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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니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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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2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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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6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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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화: 스크린골프 (1)

DUMMY

선미는 경기 전 연습시간이 있으니, 각 클럽들을 잡고 나에게 자세를 취해보라고 했다. 마강도 원장님이 왜 퍼팅부터 가르쳤는지 모르겠지만, 분명히 이유가 있을 거라고 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골퍼들은 아이언 7번, 드라이버 순서로 배운다고.


'아이언 7번'은 선미와의 내기에서 한 번 쳐본 적이 있었지만, 그 외 클럽들은 다뤄본 적이 별로 없었다. 나에게 아이언 7번을 쳐보라고 했다. 그녀는 지난 번에 말했던 내용들을 잘 기억하고 있다고 칭찬했다. 그리고 다른 클럽들, 드라이버와 웨지의 스윙 기본동작들을 가르쳐 주었다.


“오늘은, 무리하지 말고 골프 경기를 간단히 경험해 본다고만 생각해”


“스크린경기지만 산이 너와 골프를 하니까 좋네”


선미야, 나도 그래. 너와 뭔가 같이 한다는 것이 기분이 좋아. 골프는, 내 주변에 있는 인연의 끈들을 다시 연결해 주는 것 같아.


“응, 나도 좋아”


선미는 본인 연습을 포기하고, 내가 연습하는 샷들에 간단한 코칭을 해주었다. 시간은 금방 지나갔다. 옆방에서 길수가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


“기본 세팅이랑 코스는 내가 알아서 할게”

“그럴리는 없겠지만, 우리 방 사람들 이겨보려고 한번 애써봐 봐”


길수가 얄미운 듯, 선미가 한 손 주먹을 쥐어 들어 보이며 “이게”라고 했다. 내가 괜히 미안했다. 아마도 나 때문에 점수가 좋지 않을 것 같은데.


눈치를 챘는지, 선미가 나를 돌아보며.


“오늘 점수는 신경 쓰지마”

“산이 운동 신경이 나쁘지 않으니까”

“오늘 게임을 하면서 뭔가를 배워간다고 정도로만 생각해봐”


“중요한 포인트를 두 가지를 이야기하자면”

“골프를 막 시작한 사람은 드라이버와 세컨샷에 페어웨이를 지키려는 노력을 많이 해야 해”

“잔디 긴 러프나 벙커에 떨어지게 되면 샷을 컨트롤하기가 힘들거든”

“특히 경험이 적은 사람일수록"

"페어웨이를 지키면서 다음 샷을 할 때 변수를 지키는게 좋아”


“그리고 GIR (Greens in Regulation) 확률을 높이려고 노력하는 게 좋아”

“GIR은 Par3, Par4, Par5에서 2타를 뺀 수로 그린에 올리는 확률을 말해”

“예를 들어, Par3는 3에서 2를 뺀 1타 만에 그린에 올리는 거”

“Par4는 4에서 2를 뺀 2타 만에 그린에 올리는 거”

“Par5는 3번 만에, 그리고 퍼팅으로 마무리 하는 거지”


처음 들어보는 개념이었다. 페어웨이를 지키는 것과 GIR이라니. 골퍼는, 여러 가지 상황과 확률을 염두에 두고 공을 치는 것이었구나.


선미는 말을 이어갔다.

“하지만 페어웨이에 올릴 확률, GIR 확률을 올리는 건 그리 쉬운 게 아니야”

“KPGA 프로들은 상위권들은 70% 정도라고 생각하고"

"나중을 위한 목표치로 삼으면 될 거야”


“응응”


광고가 나온 후에, 땡땡땡 구장 제1번 홀이라고 표시된 화면이 나왔다. 홀 전장을 모두 보여주고, 골프 전경과 똑같은 장면이 나왔다. 신기했다. 기술로, 실제 골프를 치는 모습을 구현할 수 있다니. 필드 나가기 전, 스크린연습으로 미리 준비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우와”


윤호가 고개를 빼꼼 내 놓으며 우리 방을 봤다.

“산이 또 놀라지?”

“완전 시골도시소년이라니까”


옆방에서, 닉네임을 보고 길수가 소리를 질렀다.

“와, 구려”

“닉네임이 넬리코크다, 스카치머플러는 뭐냐?”


우리 둘은 치기도 전에 얼굴이 화끈거렸다. 선미가 옆방으로 가서 소리쳤다.

“쓸데없는 말방구 주지 말고 빨리 플레이나 해”


길수는 “아 네네”라고 빈정거렸다.


치-.


선미는 다시 돌아왔다.

“우리 경기나 하자”


파앙-. 옆 방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우리 방 화면에서도 옆방 사람들이 친 공이 날아가는 모습이 보였다. 길게 쭉 페어웨이로 날아갔다. 닉네임 ‘호랑이길수정.’ 이런 또라이. 도대체 누구 닉네임을 비웃는거야. 거기서 거기구만.


1번 홀은 Par4로 전장길이는 247m였고, 그린까지는 오르막인 코스였다. 그린 앞에는 작은 벙커 2개가 위치해 있었다.


드라이버를 준비하고 하나 둘, 백스윙. 셋에 다운스윙하며 공을 내려쳤다.


틱-. 공이 오른쪽으로 튀어 나갔고 나간 거리는 겨우 54m였다.


으아-. 선미 앞에서 이건 너무 심하잖아. 공이 러프에 떨어졌다.


“괜찮아”

“긴장하지 말고 몸에 힘을 더 빼”


선미가 드라이버를 잡고 자세를 잡았다. 공에서 채를 놓고, 한발자국 떨어져 빈 스윙을 2번 하더니, 오른손으로 채를 잡은 채 왼손으로 오른쪽 가슴 앞쪽으로 살짝 대고 어드레스 자세를 잡았다. 저 동작은 뭘까라고 생각했다.


또, 표정이 변했다. 선미는 골프를 칠 때마다 진지하게 표정이 변하는구나.

백스윙, 멈칫, 다운스윙.


파앙-. 화면을 비추는 앞의 천에 공이 맞으면서 퍽-, 소리가 났다. 공이 오른쪽으로 출발해서 살짝 왼쪽으로 휘어지며 페어웨이에 안착했다. 비거리는 187m.


와아-.


아름다웠다. ‘공을 치는 선이 부드러웠다,’고 해야 하나. 모든 과정이 하나의 선으로 연결되어 있는 느낌이었다. 피니시를 잡고 있는 선미도.


나는 아이언 6번을 잡았다. 자세를 잡은 플레이트 판이 움직이면서 앞쪽에 경사도가 있는 것처럼 만들었다. 이놈의 기술력이란. 지나치구나. 나는 러프 잔디 모양으로 된 곳에 공을 올려놓고 자세를 준비했다.


선미의 스윙이 ‘부드러웠다’는 것을 상기하면서 연습 스윙을 했다. 세게 치려 할 필요가 없어. 공만 클럽페이스로 맞힌다는 생각으로. 그리고 모든 건 하나의 연결된 동작으로.


백스윙을 하고, 멈칫. 다운스윙.


팡-. 손끝에 걸리는 느낌이 좋았다. 공이 살짝 오른쪽으로 휘어갔지만, 러프에서 페어웨이로 떨어졌다. 비거리는 137m였고, 그린 앞 페이웨이 끝 지점에 위치했다.


“잘했어, 김산!”


선미는 환하게 웃으며 ‘하이파이브’를 하며 나와 자리를 교대했다. 선미는 약 60m 정도의 거리를 남겨두고 있었다. 홀컵은 그린 앞쪽에 위치해 있었고, 작은 벙커 2개도 그린 바로 앞 양 옆에 있어 바로 홀컵을 공략하긴 힘들어 보였다. 그녀는 잠시 고민하는 듯하더니, 금새 어드레스 자세를 잡았다.


무게 중심을 왼쪽에 두어 낮추고, 공을 몸의 중간보다 뒤쪽에 놓았다. 그리고 웨지 클럽의 페이스를 살짝 열었다. 앞에서 잔디를 스치는 듯, 연습스윙을 두번. 그리고 바로 샷을 했다.


타앙-. 공의 궤적이 홀컵을 넘어가서 그린에 떨어졌다.


어어어. 백스핀.


공은 다시 뒤로 돌아 홀컵 쪽 가까이 움직였다. 이거 지난 금요일 수업에서 장 프로님이 말씀해주신 공략법 아닌가. 이걸 눈앞에서 보다니.


생각보다 퍼팅 거리가 길다며, 선미는 안타까워했다. 6m 정도의 퍼트였다.


와-


선미는 ‘뭘 놀라,’라며 겸연쩍어 했다. 앞을 보고 나에게 와서, 자신과 비슷한 상황이라고 했다.


“홀컵 바로 노리면 위험하니까 그냥 뒤로 보낸다고 생각해”


“응”


선미에게 배운 간단한 어프로치지만, 해보자. S라고 쓰인, 샌드웨지를 들었다. 거리는 선미와 비슷하게 60m가 안 되게 남았다. 나도 무게 중심을 왼쪽에 두어 낮추어, 스윙을 했다.


투웅-. 조금 둔탁한 소리가 나긴 했지만, 나쁘지 않았다. 홀컵보다 살짝 오른쪽 방향으로 지나서 그린에 올라갔다. 어어어-. 조금 많이 지나서.


남은 거리가 15m가 나왔다.


“낫 배드 (Not Bad)”


선미는 엄지손가락을 세워 격려해 줬다. 그리고 곧, 퍼터를 들고 퍼팅 준비를 했다. 옆방에서도 환호 소리와 탄식 소리가 번갈아 들렸다. 옆방에서 치는 공들의 궤도도 보였지만, 가능한 신경 쓰지 않고 내 플레이를 하려고 노력했다.


또, 내 차례구나. 거리가 더 많이 남아 있어서.

퍼터를 잡았다.


그립을 잡자마자 이번 주 내내 연습했었던 그리운 감정들이 올라왔다. 좋네. 공을 바닥에 놓고, 왼손으로 그립을 잡고 오른손으로도 감싸 쥐었다. 긴퍼트는 거리감에 더 집중. 15m 정도의 거리감으로 프리펏, 빈스윙 연습을 2번 했다.


그리고 공과 홀컵 방향을 보고, 다시 공을 보고. 시계추처럼 양쪽 어깨선부터 퍼터 클럽페이스까지 하나로 연결되는 스윙을 했다.


투웅-.


공이 굴러가는 모습이 보였다. 경사를 따라서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홀컵 쪽으로 휘어갔다. 거리는 15m 정도 굴러갔지만, 약 왼쪽으로 1.3m 정도 떨어진 곳에 도착했다.


컨시드, 보기(Bogey)

화면에 표시됐다.


우와-.


선미는 내 퍼팅을 보고 놀라했다.


난 아쉬웠다. 아, 더 가까이 갈 수 있었는데. 왜지? 내가 본 게 맞는다면 홀컵에 들어가는 건 몰라도 더 가까이 갈 수 있었는데. 안타까워하는 내 모습을 보고 선미가 화면 오른쪽 위를 가리켰다.


“산아, 퍼팅할 때는 오른쪽 위에 경사도 표시된 화면을 봐야 돼”

“화면이 천이라서 구김살 때문에 실제 경사도하고 다르게 보이는 경우가 많아”


그렇구나. 쉽지 않네.


“산이가 퍼팅을 잘하는 구나”

“그리고 첫 홀 버디라니”


나를 진심으로 축하해 주었다. 선미는 퍼팅이 홀컵 근처까지 갔지만 공이 홀컵에서 조금 짧게 멈추어서 컨시드 파(par)로 마무리했다.


옆방은, 길수 파(0), 윤호 파(0), 나연 보기(+1) 였다.


세 명이 우르르 우리가 있는 방으로 왔다. 길수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우리가 거뜬히 이길 줄 알았는데”

“이렇게 박빙이라고?”


생각보다 우리의 결과가 나쁘지 않아서 놀라는 눈치였다. 윤호는 오, 하며 잘 했다고 신호를 주고 돌아갔다. 나연도 양손을 들어 보이며 ‘이건 아니야’라며, 나와 동점이라는 것을 믿지 못하는 눈치였다.


2번홀, 3번홀. 난 더블 보기(+2), 보기(+1)를 했다. 선미는 파(0), 버디(-1)를 했다. 선미는 드디어 버디(Birdie)를 하기 시작하는구나.


옆방에서는 길수가 파(0), 파(0). 윤호는 파(0), 보기(+1). 나연은 보기(+1), 파(0) 였다.


“산이 점점 나아지는데”

“뭔가 배우고 흡수하는 능력이 빠르구나”


선미는 연신 나를 칭찬했다. ‘초심자의 행운’일 수도 있다. 방심하지 말고, 선미에게 최대한 민폐를 덜 끼칠 수 있도록 하자.


좀더 확신을 얻고 싶었는지, 선미에게 물었다.

“정말이야?”

“응, 진심! 정말로!”


“특히 퍼팅이 좋아”

“어프로치, 퍼팅에서 점수를 많이 잃는 경우가 많거든”


그랬구나. 이제, 왜 마강도 원장님이 나에게 퍼팅과 어프로치를 제일 먼저 가르치려고 한 이유를 알았다.


어느 글을 본 적이 있었다. 뉴욕 외곽 할렘 지역에 ‘레이징 룩스팀’이 있었다고 한다. 유색인종으로 구성된 이 팀은 체스대회에서 어떤 성과도 낼 수도 없었는데, 유능한 한 코치가 팀을 지도하기 시작했다고. 체스를 가르친 방식이 독특했다. 체크메이트(checkmate)를 만드는, 즉 상대편의 왕을 죽이는 지점에서부터 체스 연습을 시작했다고. 실제 이 팀은 매 경기마다 괄목할 만한 성장을 했고, 체크 대회 우승도 거머쥐었다고 했다.


3개월. 그게 대회전까지 내게 주어진 시간이었다. 남들보다 구력도 낮고, 시간도 없었다. 원장님은, 나에게 스코어를 줄일 수 있는 방법. 홀에서부터 경기하는 법을 배우게 했던 것이다.


옆 방에서 길수가 우리 방에 다시 왔다.

“산이 꽤 하는데, 이제 4번째 홀 시작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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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제23화: 불필요한 긴장감 24.09.11 56 3 12쪽
22 제22화: 그 놈의 등장 24.09.10 55 3 12쪽
21 제21화: 스크린골프 (2) 24.09.09 71 3 12쪽
» 제20화: 스크린골프 (1) 24.09.06 75 3 12쪽
19 제19화: 들통 24.09.05 77 2 11쪽
18 제18화: 첫 주말 24.09.04 74 3 12쪽
17 제17화: 다툼, 그리고 마무리 24.09.03 91 4 12쪽
16 제16화: 혼란스러운 감정 24.09.02 94 3 12쪽
15 제15화: 마음의 봄날 24.08.30 105 3 11쪽
14 제14화: 골프의 시작 (2) 24.08.29 106 3 12쪽
13 제13화: 골프의 시작 (1) 24.08.28 104 3 12쪽
12 제12화: 뜻밖의 발견 24.08.27 109 3 12쪽
11 제11화: 고민의 시간 (2) +1 24.08.26 108 3 11쪽
10 제10화: 고민의 시간 (1) 24.08.23 112 3 11쪽
9 제9화: 좌절 24.08.22 115 2 12쪽
8 제8화: 사건의 마무리 24.08.21 123 2 12쪽
7 제7화: 미필적 고의(2) 24.08.20 127 3 12쪽
6 제6화: 미필적 고의(1) 24.08.19 129 2 12쪽
5 제5화: 일어나지 않았으면 할 일 +2 24.08.16 136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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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제2화: 또 다른 영역 24.08.13 193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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