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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타르시스
작품등록일 :
2024.08.06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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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7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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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3 0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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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들으면, 깜짝 놀랄걸?

DUMMY

"허허, 그놈 참."

"뭐, 기분 좋은 일이라도 있으셨습니까?"


운전 중이던 김정한이 룸미러를 통해 웃고 있는 조성환을 쳐다봤다.


"이상한 녀석을 만나서 말이다."

"대체 누구였길래 그러시는 겁니까."

"그런 게 있다. 혹시 너도 꿈이란 게 있더냐?"

"세상에 꿈이 없는 사람도 있답니까."

"그래서 그 꿈이 무엇이더냐?"


조성환이 궁금하다는 투로 물었다.


"하하, 좀 부끄럽긴 한데. 예쁜 마누라랑 결혼해서 토끼 같은 새끼들 낳고 오손도손 잘 사는 게 제 꿈입니다."


놀라울 것 없는 평범한 대답에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보통 꿈이란 이런 거거든. 현실성이 있어야 한단 말이지."

"네?"


[제 꿈이요? 세계정복인데요?]


"푸하하하하. 정말 어이가 없어서 웃음밖에 나오지 않더군."


분명, 500년쯤 전이었다면,

장군이 되어 자신의 꿈을 이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긴 했다.

덩치만 보면 장군감이 확실 했으니까.


하지만, 21세기를 앞둔 지금 같은 상황에서 세계정복이라니...

특이하다고 해야 할지,

아니면, 철이 없다고 해야 할지.


한데... 그토록 어이가 없었음에도.

왠지 조성환의 마음 한켠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무언가가 자꾸만 간질거렸다.

고작 20살짜리가 이 바닥에서 30년 넘게 굴러먹은 자신만큼... 아니 어쩌면 더 정확히 시황을 읽어내는 것도 놀라웠고,

무엇보다 일반적인 사람들은 자신을 만나면 어려워하거나, 아니면 어디에 투자를 하면 좋을지. 정보를 알아내는 데만 혈안이 되어있는데.


장태준이라는 놈은 그런 게 없었다.

녀석은 정말로 동네에 흔히 보이는 노인 대하듯 자신을 대했다.


[밥 먹을 사람 없으면, 제가 밥 친구 정도는 해드릴게요.]


자신과 밥 한 끼 같이 먹기 위해 돈을 바리바리 싸 들고 찾아오는 사람들이 넘쳐나는 상황에서 이토록 광오한 말이라니.


"...고얀 놈 같으니라고."


찌푸렸다 웃기를 반복하는 조성환을 그의 수행 비서인 김정한이 걱정스러운 눈길로 쳐다본다.

······



***



시간은 빠르게 흘러 겨울 방학이 시작된 지도 벌써 한 달이 지났다.

방학 시즌이라 학교에 나가지 않았음에도 나는 여전히 바쁜 나날을 이어 나가고 있었다.

투자 때문에 바쁜 것도 있었지만,

그것 보다는 이전 삶에서는 한 번도 해보지 못했던, 킥복싱, 주짓수, 검도, 유도, 태권도 등 여러 가지 종류의 운동을 닥치는 대로 배우러 다니느라 하루 24시간이 부족할 지경이었다.


"너 정말 제대로 해볼 생각 없어?"

"네."

"아니, 그렇게 건성으로 대답하지 말고, 잘 좀 생각해봐. 내가 책임지고 금메달 따게 만들어 준다니까."

"필요 없어요."

"네가 잘 몰라서 그러나 본 데. 금메달만 따면 군대에 안 가도 돼. 너 인마, 이제 21살이라며, 그럼 곧 군대도 가야 할 거 아냐?"

"면제인데요?"

"뭐? 그게 뭔...."


천일 유도관 관장인 천일도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다.


"제가 장애가 있거든요."

물론 지금은 사라졌지만,

아직 다리가 회복되기 전에 신검을 받았던 터라. 면제라는 말은 거짓이 아니었다.


"무슨 장애?"

"그런 게 있어요."

"야, 싫으면, 그냥 싫다고 하지, 무슨 말도 안 되는 핑계야. 너 같은 놈이 장애가 있으면, 이 세상에는 병신들만 존재...."


큰소리치던 천일도는 갑자기 뭔가가 생각났는지. 갑자기 말을 멈추더니 조심스레 내 눈치를 살폈다.


"너 설마... 거기에 문제가 있는 거냐?"


하반신 쪽을 향하는 천일도의 시선에 내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아니거든요!"

"아냐, 문제가 좀 있어 보이긴 해."


천일도가 숙련자들이 훈련하는 장소가 아닌, 초보자들이 모여있는 장소를 슬쩍 쳐다본다.

거기에는 여자 사범 한 명과 열심히 낙법을 훈련 중인 지수가 있었다.

지난 몇 주간 지켜본 바로는 유도에 관심이 있는 게 아니라. 태준이를 따라 이곳에 다니는 게 분명했다.

뭐 덕분에 관원이 늘어서 좋긴 했지만,

정작 본인은 아는 건지 모르는 건지 운동에만 관심을 보일 뿐이었다.


"훈련 끝났으면, 이만 가볼게요."

"내 말 허투루 듣지 말고, 잘 한번 생각해봐."


문을 나서던 태준이 싫다는 의미로 손을 흔들었고, 그런 그를 대신해 지수가 허리를 숙였다.

그런 둘의 모습에 천일도가 혀를 깊게 찼다.


"에잉, 무심한 놈."

.

.

.

.

"이번에는 복싱이야?"


체육관을 나선 지수의 물음에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또 한참 걸리겠네?"

"두세 시간쯤 걸리겠지, 너는 이제 과외하러 갈 거지?"

"응."

"그래 어서 가. 늦어서 또 한 소리 듣지 말고."

"응."


복싱 도장으로 들어가는 태준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쳐다본 지수가 발길을 돌려 종종 걸음으로 버스 정류장으로 향했다.

다행히 오늘은 얼마 기다리지도 않았는데 버스가 도착했다.

자리에 앉아 워크맨의 이어폰을 꽂고,

고체 물리학 관련 서적을 펼쳤다.

사실 태준이를 따라 유도를 배우러 다니고는 있었지만, 유도 보다는 지금 보는 이 책이 몇 배는 더 지수의 흥미를 자극했다.


어릴 때부터 관심이 많은 분야였고,

특히 신소재 분야에 관심이 많았는데. 소재의 원자나 분자 구조를 조작해서 새로운 물질을 만들 수 있다는 게 신기했고, 여러 가지 해보고 싶은 것들도 많았다.


하지만, 오늘따라 집중이 잘 안 되는지.

오래지 않아 교재를 덮고는 이어폰에서 흘러나오는 노래 가사에 귀를 기울인다.


- 비 오는 유리창 밖 불빛 사이로♪

- 밝게 웃는 그대 얼굴이♪

- 아른거리며 떠오른다♪

- 고개를 들어 쳐다보니♪

- 싱그러운 바람이 가슴을 스치고♪

- 감추려 해도 자꾸만 생각난다♪


요즘 한창 인기를 끌고 있는 전효범의 '나를 보며 웃는 그대'라는 노래인데.

가사가 마치 자신의 마음을 그대로 옮겨둔 것 같았다.

같은 과 친구들은 자신이 태준을 좋아하게 된 게 대면식 이후부터라고 생각했지만, 그것은 잘못된 사실이었다.


본인은 기억하지 못하는 것 같지만,

그녀가 태준을 알게 된 것은 사실 한국대에 입학하기 훨씬 오래전부터였다.

알던 모습과는 많이 달라졌지만, 지수는 태준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고,

다시 만난 뒤부터 참을 수 없는 열병에 시달리고 있었다.

.

.

.

.

"야야, 이광수! 더킹, 더킹하라고 새끼야. 복싱 배운지 한 달밖에 안 된 놈한테 그렇게 밀리면 어떡해!"

"x발, 이런 놈이 어떻게 한 달밖에 안 된 초보라는 겁니까!"

미사일처럼 쏟아지는 주먹을 가까스로 막아내며, 이광수가 욕지기를 쏟아냈다.

한 달 된 초보인데 스파링 한번 해주라는 관장의 제안을 생각 없이 받아드린 자신이 후회스러울 정도였다.


헬스로 몸만 예쁘게 키운 놈이라.

샌드백 삼아 몸풀기용으로 잠시 상대할 생각이었는데.

명백한 착각이었다.


국내 헤비급 랭킹 7위의 자신이 복싱을 배운지 고작 한 달밖에 안 된 저런 초보한테 밀리다니.

자신을 아는 사람들이 듣는다면, 누구도 믿지 못 했을 것이다.


"와, 진짜 장난 아닌데?"

"그러니까. 처음부터 기술을 습득하는 속도가 엄청나더라니까."

"아... 그러고 보니 쟤 처음 입관했을 때 기본기를 알려준 게 너였지?"

"맞아. 처음에는 와꾸만 좋았지. 제대로 주먹을 쥐는 법도 모르는 애송이였는데...."


그 순간.

태준의 라이트 훅이 이광수의 옆구리를 강타했다.


콰앙!!


얼마나 충격이 컸던지.

이광수의 입에 물린 마우스피스가 총알처럼 퉁겨져 날아갔다.


"스톱! 거기까지!"


예상치 못한 상황에 관장이 급히 스파링을 중단시켰다.

그리고는 다급한 표정으로 이광수를 향해 달려갔다.


"괜찮아?"

"크흑... 관장님. 저 새끼 대체 뭡니까. 어디서 저런 괴물 같은 놈을 데려온 겁니까."

"네가 보기에도 그렇지?"

"우리 관장님... 크흑... 진짜 대운 터지셨네."


이광수의 말에 관장의 입꼬리가 잔뜩 위로 올라갔다.

그 상태로 태준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넌 내일부터 나하고 둘이서 훈련하자."

"네?"

"뭘 놀래. 내가 책임지고 너 챔피언 만들어 주겠다는 말이잖아."


한눈에 보기에도 관장의 눈에서 엄청난 의욕이 엿보였다.

내가 거절할 거란 생각은 조금도 하지 않는 표정이었다.


"죄송한데... 복싱은 이제 그만두려구요."

"뭐?"


지난 한 달간 복싱은 배울 만큼 배웠다.

이제 더는 이곳에 나오는 것은 시간 낭비일 뿐이었다.


나도 최근에서야 알게 됐는데.

회귀 후의 나는... 아니 내 육체는 정말 엄청나다는 말로도 부족했다.

한번 보는 것만으로도 웬만한 기술들은 그대로 재현해낼 수 있었고,

압도적인 피지컬에 이름있는 체육관에서 배운 기술들이 더해지자.

누구도 나를 감당하지 못했으니까.

지금 당장 헤비급 세계 챔피언과 붙어도 이길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복싱을 그만둔 나는 계속해서 여러 체육관을 전전했고, 겨울 방학이 끝날 무렵엔 서울에 있는 체육관 중 경험해보지 못한 곳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가 되었다.

······



***



공항에서 막 도착한 에일린이 내게 손을 흔들었다.

표정에서부터 엄청난 자신감이 엿보였다.


"태준! didn't forget your promise, did you?"

약속 잊지 않았냐고?

잊을 리가 있나.

오늘 불쌍한 한 여인이 나와 노예... 아니, 장기 근로 계약을 맺게 되는 날인데.


"제법 성과가 있었나 봐?"

"들으면, 깜짝 놀랄걸?"


확실히 지난 6개월간의 금융 시장이 뜨겁긴 했다.

미국의 주가지수는 물론이고,

한국의 코스피 또한 무려 30%나 상승했다.

특히, 달러로 된 Carry-Trade 자금이 대거 유입된 멕시코와 아르헨티나의 상황은 한국과 미국 이상으로 높은 성장률을 보였었다.


에일린의 넘치는 자신감을 봐서인지.

내가 질 수도 있겠다는 불안감이 다시금 피어올랐지만, 내가 올린 수익률 또한 만만치 않았기에 위축되진 않았다.

다시 회귀한다고 하더라도 이보다 높은 수익률을 올리진 못 할 테니까.

그러니 이번 내기에서 내가 진다고 하더라도, 보상으로 줘야 할 1%의 지분이 그리 아까울 것 같진 않았다.


계약으로 에일린을 묶어둘 수 없는 게 아쉽긴 하겠지만, 그같은 능력자가 나를 돕는다면,

분명 지분 이상으로 많은 수익을 얻을 수 있을 테니까.


우리는 상기된 표정으로 서로의 성과를 내밀었고,

그것을 받아든 순간.

한 사람은 경악성을, 그리고 또 다른 한 사람인 나는 안도의 한 숨을 내쉬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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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근데 넌 표정이 왜 그래? +2 24.09.10 1,710 30 12쪽
36 다이아몬드 수저 +2 24.09.09 1,897 32 11쪽
35 그런 게 어딨어! +2 24.09.08 2,048 30 13쪽
34 등에 비수가 꽂히다 +2 24.09.07 2,042 42 12쪽
33 들으면 속상할 텐데 +2 24.09.06 2,097 34 12쪽
32 심장이 강하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2 24.09.05 2,195 3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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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포털사이트? 그게 뭔데? +2 24.09.03 2,346 3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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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태풍의 나라 개발자 이용식입니다 +2 24.08.31 2,569 37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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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들으면, 깜짝 놀랄걸? +2 24.08.23 2,799 4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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