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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니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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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2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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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5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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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알 수 없는 악의(惡意)

DUMMY

어디서 본 장면, 맞아. 2년 전 일이었지.


나는 궁금했다. 왜 장필두는 나에게 관심을 가질까? 그 일 때문이라고? 나를 향한 그 끊임없는 악의(惡意)가 궁금했다. 나는 그가 궁금하지 않았다. 아니, 그와는 털끝 하나도 연결되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근데, 그는 왜?


***

장필두 스토리.


나에게 형이 한 명 있다. 숨이 막힌다. 잘난 아버지와 잘난 형. 아버지는 중견기업을 운영하는 대표였고, 고등학생인 형은 시험을 보면 전국석차 10등과 100등 사이를 오르락내리락 하는 사람이었다. 형은 우리 집안의 자랑이지만, 난. 애물단지였다.


아버지는 나에겐 번쩍이는 후광이었지만, 정작 그 빛은 나에게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 빛은 빛나는 성과만 있을 때 관심을 가진다. 시험 성적이 나오는 날이 되면,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형은 모두 형의 성적을 가지고 열띤 토론을 하였다. 그리고 이어지는 주제는, 의대를 가고 싶은가. 아니면 경영을 배워서 아버지 회사 일을 배우는 건 어떤가, 하는 등의 이야기였다. 형과 나를 비교 하지 않았다. 나는 모두의 관심 밖에 있었다.


아버지는 어릴 때부터 엄격한 교육으로 성공해야하는 것을 강조하였고, 덕분에 난 무수히 많은 과외 교육을 받았다. 바이올린, 피아노, 태권도, 축구, 골프 등등. 그 모든 것을 잘해내는 나의 형은, 아버지에게 그야말로 우등생이었다. 반대로 난, 열등생이었다.


그나마 취미를 붙인 축구에서, 약간의 재능을 보였을 뿐이다. 아버지의 입김이 닫지 않은 곳은 없었다. 학교에서는 이사회 멤버로, 학교 밖에서는 성공한 저명 인사로 늘 수식어처럼 따라다니는 말. 장대천 회장님 아들, 장필두?


필두(必頭), ‘반드시 머리가 되라’는 이름의 뜻처럼 학교 안에서 우두머리가 되는 것은 쉬웠다. 아버지 회사 직원들의 아들, 딸들은, 알아서 나를 챙겼다. ‘호의가 반복되면 권리인 줄 안다’라는 말. 호의가 아니라 내 위치에서 당연히 누릴 수 있는 권리들이었다.


집에서는 애물단지, 열등생이었지만. 학교에서는 모두가 나를 떠 받들었다. 집에서 숨막힘은, 집 밖을 나서면서 해소되었다. 우월감. 그들은 내 아래에 있었다. 다른 사람들의 돈을 뺏는 일. 사실 뭐가 부족해서가 아니다. 그저 나를 두려워하고 올려다보는 것이 좋을 뿐.


그런데, 언제부터 눈에 걸리는 녀석이 있었다. “김산”


처음에는 눈에 잘 띄지 않는 녀석이었다. 그 녀석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이야기가 들렸다. 애잔하기 보다는 뭐가 없는 녀석이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밝았다. 슬픔이 더 많아야 할 그 녀석 주변에 친구들이 꽤나 있었다.


뭔가 꿋꿋했다. 왜? 뭣도 없는 녀석이, 다 가진 듯한 얼굴을 하고 있지?


축구부 훈련이 끝나면 혼자 남아서 연습을 했다. 그 녀석이 5학년 때부터인가? 경기력이 많이 좋아졌다. 주전 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내가, 후보로 밀려났다. 그나마 재능이 있다고 여겨졌던 축구에서마저 설자리를 점점 잃어 갔다.


김산의 공격 기여도가 높아지면서, 감독은 수비적인 전술 보다 공격적인 전술을 선호했다. 수비형 미드필더는 4-1-4-1 전술에서 없어서 안 될 포지션이었지만, 감독은 4-3-3 전술 혹은 공격적 4-4-2를 쓰면서 내 자리는 자연스레 사라졌다.


에이, 이제 6학년인데. 스스로 합리화했다. 축구는 그만해야지. 축구 선수할 것도 아니고. 이, 뭣 모를 감정은 뭐지? 기분이 좋질 않았고, 이 감정을 해소할 필요가 있었다.


난 흔히 말하는 학교 통이었다. 어릴 때 개인 레슨 운동으로 잘 단련이 되어, 싸움으로는 상대가 될 만한 녀석이 거의 없었다. 반에서 한가락 하는 몇 놈들을, 그냥 쥐어 팼다.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인정 받기는 쉽지 않았다. 아버지에게도, 선생님들에게도.


난 날 떠 받드는 녀석들과 다니는 것이 좋다.


이동혁, 내 왼팔과도 같은 녀석. 내가 죽으라고 하면, 죽는 시늉이라도 할 기특한 녀석. 뭐 하나 특출 난 건 없지만 내가 말하는 건 어떻게든 하려는 놈이다. 장민수, 내 오른팔. 종종 씨름부로 오해받을 정도로 덩치가 있고 싸움을 잘 하는 녀석이다. 동혁과 다르게, 묵묵히 내가 말하는 바를 해내는 녀석이다. 차민지, 내 여자 친구. 나를 죽어라 쫓아다니는 얼굴 반반한 여자 일진 짱이다. ... .... 그 외 등등등.


이들 정점에 있는 게 나, 이 정도 좋지 않은가? 집 빼고는 내가 하지 못하는 것은 없었다. 밀리지 않았다. 근데, 내가 그나마 좋아한다고 하는 축구에서 밀린다고.


동네 아이들 돈을 뺏을 때, 김산이 오가는 모습을 여러 번 보았다. 의도적으로 모른 척 했지만 거슬렸다. 그래서, 그 녀석이 자주 보이는 길에서 무리를 이끌며, 돈을 뺐었다. 그 녀석 집을 자연스레 알게 되었고, 알지는 모르겠지만 그 주변 아이들을 괴롭히거나 돈을 뺏을 때 묘한 ‘쾌감’이 있었다.


“필두 형, 오늘 뭐 먹으러 갈까?”

“베짱이 분식에서 먹을까?”

“먼저 식사비부터 벌어야지?”

“안 그래?”


나는 자연스레 무리를 이끌고, 김산의 집 근처로 이동했다. 그 녀석과 부딪힐 수도 있으리라.


“어이 꼬마들”


골목을 들어가던 초입을 지키고 있던, 우리 무리를 보고 꼬마 2명이 어쩔 줄 몰라했다. 동혁은 ‘행동대장’답게 아이들을 잡고 협박했다. 자식-.


“저희... 집... 가는 길... 인데요”

“뭐라고 잘 안 들리는데”

“우리 나쁜 사람들 아니야”

“여기 형들 보이지? 여기 지키고 있는 중이니까”

“통행료만 내면 보내줄게”


“저희... 돈 없어요...”

“그럼 이렇게 하자”

“나오면 100원에 한 대씩 맞는 걸로”


“저희 어머니가 주신 학원비만 있는데요”

“그건 돈 아니야?”


마침 김산이 지나가고 있었다. 나에게 고개를 까딱 숙여 인사한 후에, 가려다가 나에게 와서 자신의 동생들을 보내달라고 했다. 자신이 아는 동생? 아는 애들이라는 말이지.


‘하, 역시 걸렸다’

나는 무심한 척, 김산에게 가던 길을 가라고 했다. 김산과 동혁이 실랑이를 한 후 김산은, 나의 팔을 잡았다.


‘이 미친 녀석이, 감히 누구 팔을 잡아’


김산은 잘 난 ‘나의 형’과 겹쳐 보일 때가 있었다. 다른 것은, 아버지와 같은 후광이 없다는 것. 김산은 형과 달랐다. 그런데, 감히 대들어?


김산은 두 명의 꼬마를 도망가게 하고, 이동혁을 막았다. 뭐가 이리 당당해? 여기 나와 내 똘마니들이 안 보이는거야?


화가 치밀어 올랐다. 주먹을 날렸으나 빗맞았다. ‘이 자식이!’ 부글부글 끓었다.


축구부 활동을 하려면 조심하라,고 하고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 김산의 뺨을 후려 갈겼다.


짜악-


기분이 조금 풀렸다. 하지만, 여전히 거북했다. 뭣도 없는 새끼가, 내 앞에서 깝죽거려.

김산, 이건 끝이 아니라 시작이야.


바로 다음 날,

학교로 교실 문이 열리며 경찰 2명이 찾아왔다. 경찰은 선생님에게 필두 학생이 누구인지 물었다.


'젠장!'

'김산 자식이 신고한 건가?'


“필두 학생, 잠깐 참고인 조사 좀 받아야 할 것 같은데”


선생님은 당황한 듯, 무슨 일인지를 물었다.

“어떤 일로 그러는 걸까요?”

“필두 학생이, 여러 명을 데리고 인근 동네에서 돈을 뺏고 다닌다는 제보를 받았어요.”

“조사가 필요할 것 같아요”


경찰서를 다녀온 후, 학교에서 이 사건을 두고 회의를 열었다. 당연히 아버지도 참석을 했고. 아버지는 당연히 나에게 노발대발했다. 자신의 사회적 명성에 흠집을 냈다고. 경찰은 초범이라 학교에서 처리하길 원했고, 아버지는 변호사를 고용해 신속하게 대처했다.


뭔가가 뒤틀린 듯, 메스꺼웠다. 집에서 아버지의 잔소리가 더 심해졌고, 더 숨이 막혔다. 더 이상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일들이 없었다. 아버지의 운전 기사 아저씨가 등/학교 길에 붙었고, 아버지의 관리라는 이름하에 감시가 커졌다.


“너 이 자식, 이게 무슨 망신이야”

“축구 좀 해서 뭘 하나 싶더니”

“없어보이게 돈을 뺏고 다녀”


하지만 아버지의 노력으로, 학교 폭력위원회가 열리지 않았고, 문제는 일단락 되었다. 내가 전학 가는 걸로. 당분간은 숨죽여 지내는 수 밖에 없었다. 당분간 우두머리 놀이는 못하겠구만.


에잇 씨X, 김산 이 자식.

이게 다 그 자식이 때문이야.


언젠가 다시 보겠지.

***


다시 김산의 스토리.

장필두와 그 무리들과 나는 골목길에서 대치하고 있었다.


“필두 형, 가던 길 가시죠!”

나는 장필두를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김산, 당당한 건 여전하네”

“뭐가 그리도 잘 나셨을까?”

“지지 않는 마음 뭐, 그런 건가?”

“근데 그거 알아”

“단단할수록 부러지면 회복하기 힘든 거?”


“저에게 원하는 게 뭐죠?”

“필두 형, 덕분에 갈비뼈 부상도 얻게 됐는걸요”


장필두는 내게 가까이 다가서며 말했다.

“하, 김산 너 뭐가 그리 잘 났지?”

“뭐가 그리 당당해?”

“여기 나랑 우리 애들이 안 보여?”

“상대가 안 될 줄 알면 굽힐 줄도 알아야지”

“안 그래?”


겁이 났다. 수가 많았고, 무엇보다 갈비뼈 부상이 걸렸다. 하지만, 이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 사람에게는 지지 말자, 라고 마음 먹었다. 손이 미세하게 떨렸지만, 주먹을 꽉 쥐었다. 떨림을 떨쳐버릴 수 있도록.


“학교 선배들이 기다려서 가봐야 해요”

“비켜주세요”


목소리에 힘줘서 이야기했다. 떨림을 알아차리지 못하도록.

“필두 형, 이렇게 절 찾아오는 일은 없었으면 해요”


장필두는 얼굴이 울그락 불그락했다.

“뭐, 이 자식이!”

“야, 이동혁, 장민수!”


장필두는 무리 중에 두 명에게 손짓했다. 덩치 큰 녀석 한 명과 마른 녀석 한 명이 나섰다.


장필두가 순순히 물러날 일이 없지. 마른 녀석이 주먹을 날렸다. 이 정도는.


윽-


피하려 몸을 돌리니 갈비뼈가 욱신거렸다. 주먹을 피하고, 멱살을 잡아당기며 발을 걸었다.


윽-, 콰당-


동혁은 그대로 꼬꾸라졌다.

“이건 정당방위입니다”


상황이 좋지 않았다. 덩치도 장필두 저 자식도 감당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주먹을 이동혁 얼굴로 뻗었다. 동혁은 순간을 얼굴을 손으로 막으며 움찔거렸다. 이때다! 순간 손을 거두고, 무리 쪽으로 달렸다. 덩치 큰 녀석이 나를 잡으려 했다. 제치자. 무게 중심을 왼쪽으로 다시 오른쪽으로. 예상대로 덩치가 커서 그런지 순발력이 없었다. 옆으로 빠져 달려 나갔다.


그를 피해서 빠져나가려는 찰나. 장필두에게 목덜미를 잡혔다. 그대로 장필두는 목덜미를 당겨서 뒤로 던졌다.


꽈당-. 나는 뒤로 꼬꾸라졌다. 갈비뼈가 다시 욱신거렸다.


“이 자식이 날 우습게 봤구나”

"어딜 도망가"


장필두와 무리들 속에서 오도 가도 못하게 되었다.


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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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제25화: 여러 가지 방법 (2) 24.09.13 50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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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제19화: 들통 24.09.05 77 2 11쪽
18 제18화: 첫 주말 24.09.04 75 3 12쪽
17 제17화: 다툼, 그리고 마무리 24.09.03 91 4 12쪽
16 제16화: 혼란스러운 감정 24.09.02 94 3 12쪽
15 제15화: 마음의 봄날 24.08.30 105 3 11쪽
14 제14화: 골프의 시작 (2) 24.08.29 107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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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4화: 알 수 없는 악의(惡意) 24.08.15 160 2 11쪽
3 제3화: 지긋지긋한 악연 24.08.14 167 3 12쪽
2 제2화: 또 다른 영역 24.08.13 193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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