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 스트라이커, 최강 골키퍼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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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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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09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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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2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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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역적

DUMMY

신정아는 나름대로 성공한 축구 선수였다.

한국 리그 득점왕 출신의 스트라이커였으며, 그 실력을 인정받아 국가 대표까지 발탁되었다.

국내의 관계자들은 신정아에 대해 입을 모아 얘기했다.


“신정아는 한국 축구계의 레전드가 될 겁니다!”


하지만, 상황은 그런 세간의 기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

사건의 발단은 아시안컵 4강. 숙적 일본과의 경기였다.


「한 위원님. 이번 경기, 어떻게 보십니까?」

「확실히 일본 축구가 굉장히 강세 아닙니까? 프리미엄 리그 소속의 무사시 선수도 있고. 하지만, 저는 신정아 선수가 전혀 밀리지 않는다고 보거든요.」


많은 국민들의 관심과 기대 속에서 시작된 경기.

원톱 스트라이커로 선발 출전을 하게 된 신정아의 입은 바싹 말랐다.


‘긴장하지 말자.’


차라리 결승전에서 지는 건 괜찮다.

그러나 한일전만은 이겨야 한다!



후반전 추가 시간. 스코어는 0대0.

양 팀 모두 별다른 성과를 보여주지 못한 채 연장전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신정아!”


마지막 코너킥 상황, 신정아에게 향하는 완벽한 킬패스.

기막힌 위치 선정 덕분에, 신정아의 앞은 뻥 뚫린 상태였다.

신정아의 발에 걸려서 슛만 제대로 나간다면, 골도 가능한 상황.


하지만, 무엇이 문제였을까.

집중력이 원인이었을까, 아니면 체력이 원인이었을까.


「아니, 이게 무슨 일인가요? 신정아 선수가 균형을 잃고 넘어졌습니다!」

「아, 이러면···. 신정아 선수가 놓친 공을 그대로 무사시 선수가 뺏고 달려갑니다!」


신정아는 자신에게 주어진 빅찬스를 그대로 놓쳐버렸다.

축구공을 터치도 못하고, 그라운드 위에 엎드려 넘어진 것이었다.

그리고 일본은 그 천금같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비었어요! 비었어요! 무사시 선수, 완전히 프리(Free)입니다! 골키퍼와 1대1 찬스! 자, 이렇게 되면···.」

「골, 골이에요, 골···.」

「일본의 무사시 선수가 후반 96분에 극장골을 넣습니다!」


신정아는 잔디밭 위에 엎드린 채, 쉽사리 일어날 수가 없었다.

자신의 인생 역사상 가장 참혹하고 창피한 순간이었으니까.

전국민의 희망을 한순간에 절망으로 바꾼 죄책감에, 고개를 들 수 없었다.

단지 눈물을 흘리며 자책할 뿐이었다.


「이렇게 일본이 결승전에 진출하게 됩니다!」

「아···. 아쉽게 우리 한국이 4강에서 탈락하게 되었지만, 정말 고생 많았습니다, 우리 태극 전사들···.」


신정아의 명백한 실책은 국내외에서 집중적으로 조명되었다.

누군가는 조롱을 하였고, 누군가는 비난을 일삼았다.



–병신정아 때문에 일본한테 졌네

-갑자기 지 혼자 기어 다니길래 뭔가 했다 ㄹㅇ

-경기장에 웬 개새끼가 나타났노 ㅋㅋ



또한, 신정아에겐 치욕적인 별명이 붙여졌다.


“무사시의 개새끼···.”


대한민국이 총기 소유 금지 국가인 것은 행운이자 불행이었다.

적어도 길거리에서 총 맞고 죽을 걱정은 없는 것이 행운이었고, 한편으로는 자신의 관자놀이에 스스로 쏘지 못하는 게 불행이었다.


신정아의 의식 저편에서는 극단적인 선택이 스멀스멀 기어 올라왔다.

관련 기사나 동영상, 커뮤니티의 댓글을 보고 있자면, 그런 부정적 감정들이 더욱 심해지는 것이었다.


‘자고 일어나면, 모두 없던 일이 되어버렸으면 좋겠어···.’


아시안컵의 대참사가 일어난 지 벌써 한 달도 지난 뒤였지만, 그 충격은 여전했다.

그날 이후로 잠도 제대로 잔 적이 없으니 말이다.

신정아는 오늘도 수면제에 의지하며 잠을 청한다.


**


“아, 얼마나 잔 거야···. 되게 오랜만에 푹 잤네.”


스마트폰을 들어 시간을 확인해보니, 어느덧 오전 10시.

이 정도로 숙면을 취한 건 굉장히 오랜만의 일이었다.

피곤한 기색이 전혀 없었고, 몸도 찌뿌둥하기는커녕 활기가 넘쳤다.


“뭐, 뭐지? 이건···.”


다만, 한 가지 문제점이 있었다.

신정아의 눈 앞에 이상한 환각이 보이는 것이었다.



{골키퍼의 길을 선택하시겠습니까?}

<네 / 아니오>



“진짜 정신병원이라도 가봐야 하는 건가? 이상한 게 다 보이네. ···그리고 뜬금없이 뭔 골키퍼야, 난 스트라이커인데.”


신정아는 무시하고 고개를 돌려 보았지만, 계속해서 쫓아오는 활자 덩어리에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었다.

순간적으로 신경이 난 신정아는, 손으로 허공을 휘적거렸다.



띠링—

{신정아 님이 골키퍼의 길을 선택하였습니다!}


“뭐야, 갑자기!”


신정아의 시야에는 또 다른 글귀가 보인다.


{상태창을 외치면 상태창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사, 상태창···?”


무심코 외친 한 마디. 그 한마디에 신정아의 눈 앞에서는 믿기지 못할 광경이 펼쳐졌다.



{신정아 님의 상태창}


-레벨: 1

-포지션: 골키퍼


-키: 185cm

-순발력: 30

-점프력: 24

-지구력: 85


-패시브 스킬: 없음

-액티브 스킬: 없음



“이게 무슨···.”


마치 온라인 게임의 인터페이스와 같은 디자인.

제일 눈에 띄는 건 역시 포지션. 원래 주 포지션인 스트라이커가 아니라, 생전 해본 적도 없는 골키퍼가 적혀있다.


“근데 내가 왜 골키퍼야!”


어렸을 때부터 공격수만 고집하고 연습해왔던 신정아였다.

신정아의 우상은 브라질의 전설적인 축구 선수 로날도.

언젠가 그와 같은 수준의 레벨에 오르겠다는 일념으로 축구를 해왔던 것이었다.


{특전으로 소모품 뽑기권을 세 장 드리겠습니다!}

{우편함에서 사용 가능합니다.}


“잠깐. 이거 꿈 아니지?”


신정아는 자신의 뺨을 쭈욱 늘려본다.


“으으, 꿈···은 아니네.”


새빨갛게 변해버린 뺨을 어루만지며 우편함에 들어가 보는 신정아.

우편함에는 세 개의 뽑기권이 있었다.


“이걸 누르면 되는 건가?”


빠라바라밤—

뽑기권 하나를 클릭하자, 굉장히 요란한 효과음과 함께 화면이 반짝거린다.



{축하합니다! 신체 연장 카드를 뽑으셨습니다!}


<신체 연장 카드(A)>

-사용자의 신장을 5cm 늘린다.


{바로 사용하시겠습니까?}

<네 / 아니오>



“···사용.”


카드는 화려한 빛을 뿜으며 사라졌다.

사실, 신정아는 여전히 반신반의의 상태였다.

상식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 상황이었기에, 자신의 눈 혹은 정신 상태의 문제를 의심하고 있던 중이었다.


“우왓, 말도 안 돼···.”


그러나, 결코 꿈이나 환각 같은, 비현실적인 현상이 아니었다.

몸이 부웅 떠오르는 느낌이 들더니, 시야의 눈높이가 높아진 것이었다.


“정말 키가 큰 건가?”


신정아는 화장실로 달려가 세면대 앞의 대형 거울을 바라보았다.


“커졌어···!”


자세히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을 정도로 차이가 확연했다.

신정아의 키가 정말로 한순간에 5cm 가량 커진 것이다.


“이런 미친!”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상황. 어처구니 없는 광경에 신정아는 헛웃음을 터뜨렸다.

자신에게 일어난 일이 정말 현실이라면, 엄청난 기회가 될 것이라고 직감했다.


“···그런데 나더러 골키퍼가 되라고?”


그러나 한 가지 문제점은, 이놈의 시스템이 골키퍼의 길로 강제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세계적인 공격수들의 개인기와 원더골을 보면서 축구 선수로의 미래를 꿈꾸었던 신정아에게는 몸에 맞지 않는 외투였다.


더군다나 골키퍼라는 포지션 자체에도 좋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

방과 후나 학교 체육 시간에 축구를 할 때, 골키퍼는 비인기 포지션 1위였다.

골키퍼의 자리는 언제나 축구를 가장 못하는 친구 혹은 무리에서 가장 겉도는 친구의 몫이었다.


“난 공도 무서워하는데.”


게다가, 신정아는 공을 무서워했다.

이것은 신정아의 약점으로 항상 손꼽히던 문제였다.

발을 이용한 골 결정력은 국내 최고를 자랑하던 신정아였지만, 머리를 사용하는 공중볼 경합 상황에서는 지레 겁을 먹는 탓에 파워와 정확도가 현저히 떨어졌다.


그런 그가 골키퍼가 될 수 있을 리 만무했다.

애초에, 팀의 스트라이커 선수가 갑자기 골키퍼로 포지션 변경을 한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미드필더나 풀백같은 필드 플레이어라면 모를까, 완전히 경기 방식이 다른 골키퍼로의 포지션 변경은 이미 한참 늦은 시기였다.


“···일단 나머지 뽑기권이나 써볼까.”


수중에 남은 뽑기권은 이제 두 개.

신정아는 두 개의 뽑기권을 한꺼번에 사용했다.



{축하합니다! 아래의 두 아이템을 얻으셨습니다!}


<신체 연장 카드(B)>

-사용자의 팔 길이를 5cm 늘린다.


<패시브 스킬 뽑기권>

-무작위의 패시브 스킬 하나를 얻을 수 있다.



“패시브 스킬 뽑기권? 뽑기권에서 또 다른 뽑기권이 나왔네.”


첫 번째로 나온 신체 연장 카드(B)를 사용한 신정아.

이번에도 효과는 확실했다.

신정아의 양 팔은 좌우 합쳐서 5cm가 늘어났다.


“그리고 패시브 스킬 뽑기권이라···.”



<패시브 스킬 뽑기권>

-무작위의 패시브 스킬 하나를 얻을 수 있다.


{사용하시겠습니까?}

<네 / 아니오>



“바로 사용해 봐야지!”


신정아는 들뜬 마음으로 패시브 스킬 뽑기권을 눌렀다.

이번에도 뽑기권은 밝은 빛을 내뿜더니, 모습을 감추었다.


빠라바라밤—

{B급 패시브 스킬을 얻으셨습니다!}


<패시브 스킬: 야수의 심장(B)>

-공을 두려워하지 않게 된다.


{바로 장착하시겠습니까?}

<네 / 아니오>



“당연히 장착해야지!”


신정아는 고민도 하지 않고 ‘네’를 클릭했다.



{장착이 완료되었습니다.}


{신정아 님의 상태창}


-레벨: 1

-포지션: 골키퍼


-키: 190cm

-순발력: 30

-점프력: 24

-지구력: 85


-패시브 스킬: 야수의 심장(B)

-액티브 스킬: 없음


{주의: 골키퍼 이외의 포지션을 수행할 시, 모든 보상이 소멸되고, 능력치가 0으로 조정됩니다.}



“완전히 골키퍼를 하라고 강요하는구만···.”


처음에는 탐탁치 않았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나름대로 괜찮아 보였다.

무사시의 개새끼가 된 이후로, 공을 받고 차는 것에 두려움이 생긴 터라, 일종의 슬럼프에 빠졌던 것이다.

소속팀의 김상철 감독도 신정아의 불안정한 상태를 보고 약 한 달 동안의 휴가를 주었을 정도니까.


“그냥 이참에 골키퍼 한 번 해봐?”


그날의 사건 이후로 축구를 꺼려하던 신정아는, 오랜만에 축구를 향한 열정을 드러냈다.

자신에게 이런 비상식적인 일이 일어난 것은, 놓쳐서는 안 될 천재일우의 기회이다.

신정아는 그렇게 생각했다.


신정아는 들뜬 마음으로 감독에게 전화를 걸었다.


“감독님, 저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냐?”


김상철 감독의 신경질적인 목소리.


“정말로 골키퍼가 하고 싶습니다···. 이제 필드 플레이어는 못 하겠어요.”

“아무리 그래도 갑자기 골키퍼라니, 그게 가능할 거라고 생각해?”


팀의 에이스였던 신정아의 갑작스런 포지션 변경 요청에, 김상철 감독은 당혹감을 느꼈다.

미드필더나, 하다 못해 풀백으로 포지션을 변경한다면 모를까, 플레이 스타일이 전혀 다른 골키퍼를 하고 싶다니.


“공도 무서워 하는 놈이···. 공중볼 경합도 못하잖아, 너.”

“할 수 있습니다.”

“나, 참···.”


김상철이 감독하고 있는 팀은 돌핀 FC.

신정아는 돌핀 FC의 간판 스타였고, 그를 필두로 한 공격 전개가 일품인 구단이었다.

수비력은 리그 최하위 수준이라, 팀은 중위권이었지만 말이다.


하지만, 한일전의 참사 이후, 신정아의 경기력은 완전히 맛이 가버렸다.

아무리 연습하고 격려해도, 나아질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았고.

김상철 감독은 부진하는 신정아를 명단 제외 시키고, 휴가를 보낸 것이었다.


“공격수로서의 저의 경기력은 최악입니다. 하지만 골키퍼는 잘 할 수 있다고요!”

“아니, 다시 경기력을 끌어올릴 생각을 해야지, 다른 포지션으로 도망가버리면 어떡해?”

“진짜 저 딱 한 번만 써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김상철 감독은 한숨을 푹 쉬고 말했다.


“야, 되겠냐? 돌아가.”


김상철 감독의 생각은 확고했다.

아니, 정상적인 감독이라면 누구나 그렇게 했을 것이다.

신정아는 별 다른 소득 없이, 자리를 떠나야 했다.


“···근데 쟤가 원래 저렇게 키가 컸었나?”




그러나 며칠 뒤, 신정아의 스마트폰으로 감독의 전화가 걸려왔다.


“야, 너 골키퍼 할 수 있겠냐?”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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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의외의 결과 24.09.12 52 2 12쪽
23 튜토리얼 종료 24.09.11 48 1 13쪽
22 인정 +1 24.09.10 53 1 12쪽
21 골키퍼는 차갑다 24.09.09 59 1 13쪽
20 경기는 끝나지 않았다 +1 24.09.02 58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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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복귀전 +1 24.08.29 65 2 13쪽
17 결전의 날(2) +1 24.08.27 76 2 13쪽
16 결전의 날 +1 24.08.26 73 3 12쪽
15 환골탈태 +1 24.08.25 77 1 13쪽
14 기회는 스스로 +1 24.08.24 76 2 13쪽
13 억까 +1 24.08.23 76 2 13쪽
12 증명의 시간 +2 24.08.22 78 3 12쪽
11 노력과 재능 +1 24.08.21 74 2 12쪽
10 돌려 돌려 돌림판 +1 24.08.20 76 2 13쪽
9 불의 발견 +1 24.08.19 76 2 12쪽
8 구국의 결단 +2 24.08.18 79 1 12쪽
7 마지막 기회 +1 24.08.17 74 1 13쪽
6 악전고투 +2 24.08.16 83 1 13쪽
5 주전 경쟁 +1 24.08.14 98 2 13쪽
4 아 신 +1 24.08.13 94 2 13쪽
3 데뷔전 +1 24.08.12 107 2 15쪽
2 전직 +1 24.08.12 114 2 13쪽
» 국민 역적 +2 24.08.12 149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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