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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니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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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2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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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2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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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화: 혼란스러운 감정

DUMMY

선미는 나연을 끌고 교실 밖으로 나왔다. 그녀는 교실에 한참을 떨어졌다고 생각했는지, 나연에게 물었다.


“나 얼굴 어때?”

“뭘 어떻긴 어때? 아주 홍당무가 됐네”

“왜 이상한 짓을 하고 그래?”


선미는 얼굴에 두 손을 가져다 대며, 상상만 해도 싫다는 듯 얼굴을 도리도리 흔들었다. “내가 왜 그랬지” 후회하는 표정이었다.


“우리 도도한 선미는 어디 갔나?”

“남학생들한테 고백 편지를 받아도 냉정하게 철벽 치던 애가?”


나연이는 자못 진지한 표정으로 선미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너 솔직히 말해봐”

“혹시 김산 좋아해?”


그녀는 허둥거리고 말을 머뭇거렸다.

“아, 아니... .... 솔직히 모르겠어”

“처음에는 관심만 있었는데, 그냥 산이가 나를 본체만체 하는 게 속상해”


“그래서 언제부터 좋아졌는데?”

“응, 그게... 아니... 뭐... 아니야”


“봐, 너 횡설수설하잖아”

“나한테도 솔직하게 말 못해?”


“전국축구 대회 있었던 날, 산이가 마지막에 골 넣었을 때인 거 같아”

“사람들과 같이 환호할 때 몸에 소름이 돋더라”

“그런 경험은 처음이었거든”


“그 이후는, 산이가 워낙에 유명해졌잖아”

“한동안 얘기할 기회가 없다가 조금 친해졌다고 생각 했었는데”


선미는 토라진 표정을 지었다. 나연이는 그녀에게 이런 표정이 있었다는 걸, 무척이나 신기해했다.


“내가 산이랑 골프 내기해서 이겨 버렸거든”

“그것 때문에 날 피하는 것 같아서...”


“에이 설마”

“산이가 그 정도로 쪼잔하려고”

"그 정도면 안 만나는 게 맞지"


“그건 아닌 것 같지만... ...”


둘은 한동안 말없이 걸었다. 정적을 깨고 선미가 하소연 하듯 말했다.

“난 산이가 축구를 못해서 기운이 없는게 걱정이 됐거든”

“그래서 골프 아카데미가 도움이 될까 해서, 데려갔던 건데”

“실수 한 걸까?”


“아니, 산이는 산이 나름대로 고민이 많은 거겠지”

"그걸로 너를 피하진 않을 꺼 같은데”


“그럴까?”


***

난 교실 밖을 나와 선미를 찾았다. ‘에이, 너무 늦은 건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슴이 콩닥 콩닥거렸다. ‘선미와 더이상 친구를 할 수 없으면 어떻게 하지,’ ‘골프를 시작한 걸 이야기 했어야 했나?,’ ‘혹시 우리 둘이 포개어 진 상황 때문에 마음이 상한 건 아닐까?’ 그녀를 찾는 동안, 여러 생각이 들었다.


조바심이 났다. '우리의 관계가, 영영 끝나면 어떻게 하지?' 이런 감정은 처음이었다. 내 팬이라고 했던 친구들이 나에게 선물과 편지를 건네줄 때도 이런 감정이 들었던 적은 없었다. 알 수 없는, 이 감정에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혼란스러웠다.


한참을 찾아 헤매던 중 멀찍이 두 사람, 선미와 나연이 보였다.

두 사람이 있는 곳으로 달렸갔다.


지금은, 선미 밖에 보이지 않았다.


후, 후-.


“진선미!”


두 사람은 대화하던 중, 화들짝 놀라며 나를 돌아서 바라봤다. 돌아 보는 순간, 선미의 모습이 사랑스럽고 예뻐 보였다. 숨을 고르고 마음을 진정시켰다. 이런 건가.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감정이.


“그렇게 가면 어떻게 하냐?”


“어... 어...”

“아니, 그게 아니라...”


평소 목소리 보다는 더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진선미, 나 일부러 너 피한 거 아니고”

“아까 상황이 민망한 건 알겠는데, 나는 너가 다치지 않았으면 해서”

“그러니까... ...”


마음은 굳게 먹었으나 말은 더듬거렸다. 머뭇거리는 두 사람이 답답했는지 나연이 끼어들었다.


“그래서 두 사람, 뭐 어떻다고?”


“아니, 그게...”, “아니, 그건...”


또 동시에 대답했다.


“아, 쫌 두 사람 뭐 하는 거냐고. 아까부터”

“두 사람 찌찌뽕 놀이해요?”

“계속 똑같이 말하고?”


나연은, 일부러 화가 난다는 표정지어 보이며 말했다.

“몰라, 난 이만 빠져 줄 테니까 두 사람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해”


뒤 돌아가면서 한 손을 들어, 간다는 표시를 했다. 혼잣말로, ‘완전 핑크핑크하네’


나연이 떠나자마자, 마음의 부담이 줄어들었다. 오면서, 무슨 얘기를 어떻게 시작해야 하나 고민했었다. 입이 옴짝달싹 했지만, 말이 목구멍 밖으로 나오질 않았다.


난 ‘해야 돼’라고 몇 번을 머리 속에 되뇌이고 있었는지 몰랐다.


그런 나를 선미는 이리 저리 살펴보고, 반히 보고 있었다. 더, 긴장이 되었다. ‘와, 승부차기도 이 정도의 긴장감은 아니겠다’


“산아”

멀끄러미 그녀는 나를 바라보며 불렀다.


“응... 선미야”


에라 모르겠다. 그냥 눈을 떠서 그녀의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


“선미야, 나 너 좋아해”


예상치 못했던 답변 때문인지, 선미의 눈의 크게 동그랗게 떠졌다.


“아니, 몰라... 모르겠는데”

“이런 감정이 처음이라서 뭐라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어리숙한 내 모습도 이해가 되질 않고...”


“너를 좋아하는 게 맞는 것 같아”


‘얼음 땡’ 놀이를 하는 것처럼 선미는 완전히 굳어 버렸다. 얼굴은 붉어졌지만, 말도 하지 않았고 몸도 움직이지 않았다. 선미야, 뭐라고 말 좀 하라고. 나도 어찌 할 줄 모르겠는걸.


시간이 그대로 흘렀다. 침묵으로 한 1분쯤 흘렀을까. 그 시간은 나에게 1시간처럼 느껴졌다.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땡”


“응... 으응...”

“뭐야 그게”


“너가 너무 얼음처럼 얼어있어서”

“땡이라고”


그제서야 선미의 표정이 풀어지고 크게 웃었다. 야야-. 그래, 넌 그렇게 웃는 모습이 이쁘다고.


“아... 너... 진짜”

“나 너무 놀라서 뭐라고 말 못했잖아”


“나 지금 네가 한 말에 바로 답해야 하는 건 아니지?”


“응 그럼...”

“충분히 생각하고 나중에 마음이 정해지면, 말해줘”


다시 그녀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이뻤다.

“기다릴께”


“아, 그리고 내가 방과 후에 일찍 어디 가는 건 다음에 말해줄게”

“좀 더 네 앞에 당당하게 서고 싶어서 그러는 거니까”


“알았지?”


선미의 볼이 원래 저렇게 붉었나? 발그스레했다.


“응, 나도 기다릴께”


기다린다는 말이 무엇에 대한 대답인지는 몰랐지만, 그래도 지금은 이 감정으로도 충분했다. 응, 조금만 기다려.


***

조금 늦게 KM 아카데미에 도착했다.

정길수다.


“야, 실력도 안 되는 녀석이 벌써부터 연습에 늦고 그러네”

“왜 퍼팅 한 홀 이겼다고 뭐라도 되는 줄 알아?”

“결국 네가 진 건 알고 있지?”


나는 “그럼 네가 이긴 거 알고 있지”라고 답하며 아무렇지 않은 듯, 퍼팅/어프로치 연습장으로 향했다. 길수는 더 열 받아 하는 것 같았다.


“저 자식이...”


흥-. 열 받지? 난 그가 하는 말을 들은 체 만 체 했다.


오늘도 퍼팅 연습을 했다.


원장님은 나에게 포니-홀 (Phoney-hole)이라고 홀처럼 생긴 검은 원형 고무판을 여러 장 주었다. 고무판은 홀컵 크기 보다는 조금 작았다. 현재 홀 컵이 있는 곳 말고도, 다른 곳에 포니 홀을 놓고 연습을 해보라고 했다. 다양한 그린의 모양을 경험해 보아야 한다고. 경험이 네 자산이 될 꺼라고.


골프장 홀컵 크기는 108mm 이고, 골프공 42.67mm 이다. 골프공 2개가 조금 넘은 정도의 크기이다.


공이 홀컵에 들어가는 경우는 여러 가짓수가 있다. 공이 똑바로 들어가는 경우, 홀컵을 훑으며 들어가는 경우, 경사면을 타고 홀컵으로 들어오는 경우 등등이 있다.


반대도 마찬가지다. 세게 쳐서 공이 홀컵을 뛰어 넘거나 훑으면서 돌아나가는 경우, 골퍼들의 발자국으로 생긴 스파이크 마크나 굴곡으로 경로가 틀어지는 경우, 잔디의 영향으로 공 속도가 달라지는 등등의 여러 가지 경우가 있다.


마강도 원장님은 오늘은 홀컵을 ‘17인치’ 지나가는 퍼트 연습을 해보라고 하였다. 대략 43cm가 조금 넘는 거리였다. 그것이 네가 집중해야할 거리라고.


퍼팅은 고도의 집중력을 요구했다.


몸의 동작들을 정렬하고, 스트로크를 했다. 길수와 경기를 한 덕분이었는지, 공이 가는 길을 읽는 것도 익숙해지고 퍼팅 역시 부드러워졌다. 남은 거리 마다 스트로크의 속도와 방향을 미세하게 맞추려고 애를 썼다.


‘쉽지 않구나’


퍼팅은 나와의 싸움이었다. 고요한 중에 들리는 소리. 주변의 소음, 자연에서 오는 소리. 그 모든 것이 방해가 되었다.


나만의 깊은, 몰입하는 세계로 들어가지 않으면 공은 빗나가기 일쑤였다.


익숙해지지 않았다. 내 주변의 모든 공간에 배리어가 쳐져서 어떤 소음도 들리지 않고, 주변에 영향을 받지 않는 상태.


더욱 더 연습을 했다.


단순히 공을 치는, 스트로크 연습뿐 아니라 손의 느낌과 감각을 익혔다. 그리고 몰입의 세계로 들어가는 연습을.


하나.


또, 하나.


또, 하나.


치는 공들이 홀컵에 들어가기도 하고, 포니-홀을 지나 17인치 정도를 구르기 시작했다. 공이 가는 길을 상상하고 몰입해서 스트로크 했다.


이 세상에 오직 나만 홀로 서서 퍼팅을 하는 것처럼.


어깨와 등이 당겨오기 시작했다. 으-. 허리를 주우욱 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지? 눈을 들어서 보니, 이미 주변이 어둑어둑해지기 시작했다.


정길수와 신윤호 일행이 지나가고 있었다. 그린에서 나를 발견하고, 길수는 소리쳤다.


“야, 루저! 아직도 퍼팅이냐”

“퍼팅만 해서 대회참가는 할 수 있겠냐?”


아, 저게. 또 긁네. 저 자식은 지치지도 않나? 왜 나한테 이렇게 관심이 많아. 신경 쓰지 말자.


내가 잘하는 게 있다. 바로 버티는 거. 어떤 환경에서도 목표에만 집중하고, 버티는 걸 잘 했다. 처음부터 모든 걸 잘하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모든 게 그렇지 않았다.


축구도 처음에는 얼마나 서툴렀는지. 공이 내 맘대로 되지 않아도 이리 저리 튀고, 굴러가는 모습이 재미있었다. 하지만, 버티면 어느 순간 공이 내 마음대로 컨트롤 하는 순간이 온다. 주변 동료들과 호흡하며 공의 가는 길을 보고, 결과를 만들어 내는 때가 온다. 난, 그 경험이 있었다.


사실, 초조했다. 3개월은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었다. 골프는 KM아카데미 말고도 다른 곳에서도 시작할 수 있다. 하지만, 만약 여기에서 실패한다면 다른 곳에서도 쉽게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았다.


지금 내가 당장 할 수 있는 것을 하는 수 밖에 없었다.


오늘은, 연습을 여기서 마무리 해야겠다.


여러 생각을 하는 동안 길수와 윤호가 근처로 온 것을 알지 못했다.

“야, 낙하산!”

“너 내 말을 씹냐?”


왜 자꾸 이런 상황이 반복되는 걸까? 장필두도 나에게 시비를 걸 던 사람이었는데, 장필두가 가니 정길수가 오는 건가? 더 이상은 얕잡아 보여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야, 적당히 해”

“비아냥거리는 걸 들어주는 것도 한 두 번이야”


“뭐라고”

“이 자식이”


길수는 오른 손으로 내 왼쪽 어깨를 밀었다. 툭-. 또, 툭-.


“잘난 것도 없는 XX가 어디에서 깝죽대고 있어”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 길수의 멱살을 잡았다. 나름 운동으로 다져진 몸이었고, 힘도 또래보다 강하다고 생각하는 편이었다. 그럼에도 단 한번도, 다른 친구를 때린 적도 물리력을 행사한 적도 없었다. 하지만, 매번 이랬다. 누군가가 시비를 걸고 그걸 참아줘야만 하는.


멱살을 쥔 상태로 밀어서 들어 올리면서 길수를 내동댕이쳤다. 쾅-. 여전히 멱살은 놓지 않으면서.


“뭐라고 다시 말해봐”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길수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아까처럼 다시 말해 보라고”


그런 윤호는 나를 말리려 달려들었고, 멀찍이 있던 마강도 원장님 역시 그 광경을 지켜보게 되었다.


마강도 원장님은 화난 목소리로, 소리쳤다. 쩌렁쩌렁 울렸다.

“이게 뭣들 하는 짓이야!”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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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제22화: 그 놈의 등장 24.09.10 55 3 12쪽
21 제21화: 스크린골프 (2) 24.09.09 71 3 12쪽
20 제20화: 스크린골프 (1) 24.09.06 74 3 12쪽
19 제19화: 들통 24.09.05 76 2 11쪽
18 제18화: 첫 주말 24.09.04 74 3 12쪽
17 제17화: 다툼, 그리고 마무리 24.09.03 91 4 12쪽
» 제16화: 혼란스러운 감정 24.09.02 94 3 12쪽
15 제15화: 마음의 봄날 24.08.30 104 3 11쪽
14 제14화: 골프의 시작 (2) 24.08.29 106 3 12쪽
13 제13화: 골프의 시작 (1) 24.08.28 104 3 12쪽
12 제12화: 뜻밖의 발견 24.08.27 109 3 12쪽
11 제11화: 고민의 시간 (2) +1 24.08.26 108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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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제7화: 미필적 고의(2) 24.08.20 126 3 12쪽
6 제6화: 미필적 고의(1) 24.08.19 128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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