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벨 1의 스킬 수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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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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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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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2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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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2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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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프롤로그>

DUMMY

{프롤로그}


게임 회사 신입사원 김비현.

그는 분명 디자인 회의에 참여 중이었다.

세상이 갑자기 캄캄해졌고, 비현은 이내 낯선 곳에서 눈을 떴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거지?’


대한민국에서는 보지 못한 낯선 나무들로 가득한 숲.

다른 직장 동료들은 전에는 보지 못한 현란한 판타지 의상을 입은 채 몰려오는 괴물들을 해치우고 있었다.


“뭐야. VR 체험인가?”


김비현은 눈앞이 어지러웠다.

이때 그의 앞으로 달려오는 한 사람.


“김비현! 무사하냐?”

“대표님.”


김비현이 부스스한 머리를 벅벅 긁어댔다.

손톱의 비듬을 털어낸 후, 삐뚤어진 안경을 고쳐 쓴다.

전형적인 츄리닝 차림의 백수 패션.

분명 회사도 이렇게 출근했을 것이다.

그나저나.


“여긴 어디죠?”

“글로리아라고 하던데.”

“글로리아요? 무슨 테마파크 이름인가요?”


누가 비현의 머리에 VR기계를 씌운 건 아닐까?

다시 한번 머리를 만져보지만 기기의 촉감은 느껴지지 않았다.


“대표님. 저희 강원도로 피크닉 온 거 아니죠?”

“김비현! 그런 거 아냐! 정신 차려!”


정신차리라고 해봤자, 일단 상황이 말이 되야 말이지.

이건 마치 다른 세계로 전이된 것 같은 느낌이잖나.


‘혹시 꿈이라도 꾸고 있는 건가?’


김비현은 천천히 몸을 일으켜 안경을 고쳐 썼다.

직장 동료들이 한곳에 모여 사방을 경계하고 있었다.


“어라? 다들 머리 위에 표시 뭐죠?”


<Lv 100 김정진>

<Lv 99 조은비>

<Lv 95 박광인>


게임 캐릭터처럼 사람들 머리 위에 레벨 정보가 있다.


“푸핫! 대표님. 레벨 100이면 만렙인가요?”


대표 김정진이 비현의 어깨를 잡고 흔들었다.


“시끄럽고. 너 혹시 개방된 능력이 있나?”

“능력? 무슨 능력이요?”


대표를 포함한 직원들 전부 표정이 심상치 않다.

이때 동시에 하늘에 모습을 드러낸 거대한 신.


[글로리아에 온 것을 환영한다. 이세계인이여.]


이 느낌, 낯설지 않다.

마치 콘솔 게임에서 많이 보던 느낌.

비현은 자신도 모르게 웃음을 터뜨렸다.


“푸핫! 진짜 게임 아냐?”


신이 매서운 눈빛으로 비현을 째려보았다.

그러거나 말거나 비현은 여유롭게 귀를 후벼팠다.


‘그런데 능력이라니 뭘 말하는 거지?’


기연을 얻어서 무공을 얻는다는 그런 뻔한 이야기를 하려는 건지도 모른다.

하긴, 이 세계가 게임이라면 이상할 것 없지.


‘그것보다 더 신경 쓰이는 게 있는데.’


이상하게 비현만 의상이 현대복장 그대로였다.

다른 사람들은 옷차림이 정말 화려한데.

판타지에 나올 법한 번쩍번쩍한 갑옷에, 우아한 성직자 드레스에, 각종 빛나는 무구들까지.

특히 나이가 50을 넘은 대표 김정진은 올백머리에 오른쪽에 금색 브릿지를 줬다.

옷은 황금 갑옷으로 반짝였고. 양쪽 건틀릿에는 각각 파란색과 붉은색의 보석이 박혀 있었다.

맨날 양복 차림 대표님만 보다가 갑옷 코스프레한 대표님을 보니 동네 길드장 형 캐릭터를 보는 느낌이다.


“설마 다들 코스프레라도 하신 건가요?”


사람들은 긴장한 듯 말이 없었다.

대신, 신이 비현에게 먼저 관심을 보였다.


[김비현. 그대는 뭔가 이상하구나.]

“그 반대 아닌가?”


정확하게는 비현을 제외한 모두가 이상하게 보이지만.

역시 회사에서 뭔가 일이 있었던 모양.

가령 원한을 산 누군가에게 뒤통수를 얻어맞고 기절한 상태라던가 본인이 회식 장소에서 만취한 나머지 그대로 블랙아웃 당했거나.

어쨌거나 꿈이라면 뭐, 나쁘지 않았다.


‘기억을 떠올려보자.’


그랬다.

역시나 김비현은 회사 직원들과 회의실에 앉아있었다.

이상한 부분이 있다면 회의실 벽에 갑자기 새까맣고 거대한 검은 통로가 생성되고 모두가 그곳으로 빨려들어갔던 것이다.


‘블랙홀이 멀쩡한 회의실 벽에 생기다니. 이상하지.’


정말로 마법이나 신의 힘이란 것이 존재했던 거였나?

일단 돌아가는 상황을 파악해봐야 한다.


“나한테 무슨 짓을 한 거냐?”


신은 대답 대신 손가락을 튕겨 그의 눈앞에 정보 창을 하나 띄워주었다.


+

<플레이어 정보>

이름: 김비현

직위: 무직자

나이: 28세

종족: 인간(남성)

클래스: 스킬 수집가(Skill Collector)

레벨: 1


*스킬

<{고유} 기술 강탈 (Skill Steal) - Lv1>

-스킬 코드를 읽고 빼앗아 카드화한다.

+


[이것이 그대의 능력치다.]


왠지 어디서 본 듯 익숙한 디자인이다.

그런데 플레이어 이름이 김비현?


“내 이름인데?”


이것이 김비현에 대한 캐릭터 정보인 듯하다.

그런데 어째서인지 혼자 능력치가 지나치게 낮은데.

신은 심각한 얼굴로 설명을 이어갔다.


[어째서인지 그대의 능력에는 오류가 있다.]

“오류?”

[그렇다.]

“그럼 수정해주시는 거?”

[불가능하다.]


비현은 납득할 수 없었다.

이전 세계에서도 가난한 흙수저로 생을 시작했거늘.

고작 레벨 1로 무엇을 해볼 수 있겠는가.

그런데 내용을 쭉 살펴보던 비현의 표정이 밝아진다.


‘스킬 이거 나쁘지 않은데.’


활용만 잘하면 누구보다 사기 캐릭터가 될지도?

신이 이 사실을 알고 있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굳이 드러내서 좋을 건 없을 듯.

비현은 연기를 시작했다.


“웃기지 마! 왜 나만 레벨 1인 건데?”

[어쩔 수 없다. 받아들이거라.]

“아니! 레벨 격차가 이렇게 큰데 어떻게 받아들여.”

[이것이 그대의 운명이다.]

“신이라면서 이런 것도 수정 못 해줘?”

[그대들에게 부여된 고유 능력은 모두 이세계에서 넘어온 것이다.]


이쯤 되면 바보라도 알 것 같다.

신은 고유 스킬에 대해 통제할 권한이 없다는 것을.

비현은 절망한 척 머리를 쥐어짰다.


“제기랄! 나 혼자만 레벨 1이라니!”


회사 직원들 앞이다.

잘난 모습을 보였다간 어떤 식으로든 견제 들어온다.

보아하니 다들 비현보다 먼저 들어온 것 같은데.

비현은 긴장한 얼굴로 회사 직원들 눈치를 살폈다.


“응? 뭐, 뭡니까? 다들......”


어느 순간부터인가 대표를 포함한 전 직원이 비현의 정보창을 확인하고 있었다.

이건 마치 사냥감을 노리는 맹수의 눈빛.

비현은 본능적으로 위험하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뭐, 뭐야! 정보창 닫아!”


비현의 정보 창이 빠르게 사라진다.

직원들은 아쉬워하며 뒤로 물러났다.

하지만 비현은 머리 위의 레벨만은 숨길 수 없었다.

모두의 시선을 받는 비현.

이때 한 여성 직원이 소리쳤다.


“대표님! 김비현의 능력 확인했어요!”


은빛으로 염색한 단발머리의 여성.

그녀의 이름은 조은비, 기획자다.


“대충 보니 스킬이 하나밖에 없던데요?”

“그러냐? 스킬이 하나면 써먹을 데가 없겠네!”


다행히 무슨 스킬인지는 보지 못한 모양.

대표가 한숨을 쉬었다.


“이놈은 꽝이네.”

“그렇다는 말은?”


직원들 모두가 비현을 노려보았다.


“갑자기 왜 그러시죠?”


모르는 척했지만, 비현은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꽝이라는 말속에 함축하고 있는 의미를 말이다.

냉혹한 회사생활에서 능력이 없다는 말은 필요가 없으니 나가라는 말과 똑같다.

기르는 가축 중 품질이 떨어지는 것들은 처분하는 것과 마찬가지.

대표는 차가운 얼굴로 그에게서 등을 돌렸다.


“얘들아. 비현이는 버리고 간다.”

“대표님? 잠시만요!”


능력을 공개하는 것이 나을까?

이대로 낯선 세계에 버려지면 죽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언제든 버림받을 위험성이 있는 저들 집단에 붙어서 얼마나 생존을 보장받을 수 있을까?

필요가 없어지면 언제든 버려질 텐데.

이러나저러나 위험한 것은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하다못해 스킬이라도 사용해 놈들의 능력을 빼앗아 와야 한다.


“이 개자식들아!”


비현이 달려들자 직원 하나가 앞을 가로막는다.


<마비(paralysis) - Lv1>


스킬 이름만 들어도 어떤 스킬인지 알 것 같다.

놈의 스킬이 비현의 몸에 닿기 전에 비현도 스킬을 발동시킨다.


<{고유} 기술 강탈 (Skill Steal) - Lv1>


비현이 손을 뻗자 상대의 몸에서 노란빛이 빠져나와 카드가 되어 비현의 주머니에 수집되었다.


<‘마비(paralysis) - Lv1’ 스킬을 획득했습니다.>


동시에 비현의 몸에 작렬하는 놈의 스킬.

적중된 비현은 온몸이 마비됐다.


“엇?”


놈은 스킬을 잃었고, 비현은 마비에 걸린 상황.

대표가 냉큼 달려와 비현의 머리를 강하게 짓밟았다.


“컭!”


차갑고 축축한 흙내음이 콧구멍 안으로 스며들어온다.

그대로 쓰러져 일어나지 못하는 김비현.

대표는 비현을 등지고 하늘을 향해 소리쳤다.


“신! 빨리 퀘스트를 내놓아라!”


대표의 말에 하늘에서 찬란한 빛이 번쩍이더니 하얀 문의 형상이 나타났다.

스르르 내려오는 순백의 계단.

사람들은 일제히 계단을 올라갔다.


“오오! 드디어 퀘스트 시작인가!”

“빨리 클리어하고 집에 돌아가고 싶어!”


신은 천천히 말문을 열었다.

자비롭고 따스한 아버지 같은 목소리로 말이다.


[이방인들이여. 이제 그대들은 각자 부여된 힘으로 악을 몰아내도록 하여라.]


사람들이 계단을 오른다.

신은 계속 말을 이어갔다.


[이 세계는 미증유의 위험에 빠져있다. 사악한 악신 모르프노스가 나의 밤을 빼앗아간 것이다.]


신이 하는 말은 비현의 귀에도 들려오고 있었다.

비현은 간신히 고개를 들어 그의 말에 집중했다.

신의 목소리에는 분노가 서리고 있었다.


[나는 값비싼 대가를 치르고 그대들을 빌려온 것이다. 악신 모르프노스만 쓰러트려 준다면 나는 더 큰 보상과 함께 그대들을 원래 세계로 보내주겠노라.]


집으로 보내준다는 말에 환호하는 사람들.

그러나 대표는 역시 경영자라 그런지 궁금한 듯 손을 올렸다.


“질문하겠다. 보상이라는 것은 어떤 걸 말하는 거지?”


신은 미소지으며 그의 말에 답변하였다.


[보상. 그것은 재화일 수도, 힘일 수도 있다. 그대와 같은 자에게는 젊음도 괜찮은 보상일 수 있겠군.]


대표는 보상이 마음에 들지 않은 모양인 듯, 인상을 찌푸리며 자신의 턱을 매만졌다.


“나도 게임회사를 운영해봐서 아는데, 세계를 구한 것치고는 너무 부실한 보상 아닌가.”


말을 마친 대표가 도전적으로 신을 쏘아보았다.


‘와! 대표 죽는 거 아냐?’


비현은 정의로운 심판의 철퇴가 대표에게 떨어질 것을 기대했다.

하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신은 그저 흥미로운 눈으로 그들을 내려다볼 뿐.

대표는 제안을 이어갔다.


“내가 원하는 것은 하나다! 지금 부여된 능력들, 이것을 그대로 원래 세계로 가지고 갈 수 있게 해다오!”


세계의 밸런스를 붕괴시킬 수도 있는 대표의 제안.

원래 세계의 신이 알면 굉장히 분노하지 않을까?

자칫 두 신이 적대적 관계가 될 수도 있는 사안이다.

그러나 신은 고개를 끄덕였다.

대표의 제안을 받아들인 것이다.


[이방인들이여! 제안을 받아들이겠다. 그러니 반드시 악신 모르프노스를 쓰러트리거라.]


그 말을 끝으로 신은 빛과 함께 사라졌다.

남아있는 12명의 회사 직원들, 그리고 김비현.

이제 그들에게는 목표가 생겼다.

악신을 처단하고 능력을 선물 받은 다음, 원래의 세계로 돌아가는 것 말이다.

하지만 그것으로 된 걸까?


‘감히 날 버렸겠다?’


운 좋게 잘난 능력을 부여받은 주제에 깔보다니.

회사에서 나약하다는 건 곧 무능력하다는 의미.

그 룰은 이 세계에 와서도 철저하게 유지되고 있었다.


‘진짜 이 능력으로 꼭! 반드시!’


대표를 포함한 회사 직원들이 문 너머로 사라져간다.

아쉽게도 비현은 따라갈 수 없었다.

그는 온몸이 마비된 채 낯선 세계에 혼자 남겨졌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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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19화>탈출 (3) 24.09.02 31 2 12쪽
19 <18화>탈출 (2) 24.08.30 34 2 12쪽
18 <17화>탈출 (1) 24.08.29 40 1 12쪽
17 <16화>재회 (3) 24.08.28 47 2 11쪽
16 <15화>재회 (2) 24.08.27 46 2 12쪽
15 <14화>재회 (1) 24.08.26 54 2 13쪽
14 <13화>죽이고 또 죽이고 (2) 24.08.23 53 2 11쪽
13 <12화>죽이고 또 죽이고 (1) 24.08.22 55 2 11쪽
12 <11화>안개 낀 산속에서 (3) 24.08.21 65 2 12쪽
11 <10화>안개 낀 산속에서 (2) 24.08.20 77 2 12쪽
10 <9화>안개 낀 산속에서 (1) 24.08.19 100 3 12쪽
9 <8화>영주의 부름 (2) 24.08.18 111 3 12쪽
8 <7화>영주의 부름 (1) 24.08.17 123 3 12쪽
7 <6화>멸망한 도시 (3) 24.08.16 139 3 11쪽
6 <5화>멸망한 도시 (2) 24.08.15 150 3 11쪽
5 <4화>멸망한 도시 (1) 24.08.14 174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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