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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니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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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2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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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3 2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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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고민의 시간 (1)

DUMMY

... ...


기석 선배의 말에 뭐라고 할 말이 없었다. 나는 무엇을 하고 싶은 걸까? 이 질문에 수없이 질문했지만, 결국 답을 할 수가 없었다.


머뭇거리는 나를 보고 기석 선배는 괜히 말을 한 건 아닐까, 라고 생각했다.


“괜찮아”

“지금 당장 답을 찾으려고 하지 않아도 돼”

“나도 진로 옮기는 것에 고민이 많았다”


“기석 선배는 어떻게 진로를 바꾸게 됐어요?”


“이젠 형이라고 하라니까, 이 녀석아”


“아, 네”


“축구가 좋긴 했지만 계속 하는 건 쉽지 않겠더라고”

“산이 너 같은 애들이 몇 명 더 있으면 설 자리도 없을 것 같고”

“고등학교에 올라가니 잘 하는 친구들이 더 많이 있더라고”


“그래서 오랫동안 고민하게 됐지”

“다른 계기도 있었어”


“무슨 계기요?”


“네 사건”

“그때 부모님이 일하시는 걸 더 가까이 볼 수 있었거든”

“어릴 때는 부모님이 너무 바빠서 그 직업이 싫다고 느껴졌었는데”


“가까이에서 보니 남들을 도울 수 있다는 그 직업이 멋있어 보이더라고”

“그러고 보면 진로를 바꾼 것에 네 지분도 좀 있는 건가?”


“에이 뭘요, 그 때 형하고 형 부모님이 도와주신 것 생각하면 지금도 눈물이 나는데”


“그래도 진로를 바꾸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더라고”

“오랜 시간 고민을 많이 했지”


“세찬이는 생각이 많지 않으니 우직하게 축구할 수 있는거고”


세찬 선배 이야기를 잘 듣고 있다가, 눈을 부릅 떴다. 그리고 기석 선배 목조르기를 시전했다. 조금 아플 것 같은데.


“야, 기석! 뭐라고”

“알았다 알았어, 이 무대포인 녀석아”


“형들은 매번 어떻게 그래요?”


둘 다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갑자기 나를 보며, 아무렇지도 않았다는 듯.

“응 매번 어떻다고”

“하하 항상 사이가 좋아보인다고요”


“아아...”


장난기 많은 얼굴로 세찬 선배는 기석 선배의 머리를 흩트리며 말했다.

“왜냐면 기석이 나 밖에 놀아줄 사람이 없거든”


“뭐라고 나야 말로 너하고 놀아주고 있는 건데”

“너 그 불같은 성격을 누가 받아 주냐?”


둘은 또다시 티격태격 했다.

“뭐라고”

“하핫 형님들 그만하세요”

“동생 앞에서 체통을 지키셔야죠”


ㅋㅋㅋ 이 두 사람은 늘 이런 식이었지. 진담인 듯 농담인 듯. 진지한 얘기로 시작했다가 항상 2류나 3류 시트콤 같은 대화로 끝이 났다. 그래서 항상 웃음이 났다.


한참을 이야기하고 나서, 기석 선배는 나에게 당부하였다.

“너무 조급해 하지마”

“언젠간 네 길을 다시 찾을 꺼야”

“쉬운 일이 아니니까”


“산이 널 믿어”


***

동성중학교 교실,


“와아앗 끝났다”


어느 학생의 함성 소리와 함께 후다닥, 일어나서 교실 문을 나가는 소리가 여럿 들렸다. 축구부 활동이 뜸해지고, 교실 친구들과 이야기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축구에 대해서 물어보는 친구들의 관심이 처음에는 부담스러웠다. 그 친구들에게는 나의 대한 관심이었지만.


“산아, 이제 더 이상 축구는 안 해?”

“몸은 좀 괜찮아졌어?”


많은 친구들이 도돌이표와 같은 질문을 하였다.


팬클럽 친구들도 편지를 전해주거나 꽃을 전해주거나, 과자나 간식을 챙겨주는 경우도 있었다. 편지글에는 “언제나 응원한다”라는 글이 여럿 적혀 있었다.


이것 역시 짐스러웠다고 할까. 내 반응 때문이었을까? 시간이 지날수록 팬레터나 선물은 점점 줄어들었다.


다행이었다. 축구를 할 수 없으면서, 팬 친구들에게 받는 선물과 응원이 나에겐 무겁게 느껴졌으니.


축구부 활동을 끝내고 이젠 제법 친해진 친구들이 많아졌다. 이전엔, 축구부원들과만 교류했었는데. 이런 상황은, 이런 상황대로 나쁘지 않았다.


후다닥 이미 교실을 나간 친구들을 뒤로 하고, 나는 천천히 책과 노트를 집어넣고 가방을 멨다.


“공부하는 건 좀 괜찮아?”


진선미였다. 우리 반 반장. 진선미는 이름처럼 모든 걸 다 갖춘 사람이었다. 진(眞), 진실되고. 선(善), 착하고. 마지막으로 미(美), 아름답고. 진선미는 단정한 단발 머리에 적당한 눈망울, 오똑한 코에 이목구비가 요모조모 잘 배치되어 있었다. 화려한 미인은 아니었지만 한 눈에 봐도 매력적인 얼굴을 가졌다.


그녀는, 축구부 활동을 그만 둔 시점부터 간간이 나의 근황을 물어보며 챙겼다. 담임선생님의 부탁 때문이었는지, 반장으로서 의무감 같은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응 생각보다 괜찮아”

“다행이네”

“그래도 운동을 주로 했던 것 치고 공부에도 소질이 없는 건 아니던데”


“에이, 그래도 반장만 하려고”

“늘 1등을 놓치질 않잖아”


“김산이 축구를 잘 했던 것과 비슷하지”

“앗, 이런 말은 실례인가?”


“아니, 괜찮아”


그녀는 유쾌했다. 적당한 거리 유지, 상대방이 불편할 말과 행동을 살필 줄 아는 그녀였다. 그래서인지 선미가 축구 이야기를 할 때도 불편하지 않았다. 나가는 교실 문을 보고 나를 보며 그녀가 말했다.


“집으로 가지?”


나 역시 그녀의 말에 몸을 일으키며 호응하였다.

“응, 그럼 같이 나갈까?”


학교를 나와 길을 걸었다. 많은 대화를 나눈 건 아니었지만, 그녀와 길을 걷고 있는 것이 편안했다. 약간의 설렘도 있었다. 걷다가 선미는 물끄러미 나를 바라보고 말했다.


“이렇게 너랑 얘기하는 거 신기해”

“왜?”


“작년, 전국 축구 대회에서 너 멋있었거든”

“나도 응원석에 있었어”


그녀는 말을 하며 미소 지으며 밝게 웃었다. 궁금해서 그녀에게 물었다.


“원래 축구 좋아했어?”

“아니 그건 아닌데”

“그날 친구가 하도 같이 가자고 해서 갔어”

“아, 나연이 알지 최나연”

“내 베프”


“근데 왜 내가 멋있었어?”

“처음에는 같은 중학교니까 응원했거든”

“그런데 응원하다보니까 축구선수들의 열정이 멋있게 보이더라”

“선수들이 함께 으이쌰 으이쌰 하는 것도 보이고”


선미가 ‘으이쌰 으이쌰’를 살짝 주먹을 쥐고 위아래로 흔들 때, 그 모습이 귀엽게 느껴졌다.


“네가 패스해서 기석 오빠가 공을 넣고”

“아, 그리고 네가 부딪혀 넘어졌을 때는 놀랐고”

“네가 공을 넣을 때는 뭐랄까”


선미는 겸연쩍어 하며 머리를 긁었다.

“음... 암튼 쫌 멋지더라 헤헤”


“그렇게 말해주니까 고맙네”


손뼉을 치며 그녀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

“아, 기석 오빠랑은 잘 알아?”

“응 축구부 활동할 때 기석 선배랑 세찬 선배 도움이 컸지”

“축구부 일 말고도 많이 도와줬고”


오빠?, 라는 말이 마음에 걸렸다. 신 씨와 진 씨, 성이 다른데. 친오빠일리는 없고. 아, 그리고 기석이 형 얼굴에서 선미의 얼굴이 나오긴 힘들지.


“아, 미리 말하는 데 나랑 기석 오빠랑은 어릴 때부터 아는 사이야”

“집안끼리 아는 사이?”


난 심드렁하게 아무렇지도 않은 듯 대답했다.

“아, 그렇구나... 뭐 굳이 그렇게 말 안 해줘도 되는데”


아, 말해줘서 다행이다. 역시 기석 형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었구나. 나는 왜 이런 생각들을 하는 거지? 에잇, 에잇. 선미 앞에서는 자꾸 생각하는 것과 반대로 행동하게 되었다.


“피-, 궁금하지 않았구나?”


그녀는 입술을 삐쭉 내밀었다.


“근데 산이 넌 앞으로 뭐하고 싶어?”

“요즘 그 질문을 많이 받네?”


“누가 또 똑같은 말 했어?”

“응, 기석이 형이...”


잠시 뽀루퉁해 하더니, 고개를 꺄웃 꺄웃 했다.


“그거 알어? 기석 오빠가 너 엄청 생각하는 거?”

“너 장목 초등학교 나왔지?”


“응 어떻게 알았어?”

“이거 이야기해도 되는지 모르겠지만”


“집안 모임 있었을 때, 기석 오빠가 장목초등학교에서 늘 늦게까지 축구하는 애가 있다고 하는거야”

“그 길이 기석 오빠랑 세찬 오빠가 매일 지나다니는 길이었나봐”


엥, 선미가 세찬 형도 알아? 말을 끊을 수는 없었다. 내가 인간관계가 좁은 건지 아니면 그 사람들이 인간관계가 넓은건지. 어떻게 내가 아는 사람들이, 다 그 사람들이 아는 사람들인건지.


“그래서 유심히 봤었대”

“처음엔 얼마나 연습을 할까, 라고 생각했는데”

“그런데 하루도 빠지지 않고 연습하더래”

“연습을 어떻게 하는지도 보고”

“연습도 많은 걸 바꿔가며 여러 가지 새로운 연습을 했다고”


“나중에 그 연습 방법이 부족한 것을 메우기 위한 연습이라는 걸 알았다고”

“축구하는 폼이 너무 달라져서”


나는 선미가 하는 말이 놀라웠다. 그 형들이 그 연습들을 모두 봤다고? 선미는 계속 말했다.


“누군지도 모르는 네 이야기를 집안모임을 하면 매번 이야기를 했어”

“기석 오빠랑 세찬 오빠는 김산 네가 누군지 알게 되었고, 대회 출전하는 걸 계속 보게 되었데”

“그리고 너의 플레이에 반했다는 거야”

“사실 나는 네가 누군지도 모르고, 기석 오빠가 왜 계속 축구 이야기를 하지라고 했는데”

“알고 보니 그게 너였더라고”


이제야 이유를 알게 되었다. 왜 그 두 사람이 나를 왜 그렇게 챙겼었는지. 일면식도 없는 나를 찾아와서 동성중에 입학하라고 했는지. 이미 전부터 나를 알고 있었던 거구나.


“기석 오빠는 네가 한 노력이 대단한 거라고”

“꾸준히 하루 이틀도 아니고 몇 년을 할 수 있는 건 보통의 집념 없이는 할 수 없다고”


선미는 신난 듯 끊임없이 떠들었다.


“남들이 시키는 훈련만 하는 것보다 주도적으로 훈련하는게 더 힘들다고”

“그런 사람은 실력이 늘 수 밖에 없다고”


그 오랜 시간의 노력을 누군가 알아 줄 꺼라 생각하지 않았다. 그 시간이 힘들 때도 있었지만, 프로의 꿈을 위해서라면 버틸 수 있었다.


훈련을 하는 동안 부족함을 느낀 부분은, 계속 생각하면서 수백 번 아니 수천 번의 다른 시도를 하였다. 어느 순간, 공에 대한 미묘함이 생겼다. 트래핑할 때 공이 닫는 감각, 공을 찰 때 공이 나아가는 감각. 그 미묘함이 경기의 다른 결과를 가져왔다.


“기석 오빠가 그러더라”

“그런 노력을 한 사람은 뭐든 다 할 수 있을꺼라고”

“그래서 산이는 잘 할 수 있을꺼라고”


고마웠다. 누군가가 내 노력의 시간들을 이해해 주었다는게.


“그 형들 참”

“얘기해줘서 고마워”


“그 형들 맨날 내 앞에서 서로 장난만 치거든”

“지금 이야기는 처음 들어”


선미는 빙그레 웃었다. 그 웃음이 환한 구름에 비치는 햇살 같이 예뻤다.


“나도 선미한테 고마워”

“반장이라서 챙겨주는 거일 수도 있지만”

“내가 공부할 때 이것저것 많이 챙겨주었잖아”


“모르는 것 물어볼 때면 매번 잘 이야기해주고”

“에이, 뭘 그리 어려운 것도 아닌데”

“언제든 필요한 것 있으면 물어봐”

“반장의 의무이기도 하니까”


반장이라서였나. 조금 서운한 마음이 들었다. 아니면 반장이라고 한 거에 대한 복수인가.


“내가 말이 많았네”

“난 그럼 운동하러 가야 해서 이쪽 길로 갈게”


“응? 무슨 운동 하는데?”


선미는 입술을 옴짝달싹 하다가 말했다.


“응. 나 골프해”


작가의말

독자님들 주말 잘 보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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