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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니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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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2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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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4 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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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화: 첫 주말

DUMMY

왜 하필 나지? 보통 골프는 구력으로 따지는 거 아닌가? 난 지금 1년차, 정확히 말하면 1달도 되지 않은 나에게 무슨 답을 원하는 걸까?

green_f.png

장 프로님은 홀컵까지의 거리는 약 88야드, 약80m 정도라고 했다. 경사는 가운데 골짜기처럼 밑에서 위로 가는 부분이 가장 낮은 부분이고, 양쪽으로 점점 올라가는 모양이라고.


“그럼 이 그린은 어떻게 공략 하는 게 좋을까?”

“완벽한 정답은 없으니 편하게 대답해봐”


이게 편하게 말할 수 있는 건가? 난, 그림을 한참 보았다.


“홀컵까지의 거리가 80m이니까, 82m 정도 보내면 되는 거 아닐까요?”

“왜 그렇게 생각하지?”


“홀컵 바로 뒷 공간이 가장 넓어 보이거든요”


“그럼 82m를 보내려면 몇 번 클럽을 사용해야 하지?”


나는 망설였다. 이 거리를 쳐 본 적이 없었다.

“저 사실, 몇 번 클럽이 이 거리가 나가는지 모르는데요”

“안 쳐 봤어요”


양손가락을 눈썹 끝으로 가져다 대며, 우는 표시를 했다.

“하하하”

“미안하다”

“김산이 이제 막 퍼팅이 끝난 걸 몰랐네”


장 프로님, 그런 건 미리 좀 알아주시라고요! 이럴 줄 알았어. 구력 1달인 사람에게 많은 걸 요구하시다니.


그럼 그 옆 길수.

길수는 아, 라고 하며 ‘너 때문이야’라고 말하며 내 옆에 있어서 이렇게 된 거라고 조용히 말했다.


“길수?”

“네”


“82m면 52도 웨지를 사용하면 될 거 같지만, 저라면 50도 웨지로 85m 이상을 공략할 것 같습니다”


“왜 그렇지?”

“홀컵 뒤 경사는 내리막이라서 더 굴러갈 수가 있고, 82m는 52도로 꼭 넘긴다는 보장이 없어서요”


“52도 캐리 거리가 어떻게 되지?”

“전 90야드 82m 정도 됩니다”


길수는 나를 보며 ‘메롱’이라고 했다. 자식!


“자 여기에서 질문?”

“길수가 딱 82m를 칠 수 있는데, 한 클럽 더 높게 잡는 이유는?”


저기 앞자리 멀리에서 한 여자아이가 손을 들었다.

“응 그래, 경수진”


“샷을 했을 때, 거리가 더 나가거나 덜 나가는 상하편차가 있어서요”

“그렇지”


“아까 골프는 미스의 경기라고 했지”

“내가 100개의 샷을 쳤을 때 모두 82m를 칠 수 없으니, 그것마저 고려해서 거리를 정해야 하는 거야”

“그리고 경사와 지형을 고려해서 더 안전한 곳에 보내는 거지”


“그럼 이것 말고 또 어떤 공략들이 있을까?”


다시 경수진이 손을 들었다.


“그래, 수진아”

“저라면 저는 탄도를 조금 띄우고 백스핀을 먹여서 85m~90m 사이를 공략할 꺼 같아요”


주위에서 오오오-, 라며 탄성이 쏟아졌다. 그녀는 자신의 답변에 흐뭇해했다.

“좋은 대답이다”


“본인이 백스핀을 줄 수 있다면, 그게 더 나은 공략이 이겠지”

“그럼 안전한 지역으로 공을 보내고, 공이 다시 홀컵으로 돌아오면서 홀컵까지의 거리를 줄일 수 있으니까”

“스코어를 줄일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지겠지”


장 프로님은 슬라이드를 넘겨 다른 그림을 보여주었다.

green_m.png

“자, 그럼 다음 그림도 한번 볼까?”

“모두 똑같지만, 홀컵 위치만 중앙으로 바뀌었지”


“홀컵까지의 거리는, 120야드, 약 110m정도라고 하자.”

“누가 대답해볼까?”


다른 쪽에서 손을 들었다.

“그래 이찬호”

“전 9번 아이언으로 홀컵 아래 왼쪽을 공략해서, 공이 떨어지고 흘러내려 갈 수 있도록 공략할 것 같아요”


“9번 아이언 거리는 얼마나 나가지?”


“100m정도 나갑니다”

“그럼 둔턱이나 그린 끝 쪽을 맞춰 공이 홀컵으로 흐르게 한다는 말이지?”


“네”


“나쁘지 않은 전략이네”


장 프로님은 몇 개의 다른 대답을 듣고, 그것에 대한 의견을 말했다. ‘틀렸다’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다만, 더 나을 수 있는 방법들에 대한 간단한 코멘트만 말했을 뿐이다.


“자, 마지막 슬라이드”

green_b.png

“홀컵이 뒤에 있는 경우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번엔 윤호가 손을 들었다. 오호. 윤호는 어떤 대답을 할까?

“홀컵을 노리는 것은 위험할 것 같아서 2퍼트를 한다고 생각하고”

“홀컵 아래 넓은 지역으로 보내는 것로 공략 하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그래 맞아”

“이런 경우는 욕심을 부리다가 한타가 아닌 그 이상의 타수를 잃는 경우가 많지”


장 프로님은 내용을 마무리 하고, 정리하려고 했다.

“자자 오늘 강의에서 중요한 것”

“자신이 칠 수 있는 거리를 각 클럽마다 알아야 하고”

“그린 경사도와 주변 벙커, 장애물 등 고려해서 안전한 곳으로 보내야 전략을 짜야 한다는 것”


“골프는 내 자신을 잘 알아야 하는 스포츠야”

“내가 할 수 있는 것 이상으로 욕심을 부리면 안 되는 경기지”

“반드시 이것을 염두에 둘 수 있도록!”


“그럼 다들 수고했고, 해산”

“주말 잘 보내라.”


탕탕탕-. 가지고 있는 서류 판으로 앞에 포디움을 쳤다.

“이야, 주말이다”


길수와 나 사이로 사람들이 지나가며, 나가고 있었다. 그 녀석은 책상에 기대어 한 팔로 얼굴을 괴고 있다가, 나를 보고 있었다.


“야, 김산 주말에 뭐하냐?”


“나, 별 생각 없는데”

“그으래?”


“그럼 주말에 윤호랑 다 같이 놀까?”

“그래 그러자”


***

홍대입구 3번 출구에서 길수, 윤호, 나 이렇게 만나기로 했다.


얼마 만에 주말에 다른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는 걸까? 대부분의 주말은, 축구 운동을 하면서 시간을 보냈고, 방학 같은 경우도 전지훈련이나 축구 연습이 잡혀 있는 경우가 많아서 개인적인 시간을 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축구를 그만 두게 된 후에는, 집에서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많았고.


후아아.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다고.


지하철에서 내려 지나오면서 인파에 밀려서 내가 자연스레 걸어 다니는 정도였다. 이리 저리 사람들을 피하며 지나 다녔지만, 좁은 지하철 역 안의 복도가 사람들로 빽빽이 들어차있어 답답한 느낌이 들었다.


이렇게 사람이 많은 곳도 있구나.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 3번 역 앞에서 두 사람을 기다렸다. 기다리는 사람은 나만이 아니었다. 시계를 보는 사람도 있었고, 꽃을 들고 있는 사람들도 있었다.


완전히 다른 세계였다. 다들 옷도 잘 입고, 잘 꾸미는구나. 나름 외출이라서 청바지에, 깔끔한 티셔츠를 입었는데 그것마저 초라해 보일 지경이었다.


내 또래들도 보였지만, 대부분 20대 초반 형, 누나들 나이에 힙한 사람들이 많이 보였다. 입은 옷들도 다양해서, 저런 옷을 저렇게도 입는구나 라고 생각할 정도였다.


집을 나서기 전, 어머니께 친구들을 만나러 간다고 했다. 집에만 있었던 나에게, 어머니는 “무슨 일이냐”라며 쓸 수 있는 돈도 챙겨주셨다. 혹시 모자를 것 같으면 쓰라고, 어머니 카드까지.


구경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는데, 어느덧 윤호가 와서 나를 불렀다.

“산아”


“엇, 어어”

“뭘 그렇게 구경하고 있어?”


“사람이 너무 많아서”

“야, 너 무슨 시골 사람처럼 그러냐?”


“이렇게나 사람이 많은 곳은 처음이란 말이야”

“크크크 자주 데리고 다녀야겠네”


누군가가 등을 툭, 쳤다. 길수였다.

“하이!”


순간 등골이 서늘하게, 모든 감각이 쭈뼛 섰다. 누군가가 등을 민 것이 기분이 좋질 않았다. 예전 사고 기억 때문인가. 나는 순간 올라 온 화를 낼 뻔한 감정을 정리하고, 아무렇지 않은 듯 길수를 봤다.


“어어, 하이”


우릴 보며 뭔 얘기를 하는데 사람이 오는지 몰랐냐며 물었다. 윤호는 재밌다는 듯, 즐겁게 이야기했다.


“야, 산이 완전 도시시골 사람이야”

“이렇게 사람이 많은 곳이 처음이라며 두리번거리고 있더라고”


“산아, 가끔은 이렇게 나와서 스트레스도 풀고 그래야해”

“오늘은 이 형님이 안내하지”


길수는 골목대장이 선봉대에서 서서 이끌고 가는 것처럼 자신만만했다. 마치 모든 곳이 자신의 영역인 양, 방향을 지시하며 이끌었다.


“우리 먼저 점심 먹으로 가자”

“지난 번 갔던 태국음식점 갈까?”

“좋지”


길수와 윤호는 이곳 지리가 익숙한지, 나를 골목 사이사이로 나를 끌고 다녔다. 주변을 둘러볼 겨를도 없이, 두 사람만 쫓아갔다. 둘은 중간에 헷갈리는지, ‘여기가 맞겠지’라며 바쁘게 움직였다. 확신에 차서 ‘나를 따르라’ 하더니.


“아 여기다”


우리 셋은 천천히 들어가 자리에 앉았다. 테이블은 노상 바깥에서 먹는 테이블을 옮겨 놓은 것 같은 원형 은쟁반 모양의 테이블이었고, 의자도 마찬가지였다. 인테리어도 태국말과 태국풍의 장식으로 꾸며져 있어 마치 현지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실제로 가보진 못했지만.


길수는 능숙하게 음식을 이것 저것 주문하더니 나에게 물었다.

“태국 음식은 처음이지?”

“응”


나는 되물었다.

“너희들은?”

“우린 먹어봤지”


“골프는 대부분 태국으로 전지훈련 가니까”

“우린 익숙하지”

“그래서 가끔 생각나”


주문한 똠양꿍, 팟타이, 풋파퐁커리, 그리고 쏨땀이 나왔다. 둘은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었다. 이것들이, 또 무슨 짓을 하려는 거지. 알 수 없는 불안감이 밀려왔다.


“자, 우리 다 같이 나눠먹자”


다 같이 먹자고 하는 걸 보면, 음식에 뭔가를 한 건 아닌 것 같은데. 먼저 팟타이를 먹으라고 해서, 내 앞에 놓은 작은 접시에 한 젓가락을 떠서 먹었다.


“음... 맛있는데”


새콤한 맛도 느껴지지만, 맛이 나쁘지 않았다. 모양은 비빕면 느낌이면서도 달콤한 맛도 함께 느껴져서 여러 가지 맛이 잘 어우러졌다. 여전히 둘이 음흉한 웃음을 짓는 느낌적인 느낌은 뭐지.


“이것도 먹어봐”


윤호는 풋파퐁커리를 한 숟가락 떠서 나에게 올려주었다. 이건 뭔가 있다.

“야, 내가 알아서 먹을께”

“남자끼리 뭐하는 거야”


미심쩍었지만, 올려진 풋파퐁커리를 떠서 먹었다. 엥. 이것도 맛있었다. 조금 독특하긴 하지만 커리맛이 그대로 느껴졌다. 괜한 우려였던 건가?


길수는 ‘맛있게 먹자’라고 하며 숟가락, 젓가락을 들었고, 윤호와 동시에 똠양꿍을 떠서 맛있게 먹기 시작했다.


“음... 역시”

“그렇지 이 맛이지”


“응”

“잊을 수 없는 맛”


주거니 받거니 하는 두 사람의 리액션이 군침 돌게 만들었다. 도대체 무슨 말이길래.


“나도 먹어볼게”


똠양꿍을 접시에 담은 후, 크게 떠서 먹었다.

“으아아-”


이게 무슨 맛이야? 이상한 맛이었다. 샴푸에 향수를 탄 것 같이, 이상한 향신료 맛이 났다. 맵고 시고.


“산이 입에 안 맞나 보다”

“자자 여기 쏨땀으로 입가심해”


나는 급하게 젓가락으로 쏨땀을 집어서 입으로 집어넣었다. 신맛이 확 느껴졌다.


“우에, 이것들이-”


두 사람은 킬킬대고 웃었다. 완전 당했다. 아, 진짜-.

한참을 웃다가 진정한 후, 윤호가.


“우리도 처음에 그랬어”

“근데 너 그거 알어?”

“자다가도 그 맛 생각난다”


길수는 아직 덜 웃었다는 듯이, 크크크하고 있었다. 나도 어이가 없다는 듯이 웃어버렸다.


“에이, 완전 당했네”


똠양꿍과 쏨땀에 완벽히 적응을 하지는 못했지만, 조금씩 더 먹다가 보니 두 사람 말대로 맛이 그리 나쁘지 않은 것 같았다. 그래도 여전히 신기한 맛이었다. 재밌네.


식사를 다하고, 우리는 근처 공원을 걸었다. 이런 시간이 나쁘지 않았다.


“아 배부르다”

“역시 먹고 좀 걸어야지”


저기 보이는 실루엣은, 좀 익숙한 데.


진선미와 최나연이었다. 나연이가 먼저 인사했다.


“엇, 김산”

“어 안녕”


선미도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길수와 윤호 쪽을 봤다.

“정길수, 신윤호?”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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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제20화: 스크린골프 (1) 24.09.06 75 3 12쪽
19 제19화: 들통 24.09.05 77 2 11쪽
» 제18화: 첫 주말 24.09.04 75 3 12쪽
17 제17화: 다툼, 그리고 마무리 24.09.03 91 4 12쪽
16 제16화: 혼란스러운 감정 24.09.02 94 3 12쪽
15 제15화: 마음의 봄날 24.08.30 105 3 11쪽
14 제14화: 골프의 시작 (2) 24.08.29 107 3 12쪽
13 제13화: 골프의 시작 (1) 24.08.28 104 3 12쪽
12 제12화: 뜻밖의 발견 24.08.27 109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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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제6화: 미필적 고의(1) 24.08.19 129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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