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가 장남이 사업을 너무 잘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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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4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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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로 가는 창고 (1)

DUMMY

사장실로 나를 부른 민수한은 자신이 가진 백화점 주식 일부를 떼어 민형우에게 주기로 했다는 걸 알려주었다.


“형우한테 1% 정도 줄 예정이다.”

“네.”

“안 놀라는구나.”

“그쯤일 거라고 생각했어요. 어제 어머니와 얘기하면서 대충 눈치챘거든요.”

“하긴. 그랬겠지. 나한테 서운하지는 않고?”

“서운하긴요. 대신 저한테 이세쇼핑 지분이 들어오는데요. 그 얘기는 들으셨죠?”

“그래.”


사실 이런 얘기는 놀랄 것도 없었다.

어제 임성희와 대화하면서 이렇게 흘러갈 것을 예상하고 있었으니까.


의외였던 건 그녀의 빠른 실행력이었다.


나를 만난 후, 겨우 만 하루도 안 지난 상태.

그런데도 임성희는 민형우를 위해 가장 이상적인 상황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민수한이 자식에게 직접 주식을 건네주는 그림.


이 소식을 들은 사람들은 민형우가 이세백화점의 후계자가 될 거라는 착각을 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자식들 중 아무도 주식을 가지고 있지 않았는데 첫 번째로 주식을 증여받은 셈이 되니까.



우리 부자는 더 할 말이 없었다.


민수한은 임성희의 자금력이 절실한 상태이고 나는 대가로 이세쇼핑 주식을 받아냈으니 그녀를 비난할 수는 없다.


“그럼 나가볼게요.”

“그래.”


인사하고 나가려는 내게 민수한은 의외의 것을 묻는다.


“참! 너, 그렇게 가고 싶다고 하더니. 정말 유학은 포기한 게냐? ”

“네.”

“음.”


잠시 눈을 감았던 민수한.


“복학할 생각도 없고?”

“네. 지금은 사업이 재미있어요. 나중에 필요하면 그때 복학하죠. 뭐.”

“공부도 다 때가 있는 법이다. 그러다가 시기를 놓쳐버리면 평생 고졸로 남을 텐데. 그건 생각 안 해 봤느냐?”


확실히 민수한이 나를 보는 눈이 달라졌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평범한 여느 아버지나 할 법한 걱정을 하다니.


“괜찮습니다. 고졸이면 또 어때요?”

“그래도 사람들이···.”

“누가 감히 절 무시하겠어요? 전 아버지 아들인데요.”

“······.”


말문이 막힌 민수한은 크게 웃기 시작한다.


“하하하, 그래. 그 말이 맞구나.”


아버지들은 자식이 자신을 믿어줄 때 제일 뿌듯해한다고 하더라고.


민수한 역시 내가 그를 의지하고 있다는 말을 들으니 꽤 기분이 좋아진 듯했다.



어쨌든 당분간 성장이 정체될 수밖에 없는 백화점 주식과 고속 성장이 약속되어 있는 쇼핑 지분을 교환한 것이니, 임성희와 내 딜은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겠지?


***


“형진아, 정말 괜찮은 거냐?”

“물론이죠.”

“사장님도 참. 왜 하필 이럴 때 그런 결정을 하셔서.”


내 옆에 앉은 이세푸드 유병관 사장이 걱정스러운 듯 내게 말을 걸어왔다.


예상대로 업계는 물론이고 회사 내부에서도 민형우가 지분 1%를 받은 것을 두고 온갖 소문이 돌고 있었다.


내가 연달아 사업을 성공시켰으니 후계자는 나라고 짐작하고 있었던 임직원들.

갑작스럽게 든든한 배경을 가진 둘째가 부상하자 이젠 어디에 줄을 대야 하는지 고민스럽겠지.



하지만 난 그런 데 신경 쓸 틈이 없었다.


오늘은 이세백화점 확대 임원 회의를 하는 날.

대회의실에는 이세백화점 임원들과 계열사의 사장들이 모여 현안을 얘기하고 있었다.


나는 얼마 전 입사한 이세쇼핑의 미래전략실장이라는 급조된 직함을 달고 이 자리에 앉아 있다.



지금 임원들은 하나의 문제에 관해 옥신각신하고 있었다.


“정 사장. 지금 이세쇼핑에 들어간 돈이 얼마인지 알긴 합니까? 아니, 그걸 아는 사람이 또 투자해 달라고 해요?”

“이건 기회입니다. 지금 치고 나가야 우리 ‘이세그룹’이 유통 업계에서 굳건히 자리를 잡을 수 있습니다.”

“다 좋은데 이세마트도 모자라서 똑같은 업종의 브랜드를 또 만들겠다고? 그걸 말이라고 합니까?”

“똑같다니요. 둘은 완전히 다릅니다!”


처음에는 부드러운 분위기로 진행되던 회의.

하지만 정민하 사장의 발언이 터지면서 논쟁이 본격화되었다.



발단은 대형 마트 운영 노하우를 습득하기 위해 1년간 미국에 보냈던 직원들의 귀국 보고를 하면서부터였다.


“뭐요? 로버트 프라이스 회장이 한국 체인 사업을 이세쇼핑에서 운영했으면 좋겠다는 의사를 타진해 왔다구요?”

“네. 그것도 파격적으로 낮은 로열티만 받겠다고 합니다. 그렇게 되면 선진 운영 기법뿐만 아니라 체인이 전 세계에 공급하는 양질의 상품들도 저가에 들어올 수 있게 되는 거죠.”


정 사장의 설명을 들은 임원들은 끊임없이 이의를 제기한다.


“하지만 말이에요. 그렇게 되면 대형 마트 브랜드를 하나 더 만드는 셈이지 않소? 정작 이세마트는 아직 오픈도 안 했는데 말이지.”

“둘은 성격이 다릅니다. 이세마트는 대형 할인 마트이고 새로운 브랜드는 창고형 도매 마트가 될 겁니다.”

“또 그 얘기입니까? 뭐가 다르다고.”


아직 대형 마트가 무엇인지 정확히 아는 사람이 드문 상태.

언론에서는 외국의 사례를 들어 이세마트가 ‘창고형 할인 마트’가 될 것으로 설명하는 경우도 많았다.


“다릅니다. 이세마트 소비자는 일반인이 될 테고 새로운 브랜드의 주고객은 자영업자나 기관, 혹은 아파트 부녀회가 공동구매로 사갈 수도 있겠죠. 타겟이 다릅니다.”

“회원제로 한다면서요? 그럼 개인은 회원으로 안 받을 겁니까?”

“그건···.”

“거 보세요. 나도 이해가 안 가는데 일반 소비자들이 둘이 무슨 차이가 있는지 구별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다 똑같은 할인 마트라고 생각하지.”


분위기가 뜨거워지고 있었다.

하지만 정민하 사장은 꼭 마트 브랜드를 하나 더 만들어야겠다고 고집을 피우고 있었다.


이세쇼핑에 또 막대한 돈을 투자해야 하는 입장인 이세백화점 임원들로서는 어떻게든 이걸 막고 싶을 수밖에.



논쟁에 지친 김진표 비서실장이 나를 향해 의견을 물었다.


“젊은 사람 얘기도 좀 들어봅시다. 민 상무는 이 문제를 어떻게 생각합니까?”


합리적인 성격의 김진표 비서실장은 새로운 브랜드를 만드는 것에 부정적이었다.

그의 곁에 있는 민수한이 눈을 감고 있는 걸로 봐서 김 실장과 마찬가지인 것처럼 보이고.


아마도 김진표 비서실장은 이세쇼핑 소속의 내가 직접 나서서 부정적인 의견을 내주길 바라는 게 분명했다.



사실 원칙을 얘기하자면 이건 반대하는 게 맞다.


브랜드 둘을 운영하게 되면 홍보비를 비롯한 각종 비용은 두 배로 드는 데 그 효과는 그만큼 나오지 않을 때가 많다.

합리적인 경영자라면 둘 중의 하나만 살아남는 카니발라이제이션(Cannibalization, 동족 포식)을 우려해 절대로 선택하지 않을 악수처럼 보였다.



그러나 내 선택은.


“전 정민하 사장님의 말에 동의합니다. 이건 꼭 해야만 합니다.”


최악의 선택이 될 수도 있는 신규 브랜드의 도입에 찬성했다.


왜 그랬냐고?


그건.

이세쇼핑에게 제안을 한 회사가 창고형 도매 마트 창시자이자 얼마 후 코스트로(CostLow)와 합병하게 되는 프라이스클럽이었기 때문이지.


***


전생의 민형진이 SNS에 올렸던 게시물 하나가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허세 부리기 좋아하고 남한테 아쉬운 소리를 절대 안 하던 그가 술에 취해서 처음으로 ‘한탄’하는 글을 올렸기 때문.


내용은 이랬다.


- 이세그룹의 가장 큰 실책은 프라이스클럽을 팔아버린 일이다. 그러지만 않았어도 한국코스트로는 이세그룹 손에 있었을 텐데.


그 게시물을 본 사용자들은 그제야 과거 이세그룹이 프라이스클럽을 운영했다는 사실을 기억해 냈다.


“아, 맞아. 경인고속도로 입구에 있는 코스트로 지점. 그거 원래 프라이스클럽 본사였었지?”

“와, 이세그룹은 황금을 낳는 거위를 놓친 셈이네. 한국코스트로가 이세그룹 거였으면 그게 다 얼마야?”


그렇다고 이세그룹이 무슨 나쁜 흉계에 빠져 프라이스클럽을 빼앗긴 건 아니었다.


오히려 코스트로는 구세주였다.

그들은 IMF로 한창 어려움을 겪고 있던 이세그룹에게 1억 달러를 현금으로 줄 테니 프라이스클럽 경영권과 한국 내 사업 기반을 넘기라는 제안을 했다.


가뜩이나 자금 부족으로 애먹던 이세그룹은 갑자기 눈앞에 떠다니고 있는 거액의 현찰을 거부할 수 없었다.

결국 이세그룹은 프라이스클럽을 팔아 재무 건전성을 개선하고 전국에 이세마트를 건설할 대규모 용지를 매입할 수 있었다.


코스트로는 이세그룹이 몇 년 동안 구축했던 기반 시설이나 물류 시스템을 손쉽게 손에 넣을 수 있었고.


어찌 보면 이세그룹과 코스트로 모두 누이 좋고 매부 좋았던 거래였던 셈이다.


코스트로가 몇 년 뒤 급성장하기 전까지는 말이지.



회원만 대상으로 장사해서 한계가 많다던 코스트로.

심지어 외국계 소매 기업이 살아남기 힘들다던 한국이었다.


그런 코스트로가 한국 시장에 막대한 영향력을 끼치는 대형 마트로 성장할 거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겠어?


***


“형진아, 프라이스클럽 건이 통과된 건 다 네 덕이다!”

“무슨 소리세요? 정 사장님이 열정적으로 설득한 덕분이죠.”


사실 내가 발언한 뒤로 임원들의 분위기가 조금 달라진 건 맞다.


모두가 실패할 거로 생각했던 삼겹살 전문점이나 편의점을 보기 좋게 성공시켰던 내가 이번에도 또 무슨 묘수를 들고나오지 않을까 생각했던 것.


하지만 결정은 사장인 민수한의 몫이었다.


“나도 프라이스클럽 체인 도입에 찬성합니다. 다른 부문에서 허리띠를 조금 더 졸라매서 이세쇼핑에 자금을 지원해 줍시다.”


내 설명을 듣던 민수한은 또 특유의 사업 감각이 발동했던 것 같다.

그의 속마음까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그의 발언으로 회의는 종료.


덕분에 유병관 이세푸드 사장에 이어 이제 정민하 이세쇼핑 사장도 살이 빠질 예정이었다.

가뜩이나 리소스가 부족한 조직을 쪼개 두 개의 사업부를 운영해야 할 처지니까.


그래도 더 많은 지원을 받게 된 그는 희희낙락하고 있었다.


“그럼 프라이스클럽하고 계약할 때, 사장님이 직접 미국으로 가시나요?”

“나야 여기서 사업해야지. 임원 몇 명을 보낼 예정인데. 왜? 너도 가고 싶으냐?”

“네. 나중을 위해서라도 꼭 계약 과정을 보고 싶어요.”

“그래. 그럼 그러려무나.”


흔쾌히 승낙하는 정민하 사장.



현재 프라이스클럽은 부진한 실적때문에 고민이었다.

계속 떨어지는 시장 점유율에 무슨 돌파구라도 필요한 상황.

그래서 굳이 우리에게 좋은 조건으로 체인 사업권을 주겠다는 제안을 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건 일시적일 뿐이다.


코스트로와 합병한 이후에는 완전히 달라지게 된다.

규모의 경제를 확보한 합병 법인의 매출과 이익이 모두 대폭 증가했던 것.


그때가 되면 한창 성장하고 있는 한국 시장이 먹음직스러워 보이겠지.

당연히 직접 진출하고 싶은 생각을 하게 될 테고.


나는 그걸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몇 가지 조처를 해놓을 예정이었다.


***


“너 눈빛이 왜 그래?”

“내가 왜?”

“너 저번에도 그렇게 애원하는 눈빛을 하더니 돈 빌려달라고 했단 말이야!”


민수영도 나와 오래 지내다 보니 이제 내 눈빛만 봐도 속마음을 알 정도가 되었던 듯하다.


사실이었다.


폰도야지를 판매한 대금은 이미 이세백화점으로부터 받은 상태.

나는 당연히 그 반을 나누어 민수영에게 주었다.

처음 자본금의 반을 댄 것이 누나였기 때문.


빌려준 것의 몇 배로 돌려받고 기뻐했던 민수영.

하지만 나는 그 돈을 다시 빼앗기 위해 오늘 누나를 찾았던 것이다.


“통장, 이리 줘. 내가 다시 몇 배로 불려서 돌려줄게.”

“이러지 마. 나도 쓸 데가 있단 말이야.”

“원래 안 이랬는데 돈맛을 보더니 사람이 변했네. 그냥 천사 같던 우리 누나로 돌아와.”

“안돼. 이번에 유럽 가면 살 게 있단 말이야!”


도대체 뭘 사려고 이 많은 돈이 필요하다는 거야?


결국 민수영은 내게 통장을 내어주었다.

그러나 누나는 못내 아쉬운지 엉엉 우는 흉내를 내기까지 한다.


어차피 반쯤은 장난이겠지만, 민수영은 오늘 내게 돈을 내어준 걸 큰 행운으로 생각해야 한다.

누나는 그 덕에 상상도 해 보지 못한 부자가 될 테니까.


나는 수화기를 들어 이 돈을 기다리고 있던 사람에게 기쁜 소식을 전해주었다.


“사장님. 자금 확보되었어요. 얼른 증설 들어가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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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기 싸움 (3) +5 24.09.11 1,627 27 13쪽
23 기 싸움 (2) +3 24.09.10 1,645 27 13쪽
22 기 싸움 (1) +3 24.09.09 1,728 30 13쪽
21 미래로 가는 창고 (3) +4 24.09.08 1,764 35 14쪽
20 미래로 가는 창고 (2) +3 24.09.07 1,789 32 13쪽
» 미래로 가는 창고 (1) +5 24.09.06 1,927 34 12쪽
18 뱀파이어와의 키스 +3 24.09.05 1,916 33 12쪽
17 아름다운 편의점 (4) +3 24.09.04 1,934 33 13쪽
16 아름다운 편의점 (3) +4 24.09.03 1,897 34 12쪽
15 아름다운 편의점 (2) +4 24.09.02 1,926 39 13쪽
14 아름다운 편의점 (1) +6 24.09.01 2,041 35 13쪽
13 셀럽이 되자 (4) +3 24.08.31 2,047 37 13쪽
12 셀럽이 되자 (3) +4 24.08.30 2,050 35 14쪽
11 셀럽이 되자 (2) +3 24.08.29 2,105 39 12쪽
10 셀럽이 되자 (1) +6 24.08.28 2,152 36 13쪽
9 돼지 구출 작전 (4) +4 24.08.27 2,144 42 14쪽
8 돼지 구출 작전 (3) +5 24.08.26 2,163 43 13쪽
7 돼지 구출 작전 (2) +4 24.08.25 2,292 45 12쪽
6 돼지 구출 작전 (1) +4 24.08.24 2,393 46 12쪽
5 변신 (2) +3 24.08.23 2,408 46 13쪽
4 변신 (1) +4 24.08.22 2,597 4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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