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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니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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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2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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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9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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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화: 스크린골프 (2)

DUMMY

난 스트레칭을 하면서 몸을 풀었다. 이제, 4번째 홀이었다.

Par 3, 154m에 내리막이었다.


티 박스 앞에는 수풀이 우거져, 중간에 ‘패널티에어리어(Penalty Area)’가 있었다. 적어도 60m는 넘겨야 했고, 그 뒤로 페어웨이, 그린이 위치하고 있었다. 벙커는 그린 앞쪽이 아닌 오른쪽으로 포진되어 있어서 오른쪽으로만 빠지지 않으면 괜찮을 것 같았다.


샷을 하기 전에, 패널티에어리어와 벙커 위치가 심리적 부담으로 다가왔다.각 클럽을 사용한 경험이 많지 않아서 난 선택할 수 옵션이 적었다. 롱 아이언 거리였지만, 자신이 없어 포기하고 미들 아이언 중 6번을 선택했다. 역시 경험을 무시할 수 없구나.


호흡을 길게 하고, 다리를 모은 상태에서 힙과 어깨를 같이 돌리며 연습 스윙, 웨글(Waggle) 동작을 2번 하였다. 웨글 동작은, 샷을 하기 전 스윙 동작의 감각을 잡아주고 리듬과 템포를 맞추는데 도움을 주었다.


백스윙, 멈칫, 다운스윙.


파앙-. 생각보다 잘 맞았다.


공은 그린 방향으로 주욱 잘 날아갔지만, 아쉽게 그린 앞 근처로 떨어졌다. 26m 정도의 거리가 남았다.


“굿샷, 김산!”


선미는 나쁘지 않은 샷이라고 말했다.


선미가 바로 샷을 했다.


차아압-.


그녀의 아이언 샷이 맞을 때는 찹쌀떡 소리가 났다. 그린 위 홀컵을 향해서 날아갔고, 기계에서 박수소리도 났다. 홀컵 근처 3.2m 지점으로 떨어졌다.


“나이스 샷”


그녀의 플레이는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옆방은 시끌벅적했다. 길수와 나연이 투닥거리는 소리도 들리고. 우리 화면에서도 옆방 녀석들이 치는 샷들 궤적이 우리들 샷 사이로 보여 졌다.


“야, 최나연 돈까스 썰지마”

“무슨 상관?”


나는 뭔 소리인가 해서 옆방을 봤다. 길수는 나연이 준비동작 루틴이 길고, 연습스윙 동작이 너무 많다고 놀리는 중이었다. 싸우다가 정들겠는 걸.


“내가 써는 건 돈까스가 아니라 스테이크인데”

“우웩, 유치하긴”


“네가 더 유치하다”

“유치찬란, 유치뿡”


“홀마다 지는 사람 팔뚝 때리기 할까?”

“프로지망생이 일반 골퍼로 말이 된다고 생각하냐?”


나는 고개를 절래 절래 흔들었다. 왠지 투닥거림이 금방 끝이 날 것 같지 않았다.


어디선가 좋은 향기가 났다. 옆을 봤더니, 선미가 얼굴을 빼꼼 내밀고 내 옆에서 보고 있었다.


“쟤네들 왠지 뭔가 위험해 보이지 않냐”


미소를 지으며 그녀는 나를 봤다.


“흠, 그러게”

“길수 저 녀석 왠지 나연이한테 관심표현 하는 거 같은데”


두 사람의 실랑이는 좀 더 이어졌고, 윤호는 제대로 게임이나 하자며 두 사람을 말리느라 분주했다.


“제대로 플레이 안 할래”

“안 그래도 세 명이라 시간도 부족한데”

“너희 그러다가 산이한테 진다”


오엥. 윤호 저게 제일 나쁜 녀석이었네. 나를 저기에게 가져다가 붙이다니.


두 사람이 갑자기, 한마음으로. 표정도 싸악 바꾸고.

“엥, 그럴 순 없지”

“그래, 아무래도 산이한테 지는 건 말이 안 되지”


바로 자리로 돌아가, 클럽을 선택하고 스윙할 준비를 했다.


와-. 저렇게 대동단결 한다고. 나한테 지는 게 싫어서.

분하다. 진짜-. 겨우 구력 1개월에게 저러고 싶을까?


나는 고개를 푹 숙였고, 선미는 말없이 나의 어깨를 토닥거렸다.


선미는 4번째 홀을 버디(-1)로 마무리했고, 나는 그린에 올려 퍼팅 한번으로 파(0)를 했다. 그녀는 나의 퍼팅 실력에 놀라했다.


퍼팅을 할 때마다 경사도를 보고, 상상했다. 내가 퍼팅 연습장에서 연습을 했던 것처럼. 발바닥으로 그린을 밟는 다고 상상하고 경사도를 그리고, 거리와 방향을 생각했다. 그랬더니 내 머리 속에 가상의 선이 그려졌다.


100% 퍼트를 성공 시키지는 못했지만, 못 넣을 것이라는 생각하지 않았다. 퍼트에서만큼은 결과가 좋았다.


전반 9홀까지의 성적.


정길수 –3

신윤호 0

최나연 +2

진선미 –5

김산 +8


점수를 보고, 실망했다. 누군가를 이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점수차가 심한 건 아닌가. KM 골프대회도 3개월이 남지 않았는데. 중 2의 끝. 시작이 남들보다 너무 늦은 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어 조급한 마음이 들었다.


전반이 끝나고, 옆방의 3명이 우르르 우리 방으로 왔다.


윤호는 나를 보자마자 등을 툭툭 쳤다.

“김산 생각보다 잘 하는데”


나연도 맞장구치며,

“운동신경이 있어서 그런가 골프도 생각보다 빨리 배우네”


칭찬이라곤 1도 하지 않을 것 같은 길수도 받아쳤다.

“의외의 성적이야, 김산”


나는 어리둥절했다. 이게 잘하는 거라고. 필드도 아니고 스크린 골프에서 성적이 이런데. 난 반문했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점수가 이런데”


길수는 어이없어 했다.

“야, 지금 네가 골프 배운지 얼마나 됐다고”

“만약 네 점수가 우리랑 비슷하면 우리가 뭐가 되냐?”

“우리가 골프를 배운지 얼마나 됐는데”


“아무리 초심자의 운이 있다고 해도”

“지금 네 점수는 말이 안 되는 거야”


“퍼팅은 거의 뭐...”

“인정하긴 싫지만 정말 잘해”


선미도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리 스크린골프라고 하더라도 잘한 점수야”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지 마”


내 욕심이 과했던 건가? 운동신경이 나쁘지 않아서 골프실력이 금방 오를 거라고 생각한 것은 오히려 오만이었을 수도 있겠다. 친구들의 격려가 힘이 됐다.


후반전을 준비하려는 듯, 길수는 양쪽 어깨를 풀며 선미를 보았다.

“선미야, 후반전은 만만치 않을 거야”

“내가 스타일을 쪼옴 체인지 했거든”


아오, 저 또라이. 영어를 섞어서 쓰는 저 느끼한 말투는 뭐야.


“범스 앤 가우지(Bombs and Gauge) 스타일이라고”


선미는 길수의 행동과 말투가 가소롭다는 듯이, 받아쳤다.


“할 수 있으면 해 봐”

“내 정확도는 못 따라올 걸”


나는 둘 사이의 대화를 못 따라갔다.

“범스 앤 가우지?”


역시나 거드름을 피우며, 길수가 설명했다. 그 표정은 오만함 그 자체였다.

“요즘 PGA 트렌드 중 하나인데”

“드라이버로 최대한 멀리 치고 퍼팅의 정교함으로 넣는다”

“뭐 이런 거지”


“페어웨이를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비거리에 중점을 두어서”

“더 멀리 보내고 그 다음에는 가능하면 숏어프로치나 퍼팅으로 홀경기를 마무리 지으려고 하는 거야”


길수는 선미를 힐끗 보며 말했다.

“선미는 아마도 ‘범스 앤 가우지’는 불가능하지 않을까?”


선미가 발끈했다.

“나도 거리는 좀 나거든”

“내가 비거리가 다가 아니라는 걸 보여주지”


재밌네. 골퍼들마다 자기 스타일이 있구나.


윤호가 상황을 정리했다. 다들 자기 방으로 가서 후반전을 진행하자고. 선미는 뭔가 분한 듯 했고, 길수는 여전히 싱글벙글했다.


9번째 홀은, Par 5로 첫 번째 페어웨이 왼쪽으로 호수가 위치해 있고, 두 번째 페어웨이는 그 호수 윗편에 자리하고 있었다. 두 번째 페어웨이가 끝나는 지점에는 작은 연못이 위치해 있었는데, 그린은 호수 너머로 있었다.


상당히 까다로운 홀이었다. 핸디캡 1번 홀. 핸디캡은 그 홀의 어려운 정도를 나타내는 데 1-18의 순서로 어려워진다고 선미는 알려주었다.


왼쪽은 모두 OB라인. 호수, 연못, 오른쪽 라인은 모두 페널티 에어리어였다.


고비인 걸.


그런 고민은 선미를 보고 무색해졌다. 저런 모습이 프로골퍼 준비생의 모습인가. 홀을 보자마자, 나는 걱정이 앞섰는데 그녀는 초연했다. 오히려 여러 가지 생각을 하는 듯 싶더니, 곧 표정을 바꾸고 자세를 잡았다.


주변상황에 영향을 거의 받지 않았다. 길수와의 투닥거림도, 없었던 일처럼 생각하는 듯 했다.


그녀는 페널티 에어리어 선상으로 방향을 조준했다. 호수 오른쪽, 페어웨이는 공간이 생각보다 넓지 않았다. 선미가 친 전반 9홀 드라이버 샷은 모두 공이 왼쪽으로 휘어지는 드로우 샷 (Draw shot)이었다. 골퍼는 자신을 잘 알아야 한다고 했는데, 선미는 자신의 스윙과 구질을 모두 잘 알고 있는 듯 했다.


백스윙, 멈칫, 다운스윙.


파앙-.


여전히 스윙이 아름다웠다. 헤드페이스가 올라가는 것부터 샷이 맞는 순간까지 하나의 곡선을 그리며 나아갔다.


공이 오른쪽으로 출발하다가 왼쪽으로 휘어지기 시작했다. 공은 페널티 에어리어 선상과 같이 날아가다가 떨어지는 지점에서 페어웨이 쪽으로 들어왔다. 오른쪽 언덕 러프를 떨어져 맞고, 페어웨이 안쪽으로 들어왔다.


완벽한 공략이었다. 거리는 206m 였다. 선미는 내심 만족하는 눈치였다.


옆방에서 소리가 났다. 길수였다.

팡-.


“예쓰!”


날아가는 궤적이 보였다. 본인이 말한 ‘범스 앤 가우지’ 전략대로 호수를 넘겼다. 거리는 235m. 간신히 호수를 넘겼고, 두 번째 페어웨이에 도달하기 전 러프에 떨어졌다.


“봤지, 봤지”


옆 방에서 소리가 들렸다. 길수 녀석, 비거리가 많이 나왔다고 설레발치고 있구나. 녀석 답다.


선미는 별거 아니라는 듯이, 양손을 들어 어깨를 들썩이는 제스쳐를 취했다. 나는 그녀와 하이파이브를 했다.


“나이스 샷”


나는 선미와 다르게, 페어웨이 방향을 바라보고 섰다. 아직 드라이버 구질이 일정하지 않았다. 주로 오른쪽으로 향하는 경우가 많았고, 어떤 경우에는 왼쪽으로 빠졌다. 힘을 빼고 치는 것은 이제 좀 익숙했지만, 정타가 잘 맞지 않았다.


“지금은 비거리 생각 보다는 정확도에 더 집중해봐”

“비거리는 정타에 잘 맞기 시작하면서 생각해도 돼”


“응”


나는 짧게 대답했다.


연습스윙을 두 번 하고, 자세를 다시 잡았다. 느낌이 나쁘지 않았다. 축구할 때의 습관 때문인지, 내 몸의 중심이 움직이는 것과 균형을 잡는 것에 익숙했다. 그리고 그 몸의 움직임을 잘 느끼고 있었다. 80%정도의 느낌으로 스윙을 해보자.


백스윙, 멈칫, 다운 스윙.


파앙-.


공이 주욱 뻗어나갔다. 공은 가운데 스트레이트 방향으로 가다가 오른쪽 살짝 휘어지는 페이드 샷(Fade shot) 구질이었다.


페어웨이 한 가운데로 떨어지고, 공은 더 굴렀다. 비거리 178m.


나쁘지 않은 성과였다.


“오, 이쁜 페이드”


선미는 손뼉 짝, 치며 미소 지었다.


윤호와 나연도 페어웨이로 떨어지는 샷을 하고, 선미도 바로 다음 샷을 했다. 호수 앞 페어웨이 지점까지 보냈다.


시끄러운 걸 보니, 길수가 샷을 준비하고 있구나. “뱀!(BAAM!)”하는 소리가 들렸다. 아놔-. 저건 입으로 내는 소리. 길수 아주 신났구나.


공이 날아가는 궤적이 보였다. 분명 2온을 노리는 샷이었다. 날아가는 궤적이 생각보다 길었다. 그린 앞 호수.


넘을까, 라고 하는 찰나에 호수 끝으로 공이 빠졌다.


“패널티 에어리어”


하하하, 내 저럴 줄 알았다. 설레발 칠 때부터 징조가 심상치 않았지.


으아아아악 -


풉, 하고 선미가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하. 나도 따라 웃었다. 우리는 옆방으로 가서.


내가 뱀(BAAM)하면, 선미가 범스(BOMBS)하고 놀렸다. 길수는 아, 라고 하며 고개를 푹 숙이고 아무 말도 못했다. 윤호와 나연도 쿡쿡쿡, 웃고 있었다.


선미는 3온으로 그린에 공을 올리고, 2퍼트를 해서 파(0)로 마무리 했다. 나도 다음 페어웨이 보냈으나 그 다음 그린에 올리는 게 쉽지 않았다. 그린 앞 호수가 심리적으로 부담이 됐고, 결국 그린 오른쪽으로 떨어뜨려 4온으로 그린에 올리고, 2퍼트로 마무리했다. 보기(+1)


골프가 이런 거구나. 이 친구들과 이런 케미스트리로 대화를 나누면서, 나에게 집중하는 모든 과정이 즐거웠다.


플레이는 마지막으로 치닫고 있었다. 17홀까지의 결과.


정길수 –5

신윤호 -2

최나연 +3

진선미 –8

김산 +12


10홀 이후 그래도 나름 선전했다. 파(0)도 여러 번 하고.


이제 제18홀, 마지막 홀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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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제23화: 불필요한 긴장감 24.09.11 55 3 12쪽
22 제22화: 그 놈의 등장 24.09.10 55 3 12쪽
» 제21화: 스크린골프 (2) 24.09.09 71 3 12쪽
20 제20화: 스크린골프 (1) 24.09.06 74 3 12쪽
19 제19화: 들통 24.09.05 76 2 11쪽
18 제18화: 첫 주말 24.09.04 74 3 12쪽
17 제17화: 다툼, 그리고 마무리 24.09.03 91 4 12쪽
16 제16화: 혼란스러운 감정 24.09.02 93 3 12쪽
15 제15화: 마음의 봄날 24.08.30 104 3 11쪽
14 제14화: 골프의 시작 (2) 24.08.29 106 3 12쪽
13 제13화: 골프의 시작 (1) 24.08.28 103 3 12쪽
12 제12화: 뜻밖의 발견 24.08.27 108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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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제8화: 사건의 마무리 24.08.21 122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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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제6화: 미필적 고의(1) 24.08.19 128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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