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먹주작겜 빌런 독재자의 세계 정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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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혜주
그림/삽화
아카루
작품등록일 :
2024.08.04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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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7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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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5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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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절대 갑 (1)

DUMMY

“검토? 예정? 약속? 내가 그딴 말을 들으려고 너희를 구한 것 같나?”


한우현이 으르렁댔다.


싸한 침묵이 정치인들 사이에 퍼져나갔다.


"대답해라."


이내 밍기적거리며 서로를 바라보던 사람들의 시선이 대통령에게 모였다.


심지어 그 정적인 야당 대표마저도.


일단은, 이 자리에서 가장 높은 사람이니까. 네가 뭐라도 좀 해보라는 듯이.


“그··· 잠깐만.”


결국 대통령이 울음을 터뜨릴 듯한 표정으로 그 서류를 받아 들었다.


이내 한 장, 한 장씩 넘겼다.


“무, 무슨.”


그리고 안색이 새하얘졌다.


“불체포 특권과 면책 특권? 이게 무슨 소리인가?”

“더. 더 읽어라.”

“...이, 이건 그렇다 치고. 세무 거부권에 특별 수사권? 이런 권한은 법에 존재하지 않네!”


한우현은 그의 경악에 전혀 개의치 않았다.


“그럼 만들면 되겠군. 법을 선포해라.”

“대통령은 입법의 권한이···”

“대통령령 법규명령으로 선포해라. 작년 말에도 잘 써먹지 않았나?”


자연스레 자기 권한이 아니라는 듯 빠져나가려는 대통령을 윽박질렀다.


정치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은 대통령이 뭐든지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정치에 대해 조금 아는 사람들은 대통령이라 해도 뭐든지 할 수 있는 건 아니라는 것을 안다.


정치에 대해 아주 잘 아는 사람들은 대통령이 뭐든지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사실상 거의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한국은 명목상 삼권분립이 이뤄져있지만, 사법부의 판단은 사실상 행정부의 그늘 아래 있다.


정말로 중요한 법이 아닌 조례 수준의 법은 대통령이 마음대로 선포하고 철회하고 해석할 수 있다.


“그리고, 책임을 너한테만 지우는 것은 아니다.”


그 말에 여당 대표와 야당 대표도 입술을 깨물었다.


입법권은 대통령의 의중에 따라 여당이 사실상 거수기 역할을 한다.


따라서 당연히, 이 모든 조약의 증인에 포함되어야 한다.


“이건 군부 정권, 아니 전시 상황에서도 상상 할 수 없는 혜택이네! 이런 걸 부여 할 수는.”

“뭔가 착각하는 거 같군. 내가 허락을 받으러 온 것 같나?”


그들의 고문 받을 때에는 공포로 벌어졌던 입이, 이번에는 다른 의미로 벌어진다.


“나는 통보를 하러 온 거다.”


한우현은 경멸을 느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협상이니 검토는커녕, 제 정신조차 유지하지 못했던 것들.


조금의 시간과 기회를 주자마자 이렇게 상황을 모면하고자 태도가 바뀌다니.


“법? 권한?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걸 안 봤군.”


아마, 그나마 그는 말이 통하는 사람으로 보였나 보다.


그렇지 않다는 것을 곧 깨닫게 될 것이다.


한우현은 자기 손에 들린 서류의 마지막 장을 펼쳤다.


“자율 작전권. 무장 저항권. 이게 가장 중요하지.”

“아, 아무리 우리가 대표자라 해도 이런 미친 권리를 보장할 수는...!”

“그래?”


국무총리가 울먹이듯이 외치자 한우현은 비웃었다.


“여기 대통령 뿐 아니라 여당 대표도, 야당 대표도, 국회의장도 있군. 행정부와 입법부가 모두 모여 있는데, 사법부까지 데려와야 하나?”


그 말에 야당 대표와 여당 대표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지금, 자네가 말하는 권한들이 무슨 뜻인지 이해하고 하는 말인가?”

“그걸 내 입으로 말해야 할까?”


사실, 그렇게 말하는 정치인들도 모두 이해하고 있었다.


애초에 저 권한들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요구하지도 않았을 테니까.


멍청한 플레이어들이었다면 그냥 깽판을 치고 돈이나 내놓으라는 식으로 일차원적인 행동을 했겠지.


“...”


불체포 특권과 면책권.


국회의원과 그에 준하는 고위 공무원들만이 가질 수 있는, 형사 처벌에 반쯤 면역으로 만들어주는 특권.


물론 당연히 완전한 면역은 아니다.


“이건 평등권을 위배하는 수준을 넘어, 헌법을 파괴하는 수준이네...!”

“재밌는 말을 하는군. 정말로 국민들이 모두 ‘평등’하다고 생각하지도 않는 놈들이.”

“궤변을···!”


한우현은 평소에 그것이 상당히 아니꼽다고 생각하는 사람이긴 했다.


하지만 그 특권을 요구하는 것이 단순히, 그 자신과 길드가 국회의원 급이 되고 싶다는 유치한 이유는 아니었다.


국회의원은 하나하나가 국가 입법 기관이다. 하나의 국민인 동시에 국가 기관.


따라서 사소한 형법 수사에 죄다 엮이다가는 서로 간에 정쟁에만 얽매여 국회의원들이 제대로 된 입법 활동이 불가능해진다.


부작용도 있지만, 분명히 그 이유가 존재하는 특권인 것이다.


그러니까, 사실 그 자체만 놓고 보면 특권이라 해도 초법적인 수준이라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정말로 대법원장과 헌법재판소장도 데려올까?”

“잠깐, 잠깐만···!”


하지만 거기에 또 다른 권한이 더해진다면 어떻게 될까?


세무 거부권.


대기업을 넘어서 세계적인 기업이 될 길드에 걸릴 모든 규제와 제한을 회피할 수 있는 권한.


특별 수사권.


특수검사, 흔히 특검이라고도 일컬어지는 독립적인 수사권의 부여.


즉 플레이어에 대한 수사, 체포, 처벌의 권한을 일개 민간 단체가 가져가겠다는 미친 소리.


그 모든 권한은 마지막에 이르러 하나의 결론으로 귀결된다.


자율 작전권.


국방부의 동의 없이 군사 작전을 전국 어디에서나 펼치고, 자원을 징발 할 수 있는 권한.


심지어 그 단체가 스킬로 대지를 뒤엎고 하늘을 쪼개는 플레이어들의 무력 단체다.


무장 저항권.


명목상 ‘부당한’ 명령이나 상황에 저항하겠다. 사실상, 어떠한 명령도 강제받지 않겠다.


길드의 위에는 누군가 서려고 하는 꼬라지는 용납할 수 없다는 노골적인 의도.


“이 모든 것은 기본에 불과하다. 플레이어들이 결집할 수 있는 단체의 최소.”


한우현은 대놓고 대한민국 한 복판에 군벌을 만들겠다고 말하고 있었다.


심지어 그 군벌의 존재를 대한민국 정부와 국회가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떠 받들라고.


대통령, 국회의원, 장 차관 모두 무능할지언정 멍청한 사람이 아니었기에.


그 모든 것의 의도와 파급 효과를 이해했다.


“와···”

“저게 말이 되나?”

“아니, 뭐 그렇게 안 될 건 없는 거 같은데.”

“국회의원도 있는 권한 아냐?”

“그러게. 목숨도 구해줬는데.”

“저 정도 쯤이야 별 거 아닌 거 같은데?”

“별 거 아닌 건 아니지 않나···”


오히려, 그 뒤에서 수군대며.


정치인들에게 갑질하는 한우현을 동경하는 듯 쳐다보는 플레이어들.


그 권한의 가장 큰 수혜자들이, 이 자리에서 그 권한들의 의미를 가장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전혀 이해하지 못했나 보군.”

“...아무리 그래도, 이건 불가능 하네. 무조건 안 된다는 소리가 아니라, 차라리···”


대통령이 그의 눈치를 살피다가,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를 냈다.


“어이, 모두들!”


한우현이 큰 목소리를 냈다.


“잠깐 나가 있어라. 여기 묶어 놓은 애들 전부 데리고.”

“예? 저희 없어도···”

“당연히 괜찮겠지 병신아. 우리가 뭘 했다고. 나가.”

“어··· 네!”


몇몇 플레이어가 잠깐 망설였지만, 이내 뭔가 중요한 대화를 하려나 보다 납득했다.


썰물이 빠져 나가듯이 플레이어들은 청와대 앞의 정원으로 튀어나갔다.


“오래 걸리지 않는다. 무력화 시켜 놓은 플레이어들만 잘 감시하면서, 잠깐만 기다리도록.”

“예, 대기하고 있겠습니다.”


차정훈의 대답을 뒤로 하고 한우현은 문의 잔해를 그러 모아 포스로 굳히고서는 대충 입구를 봉했다.


순식간에 청와대에는 한우현과 정치인들만 남았다.


“눈치 빠르신 분들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더 대화의 시간을 가져야겠군.”

“너, 너무한 것 아닌가! 이러면 자네가 그들하고 다른 것이···”


야당 대표가 공포에 들어찬 눈빛으로 발악하듯 외쳤다.


“내가 언제 나는 다르다고 말했지?”

“히, 히익!”


바들바들 떨리는 손을 보니, 또 고문을 할까 봐 걱정한 모양이다.


“그리고 설사 우리에게 강제로 서명을 시킨다 해도, 그런 건 적법한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네!”

“우리가 저런 걸 서명한다면 당장 당에서 탄핵과 효력 정지를···”

“내가 바보인 줄 아나? 강제로 서명 받는다고 그게 의미가 있을까? 그런 것도 모를까?”


한우현은 한심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다들 좀 앉아 보지. 오래 서 있으니 불편하지 않나?”


자연스레 옆에 밀려나 있던 책상의 상석에 앉으며 덧붙였다.


아마도 원래 대통령의 자리였겠지.


“...”

“...”


그가 단순히 협박을 하려는 것이 아닌 듯 하자, 정치인들이 아리송한 눈빛을 보냈다.


“앉으라고.”


한우현은 다시금 짜증을 냈다. 속이 영 좋지 않았다.


여유가 그다지 없었고, 그다지 조절할 필요도 없어서 그냥 화를 냈다.


-탁

-탁

-탁


순식간에 정치인들이 책상에 민첩하게 둘러앉았다.


“조약. 정말로 내가 나하고 길드. 플레이어 초능력자들. 그들을 위해서 만든 것 같나?”

“...?”

“다르게 말하지. 저런 게 없다고 치자. 플레이어들을 그냥 평범한 국민으로 취급한다고 하자고.”


한우현이 싸늘하게 비웃었다.


“그럼 통제 가능 할 것 같나? 너희들이 발 뻗고 잘 수 있을 것 같나?”


그 말에 가장 먼저 여당 대표가 뭔가를 깨달은 듯 한 표정을 지었다.


“그 말은···”

“플레이어들은 플레이어들 만이 막을 수 있다. 어차피 일반인들은 막을 수 없어.”

“절대 막을 수 없다고, 어떻게 보장을···”


국방부 장관이 저도 모르게 중얼거리다가 흡, 하며 스스로의 입을 막았다.


괜찮았다. 국방부 장관? 평소에 플레이어들의 주 연령 층인 2030대 남성에게 큰 공분의 대상이 되는 놈.


눈치 없이 입에서 똥을 싸는 꼬라지를 보니 그럴 만 했다.


“이런 걸로 거짓말 안 한다. 우리는 핵을 맞아도 멀쩡하다. 오로지 이 플레이어 스킬로만 피해를 입을 수 있지.”


하지만 무시했다. 대응하기에도 귀찮았다.


한우현이 자연스레 손 끝에서 빛을 피어올리며 말을 이었다.


“애초에 청와대 경호팀이 이미 교전 했을 때 봤을 텐데. 총을 맞아도 멀쩡한 게 아니라, 아예 반응이 없었을 거다.”

“...하고 싶은 말이 뭔가.”


직접 그 광경을 보았을 대통령이 침음을 흘리며 답했다.


한우현이 단순히 협박을 하려고 대화를 시작한 것이 아님을 깨달은 것이다.


“이건 우리가 특권을 가지고 싶어서 내놓으라고 하는 게 아니다.”

“...”

“난 이 사회와 국가의 질서를 유지하고자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저 미치광이 플레이어들을 통제해야 하지.”

“...미치광이?”


국무총리가 순간 자기가 잘못 들었다는 듯이 되물었다.


“그래, 미치광이. 게임에 십 수년을 처박아 인생을 낭비한 폐인들. 방구석 정신병자들.”


어차피 일주일 내로 플레이어란 것들이 어떤 족속인지는 전 세계가 다 알게 된다.


“그게 바로 플레이어. 게임의 능력을 현실에서 쓸 수 있게 된 초능력자들이다.”


그러니까 이 정도 정보를 말해주는 건 아무 의미도 없는 선심이다.


"그리고 내가 그들과 좀 달라 보인다고 생각했겠지만..."


칼과 방패를 보란 듯이 휘두른다.


"내가 게임을 얼마나 오래 했을 거라고 생각하나? 플레이어의 능력은 게임 캐릭터에 비례하는데 말이야."


세계 최강의 플레이어.


"대체 게임 따위에 시간과 돈과 정신을 얼마나 꼬라박아야 수십 명의 플레이어들을 일격에 무력화 시킬 정도의 무력을 얻게 되는 걸까?"


동시에, 그 저주 받을 쓰레기 같은 게임을 그 누구보다 오래 한 정신병자.


한우현이 비웃었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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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길드라 쓰고 군벌이라 읽는다 (5) +9 24.09.02 1,050 7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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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길드라 쓰고 군벌이라 읽는다 (1) +7 24.08.29 1,169 7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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