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히 죽으려고 했는데 대공가에 취업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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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VL
작품등록일 :
2024.08.07 2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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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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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6 0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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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UMMY

두 사람 모두 너무 놀라 방바닥으로 굴러떨어질 뻔한 것을 가까스로 견뎠다.

“너, 뭐야. 언제 일어났··· 아니, 뭐 하려던 거야?”

“아, 저 좀 전에 일어났어요! 근데 도련님이 왠지 추워 보이셔서···”

“아, 됐어. 필요없···”

습관적으로 손을 내저으며 밀리가 건넨 담요를 치우려던 아도니스의 팔이 허공에서 우뚝 멈추었다. 담요를 쥔 희고 부르튼 손을 보니 제 머리칼을 잡은 채 악몽을 꾸며 울던 모습이 다시 생각나버린 탓이었다. 결국 아도니스는 담요를 밀어내는 대신 한숨을 쉬며 손바닥을 펼쳐 내밀었다.

“하아······ 됐다, 줘. 내가 직접 덮게.”

뭔가 묘하게 분위기가 달라진 아도니스였지만 그걸 구체적으로 눈치채지 못한 밀리는 갸웃거리며 내밀어진 손 위에 담요를 올렸다.

‘그래도 쓰러졌어서 그런가, 심하게 대하진 않네···’

평소처럼 짜증을 내는 대신 얌전히 담요를 받아가 대강 두르는 아도니스를 향해 밀리는 삐걱이는 고개를 숙여보였다.

“그, 감사해요, 도련님.”

“감사?”

“간병, 해 주셔서······.”

“읍, 컥.”

“괜찮으세요?!”

차갑게 식은 지 오래인 허브 차를 마시며 갈증을 해소하려던 아도니스는 간병해줘서 고맙다는 말에 깜짝 놀라 차를 제대로 넘기지도 못하고 기침을 해 댔다.

다행히 그 격렬한 반응 덕에 오해는 빠르게 풀렸다. 자신의 옷을 갈아입힌 게 아도니스가 아니란 사실에 안도한 나머지 밀리는 민망함을 느낄 새도 없었다. 그런 그녀에게 눈을 흘기며 아도니스는 새로 우려낸 허브 차를 마시며 물었다.

“그래서, 상태는 어때. 이제 좀 살만한가봐?”

“네 아마도··· 음, 평소보다 몸에 힘이 좀 없긴하지만 괜찮아요.”

“그건 다행이군.”

조만간 다시 제대로 식사를 할 수 있겠다며 중얼거린 아도니스가 딱딱한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대며 다리를 꼬았다.

“성벽 결계가 작동됐으니 조만간 거기에 관련해서 물어볼 거야. 알아 둬.”

맥락없이 던져진 말에 밀리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결계요?”

“···기억 안 나?”

아도니스가 미간을 좁히며 다시 물어왔지만 그런다고 모르는 것을 갑자기 알게 될 수는 없었다. 밀리는 여전히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아도니스는 쯧, 하고 혀를 찼다.

“어디까지 기억하는데?”

아도니스의 어처구니 없어하는 얼굴을 보던 밀리는 생각에 잠겼다. 기억을 더듬던 그녀가 아, 하고 짧게 소리냈다.

“그러고보니 빙정석을 놓는 제단을 건드렸더니 빛이 난 것까지는 기억이 나요.”

“그건 기억하고 있군. 그 빛이 결계가 발동하면서 난 빛이야.”

“네?! 전 그냥 크기를 가늠하려고 손끝을 갖다대기만 했을 뿐 아무 짓도 하지 않았는데······.”

“질문 받았을때도 똑같이 솔직하게 답변하면 되겠군.”

아도니스의 평온한 반응에 밀리는 말문이 막혔다. 그의 태도를 보면 자신을 의심하는 것 같지는 않았지만, 어쨌든 자신이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뭔갈 잘못 건드린 통에 기절하면서 대공성의 결계를 멋대로 작동시켰다는 이야기가 아닌가. 심지어 그 결계는 대공령과 제국을 실패작의 땅에서 나오는 끔찍한 존재들에게서 지켜주는 몹시도 중요한 결계였으니.

‘큰일났다······. 본의 아니게 사고를 치는 일이야 자주 있는 일이지만 이 정도의 대형 사고를 친 적은 없다고!’

이성적으로 생각하려고 하면 할 수록 머릿속은 점점 하얘지기만 했다. 절규하고 싶은 마음을 억누른 채 밀리는 최대한 침착한 척하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혹시, 결계가··· 잘못됐나요?”

잔뜩 겁먹어서 묻는 그 얼굴을 보며 아도니스는 헛웃음을 삼켰다.

“아니. 그건 아니고.”

오히려 그 반대라면 모를까.

원래 앨버 영지는 눈보라가 그친 뒤로 광산에서 안정적인 결계용 빙정석의 수급이 가능해질 때까지 북쪽 경계 수비에 인력과 자본을 대폭 늘려 투입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밀리가 결계를 발동시킨 덕에 추가로 끌어와야 했던 인력과 자본 문제가 한번에 해결된 것이다.

‘그런데 잘못 됐냐니.’

한쪽 입꼬리가 삐딱하게 씰룩이는걸 숨기지도 않으며 아도니스는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아무튼 조만간 아버님과 어머님이 불러서 직접 물어보실테니 그렇게 알아.”

“네에······.”

그렇게 문가를 나선 그는 몇 분 되지도 않아 다시 돌아왔다. 어깨에 걸치고 있던 담요를 네모낳게 개어접은 상태로 밀리한테 던쟈주며 그가 덧붙였다.

“혹시 누가 오면 일어났을 때 아무도 없었다고 해. 내가 다녀갔다고 하지 말고.”

“네? 그건 왜···”

“잔말 말고 시키는 대로 해.”

“네에···”

그렇게 다시 아도니스가 나간 문을 쳐다보던 밀리는 다시 이불 속으로 기어들어갔다. 한참 의식을 잃었던 탓인지 잠이 오지 않았다. 멍하니 눈을 깜빡이며 천장을 쳐다보던 그녀는 생각에 잠겼다.

결계를 발동시킬, 빙정석에 준하는 힘이라면 분명, ‘그것’ 뿐이었다.

소리 내어 내뱉고도 믿기지가 않아 헛웃음이 나왔다. 이전에 지나온 삶에서는 알지 못했다. 이번 삶에 일어나는 일들은 앞으로도 얼마나 새로운 일들인 것일까, 혼란스러웠다.


***


아도니스의 말대로 밀리가 의식을 찾고 며칠 지나지 않아 대공 부부는 결계가 발동된 건으로 인해 밀리를 직접 불렀다. 그것도 그 일이 일어난 성벽 꼭대기로.

밀리와 대공 내외를 외에도 아도니스와 빌, 마리아, 로엔그린 등··· 많은 사람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 중 유일하게 낯선 얼굴을 한 사람이 있었는데 나이가 지긋하여 머리가 하얗게 센 노인이었는데, 영지 내에서 일하는 동안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것을 보면 성에서 일하는 사람은 아닌 듯 했다. 문득 그가 입고 있는 낡은 수도복에 시선이 갔다.

‘신관···? 나이가 많아보이는데, 은퇴한 신관분인가?’

그렇게 나이든 신관을 관찰하고 있는데 옆에서 굵은 헛기침 소리가 들렸다. 대공 알렉시스의 옆에 서 있던 기사, 로엔그린이 낮고 뚜렷한 음성으로 밀리에게 말했다.

“준비가 끝났으니 똑같이 재연해보도록. 여기 계신 사무엘 신관께서 확인해 주실 거다.”

밀리는 쭈뼛거리며 사무엘이라 불린 신관에게 꾸벅 고개를 숙여보였다. 그는 주름진 얼굴로 사람 좋게 웃었다.

“예전에 앨버 영지 신전을 도맡았던 사무엘입니다. 긴장하지 말고 지난번에 올라왔을 때랑 똑같이 행동하면 됩니다.”


“네!”

그의 다정한 목소리에 밀리는 조금 용기내어 대답하고는 천천히 제단을 향해 다가갔다. 그녀가 결계를 발동시켰을 때 했던 행동은 재연이라고 부르기에도 민망할 정도로, 단순히 손을 뻗어 제단을 건드리기만 하면 되는 일이었지만, 뭐가 어떻게 달라졌을지는 알 수 없어 밀리는 저번의 기억을 차근차근 머릿속으로 되짚었다. 정확히 제단에 파인 홈의 어느 쪽을 만졌었는지에 집중하며 그녀는 다시 제단으로 손을 뻗었다. 막상 손끝이 제단에 닿는 순간에는 어쩐지 겁에 질려 눈을 감아버렸지만.

그녀의 손끝이 차갑고 딱딱한 제단에 닿는 순간, 여기저기서 탄식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에 밀리는 저절로 눈을 떴고, 눈 앞의 광경에 입을 벌렸다.

“아!”


지난번 아도니스와 동행했을 때처럼 눈이 멀어버릴 정도의 강렬한 빛은 아니었다. 하지만 제단에서는 은은한 광채가 흘러나오고 있었으며, 바닥 문양을 따라 흐르듯 퍼져나갔다.

“이럴 수가······.”

대공 내외와 사용인들을 비롯해 늙은 신관까지, 이미 한번 본 적이 있는 아도니스를 제외한 그 자리의 모두가 깜짝 놀랐다. 알렉시스는 입을 살짝 벌렸다가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이건 정말, 빙정석을 사용했을 때와 똑같군······.”

이전에 결계가 작동된 것을 본 적 있는 사람들은 모두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신관 사무엘도 쐐기를 박듯 말했다.

“신성력이 확실합니다.”

어느 정도 눈치를 채긴 했지만 직접 확인을 받으니 머리를 얻어맞은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어떻게 모를 수가 있었을까. 심지어 그녀는 이전 생에는 성도 인근에서 살았고, 성도의 신관들과 교류까지 했다. 그 신관들이 몰랐을 수도 있나? 그게 가능한가? 아니면···

‘이번 회차에만 생긴건가?’

엉망진창이 된 머릿속에서 갖가지 추리가 난무하는 사이, 사무엘은 계속 말했다.

“결계를 자동으로 발동시킬 정도면 신참 수도사 기준도 한참을 웃돕니다. 고위 사제 급이죠. 전성기의 저도 이 정도는 아니었을 겝니다. 이런 일은 아예 못 했거나, 억지로 모자란 힘을 생명력으로 끌어와서 그 자리에서 몇십 년 늙어버렸겠지요.”

사무엘은 천천히 몸을 돌려 주름살이 팬 얼굴로 밀리를 가만히 응시했다.

“이 아가씨는 제도에 간다면 사제가 되기 위한 과정을 대부분 건너뛰게 될지도 모르겠군요.”

제도?

밀리는 퍼뜩 고개를 들었다.

‘맞아, 신성력이 있는 사람은 무조건 제도의 중앙 신전으로 가게 되잖아······.’

이제 막 새 직장도 얻고 정착을 하려고 마음을 다잡은 참이었던 만큼 이 상황은 당혹스럽기 그지 없었다. 다들 그녀와 같은 생각을 한 모양인지, 시선이 그녀에게로 모였다. 눈을 둘 곳을 몰라 허둥거리던 밀리는 당황하여 내뱉었다.

“저, 저는··· 어떻게 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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