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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니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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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2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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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9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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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미필적 고의(1)

DUMMY

팍-. 순식간에 세찬 선배는 박차고 일어나 장필두 멱살을 잡았다.


“너! 이 자식!”

“니가 어디라고 여길 와”

“눈에 뵈는 게 없냐”


세찬 선배가 무서운 눈으로 쳐다보자, 장필두는 눈을 질끈 감았다가 한쪽 눈을 살짝 떴다. 저렇게 비굴한 인간이. 강약약강의 표본을 보는 것 같네.


정장을 입은 사내는, 세찬의 팔목을 잡았다.


“이러시면 안 되죠”

“여기 친구 분, 문제를 해결하려 왔는데 서로 키우지 맙시다”


상황을 지켜보던 어머니가 그에게 물었다. 차분하지만, 단호하게.

“말하시는 분은 누구실까요?”

“자기소개도 없이”


“아, 죄송합니다”

“제 소개가 늦었네요”

“전 이런 사람입니다”


손을 내밀어 명함을 내밀었다. 기석 선배도 함께, 명함을 확인했다.


“아, 법무법인 J&J에서 오신 분이시군요”

“흠... ...”


그 남자는 옷매무새를 고치고 다시 어머니에게 말했다.

“다시 인사드리겠습니다”

“저는 법무법인 J&J의 파트너 변호사인, 정진호라고 합니다”

“먼저 아드님이 크게 다치셔서 마음이 좋지 않습니다”

“장필두 아버님께서 저를 선임하셔서, 이렇게 찾아뵙게 되었습니다”


“사고 당일에 많은 목격자 분들이 있었는데, 장필두 학생도 본의 아니게 사고에 관여하게 되어 죄송하다고 말했습니다”


정 변호사는, 장필두에게 손짓을 했다. 그는 어머니, 기석 선배와 세찬 선배를 한번씩 보고 나를 향해서 엉거주춤 왔다. 꼭, 잘못한 아이들을 부모님이 불러 세워 사과하라는 것처럼 나에게 사과의 말을 전했다.


“김... 산... 내가 잘못했어.”

“실수로 너를 잡으려다가 사고를 당하게 된 것 같아, 미안해”


뭔가가 이상했다.

“너를 도우려고 옷깃을 잡는다는게 너를 밀치는 상황이 될 줄 몰랐어”


뭐라고?


정변호사는 장필두를 막으며 더 이상 말하지 말라며, 제지했다. 그는 이어서 말했다.


“필두 학생이 잘못했다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고”

“김산 학생도 많이 다쳐서”

“김산 학생 치료비를 저희가 부담하고, 2,000만원으로 합의하시는 건 어떠실까요?”

“합의금이 부족하다고 생각신다면, 현재 비용에서 더 조정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변호사의 말을 막으며 어머니께서 말씀하셨다.

“지금 변호사님 말씀은, 장필두 학생이 고의로 낸 사고가 아니라는 말씀인가요?”

“합의금을 제시하면서 본질을 흐리는 것 같은데”

“중요한 건, 장필두 학생이 왜 고의로 이런 사고를 낸 건지가 중요한 것 같은데요”


참을 만큼 참았다라고 생각한 세찬 선배가, 장필두를 손을 가리키며 말했다.

“아저씨도 저 자식 편인가요?”


“편이라뇨”

“저는 장필두 학생의 변호인 일 뿐 이예요”

“단지 이번 사고는 고의로 낸 사고가 아니라 부주의에 의한 ‘과실치상’으로 보고 있습니다.”

“필두 아버님 역시 원만한 해결을 원하고 계셔서 합의금 조정이 가능하니 생각해 보고 말씀해 주세요”


세찬 선배는 이해가 가질 않는다는 표현을 했다.

“젠장,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네”


가만히 듣고 계시던 어머니께서 표정이 어두워지셨고, 못내 말을 이었다.

“그럼 저기 장필두 학생은 이 사고가 고의가 아니었다, 라고 말하고 있는거죠”


“네, 맞습니다”

“김산 학생이 다친 건 저희도 안타까운 마음 뿐입니다”


“참, 쉽게 말씀하시네요”

“제 아들이 죽을 수도 있었단 말이예요”

“당신들 입장에서 고의가 아니었다, 어쩔 수 없었다, 라고 하지만!”

“이건 그렇게 쉽게 덮을 수 있는 문제가 아닌 것 같네요”


“필두 학생”

“정말 김산에게 더 할 말 없어?”

“진심 어린 사과도 아니고 변호사 뒤에 숨어서 쭈뼛거리면서 말할 수 있는 것밖에 없냐고”


장필두는 우물쭈물하며 머뭇거리다가, 기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정말 고의는... 아니었어요”


세찬 선배가 보다 못해,

“저 새끼가! 너 조용히 안 해?”


정 변호사는 당황스러워 하며 이 상황을 진정시키려하였다. 자못 고조된 상황을 진정시키려 손을 펴서 세찬 선배와 어머니에게 방어적 태도를 취하며 말했다.


“사실 장필두 학생도 피해자예요”


필두 학생 머리 왼쪽을 보여 달라는 손짓을 했고, 그는 마치 짤 짜여진 각본을 연기하듯 머리카락을 까뒤집어 보였다. 여러 번 꿰맨 상처가 드러났다. 내가 돌을 던졌을 때 스쳤던 부위. 분명 저렇게 큰 상처가 아니었다. 장필두는 피했는데, 저건 마치.


장필두, 정말 지긋지긋한 인간이었구나.


“법정 싸움으로 가면 서로 불편해 질 수 있음에도, 장필두 아버님께서 이번 일 잘 해결하고 오라고 했습니다”

“다시 한 번 말씀 드리지만, 저는 이곳에 원만한 해결을 위해 왔고 합의금 조정을 위해 얼마든지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습니다.”


세찬 선배 미간이 찌푸려졌고, 어머니는 잠시 곰곰이 생각하더니 결심이 선 듯 정 변호사를 반히 쳐다보았다.


“정 변호사님”


“네, 어머님”


“합의금으로 계속 이야기를 이끌어 가시네요?”

“저에게 중요한 건 합의금이 아닙니다”

“사고로 제 아들이 죽을 뻔 했다는 사실이지요”

“그리고 저는 필두 학생이 그 사고를 일으킨 것이 정말 우발적이었던 것인지? 아니면 고의로 그런 것인지를 알아야만 하겠습니다.”

“또 왜 제 아들을 괴롭히려고 했는지”

“합의금은 그 다음 문제이지요”


어머니는 나를 지긋이 바라보셨다. 내 마음이 어떤지 살피는 듯 했다.

“산아, 이렇게 하는 거 괜찮지?”


고개를 끄덕이며 어머니 의견을 따르겠다고 표시했다.


정 변호사는 포기 하지 않았다.

“어머니 그래도 좋게 해결 하시는 게”


“한 번 더 이야기하시면 화를 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모든 상황은 다시 살펴봐야겠지만, 정 변호사님이 실제 사고가 어땠는지 모르지 않을 것 같네요”

“여기 나이 어린 친구들이 있습니다”

“적어도 아이들에게 부끄러운 어른은 되지 맙시다”


정 변호사는 더 이상 말이 없었다. 이제껏 말이 없었던, 기석 선배가 어머니께 작은 목소리로 무언가 이야기 하더니 정 변호사에게 말했다.

기석 선배가 자신의 의견을 어머니에게 전달하는 것 같았다.


“정 변호사님, 법무법인 대서양 들어보셨죠?”

“그럼 잘 알죠.”

“저희 부모님 두 분이 대서양에 계세요”


“혹시 존함이”

“그것까지 아실 건 없고 장필두 저 자식이 일부러 그런 것이 아니라고 하니 저희도 방법을 찾아보겠습니다."

“시시비비는 법정에서 가려보죠”


기석 선배는 나를 보고, 시그니처 윙크를 보냈다.


아... 졌다, 선배. 정말 시도 때도 없구나.


장필두도 내심 놀란 눈치였다. 자신이 만든 그 날의 사고가 이제 J&J와 대서양의 싸움이 되어 버렸다. 정 변호사도 맡은 사건이 쉽지 않겠다고 생각하는 듯 했다.


세찬 선배는 장필두에 다가갔고, 장필두는 움찔했다.

“왜 쫄리냐?”

“기석이 얘가 이래 보여도 축구선수 아니면 법조계로 가려고 하는 애야”

“부모님 두 분 다 검사 출신이고”

“그러니 단단히 각오 하는 게 좋을 거야.”

“너도 너희 아버지도”


든든했다. 정 변호사는 고개를 절래 절래 흔들었다. 기석 선배는 장필두와 정변호사에게 나가는 문으로 두 손을 펴서 ‘잘 가시라’는 표시를 했다.


두 사람이 나가자마자 기석 선배는 세찬 선배에게 달려들어 양 손으로 멱살을 잡아 흔들었다.

“이래 보여도? 내가 어떻길래 이래 보여도냐?”

“그 동안 나를 어떻게 봤길래”


“뭘 어떻게 봐?”

“니가 좀 푼수 같아야지 말이야”


아이쿠, 또. 티격태격이구나. 사이가 좋은 건지 나쁜 건지. 어머니께서 저 두 사람은 항상 저러니, 라고 물어보셨다.


“네, 엄마 저 모습이 일상이예요 ㅋㅋㅋ”

“좋은 사람들이구나”

“네 주변에 저들이 있어서 다행이네”


두 사람을 보면서 흐뭇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 대천그룹 회장실

정진호 변호사와 장필두는 장대천 회장에게 와서 보고하였다.


“너 분명 내가 사고치지 말라고 했었지”

“더 이상 내 얼굴에 먹칠하지 말라고!”

"일을 이 지경으로 만드니"


장대천 회장은 자신의 책상을 주먹으로 내리쳤다. 쾅-. 장필두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대천그룹”이라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그의 아버지는 자기애(自己愛)가 강한 사람이었다. 한국대학을 졸업하고 화학 연구원으로 재직하다가, 중소제약회사를 설립했다. 한국대학 동기들이 창업 멤버가 되어 짧은 기간에 회사를 일구어 현재는 굴지의 중견기업이 되었다.


말 그대로 엘리트코스를 밟아온 수재였고, 회사를 성공시켜 온 만큼 야망이 크고 스스로 어떤 결점도 용납하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정 변호사님, 그래서 소송으로 갈 수도 있다는 건가요?”

“합의는 끝내 하지 않겠다고 하고, 그 상대는 대서양일 수도 있다”

“제가 이해한 내용이 맞습니까?”


“네, 아마 대서양이랑 붙게 되면 저희도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사고 당일 목격자들이 많아 저희가 이야기를 어떻게 엮어내느냐가 관건일 것 같아요”


“변호사님 전략은 있으신가요?”

“폭력 문제는 필두 학생과 김산 학생이 쌍방과실로 하고, 차 사고는 고의가 아닌 도우려다 우발적으로 일어난 것으로 하시죠”

“네, 좋습니다. 그렇게 하시죠”

“못난 아들이지만 이번 사건 잘 부탁합니다”


장대천 회장은 장필두를 노려봤다.

“넌 얌전히 있어”

“사람이 되는가 싶더니 또 이런 일을 만드는 구나”

“장! 필! 두! 이번 일이 잘 해결되지 않으면...”


말을 더 하려다가 끊었다. 그리곤 그는 고개를 저으며, 혼잣말처럼 나즈막히 말했다.

“우리 집안의 수치야... ...”


#대서양 변호사 사무실

1주 후 경과가 좋아져 퇴원했다. 일주일에 한 번씩 병원에 방문하는 통원 치료를 하게 되었다.


기석 선배와 함께 법무법인 대서양을 찾아갔다.


“아, 네가 김산이구나”

“몸은 좀 괜찮니?”


정장을 입으신 굉장히 유쾌하신 여성분이 말을 걸었다. 목소리가 밝고 하이톤이었다. 옅은 노란색 긴 머리에 굵은 웨이브가 있는, 키가 크신 분이었다. 기석 선배는 어머님을 닮았구나.


“기석이가 네 이야기를 자주 하더라고”

“축구도 잘하는데 겸손하고 성격이 좋다고”

“칭찬을 얼마나 하는지 한번 보고 싶었는데 이렇게 보게 되는구나”


“엄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예요”

“내가 언제 그랬다고”


“산아, 이거 다 엄마가 지어낸 거다”

“내가 이야기를 하긴 했지만, 아주 쬐금 쬐에금 했거든”


“하하 선배, 알았어요”


“기석 아빠는 현재 회의 중이라 지금 오시진 못하지만”

“산이 사건은 함께 맡게 될 거야”

“걱정이 많았겠지만 이젠 우리에게 맡기렴”

“내용을 정확히 알아야 하니까 산이가 겪은 일들을 말해 주겠니”


기석 선배 어머님은 책상에 노트북을 펴서, 내가 하고 있는 말들을 “응,” “그랬구나” 등의 추임새를 넣으며 주의 깊게 들어주었다.


기석 선배 어머님은 한참을 생각하더니, 메모장은 몇 가지를 메모했다. 무엇인지 정확히 보지는 못했지만, 사건을 어떻게 해결할지에 대해서 간략하게 적은 것 같았다. 그리고 어머니와 통화하고 이야기를 이어갔다.


“어머니와 통화했고, 이제 그날의 일은 우리에게 맡겨”

“너희가 가질 수 있는 특권은, 힘든 일이 있으면 우리 어른들에게 맡겨도 된다는 거야”


눈물이 났다. 참았다. 하지만 참을 수가 없었다. 눈물이 책상 위로 툭, 툭, 떨어졌다. 너무 좋은 사람들. 함께 있으면 든든한 사람들. 장필두 때문에 일어난 일들은 혼자서 감당하기 힘든 일이었지만, 이제는 감당 못하는 일이 아니게 되었다.


“이렇게 좋은 사람들이 절 왜 이렇게 도와주는지 모르겠어요”

“감사해요... ...”


기석 선배 어머님이 나에게 와서, 한쪽 어깨를 안아주며 말했다.

“네가 좋은 사람이어서 좋은 사람들이 많이 네 주변에 있는거야”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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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제19화: 들통 24.09.05 77 2 11쪽
18 제18화: 첫 주말 24.09.04 74 3 12쪽
17 제17화: 다툼, 그리고 마무리 24.09.03 91 4 12쪽
16 제16화: 혼란스러운 감정 24.09.02 94 3 12쪽
15 제15화: 마음의 봄날 24.08.30 104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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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제13화: 골프의 시작 (1) 24.08.28 104 3 12쪽
12 제12화: 뜻밖의 발견 24.08.27 109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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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제9화: 좌절 24.08.22 115 2 12쪽
8 제8화: 사건의 마무리 24.08.21 122 2 12쪽
7 제7화: 미필적 고의(2) 24.08.20 127 3 12쪽
» 제6화: 미필적 고의(1) 24.08.19 129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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