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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니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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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2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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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9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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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화: 골프의 시작 (2)

DUMMY

으헉-.


놀라자빠지는 줄 알았네. 마강도 원장님은 덩그러니 내 뒤에 서 있었다. 한 밤중에 도깨비인 줄. 손전등으로 얼굴 비추지 않은 것만 해도 어디야. 만약 그랬다면, 진짜 자지러 쓰러졌을지도.


“김산! 드디어 끝냈구나”

“야, 나도 집에 좀 가자”


하암-.


“넌 졸리지도 않냐?”


마지막 공을 집어넣은 나를 본, 원장님은 무심하게 뒤로 돌아섰다. 두 번 손짓으로 ‘따라와,’라고 표시했다.


“너무 늦어서 내가 차로 데려다 줄게”

“어머니께 산이가 늦을 꺼라고 말씀 드렸어”


아, 맞다. 어머니를 생각 못했지. 퍼팅하는 것만 신경 쓰느라 시간이 가는 줄 몰랐다. 시간은 벌써 밤 11시를 표시하고 있었다.


“내가 몇 번이나 그린 주변을 왔다 갔다 했는줄 아냐?”

“세상모르게 퍼팅 연습을 하고 있더라고”


“전 그런 줄도 모르고 퍼팅만 하고 있었네요”


마강도 원장님 차는 덩치가 큰 SUV 차량이었다. 오프로드 길을 달려서 덜컹 덜컹거리다 이내 도로로 진입해, 차량 실내는 조용해졌다.


"원장님 왜 퍼팅을 제일 먼저 배워요?"

“골프코스가 난이도와 길이에 따라서 18홀, Par 72로 되어 있는 건 알고 있지?”


“네, 그럼요”

“저도 나름 공부하고 있는 걸요”


“보통 Par4가 10개, Par3가 4개, Par5가 4개 정도로 골프 코스 18홀이 구성되지”


“그럼 총 18홀에서 퍼팅을 하는 건 전체 샷의 몇% 정도 될까?”


“치는 사람에 따라서 달라지지 않을까요?”


“그렇지”

“그럼 대략 70대 초반을 치는 골퍼라고 한다면?”


“한 30% 정도가 되지 않을까요?”

“이 녀석아, 대충 찍지 말고”

“좀 졸려서요...”


사실 거기까지 머리가 돌아가지 않아서, 피곤하다는 핑계를 대었다. 원장님도 내가 피곤한지 알고 있는지, 귀찮다는 듯 설명해주셨다.


“대략 30~32개 정도를 친다고 생각하면 돼”

“전체 샷의 40~45% 정도가 되겠지...”

"스코어를 줄이려면 제일 많이 연습해야 하는데... 제일 연습하지 않는 것이 퍼팅이야"


"퍼팅이, 한 홀을 마무리 짓는 순간이고"

"고도의 집중력이 제일 필요한 순간이기도 하고"

"승리를 거머쥐는 순간이기도 하지"


설명이 이어졌지만, 나는 어느새 잠이 들어 버렸다. 마강도 원장님의 말도 점점 희미하게 들렸다. 퍼팅이 중요하다는 것은 충분히 알겠다. 그리고는, 마지막 말 정도만 기억했을까.


“요 녀석”

“많은 연습생들에게 똑같은 미션을 줬었지만 그걸 다 해낸 건 네가 처음이다”


***

다음 날.

학교가 끝나고 선미는 내게 어딜 그리 가냐며, 물었지만 그냥 갈 곳이 있다고 둘러댔다. 대회가 3개월밖에 남지 않았다는 것이 나를 초조하게 만들었다. 선미에게도, 골프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수 있을 때 말해야겠다고 결심했다.


KM아카데미 어프로치/퍼팅 그린 구장에 도착했다. 마강도 원장님은 어제 친 퍼터 앞 테이프를 떼어서 내게 보여주었다. 공이 중구난방 찍힌 흔적들이 남아 있고, 가운데 큰 원형의 모양으로 까맣게 옅게 찍혀 있었다. 테이프의 용도가 이런 것이었구나.


“산아, 어제 네가 친 흔적들이야”

"여기 원은 좀 더 작은 원이 되어야만 해"

"같은 곳을 때린다는 얘기겠지?"


원장님은 열쇠 하나를 꺼내서 뾰쪽한 부분으로 퍼터 앞, 여러 부분을 톡톡 쳤다. 진동음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곳을 가리키며, 그 지점을 나에게 보여 주었다. “이곳이 스윗 스팟(Sweet Spot)이야,” “바로 네가 쳐야할 부분이지”이라고 근엄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리곤 어제 붙였던 임팩트 테잎을 맞춰서 다시 붙여주었다. 퍼터로 공을 맞혀야 할 곳은 분명히 말해주면서.


“어제 스스로 배운 건 뭐였지?”


“생각보다 공이 똑바로 가질 않더라구요”


퍼팅하면서 고민하고 생각했던 것들을 말하였다. 그린 굴곡에 따라서 공이 왼쪽 오른쪽으로 휘는 것, 스피드에 따라서도 공이 휘는 정도가 다른 것, 공이 홀로 가는 길을 예측하기가 힘들다는 것등을 말했다. 원장님은 그 모든 고민들이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듣고 있었다.


“네가 말한 기술적인 것도 중요하지만, 골프에는 더 중요한 게 있어”

“그게 뭔데요?”


“네, 마음! 항상 긍정적인 태도와 자신감을 잃지 않아야 해”

“골프는 마음으로 지면, 이길 수 없는 스포츠이거든”


“어제 퍼팅을 하면서 어떤 순간이 제일 좋았어?”

“손에 좋은 감각이 있을 때와 공이 홀 안에 들어갈 때요”


“홀에 넣는, 그리고 그 감각을 항상 기억해야해”


“만약 퍼팅을 놓치고 실수를 한다면”

“방금 친 샷을 다시 생각해 봐야죠”

“더 실수 하지 않도록 말이예요”


검지손가락 들어 흔들며, ‘놉(Nope)’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더 이상 친 샷은 생각하지 말고, 다음 샷에 준비되어야만해”

“네가 쳤던 감각과 느낌, 그리고 홀에 넣는 것에만 모든 신경을 집중해야지”


“그게 바로 샷을 대하는 긍정적인 반응이야”

“자신감은 네가 잘 친 샷들이, 지금 공을 넣을 수 있다는 믿음이 되는 거고”


원장님은 퍼팅할 때 중요한 몇 가지 내용을 알려주었다. 한 30분 동안 그린을 같이 보기도하고, 자세를 잡아주기도 하면서 설명하였다. 중요한 것은, 그린에서 공이 가는 길을 상상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자신이 상상한 것을 믿고 그동안 쳤던 좋은 감각과 느낌으로 스트로크 해야 한다고. 설명이 끝나고 시계를 보았다.


"오늘은 정길수, 신윤호 하고 같이 퍼팅 연습을 할 거야."

"여기에 각 홀 총 6개의 홀컵이 있으니까 미니 게임하는 것도 좋고"

"적당한 경쟁은, 실제 대회에서 느끼는 압박감도 만들어주니까"

"충분한 도움이 될 거라 믿는다"


“저기 오는 구나”

“길수, 윤호 너희들은 오늘 산이하고 같이 퍼팅 연습하도록 해”

“모르는 게 있으면 너희들이 알려주도록 하고”


두 사람은 말없이 원장님께 꾸벅 인사하였다. 원장님이 떠나고 우리 셋이 남았다.


“어이, 낙하산”


다짜고짜 정길수라는 친구가 시비조로 말을 걸었다. 신윤호라는 친구 역시 달가워 하지 않는 눈치였지만 별말을 하지는 않았다. 계속 나를 건드는 건, 정길수 였다.


“넌 우리가 여길 들어오기 위해서 얼마나 애썼는지 아냐?”

“그런데 넌!”

“뭐라고 원장님 빽만 믿고 그냥 들어오냐?”


정길수라는 친구의 적대감이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기분은 좋질 않았다. 좀 억울한 감정이었다. 단지 골프를 시작하는 방법을 찾았을 뿐인데, '낙하산'이 되어 있었다.


“그렇게 화풀이 하면 기분이 나아져?”

“나도 낙하산이 되고 싶어서 이곳에 온 건 아니라고”

“골프를 시작하는 방법을 찾다가 여기까지 오게 됐는데”


“하, 낙하산이라 건 인정하나 보지?”


“넌 도대체 뭣 때문에 낙하산이 된 거냐?”

“너희 집 돈 많아?”

“그걸로 원장님한테 돈 찔러줬냐?”


“뭐라고, 이 자식이!”


"할 말 없으니, 성질 부리는 거냐?"


나와 그녀석 사이 말다툼이 심해졌다. 신윤호는 마음이 불안한지 안절부절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길수와 나 사이를 말리려 하는 것 같았지만 손을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르고 허둥거리고만 있었다.


“대회 때 실력을 보여주면 될 꺼 아니야!”

“실력이 안 되니까 이렇게 시비 거는 거 아니야?”


오기가 발동했다. 운동하는 사람의 특유의 자존심. 나도 지기 싫다고. 골프에 있어선, 아직 내 마음대로 안 되는 것이 많지만 그래도 지는 게 당연한 건 아니었다.


“오호, 자신감이 아주 넘치는 데”

“그래 그럼 오늘 얼마나 잘 하나 보자”

“퍼팅도 내가 잘하는 것 중에 하나거든”


말로 던지긴 던졌는데, 잘 한 건진 모르겠다. 에라-. 될 때로 되라지. 길수는 "걸렸다,"라는 표정으로 순간 반색하며 손가락을 뜅겼다.


“그럼 이렇게 하자”

“진 사람이 여기 있는 도구와 공들 모두 정리하는 걸로”

“못해도 1시간 정도는 걸릴걸”


지지 않겠다고 생각하고, 호응했다.

“그래 좋아”


길수는 윤호를 봤다. ‘너는 오늘 심판봐’라고 말했고, 윤호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장난감을 가지고 놀 때처럼 뭔가 신나했다.


“홀마다 볼마커(Ball maker)를 3m, 6m. 9m, 12m 지점 표시하고 모두 넣는 걸로”

“그럼 그 홀은 먼저 넣는 사람이 이긴 걸로”

“총 6개 홀을 진행하는 걸로 하자.”

“퍼터는 번갈아가면서 한 번씩 치는 거야.”


“이렇게 하는데 문제 있어?”


괜히 도발을 한 건 아닐까, 싶었지만. 어제의 느낌으로는 오늘 퍼팅이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아니, 좋아”


신윤호가 먼저 첫 번째 홀로 이동하고, 이전에도 이런 게임을 여러 번 했었는지 볼마커를 능숙하게 3m, 6m, 9m, 12m자리에 임의로 하나씩 놓았다.


“네가 먼저 할래? 내가 먼저 할까?”

“내가 먼저 할게”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아 눈으로 홀을 바라보았다. 경사가 거의 없어 보였다. 3m. 짧은 거리 퍼팅의 경우는, 방향이 중요하다고 했었다. 왼쪽으로 살짝 기울어진 건가? 오른쪽 끝을 보고 퍼팅해야 겠다.


자세를 잡았다. 눈, 어깨, 클럽페이스가 목표지점으로 잘 정렬되어 있는지 확인했다. 몸을 흔들지 않고, 시계추처럼 투욱, 퍼터를 내렸다.


투웅. 도르륵. 홀 방향으로 공이 흘러가다 홀컵을 훑고 나왔다.


에잇!


길수는 한쪽 눈으로 깔아보며 거만하게 나를 바라 봤다. 3m 볼마커 자리로 옮겼다.


“하하 김산, 말뿐이네”

“3m 펏도 넣지 못하고”


모든 동작들이 나보다 빨랐다. 공과 홀을 일직선으로 보고, 가상의 퍼트 연습 스윙인 프리펏(Free Putt)을 3번 정도하고 바로 자세를 취하고 퍼팅을 했다.


투웅-. 도로록-. 토옹-.


홀 속으로 공이 들어가는 경쾌한 소리가 들렸다. 아-. 들어갔구나.


“자, 김산 넌 3m. 난 6m”


다시 자세를 잡고, 이번에는 바로 홀을 바로 보고 쳤다.


투웅, 토옹-.


들어갔다. 예스!


정길수는 6m 펏을 준비했다. 볼마커에서부터 홀까지 걸었다. 그리고 홀컵 60cm 지점과 중간 지점에서, 잠시 서서 경사도를 파악하는 것 같았다. 역시나 빠른 속도로 프리펏을 연습하고 자세를 잡고 퍼터로 공을 쳤다. 공이 휘는 지점인 브레이크 (Break)가 오른쪽에 있어서 홀에서 좀 더 오른쪽으로 조준해서 겨냥했다.


투웅-. 도르륵. 공이 홀컵을 향해 갔다.


토옹-.


또 들어갔다. 젠장-. 말 뿐만은 아니었구나.


“하-, 봤지. 김산”


도발하는 건 정말 수준급이구나. 얄미워지기 시작했다. 아드레날린도 좀 상승하는 것 같았다.


자세를 잡고, 토옹-. 나 역시 오른쪽을 겨냥해서 퍼팅을 했다.

도르륵-. 길수의 퍼팅을 참고했음에도 공은 홀컵을 살짝 비껴서 지나갔다.


힘이 더 들어간 듯 했다. 평정심을 잃은 건가? 후우-.


“난 9m, 넌 6m”


몇 번의 퍼팅을 더 주고받으면서, 완전히 패배했다. 길수가 12m의 펏을 마무리 할 동안, 난 6m에 머물러 있었다. 길수에게 완전히 말렸다. 실력에서도, 마음에서도.


두 번째 홀.

이번엔 ‘자신이 먼저’라며 정길수는 자세를 잡고 퍼팅을 했다. 공과 홀컵 보는 것, 프리펏을 하고 퍼팅을 하는 동작이 상당히 빨랐다.


원장님이 우리 몸의 단기 기억은 8초 정도여서 프리펏을 하고 퍼팅을 하는 모든 동작이 그 시간 안에 이루어져야 한다는 말이 생각났다. 하지만,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길수처럼 모든 동작들이 자동으로 일어나지 않았고, 생각이 많았다.


두 번째 홀 역시, 졌다. 이번에는 길수가 12m 퍼팅을 마무리하는 동안, 난 9m퍼팅을 준비하고 있었다.


세 번째 홀.

이번 홀은 지면 이기기는커녕, 잘 해야 무승부였다.


이대로 질 수는 없지. 길게 호흡을 했다.

3m 퍼팅 자리에서 자세를 잡았다.


작가의말

늦어서 죄송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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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제21화: 스크린골프 (2) 24.09.09 71 3 12쪽
20 제20화: 스크린골프 (1) 24.09.06 75 3 12쪽
19 제19화: 들통 24.09.05 77 2 11쪽
18 제18화: 첫 주말 24.09.04 74 3 12쪽
17 제17화: 다툼, 그리고 마무리 24.09.03 91 4 12쪽
16 제16화: 혼란스러운 감정 24.09.02 94 3 12쪽
15 제15화: 마음의 봄날 24.08.30 105 3 11쪽
» 제14화: 골프의 시작 (2) 24.08.29 107 3 12쪽
13 제13화: 골프의 시작 (1) 24.08.28 104 3 12쪽
12 제12화: 뜻밖의 발견 24.08.27 109 3 12쪽
11 제11화: 고민의 시간 (2) +1 24.08.26 108 3 11쪽
10 제10화: 고민의 시간 (1) 24.08.23 112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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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제8화: 사건의 마무리 24.08.21 123 2 12쪽
7 제7화: 미필적 고의(2) 24.08.20 127 3 12쪽
6 제6화: 미필적 고의(1) 24.08.19 129 2 12쪽
5 제5화: 일어나지 않았으면 할 일 +2 24.08.16 136 2 12쪽
4 제4화: 알 수 없는 악의(惡意) 24.08.15 159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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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제2화: 또 다른 영역 24.08.13 193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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