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생골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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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니작가
작품등록일 :
2024.08.12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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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8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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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5 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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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화: 들통

DUMMY

선미가 우리들 조합이 이상한지 물끄러미 보고 있다가 나에게 물었다.

“너희들이 어떻게 서로 알아?”


으엥. 선미는 어떻게 길수와 윤호를 아는 거지. ‘골프’로 이미 알고 있었던 건가? 궁금했다.


“선미야, 너도 길수와 윤호를 알아?”


“당연하지”

“골프 대회가 남자부 여자부가 나눠져 있긴 하지만”

“마주칠 기회가 있어서 서로 알고 있지”


“근데 넌 내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는데?”


길수는 옆에서 툭툭, 치며 입모양으로 “너 선미 어떻게 알아?”라고 했다. 뭐라고 말하지? 당당히 실력이 될 때 말하고 싶었는데, 아직은 때가 아닌데.


선미는 여전히 심드렁하게 우리를 보고 있었다.

“안 되겠다”

“여기 내가 아는 카페가 있으니까”

“다 같이 가자”


여튼 반장 기질은 여전하네. 사람들 데리고 다니는 게 이렇게 능숙하다니. 길수는 왜 아무 말도 못하고, 쥐 죽은 듯 조용한 거야.


공원근처 건물, 좁은 계단을 올라가니 레트로한 느낌의 인테리어가 눈에 띄는 카페가 나왔다. 카페를 지나 계단을 한층 더 올라가니, 탁 트인 루프탑 공간이 나왔다. 푸릇푸릇한 나무 장식들로 공원과 비슷한 느낌이 났고, 공원도 한 눈에 바라 볼 수 있었다.


근데 뭐라고 말하지. 선미에게는, 골프를 시작했다는 말을. 실력으로 당당할 때 말하고 싶었는데.


선미는 반장답게 자리를 정리하고, 음료를 나연이와 함께 주문하고 왔다.

“자, 이제 이야기하자”

“길수, 윤호 너는 산이랑 어떻게 아는 사이야?”


“선미야, 여기에서 보네”

난 중간에 끼어들었다. 그걸 눈치 채지 못 할 그녀가 아니었다.


“김산, 넌 끼어들지 말고”


헉. 난 쥐 죽은 듯이 ‘응’이라고 짧게 말했다. 왜 분위기는 선미가 휘어잡고 있는 거야?


길수는 쭈뼛쭈뼛 말하기 시작했다.

“선미 진짜 오랜만이다”


“오랜만인 건 알고 있고”

“어떻게 알고 있는 거냐고?”


근데 우리가 왜 혼나는 느낌이 들어야 하는 거지? 알 수도 있는 거 아닌가? 아니면, 이미 무슨 감이 있어서 이렇게 다짜고짜 물어보는 건가?


“우리 같은 아카데미 다녀”


선미는 눈썹을 치켜 올리며, 물었다.

“무슨 아카데미?”

“KM 아카데미?”


길수의 대답을 듣자마자 선미는 나를 째려봤다. 하지만 진짜로 화난 건 아닌 것 같았다. 선미는 내가 골프를 시작한 걸 어느 정도 알고 있었구나. 단지 내가 말을 하지 않아서 화가 난 듯 했다.


“김산 넌 왜 말 안 했어?”

“그게... ...”


“좀 더 당당해 지면 말하려고 했지”

“그때가 언젠데?”


“실력이 나아져서 당당하게 골프 시작했다고 말할 수 있을 때?”

“넌 내가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

“그 때는 또 언젠데?”


선미는 뭔가 쌓여 있던 것을 풀어내듯, 속사포처럼 빠르게 말을 하기 시작했다. 난 선미가 날 걱정했다는 것이 기쁘고 고마웠지만, 한편으로 미안했다.


길수와 윤호는 한참동안 상황을 지켜보다가, 궁금한 걸 못 참았는지 길수가 선미에게 물었다.


“넌 산이를 어떻게 아는데?”


“우리 같은 학굔데?”

“그리고 같은 반이야”


“아하”

길수는 뭔가가 다행이다, 싶은 표정이었다.


“그럼 동성중학교?”

“거기 축구로 유명한 곳이잖아”


가만히 있던 나연이가 끼어들었다.

“산이 축구 했었어”

“우리 학교에서는 꽤 유명한 축구 선수였고”


“근데 왜 지금은 축구 안 해?”


윤호는 분위기를 살피다, 길수 옆구리를 팔꿈치로 툭툭 쳤다. ‘아닌 것 같아’라고 입모양으로 말했다. 길수는 멋쩍은 듯, 말을 멈췄다.


난 그녀를 바라봤다. 아직 분이 풀리지 않은 듯 했다.


“선미야, 미안해”

“널 걱정시키고 싶은 생각은 없었어”


분했었는지, 선미의 눈가 끝에는 눈물이 고여 있었다. 그녀의 걱정이 생각보다 컸었구나.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난 더 많은 말을 하게 됐다.


“나는 골프로 네 앞에서 더 당당하고 싶었어”

“골프 이야기도 비슷한 어깨 높이에서 모르는 말없이 대화하고 싶었고”


“내가 걱정한다는 생각은 안 했어?”

“아니 그건... ...”


“남자들은 좀 그런가봐”

그 말이 거슬렸는지, 선미는 눈을 번쩍 뜨며 말했다.


“남자들은...???”

“내가 하는 행동은 다 여자들이 하는 행동이냐?”

“남자들은 다 그렇게 해도 된다는 말이야?”


“그냥 고민되는 게 있으면 말하면 되지”

“남자라고 혼자서 끙끙대고 고민하다가 언제 말하려고”


아차, 싶었다. 내가 말을 잘못했구나. 선미의 목소리에 울먹임이 더 섞여 있었다. 미안한 마음을 표현할 길이 없었다.


“선미야, 정말 미안해”

“앞으로 혼자 고민하지 않고 너랑 같이 이야기 할게”


그녀의 표정이 조금 풀어진 듯, 싶었다.

“치-, 알았어”


그제서야 알았다. 선미를 의식하느라, 길수, 윤호, 나연의 존재를. 세 사람은 이게 무슨 상황인가, 라고 생각했다.


말없이 음료를 들이키던, 나연이가 어이 없다는 듯 한숨을 지었다.

“너희 연애 하냐?”

“여기 너희 둘만 있어?”


난 오늘 왜 쥐구멍을 찾고 싶은 심정이지? 선미도 미안했는지, 몸이 한 컷 웅크리고 쭈구리가 되어 있었다. 좀 전까지의 당당함은 어디로 갔다가 팔았는지.


나연은 멈추지 않았다.

“이럴 거면 차라리 공식적으로 연애해”


나도 그녀도 얼굴이 붉어졌다. 눈치가 빠른 윤호였다.

“자자, 좋은 날”

“경치도 구경하고 즐겁게 있자”


어색한 공기와 분위기가 조금 풀어진 듯 했다. 좋은 날씨의 좋은 날이었다. 우리는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오늘 내가 ‘똠양꿍’과 ‘쏨땀’을 먹고 질색팔색한 이야기부터, KM아카데미에서 있었던 일 등. 다들 엄청 웃었고, 더욱 친해졌다.


“그래서 길수와 산이는 이제 좀 친해진 거고”


선미가 물어본 말에 우리는 서로 대답하지 않았지만, 친해졌다는 것은 서로 느낌으로 알 수 있었다.


“그런데 길수, 윤호하고 너희들은 어떻게 알게 된 거야?”


나연이가 즐겁다는 듯이 말했다.

“산이 너 몰랐구나”


“얘네 같이 혼성 토너먼트 대회 나갔었잖아”


“혼성 토너먼트?”

“응 남녀 한 팀으로 토너먼트식으로 올라가는 경기야”


“그리고...”


선미는 눈을 찡그리며 말하지 말라는 시늉을 하며 나연이에게 눈치를 줬다. 길수와 윤호도 그 모습을 봤다.


“그래, 내가 선미 좋아했다”


오오오, 나연이는 길수 용기가 대단하다는 듯이 환호를 보냈다. 그러면서 즐겁다는 듯이 길수를 어깨로 툭 쳤다.

“사실 이야기 안 하려 했는데”

“거짓말하네!!”


“놀리면서 계속 뜸들일 거면서”

“크크크 어떻게 알았지?”


계속 짓궂은 표정으로 길수를 놀렸다. ‘하지마’라고 연신 말하며 나연이를 뿌리쳤다. 선미가 인기가 많았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오랜만에, 이렇게 다 같이 웃을 수 있어서 좋았다.


후회를 하는 건 아니었지만, ‘나에게 여유를 주었던 시간이 얼마 없었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훈련과 연습도, 내가 원해서 했던 일이지만 나에게 혹독했었다는 것도.


“그래서 산이는 퍼팅만 배운거야?”


선미가 물었다.


“응”


골프 대화로 이어지자 길수와 윤호가 뭔가 생각이 난 듯이, 제안했다.

“우리 스크린 골프 치러 갈래?”

“다들 오랜만이잖아”


다들 눈치를 보다가 “그래”라고 모두 동의했다.


***

어느 스크린 골프장.


길수와 윤호 덕분인 건지, 아니면 선미와 나연 덕분인건지, 신기한 경험을 많이 하는 하루였다.


카페를 나와서 한참을 걸어갔다. 좁은 지하로 내려가는 곳에서 길수가 따라오라는 듯이 손짓했다. 윤호도 말없이 따라 갔고, 선미와 나연도 자연스럽게 따라갔다. 나만 이 느낌이 이상한 건가.


새로운 공간에 들어설 때면, 묘한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신기함, 이질감. 익숙한 공간이 아닌 다양한 시각적인 자극, 코끝에서 느껴지는 새로운 냄새 등 모든 것이 어우러져, 약간의 어지러움 증을 유발하는. 내려가는 길, 들어가는 길 모두 깔끔하게 꾸며져 있었다.


들어가니, 가운데 카운터가 있었고 번호가 붙어있는 방들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길수의 동작은 여러 번 반복한 행동을 하는 것처럼 능숙했다.


“안녕하세요”

“저희 5명인데요. 자리가 있을까요?”


2개방이 비어있다고 했고, ‘방을 붙여 주겠다’고 했다. 직원 한 명이 우리를 안내하더니, 두 개 방 사이에 있는 문을 열어주었고 ‘더 필요한 것 없을까요’라고 물었다.


“저희 클럽이랑 장갑을 모두 빌려야 할 것 같아요”


골프 장비가 있는 곳을 안내해 주었고, 우리는 그곳에 가서 자신에게 맞는 골프채와 장갑을 챙겨서 방으로 돌아왔다. 아무것도 모르는 나는, 졸래졸래 따라다니며 챙겨주는 대로 받아 챙겼다.


“그럼 경기는 어떻게 할까?”

“스트로크(Stroke) 아니면 포썸(Foursome)?”


스트로크? 포썸? 스트로크는 개인별로 경기해서 점수가 가장 적은 사람이 승리하는 거고, 포썸은 2명이 팀을 이루어 번갈아 가면서 한 타씩 친 후 경기 결과를 보는 것이라고 했다.


나연이는 5명이라 복잡하니까 “스트로크” 방식으로 하자고 했다.

“산이가 공 치는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으니까”

“선미랑 같은 방에서 치고 우리 셋이 같이 하면 될 꺼 같아”


방들이 양 옆으로 트여 있지만, 선미랑 같이 플레이하는 게 설렜다. 다들 핸드폰을 꺼내고 바삐 움직였다. 옆방에서는 서로 먼저 연습하겠다고 했고,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고 멍하니 관찰하고 있었다.


선미도 본인 핸드폰을 꺼내서 만지작거리다 나를 봤다.

“산아, 핸드폰 꺼내야 해”

“그리고 이 앱을 깔아”

“가입도 하고”


선미는 더 가까이 와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려줬다. 좋은 향기가 났다. 이런 게 데이트하는 느낌일까? 골프에 집중해야 하는데. 가입까지 마치고, 선미는 고민했다.


“닉네임은 뭘로 하지?”

“선미 넌 뭔데?”


“나? 민망하긴 한데”

“넬리코크다”


말하면서 그녀는 얼굴을 푹 숙였다. 크크크. ‘넬리 코다’라는 LPGA여자선수 이름을 본 적이 있었다. 근데 코크다라니.


“푸흐흐”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선미가 엉뚱한 면이 있었네.


“그럼 내 닉네임도 만들어줘”


“이건 어때”

“스카치머플러 어때”


선미는 다시 고개를 푹 숙였다. 크크크. “스카티 쉐플러”라는 선수 이름을.


“응응 난 좋아”

“덕분에 스카치머플러가 됐네”


돌아서면서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푸흐흐.

“야야, 그만 웃어”

“아니 너무 좋아서”


“내가”

“아니 닉네임이”


“너!”


그녀는 내 등을 투다타닥, 때렸다.

“알았어 미안, 미안”


나연이 우리 방을 빼꼼 보더니 다시 방으로 돌아가서.

“봐봐 재들 연애한다. 연애”

“아주 꽁냥 꽁냥해”


“흠흠”

우리가 있는 방으로, 길수가 들어오더니 기계를 만졌다. 그리고 설정을 맞추면서, 이제 방끼리 연결되어서 서로 볼 수 있다고 했다.


“자자 모여봐”

“그럼 즐겁게 플레이 해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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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제21화: 스크린골프 (2) 24.09.09 71 3 12쪽
20 제20화: 스크린골프 (1) 24.09.06 74 3 12쪽
» 제19화: 들통 24.09.05 76 2 11쪽
18 제18화: 첫 주말 24.09.04 74 3 12쪽
17 제17화: 다툼, 그리고 마무리 24.09.03 91 4 12쪽
16 제16화: 혼란스러운 감정 24.09.02 94 3 12쪽
15 제15화: 마음의 봄날 24.08.30 104 3 11쪽
14 제14화: 골프의 시작 (2) 24.08.29 106 3 12쪽
13 제13화: 골프의 시작 (1) 24.08.28 104 3 12쪽
12 제12화: 뜻밖의 발견 24.08.27 109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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