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생골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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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니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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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2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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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6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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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화: 고민의 시간 (2)

DUMMY

“골프?”


난 의아한 듯이 선미에게 물었고, 그녀는 미소를 지었다.


“응 초등학교 때부터 했어”

“한 번 같이 가볼래?”


한번도 생각해 보지 않았던 일이지만, 뭔가를 해보는 것은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지금은 내 미래에 대한 어떤 답도 나오질 않으니.


흔쾌히 그녀를 따라 나섰다. 길 따라, 한 10분 정도를 더 걸었을까? 어느 큰 건물에 멈추더니, 손가락으로 그 건물을 가리켰다.


“여기야, 내가 연습하는 곳이”


3F에 ‘이상만 골프아카데미’라고 크게 쓰여 있었고, 우리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갔다. 내리자마자 복도 저편에서 따악, 딱 하는 소리가 연이어서 들렸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나는 놀랐다. 일렬로 늘어선 기계 옆에, 사람들이 나란히 서서 제 각각의 골프연습을 하고 있었다. 기계는 사람 옆 오른쪽에 위치했고, 정면에는 옆으로 긴 천막이 각 타석마다 골프 전경을 프로젝트 화면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꽤 큰 규모의 아카데미였다. 난 처음 보는 장비, 사람들의 모습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축구는 이런 최신식 장비들은 없었는데. 골프는 많이 다르구나.


모든 풍경이 선미에게 익숙한 듯, 카운터로 갔다. 그리곤 카운터에 있는 사람과 한참동안 대화를 나눴다. 그 동안 나는 그곳을 둘러봤다. 홀로 연습하는 사람, 옆에 코치 같은 사람이 알려주는 대로 동작을 조정하는 사람 등등. 우리 또래가 대부분이었지만, 나이가 좀 있어 보이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녀가 돌아와, 나에게 “이리로 가면 돼”라고 말했다. 우리는, 그 많은 기계들 중 한 타석을 차지했다. 직원 한명이 오늘 빌려주는 거라며 골프채가 가득 든 가방을 가지고 왔고, 그녀 역시 자신의 락커에서 자신의 골프백을 가지고 왔다.


“오늘은 내가 너의 선생님이야”


선미 네가 나의 선생님이라고. 내 표정을 읽었던 걸까? 그녀는 바로 뽀룽퉁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왜 내가 미덥지 못한 거야?”


“아... 아니야. 모든 게 놀라워서”

“사실 이런 장비들은 처음 보거든”

“골프 치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은 줄 몰랐어”


“모두 골프 선수가 되려고 하는 건 아니고”

“취미로 하는 사람들도 있고”


“오늘은 내 개인 연습시간인데”

“특별히 널 위해서 이렇게 내 시간을 내는 거라고”


나는 머리 쪼아리며 그녀에게 인사했다.

“아... 네,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뭐라고?”

“보통 사극 드라마에서 이렇게 하지 않나?”

“엄청난 고마움을 표현할 때”


“야!”

“하하하 알았어”


토라진 듯 표정을 지었던 선미는, 금새 흐뭇해하는 미소를 지었다.


“거봐 장난치고 웃으니까 얼마나 좋아”

“너 축구 못한다고 할 때 정말 세상 다 산 아저씨 같았다니까”


난 입을 삐뚤거리며 토라진 듯 말했다. 심통이 났다.

“에, 뭐라고 아저씨?”

“그럼 선미 넌 아줌마냐?”


선미는 주먹을 꽉 쥐고, 한 손을 들었다.

“야, 너 뭐라고”

“왜 아저씨는 되고 아줌마는 안 되냐?”


들고 있는 주먹으로 나를 때리려 하였다.

“하하하, 미안해”

“농담이야 잘못했어”


씩씩대며 나를 때리려는 그녀를 보며, 난 몸을 한껏 웅크리며 실눈을 떴다. 그녀의 표정을 살피면서 애처로운 표정을 지었다. 손을 내리며.


“너 좀 위험했다”

“아, 진짜 미안”


“알았어”

“한번만 봐준다”


선미는 반장답게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간단한 동작들을 알려줬다. TV로 어렴풋이 골프 치는 모습을 봤지만, 정확히 어떻게 공을 치는지는 본 적이 없었다.


“손 그립 잡는 법이야”

“그냥 손잡이를 잡고 공을 치면 되는 게 아니야?”


“산이 너 골프를 우습게 보는구나”

“그럼 여기 공 놓을 테니 한번 쳐봐”


그녀는 화살표가 위로 된 버튼을 눌렀더니 공이 올라왔다. 그녀는 그 공을 집어 바닥에 놓았다.


“멋지게 쳐보지”


나는 두 손으로 잡고 온 몸에 힘을 주어 힘껏 휘둘렀다. 휘잉-.


퍽-.


몸이 휘청거렸고 공이 맞기는커녕 채로 바닥을 때렸다. 민망함이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내가? 공도 맞추지 못했다고?


선미는 뭐가 좋은지 깔깔대고 웃고 있었다.


“거봐, 내 말이 맞지?”


가만있는 공을 맞히는 게 쉬울 줄 알았는데. 의외였다. 내 몸이 생각보다 말을 안 들었다.


“이제 선생님 말씀을 들을 준비가 되었나?”


분명 힘을 주어서 공을 맞춘다고 했는데. 주눅 들었다는 표시로 작게 대답했다.


“네, 잘 배울게...요”


선미는 골프채를 잡는 부분이 그립, 그리고 긴 막대 부분이 샤프트, 그리고 머리가 있는 부분이 헤드라는 것을 알려주었다. 장갑을 주고 왼손에 끼라고 했다. 왜 한손에만 끼는지 몰랐지만, 우선 시키는 대로 했다. 선미에게 혼날 수도 있으니.


“왼손 검지를 갈고리 모양으로 만들어 쥐고 손바닥 안쪽 아래 둔턱 부근에 골프채 그립이 지나가도록 만들어 봐”

“오른손은 중간 손가락 두 개의 맨 안쪽 마디를 왼손 검지 윗부분에 위치해서 감싸고”


“그럼 오른쪽 새끼손가락이 왼손 검지와 겹치는데”


“새끼손가락은 왼손 검지 위에 올려도 되고, 끼워도 돼”

“올린 건 오버랩핑(overlapping), 끼운 건 인터로킹(interlocking) 그립이야”


“어떤 그립을 써야 하는거야?”

“손힘이 충분할 때 오버랩핑을 쓰고, 손가락이 짧거나 손힘이 좀 약한 경우는 인터로킹을 쓰는데 자신에게 맞는 그립을 쓰면 돼”


“무엇보다 중요한 건, 양손을 하나처럼 쓸 수 있어야 한다는 거야”


“그럼 꽉 쥐어야 하나?”

“아니, 두 손을 타이트하게 잡아야 하지만 너무 힘을 꽉 주지는 마”

“손 안에 머금고 있는 가스가 조금씩 새어나간다는 느낌”


“생각보다 쉽지 않네”


뭔가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생각인 난 듯, 신나하며 나를 쳐다봤다.

“오늘 나랑 내기 하나 할까?”

“어떤 내기?”


“오늘 기본동작 가르쳐주고, 누가 더 멀리 치나?”


“에이 설마”

“선미야, 나 축구부였어. 웬만한 애들보다 힘이 세다고”


선미는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었다.

“그래서 하겠다는 거야 말겠다는 거야?”


“뭘 걸겠다는 건데?”


엄지와 검지로 손가락 브이를 만들어, 턱에 대고 잠시 생각하는 듯 했다.


“흠. 지금은 생각이 안 나니까”

“소원 하나 들어주기 하자”


“그래, 콜”

“너 후회하기 없기다”


한 30여분 가량 선미는 골프 자세를 잡고 스윙하는 것에 대한 설명을 자세히 해주었다. 어떻게 서는지 채를 휘두를 때 팔을 어떻게 들었다가 내리는 지. 스탠스, 백스윙, 다운스윙. 모두 영어로 된 용어를 말했지만, 우선 몸으로 기억할 수 있는 것들만 기억했다.


지금 사용하고 있는 채는, ‘아이언 7번’이라고 했다. 무슨 채가 이렇게도 많은지. 몇 번의 스윙으로 공이 맞아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작게 휘둘러서 공을 맞히는 것부터 점점 크게. 자신감이 조금씩 붙었다.


거리도 제법 나갔다. 62, 71, 83, 91, 98m 정도의 거리... 더 이상 나아지지는 않았지만. 100m 안쪽에서 더 이상 멀리 날아가지는 않았다.


공을 칠 때마다 방향과 거리, 그리고 공이 나아가는 모습. 이 모든 게 표현된다는 게 신기했다. 선미는 옆에 설치된 기계 모니터를 보고, 나를 봤다.


“생각보다 헤드스피드가 빠르네”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되질 않았지만, ‘잘 친다’라는 말이겠지라고 생각했다. 아마도 선미는 내 운동신경에 놀랐을 거야.


“선미야, 우리 대결은 언제 해?”

“왜 자신감이 붙었어?”


“한번 해볼까?”

“생각보다 자신감이 넘치네”


공을 바닥에 놓으며 선미는 어떻게 대결을 할지 설명했다.

“자 공을 이렇게 놓고 3번 씩 치는 거야”

“평균 비거리로 멀리 나간 사람이 이기는 걸로 하자”


나는 흔쾌히 동의했다. 불리한 조건은 아니었다. 선미는 기본동작을 나에게 가르쳐 주었고. 경험이 적어도 충분히 해볼 만 한 대결이라고 생각했다.


선미가 공을 놓아주었고, 나는 먼저 자세를 잡고 몸을 조금씩 움찍거렸다. 몸의 모양을 맞추기 위해서.


“자, 친다”


골프채를 들고 백스윙, 잠시 멈추고, 여기서부터 채를 내리면서 내리쳤다.


타악-.


공이 채에 맞고 앞으로 튀어나갔다. 눈을 들어, 프로젝트 화면을 보았다. 살짝 오른쪽으로 휘어서 나갔지만 나쁘지 않았다.


거리는, 84m가 표시됐다. 나쁘지 않았다.


자 다음. 나도 모르게 몸에 힘이 들어갔다. 78m. 칠 때, 바닥을 치는 둔탁한 소리도 함께 들렸다. 이런-. 이건 망했네.


마지막 호흡을 가다듬었다. 몸에 힘이 들어가면 안 된 다고 했지. 백스윙, 잠깐 멈추고, 다운 스윙. 휘잉-.


타아앙-.


101m 였다. 최고 기록.


“예스!”

“이 정도면 괜찮지?”


잘 봤다,라는 표정을 한 선미는 바로 계산을 했다. 끄적거렸던 수첩을 보고 무언가를 끄적끄적 거렸다.


“84, 78, 101를 모두 더하고 3으로 나누면 87~88m 사이네.”

“처음치고 나쁘지 않네”


선미는 바로 자세를 잡았다. 공과 상관없이 두 다리를 붙이고, 두 번 정도 스윙 연습을 하였다.

“자, 이제 친다”


백스윙, 잠깐 멈추고, 내려오는 스윙. 전체적인 동작이 모든 연결되어 있는 것 같았고, 스윙이 부드러웠다. 공을 치고 나서도 왼팔을 등 뒤로 당겨 채를 들고 자세를 잡고 있었다.


팡-.


공은 직선으로 쭈욱 뻗었다. 내가 왼쪽, 오른쪽으로 간 것과는 다르게.

공이 떨어지고, 굴러가는 장면이 보였다.


127m.


선미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다음 동작을 잡았다.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았다. 내가 알고 있는 그녀가 이런 사람이었던가. 얼굴에는 장난기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사람이 되어 있었고, 공과 앞의 화면 그리고 자신의 동작을 점검하는 것에 온 신경을 집중하고 있었다.


127m라니. 말이 되질 않는다. 내가 그녀보다 힘이 약하지 않을 텐데.


곧 자세를 잡더니, 두 번째 샷을 쳤다.


파앙-.

133m.


133m라니. 그녀의 시선은 끝까지 화면을 응시하고 있었고, 피니시 자세를 잡고 있었다.


“자, 마지막”


여전히 나와는 눈도 마주치지 않고, 공에만 집중했다. 뭔가에 집중하는 모습이 멋져 보이기도 했다.


휘잉-, 팡-.


136m.


공이 떨어지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 그녀는 표정을 풀었다. 140m를 넘지 못해 아쉬운 듯 했지만, 이겼다는 것에 기뻐서 즐거워했다.


“봤지, 봤지? 김산”

“계산할 필요 없이 내가 이겼다”


난 속으로 계산하고 있었다. 132m네. 에잇, 완전히 졌다. 거의 45m 정도 차이가 났다. 이건 말이 안 돼.


카운터에 있던 반곱슬 머리를 한 30대 후반 남성이 다가왔다. 키는 180cm 정도 되는 키에 근육이 단단하게 잡혀 있었고, 피부는 구리빛으로 검게 그을려져 있었다. 멀리서 우리의 대결을 지켜 본 것 같았다.


“선미야, 너 너무 한 거 아니냐?”

“미래의 골프 유망주가 아마추어를 상대로 대결이라니”


“헤헷, 이상만 프로 원장님 안녕하세요”

왼손.png

오른손.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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