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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니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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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2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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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2 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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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좌절

DUMMY

7개월 만에 풀타임 경기를 소화하고 있었다. 심판을 보고 있는 선배 한 명이, 2분 정도 남았다고 했다.


마무리를 해야지. 숨이 찼다.


나는 왼쪽 공간을 보고 전력으로 달렸다. 가슴 안쪽이 뜨끔뜨끔했다. 괜찮겠지, 라며 몸이 주는 신호를 무시했다. 반대편에 진성준 선배도 달리기 시작했다.


중앙 미드필더 박재서 선배가 오른쪽 진성준 선배에게 길게 패스해주었고, 패스를 받은 이진호는 내가 있는 왼쪽 코너 공간으로 공을 띄어 넣어주었다.


공을 왼발 안쪽으로 툭, 받아서 바로 앞에 떨어뜨렸다.


호흡이 거칠었다. 훅, 훅, 훅-. 그리고 가슴이 바늘로 쿡쿡 찌르듯이 아팠다.

잠시 멈춰 섰다.


괜찮을 줄 알았는데, 통증이 더욱 심해졌다. 으으윽-.


수비수들은 내가 템포를 늦췄다가 공격할 줄 알고, 주춤 하고 있었다.


하아, 하악-. 몸은 무엇을 해야 할지 알고 있었다. 왼발에서 오른발로 공을 툭, 그리고 다시 왼쪽으로, 그리고 왼발로 크로스 혹은 컷백으로 골대 안쪽으로.


하지만 단, 한발자국도 움직일 수 없었다. 이대로 죽을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아, 하아, 아아악-.


더 이상 서 있을 수가 없었다. 내 주변으로 세상이 위아래, 빙글빙글 도는 것 같았다. 쓰러지면 안 돼. 얼마 만에 밟은 운동장 잔디였던가. 얼마만의 경기였던가.


기초 훈련은 충분히 했다고 생각했다. 걷기와 달리기, 스트레칭 등... 의사 선생님이 요구한 내용들을 충실하게 했었다. 다시 축구 할 날을 기다리면서. 축구는 나에게 인생이고, 사람이었고, 전부였다.


아아, 아아악-.


통증이 더욱 심해졌다. 삐익-. 경기 중단을 알리고, 선수들이 앞 다투어 내게로 달려왔다.


허겁지겁 달려와 나의 상태를 확인하던 허현호 선배는 창백해진 나의 얼굴을 보았다. 한손으로는 무릎을 짚고 다른 한 손으로는 가슴 한쪽을 잡고 움직이는 못하는.


“산아, 산아, 괜찮아?”

“선배... ... 구급차 좀 불러주세요”


관중석에서도 김산을 보려고 학생들이 달려왔지만, 축구부 부원들이 다가오지 못하도록 제지하였다.


“선배 이게 얼마만에 하는 경기인데”


눈물범벅이 된 얼굴로, 나는 현호 선배를 바라보았다. 마음 아프다는 듯이, 양쪽 눈썹을 찡긋하며 나를 바라보았다.


“괜찮을 거야”

“경기는 몸 나으면 몇 번이고 하면 되지”

“다른 건 신경 쓰지마”

“잠시 누울 수 있겠어?”


현호 선배와 강명 선배는 나를 부축해 축구 잔디 경기장에 뉘었다. 강명 선배는 축구 부원들에게 구급차가 올 때까지, 원을 만들어 사람들이 다가오지 못하도록 하라고 했다. 내가 편하게 쉴 수 있도록.


“조금만 참아”

“119에 연락했으니 구급차가 곧 올 거야”


가슴 저릿한 가슴통증 때문에 나는 누운 채로 사람들을 올려 보았다. 축구를 못하면 어떻게 하지. 이런 생각 때문에 눈물이 그칠 줄 모르고 흘러내렸다.


”현호 선배, 나 축구 못하게 되면 어떻게 해요?“

“무슨 소리...”


현호 선배가 말을 하려는 사이에 구급차가 도착했고, 구급대원 2명은 급히 이동식 들것을 밀고 경기장 안으로 들어왔다. 축구 부원들은 길을 열어주고, 구급차를 탈 때까지 엄호하며 도와주었다.


들것에 실려 가는 동안, “김산 어떻해?,” “아프지마, 김산,” “빨리 돌아와” 등의 소리들이 희미하게 들렸다.


***

병원 진료실에서,

의사를 책상 하나로 마주보고 어머니와 함께 앉았다.


구급차로 실려 온 이후, 나는 병상에 누워 진통제와 소염제를 맞았다. 응급의학과 의사 선생님은 차트 기록을 보더니 입원은 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였다. 시간이 지나 몸 상태는 조금 나아졌다. 다만 병원에 방문해서 수술 집도의에게 반드시 상담을 받으라고 하였다.


의사 선생님은 연신 컴퓨터 모니터를 보고 미간을 찡그리기도 하다가, 몇 가지를 확인하고 검색하고 나서 어머니와 나에게 설명하였다.


“폐수술을 하고 나면, 환자마다 다르겠지만 통증은 짧게는 2주에서 3달 정도, 긴 경우는 6개월에서 1년 8개월 정도까지도 지속되기도 해요”

“경우에 따라서 만성 질환으로 남는 경우도 있구요”

“이걸 개흉술후 통증증후군 (PTPS, Post Thoracotomy Pain Syndrome), PTPS라고 불러요”


“통증이 있게 되면 호흡이 가빠지고 수술 부위 주변으로 통증이 있을 수 있고, 어떤 경우에는 수술 부위 뒤편으로 간지럼증이나 통증이 있는 경우도 있어요”


귀 기울여 의사 선생님의 이야기를 듣던 어머니는, 얼굴이 어두워졌다.


“그러면... 혹시 축구 선수로 활동할 수 없다는 건가요?”


내가 걱정하고 있는 것을 정확하게 알고 계셨다.


“경과를 지켜봐야겠지만, 지금 당장은 힘들어요”

“수술한지 7개월이 됐는데, 호흡곤란과 심각한 통증이 있다면...”

“더 오래 동안 혹은 만성적으로 이런 상황이 재발 할 수 있다는 거예요”


머리 속이 하얘지고 눈 앞이 캄캄했다. 세상이 잿빛이 된다는 것이 이런 기분이구나. 축구 선수 외에는 다른 일을 생각해 보질 않았다. 아버지와 축구 했던 시간들이 행복했고, 축구는 나에게 그냥 스포츠가 아닌 그 이상의 의미가 있었다. 그런데, 그 축구를 못한다니.


“특히 축구 경기같이 격렬한 운동을 하는 경우에 이런 통증이 다시 생길 일이 많아요”

“트라우마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거든요”

“원인은 다양하지만, 늑간신경과 늑간근육 문제일 수도 있으니 신경치료와 물리치료를 같이 병행해서 통원치료 진행할께요”


그만, 그만!


더 이상 이 사실을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그럼 나보고 뭘 하란, 말인가. 축구에는 내 모든 희노애락(喜怒哀樂)이 모두 담겨져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담겨져 있었다. 아버지, 어머니, 기석 선배, 세찬 선배, 다른 축구 선배와 후배들, 나를 응원해 주었던 모든 사람들.


그 모든 게 한순간에 사라진다니.


“의사 선생님, 정말 축구를 할 수 있는 가능성은 없나요?”

“죄송합니다”


“뭐라고 할 말이 없네요”

“이런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는 것 밖에, 의사로서 할 수 있는 말이예요”


“그래도 치료를 하면 호전될 수 있으니”

“병원에서 같이 잘 치료해 봐요”


어머니는 나의 두 손을 꼭 잡았다.

“그래 산아, 우선은 잘 치료해 보자”

“응? 응?”


나는 고개를 떨구고 아무런 말을 할 수 없었다. 만약 치료가 잘 된다고 하더라도 가장 중요한 시기인 중2, 중3의 시기를 허송세월로 보낼 수가 있었다. 앞으로의 경기 성적으로 축구 명문 고등학교 진학, 그리고 실업팀까지 가야하는데. 어느 것 하나 장담할 수 없게 됐다.


“네... ...”


나지막이 작은 목소리를 대답을 했다.


“최선을... 다 해볼께요...”


내 목소리의 떨림을 느낀 어머니는 울음을 꾹 참으며, 나를 다독거리며 말했다.


“그래... 우리 산이 착하네”

***


그 이후로도,

축구 훈련에 종종 참석했다.


“현호 선배, 무리하지 않고 간단한 훈련에만 참석할께요”

“그래 언제든 몸이 안 좋거나 아프거나 하면 말하고”


기초체력 훈련은 모두 괜찮았다. 스트레칭, 콘을 놓고 드리블, 슛하는 것. 하지만 고강도 인터벌 체력 훈련이나 연습경기를 할 때면, 호흡곤란과 가슴통증이 다시 나타났다.


나를 이해해 주었던 축구 부원들. 기초훈련만 하는 것만으로도 괜찮다고 했던 동료들. 하지만 이런 상황이 반복될수록, 나는 부원들의 배려가 부담이 되기 시작했다.


“오늘 연습경기 있지?”


“네, 산이 선배”

“오늘 경기 출전하시죠?”


“나도 출전해도 될까?”


내 질문에 수많은 대답의 가짓수를 생각하는 듯, 후배는 쉽사리 대답하지 못했다. “그렇다”고 해도 내가 경기를 끝까지 소화하지 못할 줄 알고, 그렇다고 “아니요”라고 하는 게 쉽지 않았으리라.


“그... 그럼요”


축구부와는 일부러 그런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멀어지게 되었다. 모두가 알고 있었고 이해하고 있었다. 2015년 전국 축구 대회의 준결승 김산은, 이제는 더 이상 볼 수 없다는 것을.


그렇게 어느덧 시간이 흘러갔다. 중학교 2학년을 마치는 끝자락으로.


하아-.


학교 수업을 마치면 이제는 집으로 향했다. 어머니는 더욱 밝게 나를 대하셨다. 집에 도착하면, 어머니는 한껏 하이 톤으로 나를 맞아주고 좋아하는 음식들로 밥을 차려주셨다. 왜 그러는지 알것 같았다.


오늘도 어김없이, 집 가는 버스 정류장으로 터벅터벅 걸어갔다. 멍하니 버스를 기다리는데, 익숙한 얼굴들이 보였다. 기석 선배와 세찬 선배.


안 본 사이에, 두 선배는 키도 더 커지고 더 어른스러워졌다.

“엇, 선배님들”

“여 김산!”


너무 반가운 나머지 얼굴에 화색이 돌다, 이내 시무룩해졌다. 잘나가는 선배들인데, 난.


“너 이 형들 안 보고 싶었냐?”

“연락 좀 하지”


기석 선배는 여전히 내 어깨를 툭 치며 말했다.

“이렇게 우연히 보지 않으면 보지 못하는 사이인가?”

“우리 사이가”


“야, 야, 건들지마”

“김산, 이제 북한도 무서워서 못 건드리는 중2야”


“그게 무슨 말이야?”

“북한이 쳐 들어오려고 해도 남한의 중2학생들 사춘기는 감당 못한다잖아”

“이런 말도 모르냐, 넌?”


“선배님들!”


“하하, 산이 너도 사춘기냐?”

“시무룩해져 있고”


“이제 학교도 달라졌는데, 그냥 형이라고 해라”

“형님들, 여전하시네요”


“어머니는 잘 계시고?”

“네 잘 계세요”


“그럼 어머니께 오늘은 못 들어간다고 해”

“오랜만에 베짱이분식 가서 그 동안 이야기나 하자”


“아니다 아니야”

“우리가 전화로 잘 이야기해 줄 테니 가서 어머니께 같이 전화하자”

“인사도 드릴 겸”


세찬 선배는 곁눈질로 기석 선배를 홀겨봤다.

“너 영상 통화한다고 하는 건 아니지?”

“그게 어때서?”


세찬 선배는 기석 선배의 머리를 흩트리며,

“야잇! 그냥 전화만 해”

“야, 너-”


“하하하, 여전하네 선배들”


두 사람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마치 함께 축구하던 시절로 돌아간 것 같았다.


***

베짱이 분식,

식당 안은 여전히 학생들과 여럿 손님들로 시끌벅적했다.


“야, 여기 진짜 오랜만이다”

“산이 여기 오는 거 괜찮지?”

“네, 그럼요 괜찮아요”

“여기 베짱이는 그때 교통사고와는 상관없는 걸요”


두 선배는 어머니와 통화했다. 어머니 목소리만 들어도 이 두 사람을 너무 반긴다는 것이 느껴졌다. 기석 선배와 세찬 선배의 넉살스러운 장난도 받아 주어야만 했고.


‘보이지도 않는데 너무 이뻐지셨다’라니. 나, 참. 어머니도 기분 나쁘지 않으셨는지, 언제 날 잡아서 밥 먹으로 오라고 했다.


우리는 음식을 먹으며, 나는 그간의 이야기를 했다.


<... 중략 ...>


화가 난 목소리로 세찬 선배는, 입이 삐죽했다.

“장필두 XX, 5개월 아니라 몇 년은 소년원에서 썩어야 하는데”

“괜찮아, 이제 다른 길 찾으면 되지”


“쉽지는 않아도 못하는 건 아니야”

“기석이 봐봐”

“얘도 지 살길 찾아가잖아”


“네에?”


별 것 아니라는 듯이 기석 선배는 어깨를 으쓱거렸다.

“아, 나는... 부모님처럼 법조인이 되려고”

“축구도 좋은데 프로까지는 좀 힘들겠더라고”

“오히려 공부가 좀 더 쉽다고 할까?”


“에이, 재수 없는 놈”


“그럼 세찬 형은요?”

“나는 축구하지”

“완전 내 적성이랑 딱이야ㅋㅋㅋ”


우리는 연락하지 못했던 시간이 무색할 만큼 많은 이야기 나눴다. 그러던 중 기석 선배가 나에게 물었다.


“산아, 넌 앞으로 뭘 할꺼야?”


작가의말

업데이트 시간이 늦어져 죄송합니다. 늦어도 그날에 업데이트하려고 노력하고 있으니, 추천도 눌러주시고 재밌게 봐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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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제20화: 스크린골프 (1) 24.09.06 74 3 12쪽
19 제19화: 들통 24.09.05 76 2 11쪽
18 제18화: 첫 주말 24.09.04 74 3 12쪽
17 제17화: 다툼, 그리고 마무리 24.09.03 91 4 12쪽
16 제16화: 혼란스러운 감정 24.09.02 93 3 12쪽
15 제15화: 마음의 봄날 24.08.30 104 3 11쪽
14 제14화: 골프의 시작 (2) 24.08.29 106 3 12쪽
13 제13화: 골프의 시작 (1) 24.08.28 103 3 12쪽
12 제12화: 뜻밖의 발견 24.08.27 108 3 12쪽
11 제11화: 고민의 시간 (2) +1 24.08.26 108 3 11쪽
10 제10화: 고민의 시간 (1) 24.08.23 112 3 11쪽
» 제9화: 좌절 24.08.22 115 2 12쪽
8 제8화: 사건의 마무리 24.08.21 122 2 12쪽
7 제7화: 미필적 고의(2) 24.08.20 126 3 12쪽
6 제6화: 미필적 고의(1) 24.08.19 128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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