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가다부터 시작하는 천재 작가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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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크바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8.02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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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7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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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2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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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4. 작가의 자질

DUMMY

오영환.


해방 직후, 일제의 영향을 받았던 한국 근현대 문학계에 돌을 던진 장본인.


일명 ‘한국의 문학’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달려든다는 점 때문에, 문학계에서 오영환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은 없었다.


“그런 아버지가, 상혁 학생에게 관심을 두기 시작했죠.”


오영희가 한 비평문을 내밀며 말했다.


“그래서, 제가 이번에 줄 과제는 이 비평에 답이 될 만한 소설을 쓰는 거예요.”


나는 의문스러운 얼굴로 인쇄된 비평문을 받아 들었다.


오영환이 쓴 <멋진 인생>의 세 번째 비평이었다.


[비평 ⎮ '진상'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


“······?”


두 번의 비평으로 온갖 욕을 먹은 오영환이다.


오영희는 그 두 편의 비평 모두 감정적이라 읽을 필요는 없다고 했지만, 나는 그 모든 비평을 읽어보긴 했다.


감정적이긴 했어도, 틀린 말은 없던 비평이었다.


“쓰신 비평 중에···.”


하지만, 오영희에게 받은 이번 비평은 뭐랄까.


“흠잡을 점이 가장 없는 글 같습니다.”


[개인의 사유가 사회의 사유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나는 '진상'이라는 작가를 통해 깨달았다.


하지만 미지근한 주제의식과, 날카롭게 다듬어지지 못한 그의 문장은 언젠가 무겁게 변해, 스스로를 내리찍는 아류가 될 것이다.


그러니 외환 위기 이후 찾아온 사회적 변혁의 시기를 맞아, '진상'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보다 심도 깊은 성찰을 해야 한다.]


맞는 말이었다. 세 개의 비평 중에서, 가장 맞는 말만 들어가 있었다. 흠을 잡기가 어려웠다.


“근데···.”


하지만, 비평이 거기까지였으면 괜찮을 텐데, 극찬 역시 들어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상’의 출현은 한국 문학사에서 가장 신선하고 충격적인 사건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뭐랄까.


“좀, 과하신 것 같습니다.”


조금은 과한 극찬이.


“맞아요. 그 인간 작정한 거예요.”


내 침묵에, 오영희가 팔짱을 끼며 답했다.


“일부러 극찬하는 거죠.”


[앞으로 도래할 문학에 어떤 물음을 가지느냐에 따라, ‘진상’을 바라보는 이들의 입장은 달라질 것이다.]


내 글이 앞으로의 문학에 방향성을 정한다는, 과할 정도로 극찬인 문구가 들어간 비평.


“기대를 하게 만들면, 차기작에 대한 기대는 높아지겠죠. 차기작이 그만큼 나오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 줄 알아요?”

“··· 그대로, 잊히는 게 아닙니까?”

“예, 맞아요. 불쌍한 신인 작가 중 한 명이 되어 사라지겠죠.”


오영희가 오영환의 비평을 곱씹는 듯 고민하며 내뱉었다.


“이번 작품은 솔직히 운이 좋았어요. 첫 작품이 이렇게까지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경우는 드물어요. 이 정도까지 화제성을 가진 건, 아버지 덕분이었죠.”


하지만 오영희는 정말 아무렇지 않게 오영환의 욕을 덧붙였다.


“그리고 빌어먹을 아버지도, 그걸 아시는 거예요.”

“······.”

“그래서, 부풀리는 거죠.”


사람을 가장 쉽게 망가뜨리는 방법은, 기틀부터 잘못된 곳에 공든 탑을 세우는 것이다.


“그 기대가 언젠가 상혁 학생을 짓누를 거예요. 어리석은 작가들은 기대에서 쉽게 도망치죠.”


오영희의 말에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도망치지 않았다면···’


나는, 습관처럼 채연이의 유품이었던 MP3를 만지작거렸다.


‘그때도, 달라질 수 있었을까.’


그 순간, 오영희가 물었다.


“그래서, 묻고 싶은 게 있는데, 상혁 학생.”


나는 고개를 들어 오영희를 바라보았다.


“도망치지 않을 자신 있어요?”

“··· 예?”


“차기작, 최대한 빨리 써야 할 것 같아서 말하는 거예요.”


오영희가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곧 방학인 김에, 차기작에 도움이 될 작가의 자질을 키워볼까 해서요.”



.

.

.



가끔씩, 오영희를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었다.


[청소년 쉼터]


생각지도 못한 공간에 찾아온 터라, 나는 물었다. 나는 이곳이 어떤 곳인지 몰랐다.


“여기가, 뭘 하는 곳입니까?”

“가출 청소년의 일시적 선도 및 가정과 사회로의 복귀를 위해 노력하는 곳이죠.”

“······?”


그러자, 더 의문이 들었다.


“··· 여기에서, 어떻게 작가의 자질을 키울 수가 있습니까?”


오영희가 대수롭지 않게 답했다.


“상혁 학생, 어차피 졸업하려면 봉사활동 시간 채워야 하잖아요. 여기서 채울 수도 있으니, 겸사겸사 좋죠.”


내 어깨를 두드리며 오영희가 덧붙였다.


‘여기가, 어떻게 작가의 자질을 키운다는 거지?’


머리가 멍한 기분이었다. 이해가 되지 않아 망설이던 순간이었다.


“글을 쓴다는 건, 답이 없는 길을 걷는 것과 같거든요.”


내 표정을 알아차린 건지, 오영희가 무언가를 건네며 말했다.


[봉사자]

[진상혁]


명찰이었다.


“그래서, 때론 주변에서 답을 찾아야 하죠.”


내 이름 세 글자가 적힌 명찰. 하지만 나는 명찰에 적힌 내 이름을 보고, 무심코 입을 열었다.


“그건···.”


작가가 아니었던 내 삶도, 그랬다.


답이 없는 길을 걷는 것 같았다.


“다들, 마찬가지일 겁니다.”


나 또한 그랬고, 오영희 또한 그러지 않았던가.


그 이유를 찾지 못하면 그대로 무너지는 거고, 그 이유를 찾으면 어떻게든 살아가는 거다.


“답이 없는 길을 걷는 거 말입니다.”


내 대답에, 오영희가 웃었다.


“허, 참.”


학교가 끝난 건지, 청소년 쉼터로 들어가는 몇몇 학생들이 보였다. 오영희가 그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가끔씩 내가, 스물다섯이랑 이야기하는 건지, 마흔다섯이랑 이야기하는 건지 모르겠다니까.”


틀린 말은 아니다.


그래서 그냥 나는 별다른 대답을 하지 않았다.


‘사실, 따지고 보면 동년배니까.’


오영희가 살며 느낀 것들은, 나 또한 살며 느낀 것들이었다.


“스물다섯은, 연애나 열심히 할 시기 아니에요, 상혁 학생?”


오영희가 장난스럽게 물었다.


“연, 연애는···.”


순간 채연이가 떠올라, 당황하며 답했다.


“··· 저랑 거리가 멉니다.”


그러자 눈썹을 추켜올리던 오영희가 덧붙였다.


“거리가 멀긴 무슨. 다른 학생들은 몰라도, 상혁 학생은 아니잖아요?”

“··· 예?”

“참고로, 홍채연 학생 여기 봉사활동 자주 와요. 2년째인가.”

“······?”


‘여기서, 채연이의 이름이 왜···??’


들고 있던 명찰을 떨어트릴 뻔하자, 웃음기 어린 얼굴의 오영희가 입을 가리며 덧붙였다.


“거 봐요. 스물다섯은 연애와 거리가 멀지 않죠?”

“그, 그런 게 아, 아닙니다···!”


뜨거워진 얼굴이 가라앉을 기미가 느껴지지 않았다.


“아니긴 무슨.”


의미심장하게 웃던 오영희가 손을 흔들며 말했다.


“잘 키워봐요. 작가의 자질과, 연애 모두.”


그러니까 말이다.


‘제길.’


난 아무래도 이럴 때마다, 오영희가 싫은 것 같았다.



* * *



봉사활동은 생각보다 쉬웠다.


사실상 산전수전을 겪은 나에게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는 사춘기 아이들이란 우습게 보일 뿐이었다. 본드를 빨든, 술을 하든, 담배를 하든, 그것보다 더한 것도 봤던 나에겐 아무것도 아니었다.


물론 채연이의 도움도 있었다.


“쟤는, 게임할 때 건드리지만 않으면 돼요.”

“아.”

“저 친구는, 가끔 축구 같이 해주면 말 잘 들을 거예요.”


그 덕분에, 청소년 쉼터엔 소문이 가득했다.


물론, 내가 원하던 소문은 아니었다.


“진쌤, 홍쌤이랑 사귀어요?”

“그만해라.”

“헐. 안 사귀면서 그렇게 굴어요?”


뭐, 적응은 정말 수월하게 하고 있었다.


“진쌤, 얼마 전에 홍쌤이랑 민들레영토에서 봤는데! 거짓말!”


하지만 적응하는 것과 별개로 의문은 여전했다. 나는 들러붙는 아이들을 밀어내며 생각했다.


‘왜, 이게 작가의 자질이라는 거지?’


오영희의 말대로, 졸업을 위한 봉사활동 점수를 겸사겸사 채울 수 있으니, 얻는 게 없어도 상관은 없었다.


‘무슨 소리인지, 알 것 같기도 하고···.’


하지만, 문제는 알듯 말듯하다는 거다.


“저기, 저 친구는 부모님이 이혼 준비 중이래요. 그래서 가출했고···.”


가출청소년들을 위한 청소년 쉼터.


그냥 듣기엔, 쉼터에 날라리 같은 청소년들이 몰려올 것 같은데, 막상 직접 겪어보니 좀 달랐다. 물론 날티 나는 아이들도 있지만···.


“저 친구는 가정 폭력으로 도망 나왔고, 그래서 장기 거주 중. 아, 그리고 그 옆에는 학교 폭력으로 왔어요. 저 친구는, 부모님이 사실상 안 계신 친구라 도움을 받을 수 없거든요.”


생각보다, 납득 가는 각자의 사연이 있었다.


“··· 다들 사연이 많네요.”


내 말에 채연이가 웃었다.


“세상에, 사연 없는 사람 있나요? 세상 좋아 보이는 사람도, 나름의 사정이 있죠.”


노는 아이들을 보며 턱을 괴던 채연이가 나지막이 덧붙였다.


“··· 특히, 이런 시대엔.”


‘... 이런 시대?’


그 대답에 오영희의 말이 떠올랐다.


-글을 쓰는 건, 답이 없는 길을 걷는 것과 마찬가지거든요.

-그래서, 때론 주변에서 답을 찾아야 하죠.


알듯하면서도, 이해하기 어렵던 오영희의 말을.


대충, 오영환이 내게 바라는 게 ‘작가의 자질’이라는 건 알겠다. 그래서 오영희가 ‘작가의 자질’을 알려주려 봉사활동을 시킨 것도 알겠다.


그 작가의 자질이 사람들과 부대껴야만 알 수 있겠다는 것도 알겠다.


그런데, 뭘 얻어야 하는지는 아직까지 감을 잡지 못하고 있었다.


처음엔 이야기에 대한 영감인가 싶었다.


‘하지만 그렇다기엔···.’


이미, 오영희의 이야기로 <멋진 인생>을 완성하지 않았던가. 오영환이 바라는 건, 오영희가 바라는 건, 이런 게 아닐 터였다.


그 순간이었다.


“그리고, 저 친구는···.”


채연이가 구석에 앉은 한 소녀를 바라보며 입을 쭉 내밀었다.


“······?”

“아직, 잘 모르겠어요.”


고민하던 채연이가 손가락을 내리며 나를 바라보았다.


“고민이 있는 것 같은데, 속에 꽁하니 숨겨놓고 얘기를 하지 않아서, 이유를 잘 모르겠거든요.”


왠지 채연이가 나를 빤히 쳐다보면서 말하는 건 착각인가.


“··· 으음.”


마치, 내가 저 학생과 성격이 비슷하다는 것처럼. 채연이의 시선에 대답 없이 눈만 굴리다, 채연이가 이유를 모르겠다는 친구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저 친구는 왜, 말을 하지 않는 겁니까.”

“말 돌리는 것 같은데···?”

“진짜, 궁, 궁금해서 묻는 겁니다.”


나는 빤한 채연이의 시선을 피하며 덧붙였다.


“··· 어릴수록, 기댈 진짜 어른을 찾고 싶어 하지 않습니까.”


내 말에 채연이가 침묵했다.


“······.”


분위기가 이상해진 것 같아, 말을 추가했다.


“비행청소년들이 더 나쁜 상황에, 쉽게 처하는 것도 그 때문이니···까, 요.”


물론 말꼬리가 흐려지긴 했다.


나 또한 그랬다.


어릴 적부터 집안의 가장이 되어야 했던 나 또한 그랬다.


그래서 난 늘 도망치고 싶었었다.


어릴 적, 대학교만 입학하면 인생이 필 거라는 허황된 기대를 가지고 서울로 상경한 것도 그 때문이었다.


‘그 낡은 집에서, 도망치고 싶었는데···.’


하지만, 결국은 도망치지 못했다.


채연이마저 그곳으로 끌어들여, 그렇게 채연이를 잃었다. 채연이는 나와 함께하기 위해 가족과도 절연했는데, 채연이에게 해준 거라곤 고작 그런 거였다.


왠지, 채연이를 볼 낯이 없어 고개가 푹 숙여지던 때였다.


“저 친구를 지켜줄 사람이 있다면 좋을 텐데.”


쉼터 구석에 기대 앉아있던 내 어깨 위로, 채연이의 머리가 툭 하니 떨어졌다.


‘지켜줄 사람···.’


자그마한 머리통이 내 어깨 위에 떨어졌다. 긴 머리칼 역시 흩어지듯, 내 어깨 위에서 흐트러졌다.


“안 그래요?”


나는 문득, 그 말에 전응석이 떠올랐다.


-맞다. 네 말대로, 인생은 한 번쯤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무너지지.


오영희만큼이나, 진짜 어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 중 한 명이었다.


-근데 말이야, 그때 잘못 살지 않으면 남는 게 있어.


전응석의 말이 아니었다면 나는 심청을 쓰지 않고, 감정에 휘둘려 내 이야기를 썼을 테니까.


“그러게요.”


그러자 한 이야기가 떠올랐다.


잘못된 선택을 하지 않은 한 남자의 이야기였다.


[“잘 들어.”]


하지만 세상은 그들을 잘못되었다 여기는 우스운 이야기였다.


[“이제부터 난 네 아빠가 될 거야.”]


전직 군인 출신의 한 남자와, 부모의 폭력에 노출된 어린 꼬마.


[“그리고 지금부터, 우린 도망치는 거야.”]


그들이 세상에서 도망치는 우스운 이야기가, 뇌리를 스쳐 지나갔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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