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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니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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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2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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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8 2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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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골프의 시작 (1)

DUMMY

“3개월 후에 대회라구요?”


아무것도 할 줄 아는 게 없는데...

다른 또래의 친구들이 수근 거렸다. ‘쟤는 뭔데 벌써 KM골프대회에 나간다는 거야,’‘낙하산이야,’‘아카데미 들어오려고 얼마나 기다렸는데’등등의 말이 들렸다. 민망함에 얼굴이 붉어졌다. 졸지에 난 낙하산이 되어 있었다.


원장님 역시 그 말들을 못 들었을 리 없다.


“자, 잡담은 그만하고”

“KM 아카데미는 실력으로 말하는 거 알지?”

“아카데미 자체 대회에서 하위 10등은 여기에서 나가는 거야”

“총 50명이 출전하니까 40등까지만 아카데미에 남고, 다른 10명은 짐 싸서 나가는 거야”


“알았지?”


“청출어람, 일취월장, 각골난망 장학금도 있으니 모두 준비 열심히 하고”


“장학금 이름이 왜 그래요?”


장학금 이름이 촌스럽다고 생각하는 순간, 한 친구가 질문했다. 원장님 이름만큼이나 촌스러운 이름이네. 컨셉인가?


표정하나 변하지 않고 원장님은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엄격 근엄 진지, 엄근진 모드로.


“흠흠”

“청출어람은 1등, 각골난망은 40등, 일취월장은 가장 많이 성장한 사람에게 주는 장학금이 될 거야”


다른 한 학생이 물었다.

“뜻이 뭐예요?”


원장님은 반색하며 좋아했다. 마치 이 질문을 기다렸다는 듯이. 생긴 건 산적두목처럼 생겨서 아이 같은 면이 있었네.


“청출어람은 제자가 스승을 이길 만큼 실력이 나아졌다는 거고, 각골난망은 큰 은혜를 베풀어 주어서 감사하다는 거고, 일취월장은 실력이 전보다 몰라보게 나아졌다는 사자성어야”


또 다른 학생이 물었다.

“그럼 39등 하지 말고 40등해서 장학금 타면 되겠네요”


“아하”


이걸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일까? 39등 될 것 같으면, 40등 할 수도 있다는 것을.


“각골난망 장학금에는 벌칙이 하나 있어”

“나한테 ‘각골난망합니다’라고, 말하면서 3번 절해야 장학금을 줄 수 있다는 것”


웨에에에-, 아이들은 일제히 무척이나 수치스럽고 싫다는 듯이 소리를 질렀다.


와. 이건 미처 생각 못했다. 곰이 아니라 여우 같은 사람이었네. 아이들을 구슬리고 다룰 줄도 알고.


다시 걱정이 시작되었다. 3개월. 하아-. 어떻게 하지? 골프를 시작하기로 했는데, 문턱이 이리도 높다니.


할 이야기가 모두 끝난 듯, 마강도 원장님은 학생들의 주의를 집중 시켰다.

“그럼 모두 나가서 개인 연습하고, 김산은 잠깐 나랑 이야기하자”


마강도 원장님은 소파로 자리를 옮겨 나와 마주 앉아서 이야기를 나눴다. 낯설면서도 친숙한 느낌을 주는 사람이었다.


“이렇게 보니, 반갑네”

“네, 안녕하세요”


“아버지와 관계는 들었지?”

“네 미국에서 같이 골프를 쳤던 사이였다고 들었어요”


“응 대학 동기이기도 했지”

“한때는 미국 PGA에서 함께 성공하자고 다짐했던 사이이기도 했고”


“어제 어머니께 전화를 받고 대강 이야기를 들었어”

“축구를 더 이상 못하게 되었다고”


“네... 하지만 축구 대신으로만 골프를 생각한 건 아니예요”

“그래 알아”


“아빠와 추억이 담긴 건, 오직 축구라고만 생각했었거든요”

“친구 때문에 알게 된 스포츠이지만, 궁금해졌어요”

“골프라는 운동이, 그리고 아버지가 꿈을 꾸셨던 그림이”


“무준이가 너에게 좋은 아버지였구나”

“네”


“나에게도 좋은 친구이자 라이벌이었지”


좀 더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로, 무겁고 긴장되었던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험악하게 생긴 마강도 아저씨도 친근하게 보였다.


“근데 아까 말씀하신 KM아카데미 골프대회요”

“아, 그거...”

“저도 나가는 게 맞는 거죠?”


“응 당연하지”

“분발해야 할 거야”

“우리 아카데미 한 해 대기인원만 수백 명인 거 알고 있어?”

“그렇게나 많이요?”


“그런 너를 신입생이라 받아줬으니”

“아무리 네가 무준이 아들이라고 해도 실력을 보여주지 않으면 받아줄 수가 없어”

“벌써 수군거리는 애들 모습 보이지?”

“다들 재능이 있는 녀석들이고 진지하고 골프를 생각하는 애들이야”


“네, 알겠어요”

“하지만 알려주세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눈을 똑바로 뜨고 마강도 원장님께 또랑또랑하게 말했다. 내 진심이 전해질 수 있도록. 마강도 아저씨는 나에게서 아버지의 모습을 찾았는지, 애처롭게 생각하는 건지 대견하게 생각하는 건지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


“그래, 준비가 된 것 같구나”


***


다른 또래 친구들과는 달리, 나는 건물에서 조금 떨어진 퍼팅, 어프로치 구장에 왔다. 마강도 원장님은 아직 나는 다른 또래 골퍼들처럼 긴 채를 칠 준비는 안 되었다고 하면서.


앞에는 꽤 넓은 잔디 공간이 펼쳐져 있었다. 잔디를 짧게 깍은 초록빛이 도는 곳을 그린이라고 했다. 그 곳에는, 공이 들어가는 홀이 여러 곳 위치해 있었다. 몇몇 사람이 공을 치는 연습을 하고 있었지만, 타석보다는 한산했다.


‘퍼터’라는 채와 골프공을 주며, 이 채를 가지고 공을 홀에 넣으라고 했다. 퍼터는 앞모양이 말발굽 모양으로 되어 있었다. 뭔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원장님은 이러한 모양의 퍼터가 말렛형 퍼터라고 하였다. 이것과 다르게 일자형 모양으로 된 것은 블레이드 퍼터라고.


원장님은 어프로치/퍼터 구장을 소개하고 나서는, 내 퍼터 앞에 “퍼팅 임팩트 테입(Putting impact Tape)”이라고 불리는 것을 붙여주었다. 퍼터 테입에는 가운데 작은 원이 있고 파장이 퍼져 나가는 그림이 표시되어 있고, 가운데부터 1,2,3,4,5 숫자가 매겨져 있었다.


“자, 이제 준비가 된 것 같으니”

“오늘은 여기에서 퍼터를 쳐서 홀에 공 넣는 연습을 해보자”


“오늘은 미션은, 홀에 공을 100번 넣는 걸로.”

“김산 발자국 거리로 3걸음 거리에서 50번, 10걸음 30번, 20걸음 20번 넣는 걸로 하자”


의아해했다. 왜 이게 중요한 거지? 선미와 했던 것처럼 멀리 보낼 수 있는 게 중요한 건 아닐까? 이래서 50명 중에 40등은 할 수 있을까? 골프는 결국, 하지도 못하고 쫓겨나는 건 아닐까? 생각이 많아지자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왜 넌 이 원장이 못 미덥냐?”

“아니요, 그건 아닌데 이걸로 다른 아이들을 쫓아갈 수 있을까, 해서요”

“네가 시간이 없기 때문에 이걸 하는 거야”

“오늘은 공을 넣으면서 그린과 친해 보라고”


“아, 그리고. 절대 공을 막 치면 안 된다. 안 들어가도 되지만, 한 타 한 타 반드시 집중해서 칠 것!”

“알았지?”


“네, 최선을 다 할께요”


이미 공을 치고 있는 다른 사람들을 보았다. 놀라운 건, 같은 모습으로 치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퍼터도 짧은 퍼터, 긴 퍼터 제각각이었다. 자세히 보니 제각각의 모습 안에 각자의 일관성이 있었다. 똑같은 방법으로 쳤고, 자신만의 방법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나는 비어 있는 홀로 가서 세 발자국 발걸음을 옮겼다. 1.8~2m 정도 되어 보였다. 왼쪽으로 기울어 보이는 곳에 홀이 위치해 있었다. 퍼터로 공을 치기 시작했다.


퍼억, 툭, 투욱, 쿠욱-.


소리가 모두 제각각이었다. 공이 도르륵 가다가 여러 번 홀을 벗어났다. 그리 멀지 않은 거리인데. 왼쪽으로 기울어져 왼쪽으로 공이 휘는 구나. 이 정도 휘어지니까 나는 좀 더 오른쪽을 보고, 공을 치기 시작했다.


도르륵. 공이 이번엔 덜 가서 왼쪽으로 휘었다.

도로로록. 공이 이번에 지나쳐가며 왼쪽으로 휘었다.


아, 진짜. 조금 화가 났다. 좀 더 세게 툭.

이번에 휘어짐이 적게 휘잉, 하고 지나갔다.


세게 치니까 덜 휘어져서 가는 구나.


더 집중했다.


투웅-. 손의 느낌이 좋았다. 공이 직선으로 주욱 가다가 휘어지기 시작하면서 홀 방향으로 갔다. 도록, 통-. 홀 안으로 공이 들어갔다. 이야아!!! 들어갔다.


통-. 경쾌한 소리가 좋았다.


몇 번 만에 들어간 거야. 지금 이 느낌대로 다시 치자.

몇 번 공이 홀로 더 들어갔지만, 생각만큼 되지 않았다.


48, 49, 50.


예스! 드디어 50개.


이번엔 홀로부터 다른 방향으로 10걸음 걸었다. 6m 정도 되려나. 날이 어둑어둑해지기 시작했지만, 공이 아직 까지 잘 보였다. 요령이 조금 생겼다고 해야할까? 몸을 고정할 수 있는 부분들을 최대한 고정하고, 공을 밀어서 쳤다.


공이 들어갔을 때, 좋은 느낌들을 기억했다. 숲속에서 풀벌레, 귀뚜라미 우는 소리도 들렸다. 그린 위에 다른 사람들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였다.


투욱, 투웅.


세 발자국 보다 공을 넣는 것이 더 힘들었다. 공은 오른쪽으로 가다가 다시 왼쪽으로 휘었다. 몇 번을 퍼팅하고 나니 감이 생겼다. 그리고 그린의 지형이 머리 속에 그려졌다. 이 정도의 느낌이었나.


투웅. 도로록. 통!


예스! 들어갔다. 괜히 기분이 좋았다. 반복적으로 퍼팅을 했다. 안 들어가는 공이 더 많았지만, 점점 더 공이 잘 들어가기 시작했다.


통! 토옹! 통!


공이 떨어지는 소리가 좋았다. 78, 79, 80. 예스, 휴-.


사방을 둘러보니 주변은 더욱 어두워졌고, 멀리서 비추는 전등만으로 사물을 간신히 구별할 수 있었다. 경기도에서도 외진 곳이라 인근에서 불빛을 찾기도 힘들었다. 스산한 느낌도 들었다. 건물을 바라보니, 사무실 하나에만 불이 켜져 있었다. 마강도 원장님 방이겠지. 나 때문에 들어가지도 못하시는 구나.


그래도 포기할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홀로부터 20걸음을 걸었다. 이제는 12~13m 정도가 되려나. 홀을 바라보니 거의 홀의 흐릿한 윤곽만 보이고, 정확한 위치는 보이지 않았다. 홀에서부터 다시 걸었다. 그리고 공이 지나갈 길을 상상했다. 이리로 지나려나.


공을 놓고, 투웅 쳤다. 역시나 멀어도 너무 멀었다. 들어갈 리가 없지. 혹시나 공 놓는 위치를 잃어버릴까, 해서 핀을 꽂아 표시를 하였다.


몇 번을 다시 반복했다. 마지막 공이 놓여 진 위치를 보고, 공이 어떻게 지나갔을 지를 상상했다. 홀에서 너무 멀리 가지 않게 하자. 그리고 짧지도 않게.


토옹-. 오랜 시간이 지나 공이 들어갔다. 너무 기뻤다. 앞으로 19개.


집중력이 흐트러지고 있었지만, 난 나와의 싸움을 시작했다. 축구할 때도 체력이 떨어질 때면, 마음을 다 잡던 나였잖아. 탁탁! 무릎이며 등이며, 온 몸이 저려오기 시작했다. 너무 오래 같은 동작을 반복했었나 보다.


여러 번의 시도 끝에, 토옹-. 툭. 토옹-. 홀 끝을 건드는 소리, 홀로 들어가는 소리. 여러 가지의 느낌을 감각으로 자각하고 있었다.


어느 순간 눈을 감았다. 그리고 다시 쳤다. 전보다 공을 치는 느낌이 더욱 선명해졌다. 처음에는 풀벌레 소리, 윙윙 벌레가 날아다니는 소리, 멀리 들리는 자동차 경적 소리 등 많은 것들이 나의 감각을 방해했었지만, 어느 순간 모든 소리들이 멀어지고 오로지 ‘공’과 ‘홀’의 위치만 보이는 것 같았다.


투웅-. 99개.


마지막 눈을 감고 투웅-. 100개. 예!!!! 드디어 해냈다.


드디어 끝났다. 등을 뒤로 젖혀 쭉 폈다. 나 홀로 그린 위에 서 있었는데, 갑자기 어두운 그림자가 나를 향해 덮쳤다.

putt_tape.png


작가의말

오늘도 즐겁게 봐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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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제18화: 첫 주말 24.09.04 74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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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제14화: 골프의 시작 (2) 24.08.29 106 3 12쪽
» 제13화: 골프의 시작 (1) 24.08.28 104 3 12쪽
12 제12화: 뜻밖의 발견 24.08.27 108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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