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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니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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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2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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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1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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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화: 불필요한 긴장감

DUMMY

오만가지 생각이 들었다. 장필두는 왜 다시 나타났을까? 소년원에 갔던 것에 대한 화풀이? 아님, 복수? 복수라면 내가 해야 하는 게 맞는 것 아닌가? 도대체 그 녀석은 왜 이렇게 나에게 집착을 하는 것이지?


불쾌했다. 불필요한 긴장감이 내 주변에 맴돌았다.


잠을 청하려 했지만, 쉬이 잠을 들지 못했다. 골프 생각만으로도 머리가 터질 것 같은데, 장필두라니. 그리고 세찬이 형은 왜? 장필두가 무슨 짓을 할지 몰라서 불안했다.


오지 않은 잠을 오랫동안 붙들고 있다가, 어렵게 잠이 들었다.


***

동성중학교 교실.


주말 내내 장필두 생각으로 골치 아팠다.


“산아, 주말 잘 지냈어?”

“으응, 선미야”


선미는 내 테이블 앞으로 몸을 내밀고 물었다. 그녀는 오늘 유난히 이뻤다. 수많은 고민과 걱정들이 이렇게 한 순간에 날아갈 수도 있구나.


“선미는 주말 잘 보냈어?”

“응 난 그날 집에 가서 완전히 뻗었잖아”


“어제는 집에서 시체놀이 했지, 모”


“나도 그랬어”

“어제는 집 밖으로는 한 발자국도 못 나가겠더라”


마음이 통하고 감정이 이어진다는 게 이런 건가. 그녀의 말과 말투에, 감정이 고스란히 전해져 왔다. 말이 오고 가는 과정에서 애정이 같이 움직이는 것을 느꼈다.


“스크린이긴 하지만 처음 18홀을 쳐 본거라서 좀 얼떨떨하긴 했어”


“그래도 처음치고 생각보다 잘 하던데”

“난 처음에 너보다 훨씬 못했어”

“역시 운동신경이 좋아서 그런지 넌 빨리 배우는 것 같아”


“무슨 소리야”

“선미 네 실력은 조금도 못 쫓아가겠던데”

“공이 날아가는 것도 엄청 이쁜 곡선으로 날아가고”


“이뻐?”


선미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어봤다. 꼭, 깨물어 주고 싶을 정도로 귀여웠다. 헛-. 내가 무슨 생각을. 고개를 휙휙, 돌렸다.


“엥, 너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아, 아니야”


내 생각을 들킨 건 아니지? 내가 내 얼굴 표정을 확인하지 못하는 게 아쉬웠다. 지난 번 고백 이후로, 나만 계속 좋다고도 할 수 없는 노릇인데.


“골프는 어때?”

“시작하기는 잘 한 것 같아?”


“응 재밌어”

“사실 축구 이후에 뭘 해야 할지 몰랐거든”

“이렇게 재밌는 스포츠인 줄 몰랐어”


선미는 스스로 뿌듯해 하는 표정을 지었다.

“널 처음 우리 아카데미에 데려간 건 나야”

“나중에 유명해져도 그건 잊지 마라”


“그럼!”

“날 처음 골프 세계에 데리고 간 건 진.선.미.”

“절대 잊지 못하지”


“아, 내가 자랑스럽다”


“그래”


서로 미소를 주고받았다.


“선미 넌 언제부터 골프를 쳤어?”


“난 어릴 때부터”

“아마 4~5살 때부터 채를 잡았을 걸”

“아빠가 녹화해 놓은 영상도 있고”


“그럼 골프 프로가 되려고 하는 거야?”


“아직 그건 모르겠어”

“그래도 우선은 프로 라이센스는 따려고”


“근데 점점 위로 올라갈수록 힘들어지는 것 같아”

“경쟁이 더 심해지더라고”


“프로 라이센스 따서 1부 리그에 가려면”

“2부 리그에서 우승하거나 상위권을 유지해야 하고”

“1부 리그에 올라가서도 마찬가지로”

“우승을 못하거나 상위권을 유지하지 못하면 시드를 잃게 되니까”


“시드가 뭐야?”


선미에게 당연했던 것이, 나에게는 당연한 것이 아니었다. 그녀는 그걸 이제 막 인지한 것 같았다.


“아... 언제든 모르는 것 있으면 물어봐”


“시드는 1부 리그에서 활동할 수 있는 출전자격 같은 거야”

“대회에서 받게 되는 상금이나 포인트가 일정 순위에서 밀리면 다음 해 출전자격을 잃게 돼”

“그걸 시드를 잃는다고 해”


그녀는 내가 이해하기 쉽도록 조리 있게 설명해줬다. 역시 반장다워.


“모든 운동이 그렇듯, 골프도 경쟁이 엄청 심하지”

“올라갈수록”


“그래서 내가 그걸 잘 할 수 있는지 모르겠어”


“선미 정도의 실력도 그런 고민을 하는구나”


“그럼... 당연하지”


축구 리그와 같이 골프 리그도 올라가는 시스템이었구나.

“축구에서 K리그 올라가는 과정이랑 같은 거네”


그녀는 내가 축구 선수였다는 것을 깨달은 듯.

“아하”

“축구도 경쟁이 심하지”


“그럼”

“실업팀 들어가는 것도 쉽지 않지만, 태극마크를 다는 건 더 힘들지”


“아, 골프도 태극마크 달 수 있는 거 알아?”


“정말?”


“응”


“원래 골프가 1900년 파리올림픽 정식 종목이었는데”

“그 이후 오랫동안 정식종목으로 채택되지 못했다가”

“올해 2016년 리우데자네이르 올림픽에 다시 정식 종목이 되었잖아‘

“우리나라 여자 골퍼가 금메달도 따고”


“우와, 그랬구나”

“멋있다”


뭔가 작은 불꽃이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일렁이는 것 같았다. 골프로도 태극마크를 달 수 있다니. 축구 할 때, 태극마크를 가슴에 다는 것을 얼마나 여러 번 상상했던가. 모든 국민의 응원을 받는 다는 것은 어떤 기분일까, 라고 상상하면서.


다시 한 번, 꿈을 꾸어도 괜찮을까?


그녀는 말을 이어갔다.

“아시안 게임은 종목 채택된 지 좀 더 오래 되었고”


“선미 너는 태극마크 다는 거 어때?”


그녀는 두 손으로 손뼉을 치며 환하게 웃었다.

“상상만 해도 너무 멋지지”

“그렇지?”


먼 훗날 우리들의 이야기가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은 이렇게 꿈을 꾸고 그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기분 좋은 상상을 뒤로 하고 있을 때쯤, 선미가 물었다.

“수업 끝나면 넌 또 연습하러 가?”

“응 넌?”


“나도 오늘 연습”

“난 일주일에 3번 정도 가”

“공부도 해야 해서 다른 날은 공부하느라 시간 보내고”


“역시 모범생이네”


피-.


“너도 성실하잖아”


“그래도 너만큼은 아닐 걸?”


그녀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그래, 알았다. 알았어”

“그럼 이따 수업 끝나고 같이 가자”


나는 엄지손가락을 올려 보였다.


“응 좋아”


***

선미와 학교 정문을 걸어 나갔다.


오왓! 기석이 형하고 세찬이 형이다. 두 사람이 정문에서 서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형들에게 달려가 인사했다.

“형들, 안녕하세요”


그제서야 나를 발견하고, 반겼다.

“여어, 산!”

“오랜만이야”


뒤에서 선미가 낭랑한 목소리로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오빠들!”


두 사람은 놀란 듯, 선미와 나를 번갈아 봤다. 세찬이 형이 먼저 인사했다.

“이야, 이게 누구야?”

“이쁜 선미 아닌가?”


“하하, 오빠 넉살 여전하네요”


“기석 오빠도 오랜만이고”


스치듯 지나가는 나의 눈길에서, 기석 형의 알 수 없는 묘한 표정이 있었다. 하지만, 이내 밝아지며 선미를 반겼다. 그녀 머리를 휙휙, 쓰다듬으면서 말했다.


“너 얼마만이냐?”

“쪼꼬만 녀석이 볼 때마다 숙녀 같아지네”


그녀는 기석 형의 손길을 가볍게 뿌리치며, 하지 말라며 휘적휘적 손을 휘저으며 말했다.


“아-, 하지마요”

“오빠는 내가 맨날 애인 줄 아나봐”


“하하, 그래 알았다 알았어”


기석 형이 내심 궁금했는지 물었다.


“근데 너랑 산이는 어떻게 아는 거야?”


세찬이 형도 끼어들었다.


“그러게 궁금하게시리”


선미는 오빠들의 궁금증이 귀찮다는 듯이 대답했다. 이미 이런 상황을 많이 겪어본 느낌이었다. 그리고 서로 많이 친해보였다.


“아, 저희 같은 반이예요”


기석 형이 선미의 대답에 맞장구 쳤다.


“오- 그렇구나”


“산이 너 주말에 세찬이한테 연락했다면서”

“나한테는 연락 안 하고”


“아, 형 생각이 났는데 세찬이 형한테 연락한 거죠”


괜히 다른 이야기를 할까봐, 난 얼버무렸다. 세찬이 형은 대답이 못마땅하다 했지만, 표정은 전혀 달랐다.


“연락했다길래 네 얼굴도 볼 겸 해서 친히 여기에 행차했지”


“아, 오빠 좀 그러지 좀 마”

“그냥 동생들 보고 싶어 왔다고 하면 되지”

“무슨 행차라니. 사극도 아니고”


“오올드해 하여튼”


풉. 기석이 형이 선미에겐 꼼짝도 못하는 구나. 기석이 형이 쭈구리처럼 몸을 웅크려 벽에 붙어 선미를 보며 눈망울만 아롱아롱하고 있었다.


“야, 너무 하다! 너무 해”

“오랜만에 본 건데”


형들은 여전했다. 여전히 장난끼 많았고, 여전히 밝았고.

“근데 형들 진짜 웬일들이예요?”


“진짜 보고 싶어서 왔다니까”

“모교도 오랜만에 와 보고 싶었고”


세찬이 형도 기석이 형 말에 동의했다.

“고등학생이 되니 스트레스도 많고 해서”

“지나가는 길에 들렀지”


“두 사람은 어디 가는 길이야?”

“혹시 데이트?”


헉. 순간 말을 하지 못했다. 우리 둘은 얼굴이 붉어졌다. 어떻게 하지? 뭐라고 반응해도, 선미가 기분 나빠하지 않을까 걱정이었다.


“아... 그런 거 아니예요”


나는 상황을 모면하고 싶었고, 선미도 말이 없었다. 세찬이 형은 “얘들 뭔가 있는데”라며, 기석 형을 보았다.


그제서야, 선미가 “아니야! 세찬 오빠!”


“에이, 좋다 말았네”

“알았어”


“데이트라고 해도 응원한다”


우린 둘 다 뭐라고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기석 형도 왠지 말이 없어졌다.


“그래서 어디 가는데?”


“저희 골프 연습가요”


“골프?”


“산이 너 이제 골프 시작했어?”

“축구는 이제 영영 끝이고?”


뭐라고 할 말이 없었다. 세찬 형은 축구를 그만둔 내가 못내 아쉬운 것 같았다. 물론, 내 몸 상태를 형들이 모르는 건 아니지만 이렇게 ‘축구를 그만뒀어요’라고 말한 건 처음이니까.


“네, 아마도 축구는 더 못할 것 같아요”


“그래 아쉽네”

“넌 내 맘 알지?”


“그럼요”

“저도 축구하던 시간이 얼마나 좋았었는데요”


세찬이 형은 말없이 나의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 몇 마디의 말보다, 그저 하나의 몸짓이 큰 위로가 될 때가 있다. 지금이 그랬다. 세찬이 형이 행동 하나가 나에겐 그 무엇보다 큰 힘이 되었다.


“근데 형 요즘에 별 일 없어요?”


세찬이 형은 기석이를 바라봤다. 기석이 형이 말없이 세찬이 형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수신호를 보내는 듯이.


“너 지난 번에도 나한테 묻더니”

“왜 자꾸 무슨 일이 있냐고 물어보는 거야?”


선미가 끼어들었다.

“오, 브로맨스-. 제가 다 질투가 나려고 하는데요”


“그래 그 이야기는 그만하고”

“골프는 언제 시작했어?”

“어디 가서 이야기를 하면 좋은데 둘 다 시간은 없을 거 아니야?”


세찬이 형은 다 같이 걷자고 했다. 걸어가면서 그간의 이야기를 나누자고.


선미는 공기의 냄새를 맡아보고는, 팔을 주욱 폈다.

“아-, 날씨 좋다”

“오빠들 이렇게 보는 것도 정말 오랜만이네요”


“그러게”

“선미 너는 여전하네”

“아니 이제 숙녀가 되 가는 것 같기도 하고”


세찬이 형은, 한참 어린 동생을 바라보듯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얘 옛날에 되게 말광량이지 않았냐?”

“지금은 뭐”


선미는 빽 소리를 질렀다.

“오빠!”


세찬이 형에게 손을 입에 가져대며 ‘조용하라,’는 신호를 보냈다.


“하하하, 알았습니다!”


그렇게 한참을 걷다가 헤어져야하는 교차로에 다 같이 섰다. 형들은 우리가 같은 연습장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선미에게 조심히 가라고 했다.


“선미야, 잘 가!”

“다음에 보자”


나도 아쉽지만, 형들과 헤어짐의 인사를 해야지.


“형들, 저도 가 볼께요”


선미가 가는 모습이 멀어지자 세찬이 형의 표정이 굳어졌다. 형은 잠시 나의 팔을 잡고 있었다. 기석이 형도 아무 말이 없었다.


“너 우리가 우습진 않지?”


“네?”


어리둥절했다. 화가 난 건가? 내가 뭘 잘못한 건가? 나에겐 너무나도 가깝고 좋은 형들인데. 이 형들이 왜 나 때문에. 두 형들이 화가 난 건 싫었다.


기석이 형답지 않게,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무슨 일이야?”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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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제26화: 알 수 없는 감정 24.09.16 39 2 11쪽
25 제25화: 여러 가지 방법 (2) 24.09.13 50 3 12쪽
24 제24화: 여러 가지 방법 (1) 24.09.12 54 2 11쪽
» 제23화: 불필요한 긴장감 24.09.11 56 3 12쪽
22 제22화: 그 놈의 등장 24.09.10 55 3 12쪽
21 제21화: 스크린골프 (2) 24.09.09 71 3 12쪽
20 제20화: 스크린골프 (1) 24.09.06 74 3 12쪽
19 제19화: 들통 24.09.05 76 2 11쪽
18 제18화: 첫 주말 24.09.04 74 3 12쪽
17 제17화: 다툼, 그리고 마무리 24.09.03 91 4 12쪽
16 제16화: 혼란스러운 감정 24.09.02 93 3 12쪽
15 제15화: 마음의 봄날 24.08.30 104 3 11쪽
14 제14화: 골프의 시작 (2) 24.08.29 106 3 12쪽
13 제13화: 골프의 시작 (1) 24.08.28 103 3 12쪽
12 제12화: 뜻밖의 발견 24.08.27 108 3 12쪽
11 제11화: 고민의 시간 (2) +1 24.08.26 108 3 11쪽
10 제10화: 고민의 시간 (1) 24.08.23 112 3 11쪽
9 제9화: 좌절 24.08.22 114 2 12쪽
8 제8화: 사건의 마무리 24.08.21 122 2 12쪽
7 제7화: 미필적 고의(2) 24.08.20 126 3 12쪽
6 제6화: 미필적 고의(1) 24.08.19 128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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