”


그러자 성지혜가 입을 삐죽 내밀다 중얼거렸다. "언니 없었으면, 아저씨 아는 척도 안 할 거다." 뭐 그런 얘기들을 했다. 성지혜가 저러는 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근데···.’


그래서 말의 내용이 거슬리는 건 아니었다.


내가 거슬리는 건 말이 아니라 호칭이었다.


‘근데 왜 나는 아저씨고, 채연이는···?’


그 의문을 가지던 때였다.


“고, 마워요.”


중얼거리던 성지혜가 입술을 깨물며 한마디를 내뱉었다.


“···언젠간 갚을게요. 언니도, 대표님도···!!”


새빨갛게 변한 얼굴로 덧붙였다.


“아저씨도!!”


그리고 후다닥, 꽁지가 빠지게 대기실을 나섰다.


“······?”


그 광경에 채연이와 고길진이 폭소했다.


“귀엽다. 그렇죠.”

“그러게요.”


왠지 나만 아저씨가 된 기분에 떨떠름하게 물었다.


“저만, 아저씨인···데요.”


그러자 고길진과 채연이가 갑자기 빵 터지며 웃음을 터뜨렸다.


“이럴 땐, 작가님 스물다섯···.”

“대표님! 시간 다 됐습니다!”

“일단, 먼저 가보겠습니다.”


직원의 부름에 고길진이 대기실에서 사라졌다. 그러자 남은 건 채연이와 나뿐이었다.


그때 채연이가 내 손을 잡아끌며 말했다.


“상혁 씨. 그거 알아요?”

“······?”

“꼬마에겐 봉길이도 아저씨잖아요.”


채연이가 고개를 돌려 속삭였다.


“그럼 된 거 아닌가.”

“······!”


그리고 나를 향해 활짝 웃었다.


“늦겠다. 우리도 어서 가요.”


그 말에, 나는 성지혜가 얼마나 용기를 냈을지 아주 조금은 알 수 있었다.



.

.

.



“선정된 학생, 성지혜 학생에게 장학금이 수여되겠습니다. 대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저희 ‘문학 정원’과 ‘진상’ 작가님은 선정된 학생을 후원할 것입니다.”


재단을 세우는 건 여러모로 좋다며 찬성한 고길진이었다.


세금 문제나 여러 현실적인 이점 때문에, 정말 좋다면서 작가님은 최고라고 하던 그가, 장학금을 수여할 때는 눈가가 촉촉해졌다.


그 모습에 잔뜩 긴장해 있던 성지혜도 웃음이 터졌는지, 입가가 씰룩거렸다.


“수···수여하겠습니다.”


기자들이 많이 와 있으니, 문학계에서 유명한 사람이 한두 명 정도는 있어야 하지 않겠냐며, 나는 신비주의 작가가 되어 참석하지 못하게 되자 오영희에게 참석을 부탁했다.


[봉사자]


그래서 나는 마치 불려온 스태프처럼 명찰을 달고 수여식을 지켜보고 있었다.


“고길진 저놈 여전하네요.”

“······.”


하지만 조금 후회가 된다.


정확히 말하자면, 오영희를 부른 것이 후회가 된다.


‘분위기 왜 이래.’


오영희의 옆에 앉은 채연이마저 오영희의 눈치를 보고 있었다.


“······.”


설마 고길진이 전 남자친구···는 아니겠지. 왠지 서로에 대해 너무 잘 알고 있는 것 같은데, 설마. 아니다, 됐다. 여기까지 생각하자. 더 이상 생각하면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


‘제발, 이 상황을 타파할 무언가가···.’


오영희의 성격이 쿨하긴 하지만, 주변 사람들까지 숨 막히는 상황은 피하고 싶었다. 제발 여기서 뭔가, 이 분위기를 타파할 만한 사건이···


지이이잉-


그 순간, 핸드폰의 진동이 울렸다. 내게 연락할 사람은 한정적이었다. 오영희, 채연이, 고길진, 그리고 부모님. 하지만 부모님은 일단 차단해뒀다.


그런데, 무슨 연락이지?


하지만 이 숨 막히는 상황에 내려온 한줄기 빛을 거부할 수 없어, 휴대폰을 확인하기 위해 강당 밖으로 이동했다.


“···죄송합니다. 잠시만요.”


그리고 화면에 뜬 상상도 못한 문자 내용을 확인했다.


“······?”


[오영환 선생님 비서입니다.]


문자를 잘못 본 건가 싶어 눈을 게슴츠레 뜨고 다시 읽었다.


[오영환 선생님께서 진상 작가님을 뵙고 싶어하십니다. 이번 주 주말, 마리드 호텔 1층 레스토랑에서 뵐 수 있겠습니까?]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싶어 문자를 몇 번이나 다시 읽었다.


‘뭐라고?’


물론, 지금 이 상황을 타파할 새로운 사건이 필요하긴 했지만, 오영환은 아니었다. 오영환을 원했던 건 아니었다.


이 집안 사람들은 나를 괴롭히고 싶어서 안달이 났나?


‘오영환이, 왜···? 화낼 만한 건 없을 텐데?’


당황한 채로 휴대폰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문득 정신이 들었다. 그리고 마치 무슨 일이 있는 대학생 봉사자처럼 오영희에게 다가가 휴대폰을 건넸다.


“···? 무슨 일이라도 있어요?”

“···저, 그, 그게··· 오영환 선생님 비서 전화번호 아십니까?”

“아버지요? 예, 알긴 하는데···.”


오영희가 내 행동에 고개를 갸우뚱하자 나는 휴대폰에 뜬 전화번호를 보여주었다.


“맞, 맞습니까?”


오영희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갑자기 한숨이 저절로 나왔다.


“오영환 선생님이 저를 보자고 하는데···.”

“아버지가요?”

“예. 좀··· 좀 도와주실 수 있습니까?”


내 말에 잠시 고민하던 오영희가 웃었다.


“상혁 학생은, 제 도움이 없어도 괜찮을 거예요.”

“···하지만, 이전과는 다르지 않습니까.”


나는 필사적으로 오영희에게 SOS를 쳤다.


정말이었다. 아버지와 딸의 관계를 원상복구 시키는 것과 원로 작가와 신인 작가의 관계는 다르다고 생각했다.


그때였다.


고민하던 오영희가 옆에 앉은 채연이를 보며 별안간 답했다.


“그러고 보니, 채연이가 있잖아요.”

“······?”


채연이가 고개를 갸웃하며 오영희를 바라보았다.


“······??”


나도 그 이유를 몰라 고개를 기울였다. 그러자, 오영희가 채연이와 나를 번갈아 쳐다보며 말했다.


“채연이랑 같이 가면, 괜찮을 거예요.”


오영희가 웃었다.


그리고 나는 잊고 있던 사실을 상기했다.


‘미친···.’


오영희는 채연이의 이모였다. 채연이의 이모가 오영희라는 것은, 채연이의 외할아버지가 오영환이라는 뜻이었다.


오영희가 쐐기를 박듯 덧붙였다.


“아버지, 손녀딸이라면 껌뻑 죽거든요.”


사람을 지옥으로 보내는 자의 인자한 목소리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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