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가다부터 시작하는 천재 작가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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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크바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8.02 17:13
최근연재일 :
2024.08.27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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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4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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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순수문학

DUMMY

이번엔 글을 쓰는 건 문제가 없었다.


시간이 흘러 겨울이 되었지만, 정말로 쓰는 것에는 문제가 없었다.


“···작가님, 거짓말이시죠?! 거짓말이라고, 제발 말해주시지요!!”


그랬다.


정말로 그랬다. 물론 주인공이 ‘경애’로 바뀌었으니 <마카오 신사>의 제목을 바꿔야 한다는 것만 빼면.


“저희를 버리고, 고리타분한 늙은이들이 있···, 아니 크흠, 어르신들이 있는 신춘문예에 글을 낸다니요!!”


제길. 문제는 글에 있는 게 아니었다.


“왜, 왜 이러십니까.”


주기적으로 내 바짓가랑이를 붙잡는 고길진에게 있었지.


“저는 내심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작가님께서, 차기작도, 차차기작도! 차차차기작도! 저희랑 내실 거라고요!”


학교에 이제 두 번 다시 안 올 거라더니, 나는 골이 아파서 이마를 짚었다.


“추하게 이러지 마십시오.”

“추하다니요! 작품 앞에선 추한 게, 편집자라는 놈입니다!”


초반 이미지가 이랬었나? 분명 아니었던 것 같은데. 산전수전 겪은 편집자의 이미지였는데···.


나는 한숨을 쉬며 고길진에게 물었다.


“근데, 이 소식은 어디서 들으셨습니까?”

“어디긴요! 지혜지요!”


그랬다.


‘성지혜. 진짜.’


어쩌다 보니 신비주의 작가가 되어버린 ‘진상’이 아니던가. 내가 원고를 보여줄 수 있는 사람은 몇 명 없었다.


-···왜 그렇게 보냐?

-아저씨, 진짜 작가구나. 우와.

-···원래, 진짜, 작가였다고.

-하지만 아저씨, 그냥 시간 많은 백수 대학생···.

-대학생은 원래···, 백수다. 지혜야.


성지혜는 그중에 한 명에 속하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중2병이라 그런지 거침없는 피드백이 꽤 도움이 되었어서, 읽는 걸 요청한 건데.


‘하. 그걸 일러바치냐···.’


안 봐도 뻔했다.


나는 성지혜가 어떤 말을 했을지 그려져 얼굴을 쓸어내렸다.


“이번 작품, 그렇게 재미있다면서요?! <악역>과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라는데! 어떻게 저희를 버리고 고리타분한 늙은이들과 야합을!!”

“일단 조용히 하십시오. 바깥이지 않습니까.”

“지난번엔, 알아보는 사람 없다고···!!”

“대표님 입으로 내뱉는 거랑, 얼굴을 알아보는 건 다르지 않습니까.”

“하지만, 작가님의 차기작이 늙은이들의 손으로 넘어가게···!”


점점 커지는 고길진의 언성에, 나는 고길진의 멱살을 잡았다.


“죄송합니다. 잠깐만···.”

“···?!”


미안하지만, 이게 가장 빠른 방법일 듯하여 그대로 고길진을 잡아끌었다. 그대로 고길진을 칸막이가 있는 학교 카페테리아로 데려갔다.


그리고 그냥 본론부터 말했다.


어차피 구구절절 사연 덧붙이면 안 들을 게 뻔했다.


“‘문학정원’에서 수상해봤자, 등단할 수 없지 않습니까.”

“······??”


내 말에, 고길진의 입이 벌어졌다.


그리고 털썩, 비련의 주인공 마냥 주저앉았다. 왜 주저앉는지는 모르겠는데, 진짜 주저앉았다. 그리고 애절하게 나를 바라봤다.


근데, 꼴불견이긴 했다.


그래서 나는 추한 고길진을 최대한 보지 않으며 답했다.


“언질을 미리 못 드린 건 죄송합니다. 다만, 등단을 해야 해서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작가님께서는···! 등단하지 않으셔도 이미 충분히···.”

“그 자세한 걸 말하긴 어렵지만, 제게 등단을 요구하신 분이 있습니다. 그래서 등단하려는 겁니다.”


그러자 고길진이 <문학정원>의 수상작으론 문인 협회에 등단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는지, 고길진이 황급히 덧붙이기 시작했다.


“저희 출판사가 부족, 부족해서 그럽니까?! 제가 어떻게든 성장할 테니···!”

“그것보단, 제가 등단을 한 뒤에 돌아가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나는 거기에 쐐기를 박았다.


“아직, ‘문학정원’은 협회의 인정을 받은 상황이 아니잖습니까.”


고길진이 슬픈 표정으로 침묵했다.


“······.”


고길진의 왠지 부정을 하고 싶은데 부정을 할 수 없어 슬픈 얼굴이었다. 고길진이 주먹을 쥐었다 피기를 반복하다 결국, 내뱉었다.


“그럼, 원고라도 보여주십시오.”

“······?”

“이대론 작가님 못 보냅니다! 저 그거라도 읽어야겠습니다. 최근에 제가 얼마나 거지 같은 작품들을 읽었는지···! 아니, 그렇지요. 남들의 작품을 거지 같다고 말할 순 없지만···!”


왠지 오영환의 말이 떠올랐다.


-지금 너를 중심으로, 문학계의 이단아라 불리는 놈들이 모이고 있다.


고길진의 출판사는 어떻게 보면 나로 인해 상당히 덩치가 커졌다. 그러나 여전히 문인 협회에선 인정을 해주지 않고 있었다.


그 이유야 뻔했다.


고길진 또한 나만큼이나 이단아 취급을 받고 있다는 소리였다.


“···그럼, 보여드리는 김에 부탁 하나 드려도 되겠습니까.”


그래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부탁이요?”

“예. 제 원고, 살펴봐주셨으면 합니다.”

“신춘문예에 낸다 하시지 않았습니까?”

“예. 하지만, 이번에 대표님의 도움을 받은 원고로 제가 등단한다면 보여줄 수 있지 않겠습니까?”


“······?”


나는 고길진에게 웃으며 말했다.


“저희 같은 놈들도, 문학계에 있다고.”


근데 왜일까?


“작가님···!!”

“······?”


고길진의 눈가가 촉촉해졌다.



* * *



오영희는 가끔 진상혁이 놀라웠다.


평소엔 눈치 없이 굴다가, 어떻게 적재적소에 사람을 홀리는 걸까.


“갑자기 남의 연구실에 찾아와 교정은 무슨 교정이야?”

“아니, 영희야. 우리가 남이야? 지금 우리 진상 작가님 초고 교정해야 되니까 잠깐 빌려달란 소리지!”


고길진의 눈깔이 돌아있었다. 그 돌아버린 눈깔에 놀라던 오영희가 고길진에게 물었다.


“너네 출판사에 낼 것도 아니잖아?”

“우리 출판사에 낼 게 아니라도 상관없어!”


그 천하의 고길진이, 오영희를 두 번 다시 안 볼 것처럼 굴었던 고길진이 오영희에게 친히 애원하고 있었다.


고작 ‘진상’의 원고를 교정하기 위해서.


그것도, 고길진의 출판사인 ‘문학 동네’에 출판하지도 않을 원고를.


“카페테리아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으니 이 원고를 누가 볼 수도 있잖냐.”


그 정도로 사람들은 남들에게 관심이 많지 않다고 얘기하고 싶었으나, 눈깔이 돌아버린 고길진의 모습에 오영희는 연구실을 내줄 수밖에 없었다.


‘여전하네.’


문학계의 사람들이 모두 혀를 내두른 고길진이란 놈을 제 손안에 피고 쥐고 무르는 진상혁을 보자니,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지··· 고길진 저 놈뿐만은 아니지.’


진상혁과 엮인 이들은 모두 그렇게 되었다.


절대 변하지 않을 것 같던 아버지도 변했으며, 채연이도, 고길진도, 심지어 자신까지도 조금은 변했다.


그래서, 오영희는 저도 모르게 옛 애인에게 질문을 던지고 말았다.


“고길진.”


물론 옛 애인에게 애정이 있어서 그런 건 아니었다.


“어때?”


그저 순수한 궁금증이었다.


“뭐?”

“이 작품.”


고길진은 이래 봬도, 작품을 보는 눈이 좋다.


오영희는 이번 진상혁의 작품에 내린 평가가 고길진과 같은지 궁금했다.


“감정선만으로 불안감을 표현했으니 순수문학이고, 이야기에 군더더기가 없으니 매끄럽게 읽혀. 그리고 주인공인 경애의 감정으로만 소설의 고저가 있으니, 단편으로 끝낸 것도 탁월한 선택···.”

“아니, 그런 거 말고.”

“······?”

“알잖아.”


오영희가 고길진이 쥐고 있던 원고를 가리키며 말했다.


“이 원고, 한성신문 신춘문예에 당선될 것 같아?”


고길진이 오영희의 질문에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영희야.”


그리고 한껏 성난 목소리로 답했다.


“뭘 당연한 걸 묻냐.”


고길진이 원고를 내려놓으며 답했다.


“이거, 당선 안 되면 내 손에 장을 지진다···!”


격한 반응에 웃던 오영희는 진상혁이 글을 배운 기간을 다시금 떠올렸다.


7개월.


7개월이었다.


즉, 진상혁은 글을 배운 지 아직 1년이 되지 않았다.


그런데 그럴듯한 순수문학 소설을 들고 왔으며, 신춘문예 당선작에 버금가는 소설을 썼다. 그뿐만이던가, 베스트셀러도 2번이나 휩쓸었다.


그래서였다.


“그럼 하나만 더 묻자.”

“······?”


오영희가 다시금 물었다.


“아직은 아니겠지?”


변화의 흐름이 시작되겠냐는 질문이었다.


“···아직은 어불성설이야.”


무슨 뜻인지 파악한 고길진이 답했다.


“하지만···.”


그의 손엔 아직 제목이 정해지지 않은 진상혁의 소설이 있었다.


“이 소설을 보고 움직이는 사람들이 있다면, 달라지겠지.”


변화의 시작은 아주 사소한 법이었다.



* * *



“컷 들어가요!”


정신없이 바쁜 세트장.


오늘은 영화 ‘악역’의 세트 촬영이 있는 날이다.


당연히 <악역>의 영화화를 담당하게 된 표성진도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하지만 오늘은 달랐다.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홍 팀장님.”


신인 감독이란 그렇다.


일단 투자팀의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이다.


돈줄을 쥐고 있는 투자사와 투자자의 눈치를 보며, 영화를 찍어야 한단 말이다.


표성진은 현장에 찾아온 <악역>의 투자사 ‘한성 엔터테인먼트’의 투자팀 팀장, 홍성재에게 굽신거리고 있었다.


“혹시···.”


투자자가 현장에 찾아오는 경우는 하나다.


PPL 혹은 각본 수정.


영화 촬영이 한창 진행 중인데, 수정은 좀 곤란하다.


“무슨 일이라도 있으십니까···.”


표성진이 잔뜩 긴장한 얼굴로 홍성재의 눈치를 봤다. 그의 얼굴에 홍성재가 웃음을 지었다.


“PPL이나 각본 수정 때문에 찾아온 건 아닙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감독님.”


표성진은 홍성재의 말에 깊이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선배 감독들의 이야기로 잔뜩 겁을 먹고 있던 표성진이었다. 그리고 그는 다른 건 몰라도 <악역>만큼은 자신이 원하는 대로 가고 싶었다.


‘이 분위기를 살리면서 가야 한다고···!’


표성진의 직감이 말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이건 분명···!!’


원작 <악역>의 분위기를 살리면서, 오리지널 스토리로 가야 성공할 거라고. 그렇게 생각하던 표성진은 깨달았다.


‘어?’


표성진은 바보처럼 홍성재를 바라보았다.


“그럼···, 무슨 일로···.”


홍성재가 현장에 온 이유를 짐작할 수 없었다. 표성진의 모습에 홍성재가 말했다.


“최근, <악역>에 대한 투자 반대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영화 촬영도 이제 끝나가는데, 갑자기 이런다니 웃기지요.”


사실상 투자 중단 선언이었다.


“그래서, 회사에서 이 이상의 투자는 어려울 듯합니다.”

“······!”


사실 현 상황이 그랬다.


“사실, 70년대 이후 영화계는 지금까지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소설의 영화화에 투자한다니, 말들이 많아요.”


아직 소설의 영화화는 크게 성공한 적이 없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현 상황은 여러 가지 여파로 문화산업 자체가 침체되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침체된 곳이 영화 산업이었다. 표성진은 수긍하며, 오늘 스태프들의 저녁 메뉴는 모조리 라면이라고 생각하던 때였다.


“하지만···.”


홍성재가 나지막이 말했다.


“저는 이번 작품이 문화산업의 새로운 포문을 열 거라고 생각합니다.”


소설의 영화화는 한국에서만 불모지였지, 외국은 다르다. 한국도 신호탄이 터진다면 달라질지도 모른다.


게다가 오리지널로 영화를 수급하는 것에는 언젠가 한계가 찾아올 것이다.


“그래서, 제가 개인적으로 더 투자를 하려고 합니다.”

“......??”


콘텐츠란 그런 법이 아니던가.


“대신, 최대한 빨리 끝마쳐주셔야 합니다. 결과를 보여주셔야, 이제 저희도 다음 영화 투자가 가능해질 테니까요.”


게다가 이제 거의 막바지에 도달한 촬영을 고작 이사진의 몇 마디에 접기엔 아쉬웠다.


“감,··· 감사합니다!”


표성진이 홍성재를 향해 고개를 깊이 숙였다.


“아닙니다. 문화산업을 위해선 마땅히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잔뜩 신난 얼굴로 돌아가는 표성진을 바라보던 홍성재가 이마를 짚으며 생각했다.


‘난리가 나겠군.’


굳이 죽어가는 문화사업부를 유지하겠다고 꾸역꾸역 주장했으니, 그에 걸맞은 성과를 내야 했다.


‘···하지만, 이걸로는 부족한데.’


‘악역’은 분명 좋은 영화다.


시나리오를 보자마자, 이거다 싶었던 영화는 ‘악역’이 처음이었다. 분명, 이 영화는 뜰 거라는 직감이 있었다.


하지만 문화산업이란 게 그렇다.


한 번 반짝하더라도, 이어지는 작품들이 없다면 그대로 무너지고 만다. 작품을 더 만들어야 했다.


‘작품이 더 필요해. 꼭 오리지널 시나리오가 아니더라도···.’


그래서 문득 홍성재는 떠올렸다.


‘악역의 원작 작가가···.’


현 문학계에서 가장 대중적인 글을 쓰는 작가의 이름이었다.


‘진상이었던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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