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생골프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스포츠, 퓨전

새글

지니작가
작품등록일 :
2024.08.12 16:48
최근연재일 :
2024.09.18 14:26
연재수 :
27 회
조회수 :
2,819
추천수 :
75
글자수 :
141,279

작성
24.08.13 12:30
조회
192
추천
4
글자
12쪽

제2화: 또 다른 영역

DUMMY


‘또, 장필두 XX’

‘의도적이다!’


의식을 차리며 든 생각이었다. 벌써 두 번째였다. 장필두는, 심판에게 경고처분을 받았다. 정신을 차리고 주변사물을 둘러보았다. 윽- 갈비뼈가 아직 욱신거렸다.


기석 선배와 세찬 선배 모두, 걱정 어린 눈빛으로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산아, 괜찮아?”

세찬 선배는 내 어깨를 살짝 살짝 흔들며 내가 괜찮은지 확인하고 있었다.


으-, 나는 짧은 신음과 함께 몸을 천천히 일으켰다.


“경기 할 수 있겠어?”

“괜찮아요.”

“어떻게 됐어요?”

“너 잠시 기절했었어”

“한 골 먹긴 했지만”

“네가 정신 차려서 다행이다”


세찬 선배는 다부지게 생긴 것과 다르게 세심한 면이 있었다. 어디 아픈 곳이 더 있는지 확인한 후에, 내 손을 잡고 일으켜 주었다.


양발을 앞뒤로 밟으며 움직였다. 몸 상태를 조심스럽게 확인했다. 다리, 무릎, 허리, 어깨를 조금씩 움직였다.

다리와 허벅지 모두 이상이 없었지만, 갈비뼈는 계속 욱신거렸다.


“못 뛸 것 같으면 이야기해”

기석 선배는 내가 몸 상태 체크하는 것을 보고 말했다.


“괜찮아요. 뛸 수 있을 것 같아요”

“알았어 무리 하지는 말고, 상태 안 좋으면 언제든 이야기해”

“감독님한테 이야기할게”

“네 선배 고마워요”


방금 전의 골로, 동성중이 주도하던 흐름이 주춤하는 것 같았다. 몸이 무거워진 느낌이다. 나는 경기 흐름이 승패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경기 흐름을 다시 가지고 와야 돼’

‘여기서 무너질 수는 없지’

‘힘들 때마다 참고 견뎌온, 나잖아’


혼자 웅얼 거리며 속으로 다짐했다.


장필두가 옆으로 걸어왔다.

“거 봐, 깝죽거리니까 다치잖아”

“얌전히 있어”

“다음에는 이정도 안 끝날테니”


“이,씨-”

나는 주먹 꽉 쥐었다.


“오우 산이 덤비려고? 많이 컸네”


세찬 선배가 언제 봤는지, 어느 새 옆으로 와서 어깨로 장필두를 밀쳤다.

“꺼져”


두 손을 활짝 펴서 뒤로 물러나며,

“산이가 괜찮은지, 보려고 왔죠”


세찬 선배는 장필두를 노려보며 이야기했다.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꺼져”


장필두는 말없이 자기 진영으로 이동했다.

세찬 선배는 조용히 어깨를 두드리며,

“신경 쓰지 말고 네 플레이해”

“알았지”


세찬 선배는 본인 얼굴을 꾸깃, 하며 힘내라는 표시를 하고 반대편 공격 진영으로 돌아갔다.


‘우웩, 세찬 선배’

‘기석 선배한테 전염된 건가?’


하하, 덕분에 화가 났던 감정이 기분전환 됐다. 생긴 거랑 다르게 세심하다니까.


동성중 응원단의 응원가가 들렸다. 둥둥둥- 동성의 아들 딸들이여. 나가자!


키퍼가 공을 차 올렸고, 공이 떨어진 미드필더 진영에서 치열한 접전이 벌어졌다. 양팀 모두 압박 수비로 공격흐름을 끊으려 안간힘을 썼다. 나도 미드필더 진영으로 좀 더 움직이며 빈공간을 찾아서 움직였다.


공격 흐름을 자신의 팀으로 가져오려고 서로 팽팽하게 맞섰다. 경기 흐름의 주도권을 가지고 있을 때는, 지쳐도 몸이 가벼웠다. 반대로, 경기 흐름이 끊기면 그 모든 반동 작용은 체력적인 부담으로 돌아왔다.


에잇, 경기 흐름이... 거친 플레이, 상대편의 골, 압박 수비가 우리가 가져온 흐름을 끊어 놨다.


미드필더들이 빌드업 할 수 있도록 나, 기석 선배, 세찬 선배도 중앙과 상대 수비진영을 오가며 열심히 움직였다. 상대편 미드필더들과 수비수들도 만만치 않게 우리 팀을 압박했다.


중앙 미드필더인 허현호 선배가 우리 진영 수비수들과 공을 돌리며 주고받았다. 세찬 선배가 움직이는 것을 보고 공격 오른쪽 전방으로 길게 패스를 찔러 넣어주었다.


나도 기석 선배도 상대편 페널티 에어리어로 뛰기 시작했다.


‘젠장, 컷 당했다!’

어느새 상대편 중앙 수비수가 나와서 패스를 잘라버렸다.


‘역공이다.’


상대편 미드필더와 공격수가 원투 패스 후 쓰루패스로 발 빠른 김대호 선수에게 다시 깊게 넣어줬다.


‘잡아야해!’


몸은 무겁고 숨이 찼다.

에잇!


“강명 선배!”

‘압박해서 공격속도를 지연해야해!’


미드필더 정진수 선배도 수비에 가담했다. 중앙 수비수 박대희 선배도 김대호 선수를 막으려 움직였다. 동명중 세 명의 선수는 김대호 선수를 압박하며 패스길을 막으려 했다.


영리한 선수였다. 바로 전환 패스라니. 수비가 한쪽으로 쏠리는 것을 보고 반대편 진영으로 길게 전환패스해서 찔러 넣었다. 상대편 윙어인 장길수 선수가 공을 받아 트래핑 했다.


뒤늦게 우리 팀 수비수들이 길수 선수의 움직임을 막으려 움직였지만, 이미 슛할 수 있는 충분한 공간이 있었다. 그는 킥하려 다가 멈칫, 페이크를 한번 한 후 슛을 때려 넣었다.


골-, 길수 선수는 기뻐하며 자신의 진영의 선수들에게 달려 나갔다.


2-2.


에잇, 헉- 헉- 헉-


몸이 더 무거워졌다. 몸이 미세하게 떨렸다. 두 무릎을 손으로 짚고, 허리를 접었다. 체력이 떨어진 것을 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후- 후- 후-

숨을 고르며, 호흡을 길게 들이쉬고 내 쉬었다.


***


1학년으로 대회 선발에 내가 나올 수 있었던 건, 단지 ‘재능’ 때문도 ‘운’ 때문도 아니었다. ‘아버지와 보낸 시간,’ 나의 훈련시간 때문이었다. 아버지는 초등학교 3학년 때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나셨다. 그 시기는, 무척이나 슬픈 시간이었다. 나를 버틸 수 있게 한 건, 아버지와 축구를 하던 즐거운 기억.


축구 연습하는 시간은, ‘나와 아버지가 만나는 시간’이었다.


아버지께서 돌아가신 날, 장례식장에서 난 어머니에게 물었다.

“나 아빠랑 더 이상 축구할 수 없어?”

“아니야, 아빠는 하늘나라에서 산이를 항상 보고 계실꺼야”

“산이와 같이 축구하실꺼야.”


어머니는 슬프지만 따듯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아버지가 없다는 것을, 체감할 수가 없었다.


‘슬픔’보다는 멍한 느낌이었다. 장례식이 모두 끝나고, 방과 후 여느 때처럼 축구훈련을 마치고 운동장에 남아 연습을 했다.


내가 축구훈련을 마칠 때쯤, 아버지는 어김없이 운동장으로 나를 마중 나왔었다. 아버지가 오면 나와 같이 축구를 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종종 저녁 먹는 시간이 늦어진다고 어머니에게 핀잔을 듣기 일수였지만.


그래도 아버지와 축구하는 시간이 좋았고, 어머니가 반겨주는 집안의 모든 풍경들이 나에겐 행복이었다.


하지만, 더 이상 아버지가 오질 않았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기 시작했다.


하나, 둘, 셋... 나는 골대를 향해 슛을 했다. 콘을 옮겨 드리블. 다시 슛 연습. 트래핑 연습과 달리기 연습까지. 어느 것 하나 신나지 않았다. 저녁 늦은 시간까지 연습을 계속했다. 아버지가 오실 때까지.


하지만 아버지가 오시질 않았다. 나는 연습을 다시 했다. 다시. 그리고 다시.

그리고 알게 되었다. 아버지는 다시 올 수 없다는 것을. 아버지가 ‘없다’는 것을 처음 깨닫게 된 순간이었다.


엉, 엉, 엉- 아빠- 아아아아..... 빠.....


후에 안 사실이지만, 어머니는 내가 돌아오지 않아서 이미 일찍 운동장에 와 있었다. 나를 발견하고 오랫동안 먼발치에서 바라보고 계셨다. 숨죽여 흐느끼면서,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소나기가 내리기 시작했다.


쏴아아-


엉, 엉, 엉, 아빠....


누군가 나에게 우산을 씌워주었다. 어머니가 계셨다.


“엄마.... 아...빠...가... 없어...”

“응... 괜찮아.”


어머니는 나를 푹 안아 주었다.


그 날은 추웠다. 하지만 어머니의 품은 세상의 어느 곳보다 따뜻했다. 나는 가장 차가운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어머니의 품에서 울었고, 또래보다 일찍 커버리고 성숙해졌다.

그 날 이후, 난 개인훈련 시간을 빼먹은 적이 없다. 축구훈련을 마치고 나면, 온 몸이 아프고 쑤셨지만 나는 홀로 남아서 연습을 했다.


아버지와 함께 했던 시간을 기억하면서.


축구 실력은, 또래들과 다르게 눈에 띄게 달라졌다. 경기에서 더욱 도드라져 드러났다. 충분한 활동량으로 중원을 누비며 패스를 주고받았다. 공격을 빌드업(build-up)하는 데, 톡톡히 공헌을 하였고, 어시스트와 골로도 공격 포인트를 착실히 만들었다.


초등 6학년은 전국축구대회 MVP를 받으면서 마무리했다. 축구 명문중학교에 진학할 자격조건을 갖췄고, 중학교 축구 감독들에게도 러브콜을 받았다.


신기석 선배와 황세찬 선배의 인연은 입학 전부터 이어져 있었다. 두 선배는 초등학교 전국대회를 눈여겨보던 중 대회가 마무리되고, 나를 찾아왔다. 동성중 역시 가고 싶었던 학교여서, 두 사람의 애정 어린 호감에 이 학교로 진학하게 됐다.


***


후- 후- 후-


숨을 깊게 들이쉬며, 접었던 허리를 세우고 주변을 둘러봤다.


‘김산, 정신 차려!’

‘네가 보낸 시간은 이정도가 아니잖아’


2-2.

남은 시간 3분.


‘모든 것을 쏟아낼 수 있는 시간이었다.’


마음을 가다듬고 나니 주변 모두가 고요했다. 후- 후- 후-. 삐익-.

다시 공격을 알리는 호루라기 소리가 들렸다.


허현호 선배가 공을 우리팀 중앙 수비수 쪽으로 돌렸다. 박대희 선배는 다시 가강명 선배에게. 멀리 공의 움직임이 느껴지고, 빈공간들이 선명하게 보였다. 다시 반대편으로 공을 전환하고 우리팀 미드필더는 중앙에서 원투 패스.


허현호 선배에게 공이 왔다. 나는 중앙으로 움직이며, 공을 받았다. 앞에서 2명의 명성중 수비수들이 달려왔다. 가강명 선배가 터치라인 가까이 오버랩핑(overlapping)하며 공격 진영으로 올라가는 것이 느껴졌다.


바로 힐킥(hill kick)으로 보지 않고 가강명 선배에게 패스하고, 중앙 패널티 에어리어 쪽으로 달려갔다. 손짓으로 강명 선배에게, 신기석 선배에게 패스해 달라는 표시를 했다. 그리고 기석 선배 오른쪽 안쪽으로 더 들어갔다.


가강명 선배는 수비수를 달고 달리다가 패널티 에어리어 진입하지 못한, 기석 선배에게 패스했다. 오른편에는 기석 선배, 나, 세찬 선배가 포진해서 공격을 올라가고 있었다.


“기석 선배, 흘려요”


호르라기 소리가 울린 후, 이미 나는 ‘존(Zone)’의 단계의 들어갔다. 이상한 경험이었다. 간혹 스포츠 경기에서는, 한 선수가 발휘할 수 있는 능력 이상의 퍼포먼스가 나오는 경우가 있다. 체력적으로 한계에 부딪혔음에도 불구하고 그 이상의 능력으로 그 상황을 해결하고 경기력을 발휘하는.


지금 나는, 잔디의 질감, 공이 이동하는 경로, 선수들의 움직임. 모든 것이 느껴졌다.


기석 선배는 공을 잡는 척하다가 지나쳤다. 공은 내 왼쪽 발에 바깥쪽에, 붙었다.


뒤에, 장필두와 한 명의 수비수가 쫓아오는 것이 느껴졌다. 앞에 중앙 수비수 한 명, 그리고 윙백 수비수 한 명이 오른쪽에서 달려오는 것을 알아챘다. 모든 것이 슬로우 비디오 같았다.


오른쪽 방향으로 움직이며 페이크 동작, 상대 선수들이 일제히 역동작에 걸렸다. 반대로 몸을 움직이면서 왼발로 치고 앞으로 나갔다. 앞의 수비수가 달려올 때, 잠깐 ‘멈칫’ 몸동작을 멈췄다가 다시 가속하면서 제쳤다.


순간 갈비뼈가 욱신거렸지만, 이 정도는 괜찮았다.


그리고 키퍼가 달려올 때, 주저하지 않고 왼발로 슛했다. 공은 골대 오른쪽 구석으로 빨려 들어갔다.


팡-, 철썩-


으아앗-! 함성 소리가 들렸다. 됐어!


난, 함성소리와 함께 쓰러졌다.


작가의말

평일 매일 연재 목표로 꾸준히 올릴께요. 많이 사랑해주세요 :)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갓생골프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추석 당일 하루 휴재 (17일) 합니다. 24.09.16 21 0 -
27 제27화: 두근거림 NEW 14시간 전 23 1 12쪽
26 제26화: 알 수 없는 감정 24.09.16 39 2 11쪽
25 제25화: 여러 가지 방법 (2) 24.09.13 50 3 12쪽
24 제24화: 여러 가지 방법 (1) 24.09.12 55 2 11쪽
23 제23화: 불필요한 긴장감 24.09.11 56 3 12쪽
22 제22화: 그 놈의 등장 24.09.10 55 3 12쪽
21 제21화: 스크린골프 (2) 24.09.09 71 3 12쪽
20 제20화: 스크린골프 (1) 24.09.06 74 3 12쪽
19 제19화: 들통 24.09.05 77 2 11쪽
18 제18화: 첫 주말 24.09.04 74 3 12쪽
17 제17화: 다툼, 그리고 마무리 24.09.03 91 4 12쪽
16 제16화: 혼란스러운 감정 24.09.02 94 3 12쪽
15 제15화: 마음의 봄날 24.08.30 104 3 11쪽
14 제14화: 골프의 시작 (2) 24.08.29 106 3 12쪽
13 제13화: 골프의 시작 (1) 24.08.28 104 3 12쪽
12 제12화: 뜻밖의 발견 24.08.27 109 3 12쪽
11 제11화: 고민의 시간 (2) +1 24.08.26 108 3 11쪽
10 제10화: 고민의 시간 (1) 24.08.23 112 3 11쪽
9 제9화: 좌절 24.08.22 115 2 12쪽
8 제8화: 사건의 마무리 24.08.21 123 2 12쪽
7 제7화: 미필적 고의(2) 24.08.20 127 3 12쪽
6 제6화: 미필적 고의(1) 24.08.19 129 2 12쪽
5 제5화: 일어나지 않았으면 할 일 +2 24.08.16 136 2 12쪽
4 제4화: 알 수 없는 악의(惡意) 24.08.15 159 2 11쪽
3 제3화: 지긋지긋한 악연 24.08.14 167 3 12쪽
» 제2화: 또 다른 영역 24.08.13 193 4 12쪽
1 제1화: 좋은 날, 나쁜 날? +2 24.08.12 268 5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