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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니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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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2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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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6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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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일어나지 않았으면 할 일

DUMMY

조심스레 주변을 둘러봤다. 상황이 좋질 않았다. 몸만 100퍼센트 회복이 되었다면, 이 상황을 헤쳐 나갈 수 있었을 텐데.


옆에 있는 돌멩이를 쥐었다.


“필두 형, 이건 나중에 문제가 될 꺼 같은데요”

“니가 신경 쓸 문제는 아닌 거 같은데”

“지금 니 걱정이나 해”


장필두와 그의 무리가 점점 다가왔다. 슬금슬금 다가오는 기색이 영락없이 올가미를 던져놓고 짐승을 잡으려는 듯했다. 못난 녀석들. 주먹을 꽉 쥐고, 돌멩이를 장필두 머리를 향해 던졌다.


잇-.


장필두 머리를 옆을 돌멩이가 스쳐지나갔다. 악-.


“이 자식이!”


난 욱신거리는 통증을 무시한 채, 무리 중 가장 약해 보이는 곳을 뚫었다. 몸을 숙이고 머리와 어깨로 밀었더니, 다행히 무리가 만든 벽이 무너졌다.


퍽-


으아악. 무리에서 2명이 넘어졌고, 난 다리에 더 힘을 주었다. 헷-.


장필두가 소리쳤다.

“잡아!”


익숙한 골목길을 달렸다. 곧 대로변. 뒤에서는 투닥 투다닥, 쫓아오는 소리가 들렸다. 바로 뒤까지 쫓아와 있는지, 뒷골이 서늘한 느낌이었다.


흥-. 내가 괜히 축구부에서 햄스트링을 단련하게 아니라고. 저 녀석들 따돌리는 것쯤이야. 달렸다. 대로변 지나면 곧 베짱이분식이 나오니까. 선배들이 있으니 괜찮을 거야.


이제는 멀어졌을 거라고 생각이 들어, 뒤를 돌아보았다.


젠장, 장필두가 따라 붙었다. 장필두도 축구부였지. 그가 생각보다 빠르다는 것을 간과하고 있었다.


“김산안~~!”


젠장, 대로변에 거의 도착했는데. 신호가 바뀌지 않은 신호등이 눈에 들어왔다. 속도를 줄여야 하나? 아니면, 다른 길로? 소리를 칠까?


앞에서 빠앙-. 대로변에서 다가오는 승용차가 클락션을 세게 빠앙앙-, 울렸다.


젠장-.


가속하던 몸을 멈추려 왼발로 땅에 디뎌, 브레이크를 걸었다. 하지만 몸이 앞으로 쏠렸다. 그때, 투웅-. 미는 힘이 뒤에서 느껴졌다.


내 몸이 차량 앞으로 튀어 나갔다.


순식간이었지만, 많은 일들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갔다. 주마등이라고 하던가. 죽기 직전 일생이 한순간에 펼쳐지는 경우가 있다고 하던데. 축구의 시작, 초등학교 MVP, 중학 전국대회 준우승, 그리고 장필두. 순간 분노의 감정이 스쳤다.


이렇게 죽는건, 너무 억울한데.


꽝-!


차와 부딪히는 순간, 몸이 날았다.


끼이익-. 차가 끌리는 소리.


아아악- 누군가가 소리를 질렀다.


몸둥이가 아래로 퍽-, 아스팔트 바닥으로 떨어졌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사고 현장으로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이기 시작했다.


#

베짱이분식 안에 있던 사람들이 밖에 ‘쾅’하는 소리를 들었다. 신기석과 황세찬은 놀라 밖으로 나왔고, 길 건너 큰 사고가 난 듯 인파들이 몰려 들었다.


황세찬은, 장필두를 봤다. 저 녀석이 왜? 그는 무슨 일이 생겼음을 직감했다. 그는 신기석에게 사람이 모인 곳으로 이동하자고 재촉했다.


“김산은 아니겠지”


대로변 신호등 신호가 바뀌자마자 두 사람은 인파들이 몰린 곳으로 뛰어갔다. 그리고 보았다. 피투성이가 된 채로 누워 있는 김산을. 운전자는, 연신 “이 학생이 갑자기 뛰어들었어요”하며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다.


옆에 행인 한사람이 119 구급차를 부르려 침착한 모습으로 통화하고 있었고, 무슨 일인지 보려는 인파는 점점 더 많아졌다.


신기석은 김찬에게 달려가 숨과 맥박을 확인하고, 다른 사람의 도움을 구했다. 황세찬은 께름칙한 느낌이 들어 장필두를 찾았으나 그를 발견할 수는 없었다.

#


구급차 안에서, 정신이 들었다. 차에 부딪히는 순간까지만 기억이 났다.


온 몸에 통증이 있었다. 특히 숨을 들이쉬고, 내 쉴 때마다 가슴 통증이 너무 심했다. 또, 갈비뼈인가? 크게 잘못 된 건 아닐까, 걱정이 되었다. 입에 산소마스크가 끼어 있어 호흡이 조금 편했다. 아마 마스크가 아니었으면, 숨 조차 쉬지 못했지 않을까.


구급대원이 물었다.

“정신이 드세요? 금방 병원에 도착하니까 조금만 참으세요”


기석 선배와 세찬 선배도 보였다. 이 사람들은 내가 누워있을 때마다, 같은 모습으로 있구나? 웬일로 수다쟁이인 기석 선배가 말이 없었다. 기력은 없었고, 의식은 몽롱했다. 지금 이 상황이 꿈인지 현실인지 구분이 가질 않았다.


얼핏 얼핏 드는 생각. 내가 그렇게 심각한 상태인건가? 죽을 정도인건가?


두 사람은, EKG모니터와 내 얼굴을 걱정스러운 얼굴로 번갈아 바라보고 있었다. 힘을 내어 눈빛으로 ‘괜찮다’, 라는 표현을 했다. 선배들은, 못내 안심하지 못하는 표정이다.


덜컹, 덜컹-.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구급대원은 내가 누워있는 접이식 들것을 신속히 이동시켜 응급실로 향했다. 두 선배도 옆에서 같이 달렸다.


“교통사고 환자입니다”

“긴급환자이고, 피를 많이 흘렸습니다”

“다발성 골절이 의심됩니다”


응급실 의사선생님이 곧바로 와서 체크했다.

“환자분 말할 수 있겠어요?”

“다른 곳은 모르겠는데, 숨 쉬는... 게 힘들어요”

“으...”


“잠깐만 볼께요.”

“가슴보호대가 있네요.”

“혹시 다친 적이 있을까요?”


옆에서 기석 선배가, 의사 선생님에게 설명을 했다.


<... 중략 ...>


CT촬영을 하고, 바로 수술실로 들어갔다. 모든 순간들이 희미하게 기억으로 남아 있었다. 사람들이 말하는 소리가 멀리서 들렸고, 기석 선배와 세찬 선배가 분주하게 움직이는 것 같았다.


어머니가 수술실로 들어가기 전에, 도착했다. 어머니에게 걱정을 끼쳐드렸구나. 저, 괜찮아요. 엄마... 죄송해요.


“김산, 너 몸 성히 돌아오지 않으면 혼날 줄 알아”

“이 녀석 제발 무사해라”


멀어지는 선배들의 목소리를 뒤로 하고, 어머니의 흐느낌이 들렸다. 수술실로 들어가는 나의 손을 끝까지 잡고 있다가, 수술실 입구에서 마지못해 나의 손을 놓았다.


나는 괜찮을까?


#

며칠 후 병원 입원실.


다행히 수술은 잘 끝났다. 갈비뼈가 부러져 폐를 찔러 긴급하게 수술 했다고 했다. 가슴 흉곽 수술을 해서, 통증이 간간이 있을 수도 있다고 했다. 다른 골절 부위들은 생각보다 심하지 않아 다행이라고 했다. 궁금했다. 축구 하는데 지장은 있는지, 없는지?


“제 상태는 괜찮은가요?”

“수술은 잘 끝났어요.”

“환자 분은 잘 회복하시기만 하면 되요”


“제가 축구 선수여서 축구하는데 문제없죠?”

“그건 집도의 선생님과 한 번 상의해 봐야 할 것 같은데”

“우선은 편히 쉬시고, 회복하는데 집중하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얼마 후, 집도의 의사 선생님이 왔다. 상태를 살피러 온 모든 의사 선생님, 간호사 선생님들에게 물었지만 누구도 명쾌히 축구를 계속 할 수 있는지 대답해 주질 않았다. 다들 경과만 지켜 보자고 했다. 오늘은 기필고 대답을 들을 거야.


“선생님, 축구 하는데 지장은 없을까요?”

“경과를 지켜봐야 할 것 같아요”

“흉곽 수술이 복잡한 수술은 아니지만, 환자 증상이 재발할 수 있어요”


“아, 제발요”

“축구 못하면 전, 큰일이란 말이예요”


어머니는 ‘재발’이라는 말이 못내 마음에 걸렸는지 중간에 끼어들어 물었다. 눈썹이 떨리고 있었다.


“휴우증이 있을까요?”


“수술 후 미세한 신경 손상이나 근육 수축으로 가슴 통증이 있을 겁니다”

“며칠 요양하고 적당한 운동을 하면 잘 회복하실 수 있을 거예요”

“재발 가능성이 있지만, 모든 환자에게 일어나는 일은 아니니까요”


의사 선생님은 내가 염려되는 듯 나를 보며 말했다.

“격한 운동은 당분간 안 되요, 특히 축구 같은 운동은요”

“제대로 치료하지 않으면 정말 축구를 다시 못할 수 있어요”


반색하며 물었다.

“그럼 축구를 못하지는 않는다는 말이죠?”


“하지만 안되요! 당분간은!”

“그럼 얼마나요?”


“3~6개월은 경과를 보고 다시 한 번 확인하자구요”

“그렇게나 오랫동안이요?”


하루도 게을리 하지 않은 축구 훈련과 연습이었다. 부상 이후 연습을 하지 못한 것도 억울한데, 3~6개월이라니. 이건 어처구니없는 상황이었다. 왜? 왜? 장필두, 그 인간은 내 인생의 걸림돌 되어 날 계속 괴롭히는 거지?


이런 저런 생각이 많아질 때, 기석 선배와 세찬 선배가 입원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


와-. 리스펙트-.


항상 세트로 다니면서, 위기일 때마다 나타나서 나를 챙겨주는 사람들. 전생의 인연들인가? 이 두 사람을 보고 있으면 안도감이 들었다.


“오, 동성 스타 이제는 조금 살만한가?”

“빨리 훌훌 털고 일어나야지?”

“원래 스타는 이런 곳에 누워 있는거 예의가 아니야”


“아, 진짜 형들 저 놀리는 거예요?”


기석 형은 어머니를 발견하고 밝게 웃으며 말했다.

“어머니, 못난 아들 때문에 고생이 많으시죠?”


와-, 저 넉살.


어머니는 이 둘이 반가운 듯, 미소 지었다.

“사고 난 날, 두 사람이 도와줘서 너무 고마워요”


“에이 뭘요. 산이 이 녀석이 좀 손이 많이 가요”

“저희 둘이 없으면 안 되거든요”


기석 선배는 나에게 징그러운 윙크를 보냈다.

“그렇지?”


우웩-. 왠지 오늘은 선배의 시그니처(?)를 안 보나, 했다.


세찬 선배가 물었다.

“근데 그 날 어떻게 된 거야?”

“내가 그 날 장필두를 본 거 같은데”


어머니 눈치를 보았다. 그럼에도 방법이 없었다. 어린 나이에, 내가 이 큰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었다. 조심스럽게 사고난 날의 일을 말했다.


장필두와 그 무리가 집 근처를 찾아온 이야기. 무리가 둘러싸고 협박했던 것. 결국 그 무리를 피해서 달리다가 사고가 난 상황. 사고가 난 시점에 뒤에서 누군가 밀었는데, 그게 장필두인지는 확실하지 않다고 말했다.


역시 세찬 선배는 감정을 숨길 수가 없구나. 어머니 앞이라 억지로 화를 참는 눈치였다. 기석 선배는, 무언가를 곰곰이 생각하는 듯 했다.


제일 걱정되는 것은, 어머니였다. 그래도 내가 이렇게 이야기 할 수 있는 건 누구보다 단단한 분이여서이다. 여리여리한 어머니이지만,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세상에서 어머니보다 강한 사람을 본 적이 없다.


모두들 충격적이었는지, 한참동안 말이 없었다.


어머니께서 정적을 깨고 말을 시작하셨다. 목소리는 단호하였다.

“내가 모든 일을 해결 할테니 산이 넌 걱정하지마”

“이제는 네가 고민할 문제는 아닌 듯 하구나”


기석 선배는 갑자기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이런 모습은 보기 힘든데.

“산아 나도 도울테니 걱정하지마”


흐믓한 웃음이 났다. 이렇게나 이 사람이 진지하다고? 세찬 선배도 뭔가 생각하듯이 말했다.

“장필두 이 자식은 안 되겠는데”

“축구 선수가 아니라 거의 깡패 수준이네”


“세찬 선배, 장필두와는 마주치지 마요”

“엮이면 선배가 피해를 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래 알았다”

“최대한 노력해볼게”


엥, 저건 진짜 피해보겠다는 표정이 아닌데. 장필두는 세찬 선배한테 걸리면 죽겠구나.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랑 이렇게 앉아있는 것만 해도, 굉장히 든든하고 벅차오르는 느낌이었다.


한참을 떠들었고 같이 웃었다.


시간이 얼마 흘렀을까? 누군가 입원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 정장을 말끔히 차려 입는 30대 중반의 남자였다. 머리를 정갈하게 빗어 넘겼고, 행동이 절도 있어 보였다. 환자 이름을 확인하더니 “김산 학생 맞을까요,” 라고 물었다.


뒤이어, 장필두가 쭈뼛쭈뼛 입원실 안으로 들어왔다.



작가의말

다음 주 월요일에 다시 찾아뵐께요 :)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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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제25화: 여러 가지 방법 (2) 24.09.13 50 3 12쪽
24 제24화: 여러 가지 방법 (1) 24.09.12 54 2 11쪽
23 제23화: 불필요한 긴장감 24.09.11 56 3 12쪽
22 제22화: 그 놈의 등장 24.09.10 55 3 12쪽
21 제21화: 스크린골프 (2) 24.09.09 71 3 12쪽
20 제20화: 스크린골프 (1) 24.09.06 74 3 12쪽
19 제19화: 들통 24.09.05 76 2 11쪽
18 제18화: 첫 주말 24.09.04 74 3 12쪽
17 제17화: 다툼, 그리고 마무리 24.09.03 91 4 12쪽
16 제16화: 혼란스러운 감정 24.09.02 93 3 12쪽
15 제15화: 마음의 봄날 24.08.30 104 3 11쪽
14 제14화: 골프의 시작 (2) 24.08.29 106 3 12쪽
13 제13화: 골프의 시작 (1) 24.08.28 103 3 12쪽
12 제12화: 뜻밖의 발견 24.08.27 108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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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제8화: 사건의 마무리 24.08.21 122 2 12쪽
7 제7화: 미필적 고의(2) 24.08.20 126 3 12쪽
6 제6화: 미필적 고의(1) 24.08.19 128 2 12쪽
» 제5화: 일어나지 않았으면 할 일 +2 24.08.16 136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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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제2화: 또 다른 영역 24.08.13 192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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