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가다부터 시작하는 천재 작가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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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크바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8.02 17:13
최근연재일 :
2024.08.27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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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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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5,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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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7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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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7. 이단아들

DUMMY

요즘의 대학교는 그렇지 않다지만, 과거의 대학교는 훨씬 더 권위적이었다.


집안이 대단히 특출 난 몇 명을 제외하면, 교수의 말이 곧 법이었다. 학위를 얻기 위해서, 좋은 학점을 따기 위해서는 교수의 눈치를 봐야 했다.


문예창작과 역시 그러했다.


그리고 그런 분위기를 주도하는 문예창작과의 교수가 있었으니, 바로 황준성 교수였다.


예술하겠다고 들어온 아이들이 말 안 듣는 건 뻔한 일이었겠지만, 겨우 교수 자리에 오른 황준성은 그런 상황을 참지 못했다.


꼽주는 건 기본이고, 비아냥거리기까지 했다.


정교수가 된 이후 180도 변한 황준성의 성격은 여러모로 유명했다.


그런데, 말이다.


그 황준성에게 대놓고 반기를 드는 학생이 나타났다. 아니, 애초에 학생이 될지 안 될지도 모르는 학생이었다!


-입시처럼 분량과 시간을 지정해 주시면, 글을 써서 제출하겠습니다.


그래서 황준성은 치를 떨었다.


그는 이 말을 자신에 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였다.


다름 아닌 교수가 실력이 별로라고 말했는데, 그걸 부정하며 토를 달지 않았는가.


그런데, 문제는 그 말에 다른 교수들이 동의해 버렸다는 사실이었다.


-어, 좋은 생각이네요. 황 교수가 직접 상혁 학생의 실력을 파악하면 되지 않겠습니까?

-상혁 학생이 저렇게까지 나오는데.

-그러면 이 추가 시험은 황 교수가 검수하는 걸로 하는 거죠? 황 교수 때문에 일어났으니까요.


진상혁의 말 때문에, 황준성은 진상혁을 떨어트리기는커녕 진상혁의 시험을 주관하게 되었다.


‘그 자식···.’


오영희의 라인을 탄 게 분명했다.


교수가 되기 위해 필사적으로 라인을 타고 준비했던 황준성과 달리, 노벨상 후보자라는 타이틀로 한 번에 교수가 된 오영희는 황준성의 아킬레스건 그 자체였다.


‘문예창작과에 들어오기 어디 쉬운 줄 알아?’


미래에는 문창과의 명성이 많이 줄지만, 과거엔 달랐다.


‘오영희의 명성이 만들어진 걸 누가 모르냐고? 그런데 그런 오영희가 좋아해?’


암흑기라 불리던 시절이 끝나고, 문화가 한참 꽃피우듯이 피어난 시절이었다. 다들 가슴 한쪽에 글에 대한 낭만 정도는 가지고 있을 시절이었기 때문이었다.


덜컹-


그때였다.


강의실의 문이 열리며 진상혁이 등장했다.


“안녕하십니까.”


어디 체육교육과에 다닐 것처럼 생긴 사람이 문창과라니! 황준성은 삐뚤어진 얼굴로 진상혁을 바라보았다.


‘저놈, 얼마나 잘 쓰는지 보자.’


그런 황준성의 옆에는 대학원생들이 있었다.


‘쟤가 걔야?’

‘맞을 걸. 황 교수님한테 글 쓰겠다고 한 애.’

‘이야, 전과해도 앞날이 뻔하네.’


황준성의 이번 급발진은 이미 문창과 내에 소문이 자자했다. 도대체, 그 전과생이 뭘 했길래 황준성이 길길이 날뛴다며 난리였다.


재미있는 구경을 하게 된 거니, 대학원생들은 진상혁에게 호의적이었다.


“상혁 학생이죠? 여기 앉으면 돼요.”

“감사합니다.”


얼떨떨한 표정으로 호의를 받은 진상혁이 황준성을 바라보았다.


그 광경에 황준성의 입가가 뒤틀렸다.


“시험 치러 온 주제에, 뭐 하는 거야? 어서 시험 자리로 가!”


이렇게까지 일이 커진 이상, 황준성은 진상혁을 합격시켜 줄 마음이 없었다.


“시험 주제는 문학적 소양을 알아보기 위한 주제로 준비했다.”


그래서 황준성은 창작과는 관계없는 주제를 선택했다. 얼마나 더 많이 문학에 대해 알고 있는지를 판가름할 수 있는 주제.


바로, 비평.


문학, 예술, 철학, 사회 현상 등을 분석하고 평가하는 활동. 한마디로, 작품을 이해하기 위해 글을 쓰는 것이다.


“문학에 대한 소양이 충분한지 확인하려 내준 주제니, 어렵게 생각하지 말길 바란다.”


일반 작품이라면 비평이 어렵지 않다.


하지만 어려운 작품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저놈이 문학 작품 따위 읽어봤겠어? 평범한 시험처럼 글 좀 쓸 거라고 생각했겠지.’


“내가 선택한 도서 중 비평을 3천 자 내에서 적어 제출하는 게 이번 시험 주제다.”


비평은 그야말로 분석과 판단이다.


그래서 문화적 배경을 이해하고 있어야 하며, 난해한 작품들의 주제의식을 명료하게 파악하고 있어야 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그 책을 읽어야 했다.


하지만 애초에 독서율도 떨어지는 시대에 누가 책을 읽겠는가? 글 좀 쓸 줄 안다고 으스대며 온 것이 뻔했다.


‘이거 괜찮은 거야?’

‘아직 학부생인데.’

‘전과 준비하는 애가 저런 책을 읽었겠어?’

‘그러니까.’

‘그걸 1시간 안에 어떻게 적어. 3천 자는···, 너무 적은데?’


게다가 이번 시험은 분량까지 적었다.


작품을 해석하고 분석한 내용을 비평에 채워 넣어야 하는 시험이었다. 늘려 쓰는 건 한없이 쉬울지 몰라도, 줄이는 건 달랐다.


‘그리고 3천 자는 너무 적어.’

‘그러니까···! 어떤 사람이 비평을 3천 자로 써···!! 논문 규정이 만 자인데!’


한마디로 필요한 내용만 딱 압축해서 적으라는 뜻이었다.


미친 난이도의 시험에 참관을 도우러 왔던 대학원생들이 쑥덕거리기 시작했다.


“시간은 12시까지.”


그걸 아는지 황준성은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말했다.


[도스토예프스키, <죄와 벌>.

톨스토이, <안나 카레니나>.

.

.]


“······?”


하지만 황준성은 몰랐다.


평범한 학생이라면 읽지 않고 넘겼을 수많은 난이도의 소설들.


읽을 용기조차 나지 않는 어려운 도서들로 야무지게 뽑은 그의 리스트는 학기 초 진상혁이 누군가에게 받은 리스트와 매우 흡사했다.


‘··· 뭐야.’


그래서 진상혁은 생각했다.


‘쉽잖아?’




***


사각- 사각-


한 번 써본 적이 있어서였을까, 두 번째로 쓰는 건 훨씬 쉬웠다.


엄밀히 따지자면, 나는 비평을 쓴 적은 없었다. 하지만 이 리스트에 있는 작품들은 전부 읽고 분석했다고 봐도 무방했다.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 나는 가장 재미있게 읽었던 <죄와 벌>을 선택하기로 했다.


‘제일 재미있긴 했어.’


러시아 소설 중에서도 명작으로 꼽히는 작품이었다. 게다가 3천 자면 분량도 적었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내가 비평을 써내려 갈수록 주변이 지독하게 조용해지는 느낌이었다.


‘······?’


의아함에 고개를 들어보니, 참관하러 온 대학원생들도, 교수들도 모두 나를 주시하고 있었다.


‘뭐지?’


그 시선에 잠시 뻘쭘해졌지만, 다시 원고지로 시선을 돌려 비평 쓰기에 집중했다.


[이 작품은 사회적 규범을 초월하려는 개인의 욕망이 어떻게 파멸로 이끄는지를 보여준다.]


오영희 교수의 과제로 썼던 독후감을 떠올리며, 나는 글을 비평처럼 바꾸기 시작했다.


사실 실제 비평을 써본 적은 없었지만, 독후감과 비평은 한 끗 차이일 뿐이라는 오영희 교수의 말도 있었고···


‘어쩌다 보니 비평을 많이 읽긴 했지···.’


**<멋진 인생>**에 하염없이 비평을 쏟아내던 오영환 덕분에, 비평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은 충분히 쌓여 있었다.


사각- 사각-


그렇게 시험이 시작된 지 20분이 지났을 때,


[결국, **<죄와 벌>**은 진정한 구원은 외부에서가 아닌 내면의 참회와 자기 인식을 통해서만 이루어질 수 있음을 강렬하게 제시한다.]


나는 3천 자의 짧은 비평을 모두 완성할 수 있었다.


탁-


펜을 내려놓는 소리에, 주변에서 숨을 죽이는 소리가 들렸다.


“······?”


그리고 원고를 제출하려 고개를 들었을 때, 교수의 표정이 일그러져 있었다.


‘···어?’


뭘 잘못했나 싶었다. 더 앉아 있어야 했나? 하지만 이미 책을 다 읽고 한 번씩 서평 겸 독후감을 쓴 상황이라, 할 수 있는 것도 없었다.


“···어, 음.”


망설이며 교수에게 원고를 건넸다.


“다 썼습니다.”

“······.”


입술을 다물고 나를 노려보던 교수가 답했다.


“결과는, 다음 주에 알려주···.”

“······??”


지이잉-!


그 순간, 휴대폰이 울렸다. 놀란 나머지, 전화를 끊었지만, 전화는 계속 울렸다.


지이잉- 지이잉-!


계속해서 울리는 전화에 당황한 나는 고개를 숙였다.


“그, 죄송합니다. 전화가 안 꺼질 것 같아서··· 먼저 가보겠습니다.”


물론 사과도 잊지 않았다. 하지만 내 사과에 교수의 기분이 더욱 나빠진 것 같았다.


연구실을 나서서 화면을 확인하니, 처음 보는 번호였다.


‘······?’


별로 중요한 전화가 아닐 것 같아 휴대폰을 접으려다, 문득 신춘문예에 제출했던 원고가 떠올라 구석진 곳에서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안녕하십니까. 진상 작가님.]


전화기 건너편에서 들려온 음성이 나의 필명을 불렀다.


그러나 요란한 소리가 섞여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잘 안 들리는데요.”


정확히는, 노점 아저씨들이 싸우는 듯한 소리가 섞여 잘 들리지 않았다.


[나는 아직 그놈을 인정 못합니다!]

[서 선생님이 인정 안 하면 어쩔 겁니까? 세상이 인정하면 되는 일 아닙니까?]

[지금 시비 거는 건가?]

[시비가 아니라 사실이지 않습니까. 뭐, 세상과 싸우실 겁니까?]

[아오. 다들, 홍 팀장도, 그 작가 좋게 보고 있다니까 적당히 넘기세요.]


그러자 깊은 한숨을 쉬던 여자가 더 크게 소리쳤다.


[안녕하세요! ‘진상’ 작가님! 한성신문의 문화예술 편집장, 추예지라고 합니다!]


순간, 나는 다시 전화기를 확인했다.


‘한성신문?’


그리고···


[축하드립니다. 18회 한성문예 신춘문예에 당선되셨습니다.]


기다렸던 소식이 전해졌다.



* * *



‘지가 무슨 신춘문예 당선이라도 된 거냐고? 어디서 교수 말을 잘라먹는 학생이···!!’


황준성은 자신의 말을 끊은 것에 대해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진상혁이 나간 방향을 향해 그의 원고를 집어던졌다.


‘앞으로 성적과 추천사는 내 손에 달려 있는데···!’


탁-!


교수라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끼며 살아온 황준성에게는 정말 터무니없는 일이었다. 고작 학생 주제에, 감히 교수의 말을 끊다니··· 분노한 황준성은 치밀어 오르는 화를 억누르며 이를 악물었다.


황준성의 뒤에서 눈치를 보던 대학원생은 바닥에 떨어진 진상혁의 원고를 조심스럽게 주웠다.


쓱-


원고가 던져지는 일? 그 시절의 문예창작과에서는 하루이틀 있는 일이 아니었다. 눈앞에서 원고가 찢어지는 일도 다반사였으니 말이다.


‘궁금한데···?’


그래서 대학원생은 주워 든 원고를 넘기며 글을 읽기 시작했다. 3천 자의 짧은 비평은 대학원생의 손을 빠르게 타고 넘어갔다.


그리고···


‘······??’


비평을 읽는 대학원생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도스토옙스키의 **<죄와 벌>**은 죄책감과 도덕적 구원의 복잡한 심리를 탐구하며, 주인공 라스콜니코프의 내면 갈등을 통해···.]


단순히 고전을 탐구하는 정도로 끝났다면 놀라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 방대하고도 어려운 분량의 고전을 논리 정연하게 축약한 이 글은 달랐다.


그리고 그뿐만이 아니었다.


**<죄와 벌>**의 주제부터, 저자 도스토옙스키의 삶과 배경까지 모든 요소를 적절하게 그려내었다.


그 모든 비평을 완벽하게 마무리하는 묵직한 한 줄까지.


[즉, 도스토옙스키는 죄와 벌의 무게를 영혼의 투쟁으로 그려냈다.]


이 3천 자 안에 담긴 비평은 그야말로 완벽했다.


“··· 교, 교수님.”


대학원생은 저도 모르게 황준성을 불렀다.


“왜?!”


“그게···.”


그리고 그는 자신도 모르게 진실을 말해버리고 말았다.


“··· 진짜 잘, 잘 썼는데요?”


황준성조차 당황할 수밖에 없는 진실을.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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