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생골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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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니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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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2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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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7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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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뜻밖의 발견

DUMMY

집에 돌아와 방안에서, 이불을 꾹 뒤집어쓰고 누웠다. 으아악-. 이리도 처참하게 지다니.


진선미와 이상만 아카데미 원장님의 대화가 맴돌았다.


“이름이 김산이라고 했던가?”

“선미한테 지는 건 부끄러운 게 아니야”


“어릴 때부터 골프를 해서 웬만한 성인 남성도 선미를 이길 수 없어”


“봤지? 김산”

“약속은 약속이다”


베시시 웃으며 나를 이겼다는 사실을, 그녀는 너무나도 즐거워했다.


머릿 속, 웃는 선미의 모습이 계속 맴돌았고 난 그 모습이 얄미웠다. 치-.


난 골프를 좋아하지 않았다. TV에서 본 골프 경기는 지루해 보였다. 축구와 달리 함께 울고 웃는 감동의 서사가 없는 스포츠처럼 보였다.


그런 골프를 친 오늘 나? 바보 같았다. 내 몸이 내 몸 같지 않았다. 어떻게 내 몸이 이렇게 바보 같을 수 있지? 의문이었다.


집에서 난 자세를 잡고 허공에 스윙을 해 보았다. 선미가 한 스윙의 이미지를 다시 생각했다. 분명히 내가 한 스윙보다 느린 것 같았는데 부드러웠다. 그리고 더 멀리 날아갔다. 왜 그랬지?


내 키는 172cm 였고, 선미는 160cm가 조금 안 되어 보였다. 체구는 뭐, 알다시피 나보다 훨씬 작았고. 아무리 골프를 오래 쳤다지만, 축구를 오래한 나보다 힘이 더 셀 수 없었다.


공을 내 마음대로 할 수 없어서였을까? 지금보다 잘 하고 싶었다. 왜 못했지,라는 것에 여러 가지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여러 생각을 하던 중, 우리 집 지하 창고에서 골프백을 본 기억이 생각났다. 골프백이 맞았을까? 어릴 때 길고 큰 가방을 보고 “아빠, 이거 뭐야”라고 물었던 기억이 났다. 아버지가 황급히 ‘아무것도 아니야’,라며 정색하고 감추었던 것도.


궁금함을 참을 수 없어 나는 후다닥 문을 열고, 계단을 내려가 창고의 낡은 은색 문을 열었다. 끼익-. 턱. 오랫동안 열어 보지 않아서였는지, 뭔가 걸려서였는지 문이 잘 열리지 않았다. 이잇. 더 힘을 주어 밀었더니, 문이 끼익 소리를 내며 활짝 열렸다.


먼지가 군데군데 쌓여있었다. 한쪽에는 박스 더미가 있었고 제초기, 공구함 등 여러 물건들이 박스 더미 옆에 기대어 있었다. 딸칵. 스위치를 찾아 전등을 켜보니 물건들이 좀 더 선명히 보였다.


분명 어딘가 있었던 것 같은데. 나는 박스더미를 다른 한 쪽으로 옮겨 보기도 하고, 공구함이 있는 곳 주변으로도 들쳐보았다. 이리 저리 헤집고 난 뒤 맨 안쪽 구석에, 먼지 쌓인 오래된 골프백을 발견했다.


골프백에는 영어로 MUJUN KIM 이름이 박음질 되어 있었다. 아버지의 이름이었다. 김무준.


아버지도 어머니도 나에게 골프에 대해서 말해준 적이 없었다. 어린 시절, 우연히 골프백을 발견했을 때도 아버지는 어떤 설명을 해주질 않았다. 나 역시 너무 어렸을 때라 그것이 무엇인지 물어볼 생각을 하지 못했다.


미묘한 감정이 들었다. 뭐라고 꼭 집어서 말하기 힘든 감정이었다. 아버지와 나의 연결고리는 오직 ‘축구’라고 생각했었는데. 왜 골프백이 있고 거기에 왜 아버지의 이름이 적혀있는 거지. 생각할수록 머리가 너무 복잡했다.


창고를 다시 정리하고, 나는 방으로 올라왔다. 최근 어머니와는 대화가 끊어진지는 좀 되었다. 어떤 이유가 있어서는 아니었다. 그냥 내 시간이 좀 더 많이 필요했을 뿐. 중2병이라고 했지만 나도 그 이유는 알지 못했다.


사춘기가 ‘질풍노도의 시기’라고 해서 찾아본 적이 있었다. “몹시 빠르게 부는 바람과 무섭게 소용돌이치는 물결”이라고. 질풍 까지는 모르겠지만, 노도는 맞는 것 같았다. 축구라는 목표와 이유가 사라지고, 수많이 생각과 여러 가지 감정이 나를 몰아쳤으니.


어머니도 이런 나의 고민들을 아셨는지, 별 말이 없으셨다. 말 그대로, 그냥 내버려 두셨다. 너무 쿨해. 가끔은 별 간섭하지 않는 어머니가 내심 섭섭하기도 했다.


덜컹. 어머니가 집에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엄마”


방을 나가서 어머니를 불렀다. 신발을 벗고 들어오는 어머니는 고개를 들어 나를 보았다. 이 녀석이 웬일이지, 하는 표정으로.


“산이 네가 먼저 엄마를 다 찾고?”


“이제 사춘기 고민은 끝나셨나요?”

“엄마 놀리지 말구요”


“왜 저녁 먹어야지?”


어머니는 이내 손짓하며 말하고 싶은 건, 저녁 먹고 하자고 하였다. 어머니는 요리 솜씨가 좋은 편이다. 그럼에도 근래에 투정을 부리며 음식을 후다닥 먹고 방으로 들어가곤 하였다. 그럼에도 어머니는 별 반응이 없으셨다. 그럴 수 있다는 듯이.


오랜만이었다. 이렇게 마주 앉아서, 저녁을 먹으며 이야기를 하는 건.

“엄마, 내가 창고에서 골프백을 봤거든”


어머니는 조금 놀라셨는지 눈썹을 치켜 올렸다가, 다시 차분히 물어보았다.

“그게 골프백인 건 어떻게 알았어?”

“우리 반 반장 선미가 있는데, 골프를 치거든”


오늘 있었던 일을 주저리 떠들었다. 내가 들떠서 말하고 있었는지, 어머니는 나의 얼굴 표정을 살폈다.


“산이가 즐거워하는 표정은 오랜만이네”

“이제 축구 고민은 끝낸 건가?”


“내가 언제 그랬어요?”

고개를 흔들며 무심코 대답했다.


“아, 엄마 근데 창고 골프백은 뭐예요?”


“그건 미국에서 아빠가 쓰던 거야”

놀랐다. 아빠가?

“아빠가 미국에서 골프를 쳤어요?”


어머니는 내가 태어나기 전의 일들을 말해주었다. 할아버지는 큰 건설회사를 운영했고, 아버지도 부유하게 생활했었다고 했다. 중고등학교를 미국에서 보냈고, 그 시절 미국에서 골프 프로 준비도 함께 했었다고 했다. 그리고 골프로 미국대학에 들어가 대학 전국 골프 대회인 NCAA 디비전 1에서도 좋은 성적을 냈었다고 한다.


PGA 진출도 준비하고 있었는데 아쉽게도 할아버지 회사가 IMF로 부도가 나게 되면서, 급하게 한국에 들어왔다고.


어머니는 그 때 아빠를 만났었다고 했다. 할아버지도 회사부도의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돌아가셨고, 아버지는 그 시기를 무척 힘들어 했었다고. 두 분은 현재 어머니가 다니고 계시는 무역회사에서 직장동료로 만났다고. 영어를 할 줄 아는 아버지는 무역일을 처음 시작하였고, 어머니는 동료로서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고 하셨다.


힘들어도 열심히 살아내는 아버지를 보고, 두 분은 사랑해서 결혼을 했고 나를 가졌다고 했다. 아버지는 내가 태어나는 것을 무척이나 기뻐하셨다고.


“엄마, 그런데 아빠는 왜 단 한 번도 골프 이야기를 하지 않았어?”

“골프는 아빠에게 아픈 추억인가봐”


“그거 알아?”

“나도 아빠가 골프한 걸 결혼하고야 나서 알았다는 거”

“그것도 우연한 기회에 같이 술 마시면서”

“얼마나 골프 이야기하는게 싫었으면 그랬겠니”


“그래서 나도 산이 아빠가 골퍼로서는 어떤 모습이었는지 상상이 잘 안 돼”


“그랬구나”

“엄마... ...”

“응?”


“나 골프 한 번 배워 봐도 돼?”


어머니는 내 표정을 반히 살폈다. 내가 진심인지 아닌지를 살피는 것 같았다. 그리고 내 눈을 똑바로 봤다.

“우리 산이가 고민은 끝낸 것 같네”

“하고 싶으면 해봐”


“근데 걱정이 있어”

“뭔데”

“돈이 너무 많이 들 것 같아”

“오늘 아카데미 갔었는데, 장비도 그렇고 레슨비도 그렇고...”

“엄마가 매일 힘들게 일하는데 축구도 그렇고 이번에 골프도 돈이 많이 들 것 같아서”


“산아”

“넌 네 나이 때 할 수 있는 고민만 하면 되는 거야”

“나머지는 어른이 하는 거고”


“응...”

나는 작게 대답했다. 어머니는 나를 잠시 살피더니, 눈을 부릅뜨고 내 어깨를 양손으로 잡았다.


“그렇다고 꽁짜는 아니다”

“나중에 네가 책임 될 나이가 되면 엄마한테 다 갚아야 돼”

“알았어?”


마음이 짐이 좀 덜어진 듯 했다. 씩씩하게 대답했다.

“응”


뭔가가 생각난 듯 어머니는 방으로 들어가서 서랍장을 열었다. 그리고 나에게 명함을 하나 건네주었다. 거기에는 KM골프 아카데미라고 적혀 있었다. 이름에는 ‘마강도’라고 적혀 있었다.


“내일 여기 한 번 가봐”

“오래된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네 아버지 장례식 때 오셨던 분이야”

“덩치가 크신 분이 서럽게 울어서 네 아빠와 무슨 관계인가 했었지”


장례식장에서 그 분과 이야기를 오래 했다고 한다. 김무준, 아버지의 미국에서의 더 많은 이야기를 이분을 통해서 들었다고 했다.

“미국에서 같이 골프를 하셨던 분이시래”

“혹시 네가 골프를 하게 되면 찾아오라고 하더라고”


“난 네가 축구를 열심히 해서 이런 날이 오리라고 생각은 못했는데”

“명함을 보관해 두길 잘했네”


어머닌 잠시 뜸을 들이셨다.

“아빠도 좋아하시겠다”

“산이 네가 골프를 한다고 하면”


머리가 맑아지는 것 같았다. 축구가 아니면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끙끙거리며 질문을 해도 답을 찾을 수가 없었었다. 축구를 하지 못하면 아버지와의 추억도 잃어버리는 건 아닐까 했는데, 골프라니. 아버지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언젠가 진선미에게 패배를 되돌려 줄 날도 함께 생각하면서.


***

버스를 탔다. 어머니는 버스를 어떻게 타야 하는지, 세세하게 알려주었다. 앞으로 아카데미는 내가 직접 찾아가야 한다면 나를 혼자 보내셨다. 어찌나 나를 강하게 키우시는지. 귀한 자식일수록 험하게 키워야 한다나. 이쯤 되니 과연 내가 ‘귀한 자식’은 맞는지 의심이 되기 시작했다.


아카데미는 경기도 어디쯤이라고 했다. 우리 집에서 버스로 20~30분 정도를 가고, 또 10분 정도 걸어가니 숲 속 우거진 곳에 거대한 건물이 나타났다. 이런 곳에도 이런 큰 건물이 있구나.


수풀이 우거진 숲 속 향기가 좋았다. 가로로 넓은 3층 건물이어서, 문을 찾는 것도 힘들었다. 이리 저리 헤매다 안내 해주는 곳을 찾았다.


“마강도 원장님을 찾아왔는데요”


위아래 검은 색 정장으로 차려 입은 안내원 누나는 이미 얘기를 들었다고 했고, 나에게 사무실 위치를 알려주었다. 사무실 가는 내내, 아카데미 전경을 보고 놀랄 수밖에 없었다.


건물과 연결된 실외공간은, 길쭉한 축구 운동장 같은 넓은 공간으로 뻗어져 있었다. 300m 정도 길이의 전장이고 옆으로도 꽤 넓었으며, 거대한 그물이 지붕과 벽을 만들어 공이 나가는 것을 막고 있었다. 100m 이내의 거리에는 거리가 표시된 동그란 원형 그림들도 위치해 있었다.


주욱 늘어선 타석에서는 사람들이 타악, 타 하며 골프공을 치는 소리들이 들렸다. 선미와 갔던 아카데미와는 또 다른 느낌의 장소였다.


끼익-.


“안녕하세요, 김산 이라고 합니다”


문을 들어서니, 옆으로 긴 소파에 내 또래 학생들이 따닥따닥 붙어 앉자 있었다. 가운데 큰 책상에 덩치 큰 사내가 앉아 학생들과 이야기를 하는 중이었다. 책상 한 가운데 명패에는 크게 ‘원장 마강도’라고 쓰여 있었다.


마강도 원장이 일어나며, “네가 산이구나”라고 반겼다. 학생들에게 나를 보게 하고, 새로운 ‘연습생’이라고 소개를 했다. 난 아무것도 듣지 못했는데.


“안녕하세요, 산이라고 합니다”


학생들이 두리번 거리며 제각각 화답했다.

“응... ...”

“안녕!”


수군대는 소리가 들리기도 하고, 귓속말 하는 소리도 들렸다. 나를 반기는 느낌은 아니었다. 험난한 여정이 시작되겠구나, 라는 생각이 스쳤다.


“자, 자!”

손바닥을 치며 순식간에 학생들의 주의를 집중시켰다.


“3개월 뒤에 있을 KM아카데미 골프대회를 잘 준비해 보자”


그리고 그 큰 얼굴로, 멀뚱히 나를 바로 보았다.

“김산, 너도 출전해. 그때 실력 한번 보자”


작가의말

이번 화도 재밌게 즐겨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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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제20화: 스크린골프 (1) 24.09.06 74 3 12쪽
19 제19화: 들통 24.09.05 76 2 11쪽
18 제18화: 첫 주말 24.09.04 74 3 12쪽
17 제17화: 다툼, 그리고 마무리 24.09.03 91 4 12쪽
16 제16화: 혼란스러운 감정 24.09.02 93 3 12쪽
15 제15화: 마음의 봄날 24.08.30 104 3 11쪽
14 제14화: 골프의 시작 (2) 24.08.29 106 3 12쪽
13 제13화: 골프의 시작 (1) 24.08.28 104 3 12쪽
» 제12화: 뜻밖의 발견 24.08.27 109 3 12쪽
11 제11화: 고민의 시간 (2) +1 24.08.26 108 3 11쪽
10 제10화: 고민의 시간 (1) 24.08.23 112 3 11쪽
9 제9화: 좌절 24.08.22 115 2 12쪽
8 제8화: 사건의 마무리 24.08.21 122 2 12쪽
7 제7화: 미필적 고의(2) 24.08.20 126 3 12쪽
6 제6화: 미필적 고의(1) 24.08.19 128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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