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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니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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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2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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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3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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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화: 다툼, 그리고 마무리

DUMMY

화가 난 마강도 원장님을 본 건 처음이었다. 우락부락하고 덩치가 있어서였는지, 무서운 도깨비 같았다. 어둠 속에서 본 건 우연이 아니었구나.


“모두 다 따라와”


나, 정길수, 신윤호 모두는 원장님의 사무실로 갔다. 원장님은 우리 모두, 긴 소파 자리에 일렬로 앉으라 했다. 맞은 편 소파 자리에는, 원장님이 자리를 잡았다.


“무슨 일로 이렇게 소란을 피워”


우리는 모두 다들 눈치만 보고 있었다.

“다들 똑바로 얘기 안 해?”


내가 얘기 하려는 찰나, 원장님은 윤호가 제 3자이니 어떤 상황이었는지 ‘있는 그대로’ 설명해 보라고 하였다. 과장을 하거나 있었던 내용을 빼지 말고.


윤호는 긴장해서 말을 못하는 듯하다가, 있었던 일을 처음부터 차근차근 말했다. 퍼팅/그린 연습장 가까이에서 시비가 붙었던 일까지. 원장님은 나와 길수에게도, 지금 설명한 내용이랑 맞는 지를 모두 확인했다.


둘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길수, 말해봐”

“너 왜 그런 거야?”


“... ...”

“사실 김산이 낙하산 맞잖아요”

“갑자기 어디에서 나타나서는”


마강도 원장님은 잠시 동안 고심하는 눈치였다.

“그렇지, 사실 산이가 낙하산인 건 맞아”

“하지만 산이가 부탁한 게 아니라 내가 부탁 한 거지”


길수는 의아해했다. 왜?

“이건 말이 안 되잖아요?”

“많은 학생들이 여기 아카데미를 오고 싶어 하는 데”

“원장님이 불공평하게 다른 사람을 데리고 오다니요?”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사람이라면 또 모르겠어요”

“정말... 골프를 잘 하는 것도... 아니고...”


길수는 억울했다는 듯 마음에 있는 말들을 쏟아 부었고, 복잡한 심정 때문이었는지 마지막 말을 흐렸다. 원장님은 길수의 마음도 이해가 된다는 듯이, 조금은 누그러진 표정으로 보고 있었다.


“길수, 네가 보기엔 정말 산이가 골퍼로서는 자질이 없다고 생각하니”


“... ...”


길수는 말하지 못했다. 나도 길수의 심정이 이해가 되지 않는 건 아니었다.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상황은 나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실력이 뛰어난 건 아니잖아요”


억울함이 묻어 나오는 말투. 다행인 건, 길수도 내가 완전히 자질 없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는 거다.


뭔가 결심한 듯, 원장님은 말을 이어갔다.

“그래, 산이가 아직 실력이 부족한 건 사실이지”

“하지만 이제 막 골프를 시작했잖아"


“하지만 실력이 없는데 계속 KM아카데미에 있게 하는 건 아니야”

“그리고 그건 얘기했다시피 자체 골프대회 결과에서 결정이 날 꺼야”

“매해 하는 대회에서 10명은 여기에 있을 수 없다는 거”

“길수 너도 알고 있잖아”


원장님은 나와 길수를 보고, 잠시 뜸을 들였다.

“언젠가 산이에게 이야기 할 것이었지만, 여기에서 말하는 게 좋겠다”


“산이를 이곳에 데리고 온 것은, 내 욕심이야”

“산이 어머니께 부탁을 드렸지”


“KM아카데미의 KM은 김산의 아버지 성 K, 그리고 나의 성 M을 합친 거야”

“우리는 PGA를 도전했고, 결과적으로 둘 다 PGA 선수는 되지 못했지...”


“하지만 언젠가 그때 꾸었던 꿈으로 우리는 다음 세대를 길러보자고 다짐했었다”

“그래서 혹시 산이가 골프를 배우게 된다면 우리 아카데미로 보내달라고 했던거야”


고개 숙인 우리를 보고, 원장님은 주위를 환기시키 듯 불렀다.

“길수! 산!”

“그러니 조금 더 서로 두고 보는 건 어때?”


둘은 조그마한 목소리를 '네'하고 대답했다.


“경쟁은 좋지만 다툼은 안 돼”

“알았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무슨 말을 하겠는가. KM의 첫 글자가 아버지의 성이라는 것도 놀라운데, 그들의 꿈이 지금의 아카데미를 시작하게 했다니. 한편으론 기쁘고, 한편으로 적잖이 부담스러웠다.


“충분히 이해했으리라 생각하고 억지로 서로 사과하라고 하지 않겠어”

“그럼 산이 잠깐 남고 다들 나가라”


골프를 시작한 것은 우연이 아니었던 건가. 아버지의 의지가 이어진 것이었나. 여러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을 때쯤, 원장님이 실망한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산이 너에게 실망했다”

“길수의 비아냥이 잘못이라고 하더라도, 힘을 쓰는 것 밖에 방법이 없었니?”


“골퍼는 자기와의 싸움을 하는 선수다.”

“어떤 상황에서도 나 자신을 지키는 것이, 골프라는 스포츠를 하는 사람인 거야”

“그런데 넌 평정심도 유지하지 못했고, 너 자신과의 싸움에서도 졌다”


뭐라고 할 말이 없다. 솔직히 ‘내가 잘못했다’, 라고 꾸짖었으면 반박이라도 했을꺼다. 나만 잘못한 게 아니었다고. 하지만 ‘나 자신과의 싸움’에서 졌다니. 그 말에는 반박할 수가 없었다. 맞는 말이었으니까.


“죄송합니다...”


“예상치 못한 많은 상황에서도 자신의 스윙을 하는 것, 그게 진정한 골퍼의 모습이야”

"그럴려면 어떤 상황에서도 흥분하거나 자신의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면 안 돼"

“알겠니?”


더 이상 주눅 들어 있을 순 없었다. 잘못은 인정하자.

‘나 자신과의 싸움’은 이제 시작이었다.


“네, 알겠습니다”


대화를 마치고, 나는 사무실을 나와 복도를 걸어갔다. 타석에서 연습하는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했고, 멀리 길수와 윤호도 보이기 시작했다. 두 사람은 자율 연습을 하고 있었고, 다른 프로 코치 선생님이 간간이 지나다니며 지도해주고 있었다.


근처를 지나갈 때쯤, 길수와 윤호도 내가 오고 있는 것을 인식했다. 나는 길수에게 다가가 한 손 팔로 그의 팔뚝 있는 부분을 잡았다. 그는 몸을 살짝 뒤로 빼며 움찔했다.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미안해”


그는 예상치 못한 듯, 놀라했다.

“응... 으응...”

“나도 미안”


우리 두 사람은 살짝 미소 지었다. 이렇게 풀려버릴 일이라고.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아직은 강한 척을 하고 싶었는지, 조금은 어른스러운 목소리를 냈다.

“연습 잘 해라”

“간다”


길수는 뒤돌아가는 나에게, 크게 말했다.

“실력 빨리 쌓아서 여기로 와라”

“아직은 내가 너 이긴 거다”


하, 자식. 그래 기다려라. 내가 따라잡아줄게. 나도 모르게 입가 끝이 올라가, 흐뭇하게 웃고 있었다.


***

한 주 내내 퍼팅 연습을 했다. 매샷마다 더 집중하는 연습을 했다.


하루하루 시간이 흘러갔다. 원장님은 더 이상 나타나지 않았고, 중간 중간 다른 프로 코치님이 내 퍼팅 연습을 한 번씩 봐주었다.


KM아카데미는 규모가 컸고, 생각보다 시스템이 잘 갖추어져 있었다. 연습생들은 자율연습을 진행하면서도, 각 파트별 전담코치들이 돌아가면서 부족한 점들을 하나 하나 코칭하고 있었다.


중점은 '학생들의 자율성'이었다. 스스로 부족한 부분을 발견하고, 코치들은 그것에 대한 조언을 해주거나 부족한 것을 채울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주었다.


이론 수업도 매주 금요일에 있었다. 이론 수업의 경우는, 필요한 경우 원장님이나 코치가 수업 내용을 보고 연습생에게 권하여 참석하도록 했다. 이것 역시 자율이었다. 코치가 연습생에 부족한 부분이 있다고 하면 참석을 권할 수 있지만 그것 자체가 의무는 아니었다.


매주 주제는 달리 해서, 스윙뿐만 아니라 골프 원리, 코스 매니지먼트 등의 내용을 다루어 골프에 대한 이해를 깊어질 수 있게 했다.


퍼팅 전담 코치는 나에게 한 주간의 퍼팅 연습으로 '수고했다'고 했고, 다음 주 부터는 ‘어프로치’ 수업을 진행한다고 했다. 그리고 오늘 이론 수업은, ‘숏게임과 코스매니지먼트’인데 배울 부분이 있으니 나에게 참석하라고 했다.


퍼팅 연습이 끝나고 아카데미 교실로 왔다.

아카데미 내 학교 교실처럼 작은 교실들이 따닥따닥 붙어 있는 것이 신기했다. 각 교실마다 다른 내용을 코치와 학생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수업을 진행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코치가 이론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 해당 연습생들을 데리고 가서 필요한 내용을 가르치는 경우도 있었다.


해당 주제가 적혀 있는 맨 끝 방으로 들어갔다. 작은 교실에 연습생들이 꽉꽉 들어차 있었다.


오늘은 중요한 내용인가? 사람들이 많네. 길수와 윤호도 있었다.

윤호는 나를 보고 자신들이 있는 옆자리로 오라고 손짓했다.


그들 옆 자리로 갔다. 내 자리에서 사람 지나다니는 길을 건너, 길수와 윤호가 앉자 있었다.

“안녕”


길수는 시큰둥하게 앞을 보면서 ‘왔냐’라고 답했다. 자식, 쿨한 척 하기는. 쿨한 척하는 그 녀석 모습에, 헛웃음이 났다. 그 녀석과 달리 윤호는 반가운 듯, 손을 흔들었다.


나도 웃으며 고개를 끄덕여 인사했다.


숏게임(Short Game)을 담당하는 장준호 프로 코치가 작은 포디움 강단 앞에 서 있었다.

그는 교실전체를 한 번 훑어보고 연습생들이 준비가 된 것을 확인했다.


“자자, 모두들 자리했지?”


“오늘은 그린 주변에서 일어나는 숏 게임과 코스 매니지먼트: 커버넘버 전략(Cover Number Strategy)이라는 것을 알아볼 거야”


<...... 중략 ......>


코치님이 설명한 대략적인 내용은 이랬다.


숏 게임은 그린 주변 보통 100야드 (약 91m) 이내에서 이루어지는 경기로, 스코어를 줄이는 데 중요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그린 주변은 벙커와 호수, 숲속, 장애물 등의 패널티 에어리어 (Penalty Area)로 다양하게 디자인 되어 있는데, 골퍼는 그것을 극복하고 적은 타수로 홀 컵에 넣어야 한다고.


숏게임에서 홀컵에는 넣는 방법은 퍼팅을 비롯해서 칩샷(Chip shot), 피치샷(Pitch shot), 벙커샷 (Bunker shot) 다양하게 있는데, 그린 상황에 따라서 다양하게 활용할 줄 알아야 한다고.


일반적인 내용이어서, 이 내용은 이해만 했다.


흥미로운 것은 커버넘버 전략이라는 개념이다.


위대한 골퍼 중 한 사람인 ‘벤 호건’이라는 사람이 한 말 중에 “골프는 일종의 미스의 게임 (Golf is a game of misses)”이라고 했다고 한다. 어떤 골퍼라도 완벽한 샷을 만들 수는 없다고.


골프에서는 ‘완벽함’이라는 이룰 수 없는 것이었다. 더 완벽해 지기 위해서 연습하는데 완벽해질 수 없다고. 내가 원할 수 있는 대로 공을 보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얼마나 자신이 원하는 대로 공을 보낼 수 없으면, 유명한 그룹 회장도 우스갯소리로 내 마음대로 안 되는 것이 ‘자식’과 ‘골프’라고 했다고 했다.


이 전략의 결론은, 내가 치는 미스샷(Miss Shot)을 고려해서 골프 전략을 짜야한다는 얘기였다.

내 마음대로 안 되는 것을 계산하고 고려한다니.


커버넘버는 벙커나 패널티 에어리어 등 위험한 곳을 넘길 수 있는 거리였다. 각각 골프채마다 내가 보내는 캐리거리(Carry Distance)를 알고 있어야 한다고. 캐리거리는 공이 날아가다가 땅에 처음 떨어지는 곳까지의 거리를 말한다. 그리고 공이 굴러가는 런(run)이 발생하는데 그것은 그린의 상황마다 다르니, 알고 있어야 하는 건 캐리거리라고.


이쯤 들으니 갈 길이 참 멀다. 아직 쳐보지도 못한 골프클럽들이 거의 대부분인데. 각 클럽별 캐리거리를 알고 있어야 하는 구나.


그래야, 내가 벙커나 패널티 에어리어를 피할 수 있는 거리, 커버거리를 알 수 있는 거고. 유명한 골퍼들은, 홀을 직접 겨냥하기 보다는 벙커나 패널티 에어리어를 피할 수 있는 안전한 위치로 공을 보내기 위해서 노력한다는 거였다.


장 프로님의 설명은 거의 끝나가고 있었다.

“그럼 여기서 질문”

“이 그린 같은 경우는 커버거리가 어떻게 되고, 어떻게 공략을 해야할까?”


교실은 조용했다. 누구도 ‘제발 나만 부르지 말아줘’라고 하는 것처럼.

“김산!”


오엥.


작가의말

자유연재가 일반연재가 되었습니다. 


‘재밌어요’ 도 눌러주시고, 즐겁게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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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제21화: 스크린골프 (2) 24.09.09 70 3 12쪽
20 제20화: 스크린골프 (1) 24.09.06 74 3 12쪽
19 제19화: 들통 24.09.05 76 2 11쪽
18 제18화: 첫 주말 24.09.04 74 3 12쪽
» 제17화: 다툼, 그리고 마무리 24.09.03 91 4 12쪽
16 제16화: 혼란스러운 감정 24.09.02 93 3 12쪽
15 제15화: 마음의 봄날 24.08.30 104 3 11쪽
14 제14화: 골프의 시작 (2) 24.08.29 106 3 12쪽
13 제13화: 골프의 시작 (1) 24.08.28 103 3 12쪽
12 제12화: 뜻밖의 발견 24.08.27 108 3 12쪽
11 제11화: 고민의 시간 (2) +1 24.08.26 108 3 11쪽
10 제10화: 고민의 시간 (1) 24.08.23 112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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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제6화: 미필적 고의(1) 24.08.19 128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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