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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니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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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2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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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4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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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지긋지긋한 악연

DUMMY

모든 것을 쏟아 부었다. 그래서일까? 온 몸이 짓이겨지는 듯 무겁고, 갈비뼈가 욱신거렸다. 몸도 떨리고, 일어날 수가 없었다.


‘철근이 나를 누르고 있는 것 같아’


으으으-


신음소리가 세어 나왔고, 몸은 움직일 때마다 온 몸이 아파왔다.

특히, 갈비뼈가 너무 아파서 몸을 비틀 수가 없었다.


3-2.


삐익-. 경기 종료.


하아-. 그래도 해 냈다. 우리가 이겼어.


장필두는 누워 있는 내게로 왔다. 옅은 미소를 띈 그가, 손을 건냈다. 장필두가 우리의 승리를 축하해 준다고? 의아했다. 하지만, 그의 손을 잡고 몸을 서서히 일으켰다.


젠장, 착각이었다! 장필두는 나를 세게 잡아 당겼다.


윽-.


갈비뼈가 너무 아팠다. 그리고 귀에 속삭였다.

“내 팔꿈치 맛이 어때?”


“이잇-”


첫 번째 차징 때 어깨만 밀고 들어온 것이 아니었구나. 팔꿈치로 갈비뼈를 가격했던 것이었다. 이제야 알게 되다니. 호흡을 할 때마다 통증이 더욱 심해졌다. 뼈에 금이 간 것 같았다. 존(Zone)에 들어갔을 때 몰랐지만, 몸이 기력을 다한 지금은, 피로와 통증이 쓰나미처럼 한꺼번에 몰려왔다.


으- 으으윽-


우리 팀 모든 선수들이 달려와서 나를 부축해줬고, 장필두는 사람들 사이로 사라졌다.


개XX.


관중석은, 여전히 응원가가 메아리처럼 울려 퍼지고 있었다. 흥분의 도가니였다. 경기 내용도 모두가 만족한 듯했다. 얼굴은 일그러져 있었지만, 엷은 미소가 새어나왔다. 우리 팀 선수들이 나를 부축해서 관중석을 향해 같이 손을 흔들었다.


“산이 이 미친 녀석”

“네가 뭔 짓을 했는지 알아?”

“너 괜찮은 거야?”

기석 선배는 안쓰러운 듯 물었다.


“그래도 우리가 해냈다”

내 손을 꽉 잡으며 말했다.


부축을 받으며 천천히 걷고 있었지만, 통증은 더 심해졌다.

“말 시키지 마요”

“말할 때마다 아파요”


2골 1도움, 이었다. 모든 골에 관여하며 승리에 공헌했다.

너무 기뻤지만, 결승전에 나갈 수 있는 몸 상태는 아닌 것 같았다.


마지막에는, 강명 선배와 대희 선배가 나를 양쪽으로 부축하며 걸었다.

“산아, 나는 네가 해낼 줄 알았다”

“그렇게 연습 벌레처럼 훈련 끝나고도 연습하더니.”

“이 녀석이 결승전에 뛸 수 있어야 할텐데”


전국체전 4강전은, 이렇게 승리의 피날레를 올리며 끝났다.


일주일 후,


방 천장을 보며, 손을 올려 이리 저리 돌려보았다. 주먹을 쥐었다가 폈다, 했다. 신기했다. 내가 경기에서 했던 퍼포먼스는 뭐였지? 경기장의 모든 선수들이 연결되어 있었다. 아니, 모든 선수들이 움직임이 느껴지고 들렸다. 묘한 느낌, 감동... 무엇으로도 그 날의 느낌을 표현할 수 없었다.


다시, 느꼈으면 좋겠다. 그 날의 느낌, 감정, 능력 이상의 퍼포먼스...


결승전은 예상대로 출전할 수 없었고, 갈비뼈에 금이 가 4~6주 정도 안정을 취해야 한다는 의사 선생님의 말을 들었다.


아쉽게도, 결승전은 진성중: 동성중 2-1 스코어로 끝났다. 전국 중학 축구 체전은, 준우승. 학교 분위기는 “졌잘싸 (졌지만 잘 싸웠다)”라는 분위기였다.


나는 결승전에 출전하지 못한 것이 못내 서운했다. 그래도 아직 2년이라는 시간이 남았으니까. 다만, 3학년인 기석 선배와 세찬 선배가 다음에 같이 뛸 수 없다는 것이 슬프고 아쉬웠다.


뚜르르... 휴대폰 전화가 울렸다. 세찬 선배였다.

“참, 양반은 못 된다니까”

“분명 전생에 돌쇠였을 거야”

“네 세찬선배!”

“야, 동성 스타! 몸은 어때?”

“잘 관리하고 있어?”


“이제 좀 움직일 만 해요”

“산아 산아, 나야 기석”


기석 선배 목소리가 중간에 끼어들었다.

“내 윙크가 그립지 않냐?”

“세찬아, 영상 통화할 껄 그랬나?”


“기석 선배, 웃기지 좀 마요”

“선배 윙크는 정말... 이제 와서 하는 말이지만...”

“뭐 내 시그니처가 어때서?”

“정말 느끼 그 잡채예요”

“... ...”


“야, 김산 너 말이 심한 거 아니냐?”

“이 여린 마음의 상처 어떻게 할 거야 흑흑”

“야, 신기석 쫌쫌.”


“그래서 몸은 좀 어때?”

“점점 나아지고 있어요”

“보호대하면 움직일 수 있을 정도는 되요”

“다행이네”


기석 선배가 또 끼어들었다.

“야야, 나 안보고 싶어?”

“크크크 제발 웃기지 좀 마요, 선배”

“괜찮으면 잠깐 나와”

“기석이가 점심 사줄 거야”

“야야, 너가 사는 게 아니고.”


참 이 선배들은, 3학년인데 여전하네. 티격태격. 그리울 것 같았다. 이들과 함께 했던 나날들이.


세찬 선배가 이런 내 생각을 읽었다는 듯이 말했다.

“우리 얼굴 볼 날도 얼마 안 남았다”

“그래, 너 알고 있냐?”

“안 보면 엄청 그리울 껄”


일주일 동안 집에만 있어서 참 무료했는데, 그래도 다행이었다. 이런 선배들이 나의 축구 생활을 잘 이끌어주어서.

“알았어요”

“어디로 갈까요?”

“메인 거리에 있는 베짱이 분식으로 와”

“산이 네가 좋아하는 돈까스 세트 사줄테니까”

“크크크 네 좋아요”

“조심히 와라. 동성스타가 다시 다치면 안 되니까.”


“네”


무리하지 않게 몸을 좀 움직이는 건 괜찮겠지. 전화를 끊고 늑골보호대를 풀어 다시 한 번 타이트하게 조였다. 아직 움직이는 건 무리인가? 에이, 몰라. 괜찮겠지.


“엄마, 나 잠깐 앞에 다녀와요”

“너 이 녀석 아픈데 어딜가?”


“괜찮아요, 기석, 세찬 선배 만나고 올께요”

“조심해”


어머니의 걱정 어린 목소리를 뒤로 하고, 집을 나섰다. 우리 집은, 오래된 2층 단독주택으로 계단이 많았다. 1층 문을 나서 정문으로 가는 계단을 조심 스럽게 내려갔다. 문을 열고 골목길을 나섰다.


쓰읍-. 정겨운 동네. 그렇지. 집에만 있었더니 온 몸이 찌뿌등했구만. 산 중턱에 자리 잡은 동네여서 내려가는 길은 좁고 경사가 있는 길들이 많았다. 한 때 재개발 바람도 불었으나 주민들의 반대로 무산되었다는 이야기를 어렴풋이 들었다. 어린 시절, 많은 추억이 골목 곳곳에 아롱아롱 새겨져 있었다.


조심스러웠지만, 오랜만에 나선 발걸음에 신났다. 이리 저리 골목길을 지나다가 큰 길이 나오는 길에, 덩치가 있는 또래가 나타났다. 덩치에 맞지 않게 빠른 발걸음.


“엇-”


어깨가 부딪혔다. 윽-. 갈비뼈가 욱신거렸지만, 보호대를 한 탓에 참을 만했다.


“아, 죄송합니다.”

먼저 사과의 말을 건넸다.


“죄송?”

“치고 죄송하다면 다야?”


적반하장도 유분수라니. 순간 화가 치밀어 올랐다. 먼저 어깨를 친 건 상대방인데, 이런 반응이라니.


얼굴빛을 바꾸고, 대꾸했다.

“먼저 부딪힌 건, 그쪽이 먼저인거 같은데”


덩치는 어깨를 안쪽으로 말아서 몸집이 더 커보이게 만들었다.

“좁은 길이면 옆으로 붙어서 다녀야지”


흠-


더 이상 상대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기다리는 선배들이 생각났다.

“사과는 됐으니까 그냥 가던 길 가요”


워워워-


덩치 뒤에서 장필두와 한 무리가 같이 나타났다. 무리는 남자와 여자가 섞여서 6명 정도 되었다.


“여전하네, 김산”

“왜 오늘도 깝죽거려보지”

“왼발, 오른발”

팬텀 드리블하는 시늉을 했다.


장필두는 덩치의 어깨를 치며, 뒤로 빠지라는 손짓을 했다.


“어깨를 치고 그냥 가면 안 되지”

“크게 다쳤으면 어쩌려고 그래”


양아치 XX. 여전하구나. 미간과 눈썹 끝이 꿈틀거렸다. 그날의 기억이 되살아나 갈비뼈가 함께 욱신거리는 느낌이었다.


“여전하네요”

“하하, 여전하다니.”

“넌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거야?”


화가 났지만, 최대한 감정을 가라앉히고 단호하게 이야기했다.

“일부러 부딪힌 건가요?”

“하하하, 산아 이제 생사람까지 잡아?”

“일부러라니”

“내가 동성스타에게 그렇게 할 수 있겠어?”


장필두는 비아냥거렸다.

“그 날 경기를 하다보니까 생각이 나더라고.”

“넌 예전에도 나에게 눈 똑바로 뜨고 대들었지”

“그때도 마음에 안 들었지만, 또 생각나더라고.”


***

초등학교 5학년 때였다. 다른 학교와 친선 경기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장필두와 무리들을 마주쳤다.


장필두는 축구부에서 겉도는 존재였다. 축구부 소속이지만, 성실하지는 않은. 그의 아버지는 당시 학교 이사회 멤버였고, 학교 기부금액이 많아 학교에서 영향력이 있었다. 그래서였을까? 딱히, 장필두를 챙기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축구부 활동을 잘 하지 않는 그를 내 치지도 않았다.


학교를 오가는 길에, 장필두와 그의 무리들이 간간이 보였었다. 부족할 것도 없어 보이는데, 왜 그리 다른 친구들 돈을 뺏고 다니는 건지.


그 날도 그랬다.


집으로 올라가는 초입길에서, 그와 무리들을 봤다. 2명의 어린 초등학생 친구들의 돈을 뺏고 있었다.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를 하고 지나가려 했다. 무리들 틈으로 얼굴이 보였고, 나는 그 어린 초등학생들이 옆집 동생들이라는 것을 알았다. 조현덕, 조수현.


“필두 형, 제 동생들 보내주시죠”


“오, 김산 후배 아니야”

“축구 연습은 잘 하고 있어”

“산, 너에게는 볼 일 없으니 가던 길 가”


장필두는 바로 고개를 돌려, 옆집 동생들에게 돈을 내 놓으라고 했다. 동생들은, 몸이 긴장된 상태로 벌벌 떨고 있었다. 장필두와 무리들은 그 상황을 즐기는 것이 분명했다.


나는 그의 팔을 잡았다.

“그만 하시죠”

“이 XX가 선 넘네”

“너 축구부 후배라고 봐줄 줄 알아?”


무리들 중 한명이 나섰다. 호리호리한 체형에, 능력은 없지만 딱 봐도 장필두에게 잘 보이려고 하는 부류가 분명했다.


“형 제가 손 좀 볼까요?”

“뭐 손을 봐?”

“너 깡패놀이 하냐?”


“이 자식이!”


장필두는 나선 그 녀석을 한 손으로 막았다.

“김산, 많이 컸다”

“축구부 후배라고 내가 봐줄 줄 알아”

“그리고 너, 문제 생기면 축구부 활동에 지장이 있을 텐데”

“나야 뭐 취미로 한다고 해도 넌 아니잖아”


“필두 형, 제가 형 인생을 이래라 저래라 하고 싶지 않아요”

“하지만 제 동생들은 괴롭히지 마시죠”

나는 틈을 비집고 들어가, 동생들 손을 잡았다.


“어서 일어나”

“형, 우리 괜찮아요?”


“응 괜찮아”

나는 그와 그 무리들을 신경 쓰지 않고, 동생들을 끌고 무리 밖으로 나가려 했다. 장필두는 내 팔을 잡았다.


“이 자식이!”


내가 팔을 비틀어 뿌리치려는 찰나, 주먹이 얼굴을 향해 날아 들어왔다. 순간적으로 방향을 틀었지만, 주먹이 뺨을 스치면서 때렸다.

칙-


“산, 운동 신경 여전하네”


화가 치밀어 올랐다. 하지만 축구부 활동 때문에라도 싸울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이제, 그만 하시죠”


난, 현덕과 수현에게 빨리 집으로 도망가라는 신호를 주었다. 둘은 울면서 도망가기 시작했고, 무리 중 한 명이 그 둘을 잡으려 했다.


다리를 걸었다.

쿵-


“에잇-!”

눈빛으로 쏘아보며, 그 무리에서 나온 녀석에게 말했다.


“쫓지마!”

“내 동생들 쫓아가는 놈 있으면 그 녀석은 내가 가만 두지 않을 거야”


장필두는 그런 내가 못 마땅한지 혀를 찼다.


쯧-


“기분 잡쳤네”


그는 내게 걸어왔다. 그리고 내 뺨을 갈겼다.


짝-


갑작스러운 그의 행동에 나는 그의 손을 미처 피하지 못했다. 어안이 벙벙했다.


“김산, 오늘은 이걸로 하자”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내 기분이 풀리지 않을 것 같아서.”


그에게 지지 않으려고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장필두는 나에게 손가락질 하며, 말했다.


“오늘 일은 기억할 거야”

“깝죽거리지마”


***


다시 골목길 상황,

장필두는 내게 말했다.


“이 상황, 어디에서 본 것 같지 않아?”



작가의말

이번 화도 잘 봐주세요 :)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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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제19화: 들통 24.09.05 77 2 11쪽
18 제18화: 첫 주말 24.09.04 74 3 12쪽
17 제17화: 다툼, 그리고 마무리 24.09.03 91 4 12쪽
16 제16화: 혼란스러운 감정 24.09.02 94 3 12쪽
15 제15화: 마음의 봄날 24.08.30 104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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