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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니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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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2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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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1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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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사건의 마무리

DUMMY

탕.탕.탕.


판사의 목소리는 엄중하고도 단호하였다.

“장필두 피고인에 대한 판결을 내리겠습니다.


2015년 9월 25일 장필두 피고인은 김산을 밀었고 교통사고가 나서 다치게 하였습니다. 장필두는 지속적으로 고의가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사고 전후 사정으로 봤을 때 “미필적 고의에 의한 과실치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시 설명하면, 사고 전 일진과 같이 무리를 이끌고 집 근처로 가서 부상당한 김산을 위협하고 협박한 행위가 있었음으로, 김산을 민 행위에 고의성이 있었다고 판단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전에도 비슷한 사건이 있던 것을 감안하였습니다.


장필두의 가정환경은 불우하지 않으며 넉넉한 경제생활을 하고 있음에도 비행을 저지르고 다른 사람들을 괴롭혔던 것은 죄질이 나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다만, 이후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고 적극적으로 합의하려고 노력했던 점 등을 고려하여 형사처벌이 아닌 소년부에서 판결을 내리는 것으로 하였습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개선의 여지는 불분명하여 보호처분 9호, 5개월 소년원 송치하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으아아-.


J&J 정변호사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장필두 역시 말이 없었다. 완벽한 패배였다. 정변호사는 장필두 아버지에게 뭐라고 말해야 할지 고민했다. 형사처벌이 아닌 소년부 송치는 J&J의 성과라고 하겠지만, 보호조치 9호는 심각한 처벌이었기 때문이다.


김산 어머니는 마냥 기쁘지만은 않았지만, 김산에게 닥칠 위험을 막았다는 생각에 안도의 한숨을 내 쉬었다.


장필두와의 사건은, 이렇게 일단락되는 듯 했다.


***

교통사고 후 7개월 후,

운동장에서 몸을 풀었다.


그동안 학교 운동장이 너무 그리웠다. 나는 중학교 2학년생이 되었고, 학교 건물 풍경과 전경은 여전히 같은 모습이었다. 바뀐 것은 사람일까?


햇살과 녹음이 드리워지고 있었고, 몸이 풀리는 것을 보니 봄이 오는 것 같았다.


한겨울이 지났다. 겨울 동안 비시즌이라서 경기가 없었지만, 축구부는 경남 남해안에서 진행하는 전지훈련을 다녀왔다. 나는 참석 할 수가 없었다. 신입생들이 들어왔고, 2학년 선배들은 3학년 최고참이 되었다.


감회가 새로웠다. 기석 선배와 세찬 선배가 더 이상 없고, 나는 두 사람의 빈자리를 느꼈다. 잠깐 들숨 날숨을 쉬는 동안, 강명 선배가 추억에 잠긴 나의 시간을 방해했다.


“여, 동성 스타”

“네에?”

“선배까지 왜 그러세요”


“너 많은 일들이 있었다며”

“잘 요양하고 있는 줄 알았더니 교통사고도 나고”

“기석 선배랑 세찬 선배가 너 잘 돌보라고 엄청 신신당부하고 갔어”

“네, 뭐 좀... 이런 저런 일들이 있었어요”


“스타가 아니라 사고뭉치인가?”

“하핫, 제가 사건을 좀 몰고 다니나봐요”


“지금은 괜찮고?”

“네, 지금은 아주 좋아요”


강명 선배는 씨익 웃으며 내 어깨를 툭 쳤다.

“그래, 그럼 됐다”

“연습하자”


간단한 드리블과 슛 연습을 하는 동안, 운동장 주변으로 학교 학생들이 삼삼오오 몰려들었다.


일렬로 세워놓은 콘을 지그재그로 드리블 한 후, 골대를 향해 슛을 했다.


타앙-, 아 아쉽게 골포스트를 맞췄다.

감이 떨어졌나? 운동을 너무 오래 쉬었나 보다. 에이-


“꺄아악- 김산!”

“김산, 너무 멋있다”

“꺄아-”


관중석에서 비명 비슷한 소리들이 들렸다. 와따- 시- 뭐야 뭐. 그 소리에 놀라 당황했다. 나 없는 사이에 무슨 일이 생긴 거야?


“어이쿠, 우리 스타가 놀랐구만”

“너의 팬클럽이잖아”


허현호 선배가 내 옆을 스쳐 지나가며 말했다.

“실감이 안 나지?”

“준결승 경기 이후에 다들 김산을 얼마나 기다렸는지 몰라”

“이제 학교에서 너 유명인사다”


“하아-. 진짜요. 전 적응 안 되는데요”


이번엔 신입생이 다가왔다. 완전 새것 같은 축구 유니폼을 입은 친구는, 저벅저벅 걸어오더니 나에게 꾸벅 인사했다.

“선배님 안녕하십니까”

“이번에 들어온 신입생 김지성이라고 합니다”

“선배님 경기에 반해서 이 학교를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영광입니다”


다른 신입생들도 내 앞에 몰려왔다.

“선배님, 많이 배우겠습니다”

“준결승 너무 멋있었어요”

“잘 부탁드립니다”


후배들이 초롱초롱한 눈으로 말하니 적잖이 당혹스러웠다.

“어... 어... 어... 그래, 반갑다”


허현호 선배가 옆에서 피식 웃으며,

“후배들에게도 인기짱인 건가?”

“부럽다. 김~ 사 ~ 안”


어안이 벙벙했다. 비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하던가? 지금 일들이 나에게 벌어지는 일들이라는 말이야. 야, 야 김산 정신차려. 잠깐 인기에 취해 비틀되기 시작하면 나락으로 가는 건 한 순간이라고. 이럴수록 더 겸손하고 조심해야해.


두 손으로 얼굴을 팍, 팍 쳤다. 이것은 끝이 아니었다.


선배 한 명이 옆으로 달려가면서,

“야 야, 그래도 매정하게 그러지 말고 팬들에게 손은 한 번 흔들어줘라”


“에이, 아니예요” 손사래를 쳤다.


다른 선배 한 명이 옆으로 지나가면서,

“김산 고고한 척 하면 안돼. 인기 식는 건 한 순간이다”


“그럴리가요” 다시 손사래를 쳤다.


또 다른 선배 한 명이 몸을 풀면서 지나가며,

“여, 김산 너무 매정하다 내가 다 울고 싶어진다”


“아, 선배들 쫌- 그만들 좀 해요”


지나간 선배들이 한 쪽에 모여 김산에게 손짓하며 박장대소하였다.

“역시 김산 놀리는 맛이 최고라니까”

“그리웠다 김산”


“에잇-, 이런”

“맨날 내가 밥이지”


새롭게 주장이 된 허현호 선배가 모두에게 모이라고 하였다. 감독님과 코치님이 오늘 출타 중이어서, 자율훈련을 맡겼다고 했다.


“새로운 후배들도 있고 하니 팀을 나눠서 청백전을 하도록 하자”

“오늘 중요한 건, 무조건 다치지 않는 거야”

“경기 결과도 중요하지만 적당히 자신의 기량을 보여준다고만 생각해”

“오버하지 말고”

“알았지”


처음 주장을 맡아 긴장했을 법도 한데, 능숙하게 우리를 이끌었다. 기석 선배와 세찬 선배에 비하면 좀 진지 모드이긴 하지만.


“화이팅 파이팅 김산! 김산!”


관중석에서 응원 소리가 들렸다. 아무리 들어도 적응이 안 되네. 아까 선배가 말한대로 손 한번 들어볼까? 소심하게 손을 올려 관중석에 화답했다.


꺄아악- “김산 사랑해”


하아, 역시 이런 일에는 익숙하지가 않다. 나는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운동장 중앙으로 이동했다.


“포지션 별로 팀 나눴으니까 자기 이름 확인하고”

“자자 청팀은 파란색 팀조끼, 백팀은 빨간색 팀조끼 입고 양쪽으로 서”


가강명 선배는 청백전 경기를 위해 노련하게 상황을 정리했다. 다른 3학년 선배들은 여유 있게 몸을 풀면서 시합을 준비했고, 1학년 신입생들은 자신의 실력을 보여주고 싶어서인지 긴장한 기색들이 역력했다.


“자 서로 인사!”


난 청팀 주장을 맡았다. 오른쪽 윙어인 진성준 선배가 엄지 손가락을 치켜들며, 주장 잘 할 수 있다, 라고 독려했다.


“주장 잘 부탁한다”

“잘 할 꺼야”


“선배 제가 잘 부탁해요”

“우리 팀에 유독 1학년들이 많네”

“아마 허현호 선배는 네가 어떻게 팀을 조율하는지 보고 싶은가 보다”

“선배가 기대가 큰가봐”


“에이, 설마요”

“차세대 스타로서의 자부심을 가져”

“선배 그 말 정말 부담스러워요”

“하하, 알았다”


몸을 부딪치고 살을 맞대고, 그게 축구다. 축구는 팀 경기이다. 그래서 한 사람만 잘 해서 이길 수 없는 스포츠. 그 매력이 축구에 있다. 여럿이 함께 희노애락을 보내는 것이 축구의 서사이고, 그 서사가 감동을 만들어 낸다.


그래서 축구에서는, 축구를 하는 사람이 더욱 중요했다. 한 선수의 멘탈, 기술, 기량, 능력은 전술에 반영되고 경기의 내용도 달라지게 만들기 때문이다.


나는 청팀 선수들에게 원을 그려 모이라고 했다. 모두 고개를 숙였다.

“다치지 말자. 그렇다고 지지도 말자”

“알았지?”


“네!!”


“자, 동성 동성 파이팅!”


모두 한마음으로 소리쳤다.

“동성 동성 파이팅!”


각자의 포지션에 맞게 자리를 잡고, 경기를 시작하려 했다.


4-3-3 전략으로 나는 왼쪽 윙포워드 포지션을 맡았다. 공격수였던 기석 선배 자리는 1학년 이진호가 맡았고, 세찬 선배 자리였던 오른쪽 윙포워드는 진성준 선배가 맡았다. 그들의 자리가, 지금 서 있는 선수들과 겹쳐 보였다.


몸이 가벼웠다. 오랜만이네. 그래도 풀타임은 소화할 수 있겠지? 해보자.


삐익-.


이진호는 중앙 미드필더에게 공을 돌렸다. 중앙에서 공을 주고받으며, 천천히 빌드업 하며 공격 활로를 찾았다. 상대편 압박이 거세게 밀고 들어왔다.


이것 봐라.


나는 중앙 왼쪽과 중앙 센터 쪽을 오가며 공을 주고 상대편 선수들이 가지고 있는 공간을 넓혔다. 그동안 시야가 많이 넓어졌다. 그때 존(Zone)에 들어갔던 경험이 내 축구 경기 운영에 새로운 지평을 열어주었다.


왼쪽 레프트백 인 한선호에게 수신호로 빈공간을 손짓으로 표시하였다. 중앙 미드필더에게 공을 받자마자 오버래핑하는 한선호에게 찔러주고 상대편 중앙 패널티 에어리어로 들어갔다.


1학년임에 불구하고 한선호의 패싱 능력이 좋았다. 살짝 툭툭 치고 들어가는 듯 하더니, 내가 들어가는 길을 보고 앞쪽 공간에 쓰루패스로 찔러 넣어주었다.


투웅-.


기분 좋은 느낌. 앞으로 달려가서 받는 공의 느낌이 좋았다. 얼마만인지. 공은 왼발 안쪽으로 받아 페인트 모션으로 왼쪽 오른쪽. 그렇지. 상대편 수비수와 골키퍼 모두 역동작이 걸렸다.


한 박자 빠르게 슛을 했다. 파앙-. 오른발로 골대 왼쪽 위쪽 포스트로 찔러서 찼다.


철썩-.


와아아-. 골이다! “김산 김산!” 멀리서 응원 소리도 들려왔다. 응원은 더욱 업그레이드 되었다.


“잘 생겼다, 김산!”

“멋지다, 우리 김산!”


정말 미치겠네.


한선호가 달려오더니, “나이스 골입니다. 선배님”이라고 했다. 나는 한선호에게 “나이스 패스, 멋진 걸” 기석 선배와 세찬 선배가 이런 기분이었을까? 좋은 패스를 전해준 후배, 기특한 걸.


상대팀에는 허현호 선배와 가강명 선배가 있었다. 베테랑인 두 사람이 가만히 있지는 않을텐데.


역시, 더욱 공격적으로 나왔다. 나는 최대한 많이 움직이며 팀 전체를 조율했다. 허현호 선배는 중앙 미드필더이면서 공격수들과 함께 더욱 깊숙해서 침투해서 들어왔다.


나는 일부러 수비수 자리까지 내려와 자신의 포지션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특히 경험이 부족한 선수일수록 자신의 포지션에 맞는 동작과 움직임을 이해하지 못할 때가 많기 때문이다.


“공격수들 들어오는 거 보고 같이 수비해줘.”

“최대한 공격 지연 시켜”

“뒷 빈공간 확인해”

“반대쪽으로 들어가는 공격수도 확인하고 잡아”


공을 받으러 내려오면서 선수들 한 명 한 명에게 적절한 움직임을 요구하였다.


공격과 수비, 청팀과 백팀은 공격을 주거나 받거니 했다. 청팀은 김산의 리더쉽으로 자신의 포지션에 맞는 역할을 찾아가고 있었고, 백팀 역시 허현호 선배와 가강명 선배가 이끌어주며 팀 전체가 유기적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어느 덧 경기는 무르익었고, 청팀과 백팀은 3-3의 스코어로 동점을 달리고 있었다. 서로가 최선을 다하며 경쟁하였지만, 청팀과 백팀 모두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올해 동성은 더 강해지겠구나.


어느 덧, 경기는 5분을 남겨 놓고 있었다. 숨이 턱 끝까지 찼다. 마지막까지, 경기를 잘 마칠 수 있겠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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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제20화: 스크린골프 (1) 24.09.06 74 3 12쪽
19 제19화: 들통 24.09.05 77 2 11쪽
18 제18화: 첫 주말 24.09.04 74 3 12쪽
17 제17화: 다툼, 그리고 마무리 24.09.03 91 4 12쪽
16 제16화: 혼란스러운 감정 24.09.02 94 3 12쪽
15 제15화: 마음의 봄날 24.08.30 104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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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제12화: 뜻밖의 발견 24.08.27 109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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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8화: 사건의 마무리 24.08.21 123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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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제6화: 미필적 고의(1) 24.08.19 129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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