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험이 좋은 사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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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awingen
작품등록일 :
2024.08.08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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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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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9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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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46화

DUMMY

마수의 거죽을 뚫고 깊숙하게 박힌 칼날.


그 칼날을 중심으로 신성력이 묻은 마력이 물리력을 갖추며 구형으로 크게 확장했다.


흑마력을 잔뜩 품은 살점과 만난 신성력은 즉각 흑마력을 불사르며 조직을 약화시켰고, 이는 확장하는 마력 방패와 맞물려 폭발을 야기했다.


퍼퍼펑!!


물속으로 튀어나가는 살점과 피. 그 사이로 번쩍 피어오르는 빛의 방패.


‘와.’


마빈이 감탄했다.

이거 폭탄이 따로 없는데?


소년은 거대한 마수를 상대로 치명타를 입히는 수법을 습득했다!


펑! 펑! 펑!


씬벵이 마수의 등판은 살점이 깊게 뜯겨나가 언데드가 된 것처럼 너덜너덜해졌다. 마수가 가지고 있는 재생력은 신성력 앞에 지져져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마빈은 살점이 죄다 터져 드러난 척추 틈새에 칼을 쑤셔 넣어 마력 방패를 폭발시켰다.


콰직!


단단한 조직이라 금이 간 것에 그쳤다. 하지만 금이 갔다는 것 자체가 효험이 있단 의미.


‘한 번이 안 되면 두 번, 세 번 하면 되지!’


마빈은 아름드리 통나무 같은 갈비뼈에 다리를 감아 마수의 몸부림을 버티며, 등뼈 틈새에 연거푸 폭발을 일으켰다.


물이 펑펑 요동치며 발생하는 소음은 인어 전사 몇이 한눈을 팔 정도로 요란했다.


퍼석!


마침내 쩍하고 단순히 금가는 소리와는 다른 치명적인 소음이 터져 나오며, 마수의 뒷부분이 축 늘어졌다.


“등뼈 박살! 뒤에서 공격!”


마빈은 팔을 흔들며 고마움을 표시하는 인어 전사들이 무력화된 마수를 난자하는 걸 보곤 다른 마수에게로 이동했다.


두 번째 목표물인 해저 산갈치가 변이되어 만들어진 마수는 처음 것보다 쉬웠다.


놈은 빠른 헤엄 실력을 바탕으로 길쭉한 신체를 채찍처럼 마구 휘두르는 식의 공격을 하는, 이른바 민첩 특화 마수였다.


그래서인지 딱히 거죽이 두껍다거나 하지 않아, 마빈이 도착했을 땐 이미 전사들이 녀석을 반쯤 만신창이로 만들어 놓은 상태였다.


하지만 마수는 질긴 생명력으로 악명 높은 생물체. 여기저기 살점이 뜯겼음에도 위협적인 채찍질로 전사들에게 사상자를 강요하고 있었다.


마빈은 녀석이 한 번 꼬리를 휘두른 직후를 틈타 유물의 능력을 최대한도로 발휘해 녀석에게 신속히 달라붙었다.


신성력과 흑마력 살점이 만났다. 물속에서 생선이 구워지는 진귀한 현상과 함께 발생한 요란한 폭발!


주위의 물이 요동치며 아가미 부위가 크게 박살난 산갈치 마수가 잠시 축 늘어졌다.


“붙어!”

“잘라!”


전사들이 득달같이 달려들어 놈을 난자했다. 마수는 제정신을 차려 다시금 꼬리를 휘두르려 했지만.


“어딜.”


눈을 찌른 마빈이 마력 방패를 전개했다. 큰 눈알이 터지고 두개골이 쪼개진 마수는 단숨에 절명했다.


사람만한 눈을 가질 정도로 큼직한 덩치에 비해 별 거 아닌 최후였다.


그리고 마지막 한 놈.


묘사하기 힘든 몰골의 마수는 크기는 크라켄보다 한참 작은 주제에 크라켄을 압도하고 있었다.


정확히는 상성이 맞지 않았다.


“피해!”

“무슨 저렇게 상대하기 더러운 놈이 다 있어!”


인어 전사들은 물론이고 크라켄조차 저 혐오의 결정체라 부를 법한 마수에게 접근조차 못하고 있었다.


마수의 몸에는 마치 소시지에 낸 칼집을 닮은 입이 덕지덕지 달려 있었다.


긴 다리를 이용해 조여 죽이거나 포박한 다음 강력한 이빨로 뜯어버리는 것이 크라켄의 싸움법인데, 저 마수의 여러 입은 그 다리를 무력화하는 데에 최적화되어 있었다.


놈의 공격수단은 물어뜯기뿐만이 아니었다. 몸 곳곳에서 뻗어 나온 가시가 가득 돋은 촉수가 주변을 휘적거렸고 입 안에서는 무색투명한 촉수 수십 개가 이빨을 딱딱거렸다.


크라켄과 전사들로서는 참 상대하기 난감한 녀석이라 주변만 휘저으며 겉껍데기만 때려대고 있었다.


‘다음은 너다.’


마력 방패 폭발로 짜릿한 손맛을 경험한 마빈의 눈에는 저 끔찍한 외형의 마수도 그저 선물보따리에 불과했다.


마빈은 산갈치 마수의 꼬리치기에 버금갈 정도로 빠르게 닥쳐오는 검은색 가시 촉수를 피하며 마력 방패를 펼쳤다.


신성력이 진득하게 묻은 마력 방패가 마빈의 전방위를 보호하며 환하게 빛을 냈다.


마수는 허옇게 변한 눈을 희번덕거리며 몸통의 입들을 쩍 벌렸다. 그 안에서 우르르 튀어나온 투명한 촉수들이 마빈을 겨누고 날카로운 덩어리를 쏘아냈다.


그건 인어들이 쉬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한 또 다른 수법, 흑마력이 뭉쳐진 탄환이었다.


빛이 없다면 심해에서 영문도 모르고 당할 새까만 기운의 덩어리가 마빈에게 비처럼 쏟아졌다.


“후.”


마빈은 유물의 기능을 본격적으로 발휘했다.


물을 딛고 제자리에서 폴짝 뛰어 촉수를 피했다. 정강이 보호대에서 와류를 일으켜 제자리에서 빙글 돌아 속도를 조절해 투사체의 폭우를 회피했다. 불가피하게 맞는 건 마력 방패를 비스듬하게 세워 비껴냈다.


마빈이 탄환의 견제를 이겨내고 조금씩 가까워지자 마수는 다른 인어 전사들을 신경 쓰는 것조차 관두고 마빈에게 집중했다.


수십 개의 긴 가시 촉수들이 그물처럼 마빈에게 덮쳐왔다.


‘아. 익숙한 공격이네.’


하지만 검에서 피워낸 겨울의 삭풍을 활용하긴 어려우니, 다른 수법을 써먹기로 했다.


마빈이 제자리에서 회전하면서 유물에서 기포를 사방으로 발생시켰다. 그 주변으로 퍼져나간 기포가 마력 방패가 내는 빛을 반사해 모두의 눈을 어지럽혔다. 그건 마수도 마찬가지였다.


화려한 눈속임에 속아버린 마수는 가시 촉수들의 끝을 전혀 엉뚱한 곳으로 향했다.


그 틈을 타 자그마한 인영이 앞을 가로막는 촉수 가닥들을 가차 없이 잘라내며 돌진했다.


사악한 흑마력탄이 마력 방패에 부딪혀 폭발했다. 그러나 이게 깨지기 전에 저놈에게 닿을 수 있으리란 소년의 믿음은 흔들리지 않았다.


서걱!


가시 촉수 하나가 마빈을 강하게 움켜쥐려 했다가 신성력을 머금은 검에 거칠게 잘려나갔다.


완벽한 탄성에서 비롯된 짜릿한 손맛이 팔뚝에 전율을 가져다주었다.


마침내 마수에게 도달한 마빈은 몸통 중간에 쩍 벌어진 칼집 같은 입에 쏙 들어갔다. 신성력 광채에 입이 데인 마수가 꿈틀거렸다.


기대에 가득 찬 표정으로 입 내부의 투명한 촉수들을 뭉텅이로 힘껏 베어냈다.


투명한 한천 젤리처럼 힘없이 잘려나가는 이빨 달린 투명한 촉수들. 그냥 물을 베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쯧, 김샜다.’


손을 가득 채우는 악한 것을 베는 맛을 느낄 줄 알았더니만. 화려한 포장지로 싸인 선물상자를 열어봤더니 벽돌 한 장만 덩그러니 들어있는 상황이 따로 없었다.


나의 기대심을 짓밟다니!


마빈이 감정을 담은 검으로 놈의 목구멍을 강하게 쑤시고는 마력 방패를 확장시켰다. 그러자 마수가 바르르 떨더니 갑자기 껍질을 벗어던졌다.


“이런! 다른 마수의 속을 파내고 들어간 놈이다!”

“떨어져!”


너덜거리는 마수의 껍질이 떠다니는 가운데 마수의 진체가 드러났다.


투명한 촉수와 검은 가시촉수가 한데 뭉친 모습은 마구잡이로 얽힌 폐그물더미 같았다. 그러나 마빈을 상대하겠다고 택한 행동은 이점을 포기하는 악수였다.


“크라켄이 놈을 붙잡았다! 일제히 공격하라!”


다리를 물어뜯는 껍데기가 사라진 마수를 향해, 크라켄이 수모를 갚기 위해 달려들었다. 강인한 다리로 촉수덩어리를 칭칭 휘감고 날카로운 부리로 물어뜯는 크라켄.


그 다리들의 사이에서 빛나는 소년의 곁으로 다룰마가 헤엄쳐왔다.


“몸은 좀 괜찮냐?”

“네. 그런데 이대로 뚫고 들어가기엔 조금 위험해 보여서요. 마력 방패도 도중에 깨질 거 같은데......”

“내가 도와주마.”


다룰마는 자신의 마력 칼날과 비슷한 색감의 마력 방패를 만들어 자신과 마빈을 감쌌다.


“감사합니다.”

“마력 방패는 낭비에 가까울 정도로 마력이 많이 드는 수법이야. 괜히 이게 마력 칼날 다음의 경지라고들 하는 게 아니지. 앞으로 마력 관리는 하면서 써라.”


생각보다는 그다지 많이 안 들던데, 라고 생각하면서도 마빈은 일단 고개를 끄덕였다.


둘의 팔이 부지런히 움직였다.


마빈에게서 발해지는 신성력이 주위를 까맣게 태우고 약해진 조직은 둘의 마력 칼날이 싹싹 베어냈다.


“아저씨 저기요!”


그렇게 파고 들다 보니, 사악한 기운을 풀풀 풍기는 둥근 바윗덩이 비슷한 물건을 찾을 수 있었다.


“네가 잡아라. 찔러!”


마빈이 힘껏 창을 내뻗어 마수의 핵을 찌르자 안 그래도 까맣던 핵은 더욱 새까매지며 파스스 흩어지기 시작했다. 주변의 촉수들이 일제히 바르르 떨더니 축 늘어졌다.


마빈은 늘어진 촉수더미를 몇 번 더 쿡쿡 찔러 확인사살을 했다. 마수는 생명력이 질겨서 죽고도 움직이는 경우가 많다니까.


마수는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마수의 밖으로 나가자 승리의 환호성이 해저의 침묵을 깨고 울리고 있었다.


크라켄이 지쳐서 한숨을 쉬는 것처럼 축 늘어졌고 부상자를 수습하는 이들이 바삐 움직이는 모습이 보였다.


“마수의 뼈나 겉가죽은 요긴한 재료야. 모처럼 대형 마수 셋을 한 번에 잡았으니 제법 괜찮은 걸 만들 수 있을 거다.”


마빈은 사상자를 수습해놓은 곳으로 향했다.


“여기는 왜?”

“제 힘에 신성력이 섞여 있잖아요. 그래서 조금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해서요.”

“조금 효과는 있겠지만 회복까진 힘들 거다.”


신성력은 의지를 담아 발휘해야 제대로 된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지금처럼 단순히 묻어나오는 것만으로는 큰 효과를 보기 힘들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가까이 가볼게요.”


전사들이 끙끙대는 곳으로 마빈이 다가가자 신음성이 조금 잦아드는 듯했다.


“이 빛이 신성력인데, 다들 괜찮나?”

“어쩐지 통증이 조금 나아지더라고요. 고맙다 인간 꼬마.”


그걸 필두로 여기저기에서 전사들의 칭찬이 이어졌다.


“잘 싸우던데? 인간이라고 무시했는데 정말 용감하더라.”

“아까 꼬리에 맞았을 때 붙잡아 준 거 고마워.”

“나중에 대련 한 판 하자고!”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마빈은 해저의 차가운 수온이 올라가는 것만 같아 뿌듯했다.


그러던 와중 중상을 입은 전사가 보였다.

산갈치 마수의 채찍 꼬리에 정통으로 맞았는지 몸통이 크게 벌어져 내부가 고스란히 드러나 있었다.


마빈이 가까이 다가갔지만 묻어나오는 신성력으로는 통증 완화 정도가 한계였다.


사제가 있긴 하지만 고작 셋뿐.

중상자 수가 꽤 되어 그에게까지 회복의 손길이 닿지는 못할 것 같았다.


“쯧쯧. 유언이라도 남기게. 내 전해주지.”

“해, 해룡의 사자께, 말을 전할 수, 있어, 영광, 입니다......”


마빈은 띄엄띄엄 유언을 전하는 이를 안타까운 눈으로 내려다보다가 문득 생각나 말했다.


“다룰마 아저씨.”


마빈은 뮬레타에서 겪은, 마법진에 칼을 꽂자 신성력이 알아서 흘러들어간 일화를 설명했다.


“그래서, 혹시 칼을 꽂으면 치료가 되지 않을까요?”


난생 처음 듣는 소리에 다룰마는 어처구니없는 표정을 지었다. 하여튼 하나부터 열까지 특이한 녀석일세.


그래도 밑져도 본전.

한번 시도는 해보는 것도 나쁘진 않겠지.


“일단 유언은 다 들었으니 해봐라.”


마빈이 조심스럽게 중요 장기를 피해 쩍 벌어진 복강 내부에 검을 가져다 댔다.


“토, 통증이. 덜해졌습니다. 훨씬.”


그러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뭉그러졌던 주위 내장이 사제들의 회복보다는 느리지만 눈에 띄게 재생을 시작한 것이다.


“허. 정말 별 걸 다 보는구나.”

“다행히 효과가 있네요.”


마빈은 뮬레타에서 환영마법진에 검을 꽂았을 때처럼 기운이 흘러나가는 것을 느꼈다. 다만 그때와는 달리 아주 조금이었다.


몇 분 뒤.


숨소리가 편안해진 인어 전사는 말을 제대로 할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정말, 정말로 감사합니다.”


벌어진 배는 그대로였지만 내장 부위는 제법 회복되어 흘러나오는 피가 눈에 띄게 줄어 있었다. 서둘러 봉합만 한다면 괜찮을 정도였다.


마빈이 여분의 칼 한 자루를 뽑아 양손을 채우고 말했다. 당장이라도 좌우에 부상자를 놓고 양쪽으로 칼을 꽂을 모양새였다.


“다른 분들한테 얼른 가요!”

“그러자꾸나!”


느리지만 죽음에서 건져낼 수 있다는 게 어딘가. 다룰마는 중상자를 서둘러 모아오라 시켰다.


그날, 마빈 덕에 열에 달하는 전사들이 목숨을 구함 받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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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39화 24.09.13 455 1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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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35화 +1 24.09.09 717 28 12쪽
34 34화 +3 24.09.08 751 37 13쪽
33 33화 +1 24.09.07 750 36 12쪽
32 32화 24.09.06 770 32 13쪽
31 31화 +1 24.09.05 863 31 12쪽
30 30화 +1 24.09.04 879 30 11쪽
29 29화 +1 24.09.03 902 34 11쪽
28 28화 +1 24.09.02 908 31 12쪽
27 27화 +1 24.09.01 911 36 12쪽
26 26화 +1 24.08.31 923 35 12쪽
25 25화 +2 24.08.30 933 3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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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23화 +1 24.08.28 960 37 13쪽
22 22화 +2 24.08.27 959 42 13쪽
21 21화 +4 24.08.26 1,004 42 12쪽
20 20화 +2 24.08.25 998 4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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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17화 +1 24.08.22 1,083 4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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