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가다부터 시작하는 천재 작가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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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크바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8.02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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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7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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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8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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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천재

DUMMY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영화화 제안을 받다니요!!”


고길진이 다급하게 내 바짓가랑이를 붙잡았다.


“정, 정말 괜찮으시겠습니까? 다음 작품부터는, 깨어있는 척하는 늙은이들··· 아니, 선생님들의 비평이 쏟아질 겁니다. 계속 아궁이를 쑤시다 보면 언젠가 우연찮게 불이 붙는 것처럼, 작가님의 평판이 나빠질 수 있어요!”


고길진은 숨 돌릴 새도 없이 소리쳤다.


간단히 말해, 이 시절의 작가들이 매우 고지식하다는 뜻이었다.


“그리고 오영환! 오영환 선생님은, 아주 몸을 바르르 떨 겁니다!”


다른 원로 작가들은 만나본 적이 없어서 모르겠지만, 말이다.


‘사실, 오영환은 어떻게든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내가 원하는 반응만 나와준다면, 오영환의 분노는 곧 사그라들 터였다.


“돈에 미쳤다고 날뛰면서 또 비평을 쓸 겁니다! 지난번 비평은 그냥 감정적으로 쓴 거라 괜찮았지만, 이번에는 잘못하면 독자들에게도 욕을 먹을 수···!”


고길진은 이번 일에 대한 여파를 주저리주저리 늘어놓기 시작했다.


나는 딱히 그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서점에서 책을 사는 사람들 중 절반은, 작가가 누군지 모르고 책을 사니까.


지금의 한국 문학계에서 작가를 믿고 책을 사는 경우는, 오영환 대에서 끊겼다고 봐도 무방했다.


문제는 오영환의 분노로 인해 벌어질 일이었다.


‘오영환은 내가, 진상이라는 걸 알고 있는데···.’


오영환이 내 정체를 눈치챈 건, 내가 오영희와 오영환 사이에 끼어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면서 나는 오영환의 성격을 알게 되었다.


‘최대한 빨리 원하는 결과를 내야···.’


나는 오영환의 성격이 오영희만큼이나 만만치 않다는 걸 알았다. 저절로 한숨이 나왔다.


‘그러니까, 어떻게든 딸을 노벨문학상 작가로 만들고 싶어서 안달이···.’


잠깐만.


그러자 자연스럽게 오영희의 말이 떠올랐다.


-고길진 그놈. 딴 건 몰라도, 80을 100으로 만드는 건 잘하는 놈이거든요.

-그리고 100은, 1000으로 만드는 능력이 있죠.


처음에 그 말을 들었을 때는 무슨 뜻인지 몰랐었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고길진과 오영희가 함께 일해본 적이 있다는 소리였다.


“혹시, 오영희 교수님 노벨 문학상 후보 기사···, 쓰신 적 있습니까?”

“···그러니까 영화화는 없던 일로 하죠, 예?”

“오영희 교수님을 오영환 선생님의 뒤를 이을 작가로 만든 거···. 대표님이십니까?”


그러자, 고길진이 이야기를 하다 말고 눈을 동그랗게 뜨고 되물었다.


“어, 사실, 제가 만든 건 아니고, 영희가 어느 정도 능력이 있으니까 받은 거죠.”


오영희를 그렇게 만든 것이 자기라는 말이었다. 오영희가 남긴 묘한 말도 이제야 이해가 갔다.


“물론, 오영환 선생님께 소정의 돈도 받고, 그때는 독일에서 일할 때라···.”


그러자, 답답했던 머리가 문득 돌아가기 시작했다. 좀 더 빨리 내가 원하는 결말을 만들 수 있다면, 문학계의 반발도 괜찮을지 모른다.


“그럼, 홍보합시다.”

“예? 저, 아직 영화화를 받아들일 준비가···!”

“그냥, <악역> 영화화, 이왕 할 거면 숨기지 말고 대대적으로 알립시다.”


어차피, 영화화를 비판하는 건 내 책을 읽는 독자들이 아니라 비평가들이었다. 숨길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오히려, 어설픈 홍보나 기사보다 더 효과가 좋을 겁니다. 그냥 일을 키워버리면 되는 거 아닙니까.”

“······.”


납득된 건지, 고민하던 고길진이 물었다.


“작가님. 정말 해야겠습니까?”

“예.”

“하지만, 전 정말 납득이 안 갑니다. 문학계의 비판을 감수하기엔 위험 부담이···.”

“아. 그리고 미팅 때, 표성진 감독님께 말씀 부탁드립니다.”

“작가님, 제 말이 들리십니까?”


나는 고길진에게 일단 말했다.


‘··· 아마, 보면 알겠지.’


고길진에게 자세히 설명할 시간은 없었다.


“영화화 조건은 하나뿐이라고.”


일단, 내 소설의 파장은 클수록 좋았다.



***



고길진은 제 고집 또한 황소고집이라 생각했다.


-작가님. 제 말이 들리십니까?


근데, 아니, 자기보다 고집이 더 센 사람은 처음이었다.


-작가님, 제 말 들으시는 게 맞습니까?


결국, 고길진은 진상혁의 고집 앞에 한 수 무를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고길진은 진상혁이 원망스러웠다.


“안녕하세요. 표성진입니다.”


미팅 당일날, 허름한 차림새의 신인 감독이 등장하자 더 원망스러웠다.


“작가님은, 개인적인 사정으로 참여가 어렵습니다. 작가님을 대신하여, 제가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분명 그랬었다.


‘······?’


허름한 차림새의 표성진이 가져온 PPT를 보기 전까진.


그뿐만이던가?


“작가님을 뵐 수 있다면, 영광이라고 생각했는데···, 혹시 개인적으로 사인을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누가 봐도 자주 읽은 듯한 <멋진 인생>과 <악역>이 표성진의 가방 속에서 나왔다. 심지어 악역은, 포스트잇이 잔뜩 붙어있었다. 악역을 분석한 메모 또한 있었다.


‘··· 설마, 작가님···.’


허름한 차림에 비해, 표성진의 태도는 대단했다.


‘이걸 아시고?’


다시 보니, 표성진은 허름한 차림이지만 최대한 깔끔하게 입으려 노력한 것 같았다.


게다가 건넨 PPT 파일엔, 영화화를 하게 될 시 각색이 들어갈 부분부터, 영화화 시 소설이 받을 수 있는 수혜까지 예측한 일종의 보고서가 있었다.


엔딩 이후의 이야기가 중점이기 때문에 원작의 스토리를 크게 훼손하지 않을 거란 점.


영화가 흥행에 실패할 경우와, 영화가 흥행에 성공할 시나리오까지 염두에 두고 보고서를 작성해 왔다.


“본론부터 말씀드려도 될까요? 만약, 이번 영화화가 진행된다면 이런 방향으로 가려합···.”


신난 얼굴이었다.


그리고 대화만 들어도, 표성진은 진상혁의 작품을 열심히 읽은 티가 났다.


고길진 만만치 않게 표성진은 진상의 팬이었다.


“그래서 저희는 작가님의 작품의 스토리를 크게 건들지 않고, 열린 결말로 난 엔딩 이후에 힘을 줘서···.”


돈에 미친 영화감독이라 생각했는데, 그게 아닌 모양이었다.


‘역시, 작가님!”


고길진의 마음속에서, 사라졌던 진상혁에 대한 믿음이 수직 상승했다. 그래서 고길진은 입을 열었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


진상혁이 전해달라 부탁한 말이었다.


“작가님은, 감독님의 영화화 제안을 받아들이겠다고 하셨습니다.”

“예?”


그 말에 표성진이 당황한 얼굴로 고길진을 보았다.


“하지만 소설의 영화화는···, 문학의 무덤이라고 불리지 않습니까. ”


표성진은 얼이 빠진 얼굴로 고길진을 바라보았다.


고작, 신인 감독인 자신에게 흔쾌히 영화화를 맡겼다는 사실이 놀라운 모양이었다.


고길진은 표성진에게 공감했다.


사실, 진상혁의 말을 듣는 순간 고길진 자신도 그랬으니까.


-그 감독, 변변찮은 영화도 없잖습니까.


하지만 막상, 표성진을 보니 고길진은 납득했다. 이 감독은, 진상혁이 원하던 조건을 충족시킬 수 있는 감독이었다.


“작가님께서, 대신 조건이 있다고 하셨습니다.”

“조건이요?”

“네. 조건은 하나뿐입니다.”


고길진은 진상혁의 목소리를 떠올리며 말했다.


-감독님께 전해주십시오.

-최대한 홍보하면 된다고.


“최대한, 영화화 사실을 세상에 홍보해 주시면 됩니다.”


-세상을, 아니 적어도 세상을 판가름하는 법을 움직일 수 있을 정도로.



.

.

.



고길진은 감동했다.


자세히 말하자면 기니까, 적당히 줄여서 고길진은 다시금 진상혁의 천재성에 감동했다.


‘가정폭력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으면 좋겠다고?’


이 책을 쓰게 해 준 한 소녀를 위한 선물이라고 했다.


‘이런 작가의 자질이 충만한···!!’


그놈의 자존심 때문에 줘도 먹질 못하던 오영희와 고길진에게 바라는 것만 많던 원로 작가들에 비하면 진상혁은, 그를 위해 내려온 작가 같았다.


그래서 고길진은 공격성이 다시 차올랐다.


오영환이 욕하는 거?


원로작가들이 욕하는 거?


생각해 보면 망한 시절에나 졸았지, 고길진이 한참 잘 나가던 시절에 고길진은 전혀 그들에게 졸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개겼다.


지금이 고길진이 망하는 시절인가? 아니었다. 고길진의 뒤엔 진상혁이 있었다! 진상혁이, 원로작가들의 입맛에 맞췄기에 성공한 작가였던가?


아니었다!


땅으로 떨어졌던 고길진의 자존심이 고개를 들었다.


‘싯팔! 개겨! 개기자고!’


고길진의 특기였다.


고급진 어휘로 개기기.


[영화화는 문학의 종말인가?: 변화를 둘러싼 논쟁]

[소설의 영화화, 진정으로 문학적 가치를 무덤에 묻나?]


그래서 고길진은 일단 소설의 영화화를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원로 작가들을 비판하는 비평을 쏟아냈다.


이번엔 웬일인지 오영환은 가만히 있었다.


물론 다른 원로 작가들이 날뛰었다. 그야말로 대로였다. 노한 그들은 영화화를 반대하는 글을 썼다. 그러자, 고길진은 또 짤막하게 한 비평을 썼다.


[한국만 못하는 소설의 영화화. 그 이유는?]


외국 문학계와 비교하기.


한국 문학계의 트라우마였다. 그나마 유명하던 오영희까지 사실상 은퇴하자, 한국은 외국에서도 유명한 작가가 없었다.


그러자, 비평가들이 잠잠해졌다.


쭈그러들었단 말이다.


그리고 고길진은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고길진은 기다렸다는 듯이 <악역>의 영화화 관련 자료를 세상에 뿌렸다. 고길진뿐만이 아니었다. 표성진의 회사 역시 이야기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신인 감독인 표성진을 ‘진상’의 이름값에 태우기 위해서였다.


[베스트셀러 <악역>, 스크린에서 만나는 강렬한 이야기]

[문학의 걸작 <악역>, 영화로 재탄생: 베스트셀러의 악을 스크린에서 만나다]

[악의 화신은 누구인가, 베스트셀러 ···.]

[<악역>···.]


그러자, 연관된 기사와 관련 뉴스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후. 할 만큼은 했다.’


이제 고길진이 할 일은 끝났다.


이 다음은 세상이 판단할 일이었다. 그렇게, 고길진이 자료를 뿌린 지, 일주일이 지난 어느 날이었다.


기사 하나가 떴다.


가정폭력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국회를 떠돌던 법안 하나가 통과되었다.


[문화의 위력? 가정폭력 근절을 위한 특별법, 일명, ‘김봉길법’, 국회 통과!]


가정폭력에서 청소년들을 지키는 법이었다.


“푸하하하!”


일반인 진상혁의 공격으로 한없이 움츠러들었던 고길진이, 오랜만에 자존심을 찾고 흡족하게 웃었다.



.

.

.



그리고 누군가도 법안 통과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거···.’


여러 여파들로 인해, 근 반년째 서점 1위 매대에서 내려갈 생각이 없는 베스트셀러가 된 <악역>. 그 악역에 달려 있는 띠지의 문구 때문이었다.


[‘김봉길법’의 주인공. ‘봉길’과 ‘상철’의 이야기.]

[고려문고 최장 베스트셀러 1위!]

[영화화 확정!]


문제집을 들고 있던 작은 손이 서점의 매대에 놓인 <악역>의 표지를 쓸었다.


이번에 나온 특별 표지였다.


표지의 주인공은 기존의 ‘상철’ 아니고, 50쇄를 찍어 특별 표지로 나왔던 ‘봉길’도 아니었다.


고길진이 말했던 50쇄를 넘기고, 100쇄를 찍어 한정판으로 나온 표지의 주인공은, 또 다른 주인공인 ‘꼬마’였다.


[악역]


‘꼬마’는 어린 소녀였다.


단발머리에, 인형을 들고 있는 한 어린 소녀가, 성지혜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시선에 성지혜는 한 사람을 떠올렸다.


이 책을 쓰겠다고 한 사람을 떠올렸다.


봉사활동을 매주 와도 평소와 별다른 반응을 보여주지 않던 진상혁이었다. 가끔 가다, 홍채연과 원고를 보는 정도였다.


그래서 그냥 학교 과제쯤으로 생각했다.


이렇게 유명한 사람일 줄 몰랐다.


“재수 없어.”


울컥해 버린 자신에, 자존심이 상한 성지혜의 목소리는 점점 먹먹해졌다.


가끔 공부나 가르쳐주지, 책을 보여주지 않길래, 작가라는 게 거짓말인 줄 알았다. 그래서 역시나, 백수구나, 살맛 나는 대학생이구나 싶었다.


‘빌어먹을 아저씨···.’


그런데, 지금 보니 진상혁은···.


-세상이 변하는 것도 나쁘진 않잖아.

-그래서, 한번 써보고 싶어.


정말로, 세상이 변한 후에야 성지혜에게 책을 보여줄 심산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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