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가 장남이 사업을 너무 잘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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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4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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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한폭탄 (2)

DUMMY

광진백화점 옆에 이세마트를 세우라고?


얼핏 들으면 내 입장에서는 손해 볼 것이 없었다.


아직은 소득이 낮은 중국인들.

그들에게는 제품을 할인해서 판매하는 대형 마트가 더 반가울 게 확실했다.

그 엄청난 인구까지 생각한다면 이세마트로서는 그의 요청을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동시에 우리 모두에게 이득이 되는 제안이기도 했다.



‘짧은 시간에 생각해 낸 것 치고는 나쁘지 않네.’


머리가 좋다고 하더니 이민성의 두뇌 회전은 제법이었다.


그가 노리는 건 이세마트의 집객 효과였다.


높은 가격 때문에 백화점을 찾는 걸 꺼리던 고객들.

이세마트에 온 고객들은 백화점을 구경할 가능성도 높다.

바로 옆에 붙어있으니 온 김에 한번 구경해보자는 심리가 자연스럽게 생길 테니까.


그리고 실제로 물건을 보면 마음도 동하는 법.

백화점에서 지갑을 여는 고객들은 생겨날 수밖에 없었다.


결국 그가 생각하는 광진백화점의 성패는 외국계 백화점이라는 마음의 벽을 얼마나 빨리 무너뜨리는가에 있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그 미끼 상품으로 이세마트를 내세우겠다는 것이고.



하지만 제안한 게 다른 사람도 아닌 이민성이다.


우리에게 이득이 가득한 이런 제안을 할 리가 없지.

혹시, 그걸··· 노리는 건가?



“좋은 생각이네요.”

“그렇지?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내 칭찬에 밝게 웃는 이민성.


“하나만 약속해 줘요.”

“뭘?”

“지금 형이 얘기하는 건 광진이 불하받은 토지에 이세마트 지점을 세우라는 소리잖아요?”

“그렇지. 얼마나 위치가 좋은 땅인지 너도 보면 놀랄걸?”

“네. 그러면!”

“······.”

“이세마트를 세울 부지의 토지 사용권을 넘겨주세요.”

“뭐?”


당연한 얘기지만 중국의 모든 토지는 국가 소유다.

그곳에서 사업하려는 기업은 정부에게 승인을 받아 ‘토지 사용권’을 임대받아야 한다.


‘공장이 70년, 상업 시설이 50년이었던가?’


나는 광진이 받은 그 토지 사용권을 쪼개어 이세마트에 양도해 달라는 요구를 한 것이다.


왜 그런 얘기를 했냐고?


전생의 이민성은 사업할 때 한 가지 효과만 노리는 법이 없었다.

그는 항상 제2, 제3의 이익을 볼 방법을 찾아내 모조리 쥐어 짜내는 것으로도 유명했다.

그래서 천재니 뭐니 하는 소리를 들었던 것이고.


그는 이번에도 마찬가지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


나는 이민성이 이세마트가 높은 인기를 끌게 되면 우리를 내쫓고 그 자리에 광진이 직접 대형 마트를 오픈해 버릴 생각을 하고 있지 않나를 의심하고 있었다.


만약 다른 생각이 없다면 내 요구를 거절하지 않겠지.


하지만.


“으음.”


역시 이민성이 대답하지 못하고 머뭇거린다.

내 예상이 어느 정도는 맞았다는 얘기.


“그건 좀 어려운 얘기구나. 원래 중국에서 불하받은 토지는 재판매가 법으로 금지되어 있어.”

“하지만 정부가 승인하면 양도할 수 있는 거잖아요. 광진그룹이 친한 공무원들을 움직이면 손쉽게 할 수 있는 일 같은데요.”


이런 이른 시기에 중국에 토지를 확보할 수 있었다는 건 이미 중국 공산당 내부에도 광진과 끈이 닿아있는 정부 인사가 있다는 뜻이었다.

그 라인을 움직이면 내가 요구하는 것쯤은 저렇게 고민할 이유가 없을 터였다.


하지만.


“흐음. 그런 것까지···.”


이젠 이민성의 얼굴에 짜증까지 섞여 나온다.


안 되겠군.


난 원래 시한폭탄 하나만 던져두려고 했었는데 이렇게 된 이상, 나도 그에게서 최대한의 이익을 뽑아먹어야 직성이 풀릴 것 같았다.


“대신!”

“대신?”

“이세마트가 사업을 접거나 철수하게 되면, 토지 판매는 무조건 광진과 우선 협상해야 한다는 계약서를 쓸게요.”

“광진이 우선 협상자가 된다라···.”


그는 고민에 잠겼다.

내가 제안한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어떻게 이용해 먹을 수 있을지 생각하는 것이다.


‘얼른 생각해 내! 당신이 이 정도도 생각 못 할 리가 없잖아!’


내 생각대로 그는 쉽게 내가 설계해 둔 결론에 다다른 것 같았다.


“너, 그 말 책임질 수 있는 거지?”

“물론이죠. 그것만 해결되면 임원들을 협박해서라도 톈진에 이세마트 지점을 내도록 만들게요.”

“그래. 나도 아버지한테 말씀드려서 네 조건이 이사회를 통과할 수 있도록 힘을 써보마. 그럼 우리끼리는 합의된 거다!”


밝은 얼굴로 내게 손을 내미는 이민성.

나는 그의 손을 굳게 붙잡고 웃어 주었다.


함정에 걸린 줄도 모르고 돈을 퍼주고 싶어 하는 호구한테는 친절하게 대해야 하지 않겠어?



이세마트 중국 지점이 성장하게 되어 충분히 무르익게 되면 이민성은 그 과실을 가로챌 생각을 하고 있을 터였다.

이미 광진과 인연을 맺어둔 정부 관리들.

이들을 움직이면 이세마트에 온갖 트집을 잡아 영업 정지 처분을 내리는 것쯤은 어렵지 않을 테니까.


이런 일이 반복되면?

이세마트는 치를 떨면서 중국 철수를 결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고.

그때 이민성이 등장하는 거지.

우선 협상자니까.


하지만 헐값에 사 갈 수는 없다.

우선 협상자라는 건 팔 때 제일 먼저 협상하라는 뜻이지, 꼭 그 사람한테 팔라는 의미는 아니다.

그는 토지 사용권을 다시 사가면서 너그럽게도 많은 돈을 우리에게 안겨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미 우리의 성공을 본 다른 외국 기업들도 그 부지에 탐을 내고 있을 테니.



하지만 이민성은 모를걸?


10년? 20년?

당신이 이세마트를 빼앗고 싶어질 때.

그때가 아마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의 최전성기라는 걸.


한국 기업의 영향력이 커지면 커질수록 중국에서는 그걸 억눌러야 한다는 여론이 힘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때가 되면 광진이 정부에 끈이 있다 하더라도 손쓸 도리가 없다.


즉, 광진이 중국에 투자한 돈을 회수할 수 없는 상황이 펼쳐질 수밖에 없다는 거지.


전생에는 사드 사태로 그런 일이 벌어졌었는데, 과연 이번에는 무슨 이유를 들어 한국 기업들을 내쫓을까?



째깍 째깍.


이민성도 모르는 사이에 그의 품에 심어둔 시한폭탄이 작동하기 시작했다.


***


이세쇼핑에 출근해서 내 방에 들어가려는데 비서 역할을 겸하고 있던 직원이 나를 부른다.


“상무님. 드릴 말씀이···.”

“네. 뭔가요?”

“어떤 사람이 무작정 찾아와서 상무님을 만나야겠다고 떼를 써서 일단 접견실에 안내해 놨습니다. 경찰을 부를까요?”

“누군데요?”

“근처 시장 상인연합회장이라고 합니다.”

“시장? 이 근처에 시장이 있었던가요?”

“작긴 하지만 하나 있습니다. 어디냐면···.”

“아, 거기! 기억나요. 그런데 무슨 일이래요?”

“그건 상무님을 뵙고 말씀드리겠다고 입을 다물고 있습니다.”


이런!

또 시장 상인들이 들고일어나려는 건가?


대형 마트가 지역 상권을 오히려 살린다는 연구 결과도 있었지만, 재래시장은 해당 사항이 없었다.

판매하는 물건 상당수가 겹치기 때문.


당연히 대형 마트가 들어선다는 소문이 퍼지면 재래시장 상인들은 머리띠를 묶고 거리에 나서기 마련이다.

이세마트 1호점을 만들 때도 온갖 일들이 많았었는데.

오늘 온 그 상인도 또다시 항의하기 위해 찾아왔을 가능성이 높았다.


그런데 이런 건 보통 사장 나오라고 해야 하는 거 아니야?

왜 나를 만나겠다는 거지?



하지만 내 예상은 틀렸다.


“상무님! 만나서 반갑습니다.”


상인회장이라고 해서 나이 든 중년 남자를 상상하던 내 앞에 선 것은 서른이 될까 말까 한 젊은 청년.

내 얼굴을 본 그는 환한 웃음을 띠며 내 손을 힘차게 흔든다.

마치 유명 인사라도 만난 듯한 분위기.


건네준 명함을 보면서 그에게 말을 걸었다.


“김 회장님이라고 부르면 되겠군요. 무슨 용건 때문에 절 찾으셨습니까?”

“상무님! 저희 좀 도와주세요!”

“네?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십니까?”

“우리 시장이 망해가고 있습니다! 저희를 꼭 좀 도와주세요!”


맙소사!

망해가는 시장을 살려달라고?


이 사람아, 내가 무슨 힘이 있다고!

그리고 재래시장이 죽어가는 건 시대의 흐름이야.

그건 내가 아니라 대통령이 와도 어쩔 수 없는 일이라니까!


“갑자기 그런 말씀하시니 당황스럽네요. 무슨 얘기인지 차분하게 말씀해 보세요.”

“사실은···.”


올해 금융실명제가 실시되면서 가장 타격을 받은 집단이 바로 소상공인이었다.

무자료거래 자체가 원천 차단되면서 실제 매출보다 낮게 신고하던 상인들, 즉, 탈세로 이익을 보던 사람들은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었다.


당연히 상인들은 시장을 떠나고 있었다.

점포 임대료가 폭락한 것은 물론이고 날이 갈수록 텅 빈 점포가 늘어만 가고 있는 상태.


게다가 근처의 이세마트때문에 손님까지 줄었으니 이들 상인은 지금 죽을 맛이었을 것이다.


그거야 안 된 일이지만.

이걸 어떻게 해결해 달라는 거야?



“그렇게 말씀하셔도 제가 도울 수 있는 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세마트에서 몇 푼 지원한다고 해서 시장이 살아날 리가 없잖습니까?”

“돈을 지원해 달라는 말이 아닙니다.”

“그러면요?”

“제가 상무님을 지켜봐 왔는데 머리가 꽤 비상하시더군요. 폰도야지도 그렇고 비비데아도 그렇고. 이번에 이세마트까지. 상무님은 항상 기발한 아이디어로 사업을 성공시키시더라구요.”

“······.”

“그래서 저희에게도 그 머리를 빌려주십사 하고 이렇게 찾아와서 무례한 부탁을 하는 겁니다. 상무님! 어떻게 방법이 없겠습니까?”


흠.

방법이 없지는 않다.

상업의 중심지라는 뉴욕에도 여전히 번창하고 있는 재래시장들이 있으니까.


하지만 우리나라는 무리였다.

물건을 싸게 살 수는 있지만 비위생적이면서 불편하고 조금만 빈틈을 보이면 손님을 속인다는 부정적인 인식까지.

이걸 한순간에 바꿀 수도 없을뿐더러 실제로 그걸 추진한다고 하더라도 상인들 본인이 그걸 받아들일 리가 없다.


“내가 하던 방식이 있는데 왜 외지인이 와서 이래라 저래라야?”


전생에서도 재래시장을 바꾸려던 사람들이 늘 듣던 말이다.


나름 성공하는 방법을 알고 있다고 믿는 상인들.

고집불통인 이들이 어린 내가 나서서 말한다고 들은 척이나 하겠어?



‘그래도 아쉽긴 하네.’


내가 이 시장을 도와서 성공시킬 수만 있다면 앞으로 지점을 내는 데도 수월할 텐데 말이야.


지금 이세마트의 고민이 이것이었다.

1호점 성공에 자신감을 얻은 이세쇼핑의 경영진들은 어서 새로운 지점을 열고 싶어 한다.

하지만 지역 상인들의 반발에 부딪혀 적절한 부지를 찾지 못하고 있는 상태.


만약 이세마트가 지역 시장 상인들과 손잡고 더 번창하게 만들었다는 그림만 만들 수 있으면!

앞으로 지점을 늘려나가는데 따르는 반발도 많이 줄어들 것이 틀림없었다.



잠깐!

그 시장이 소규모라고 했지!

만약 그렇다면···.


“지금 시장에 점포가 몇 개나 되나요?”

“원래 100개 정도 됐었는데, 지금은 다 떠나서 60개 남짓 남아있습니다.”

“그럼 40개 정도가 비어있다는 거네요.”

“네 맞습니다.”

“남은 상인들 연령대가 어떻게 됩니까?”

“저한테 형님뻘이지요. 40대 중반이 대부분입니다. 나이 든 분들은 못 해 먹겠다고 다 나가버렸어요.”

“그래도 생각보다 젊네요. 왜 그렇게 젊은 분들이 많죠?”

“사실, 대형 시장에 있다가 경쟁에 밀린 분들이 많아서요. 아시잖아요. 대형 시장에는 수십 년째 터를 잡고 있는 상인들이 텃세를 부리는 거.”

“아, 네.”


나쁘지 않다.

60여 명의 젊은 상인들.


‘이 정도 규모라면 어떻게 수가 날 지도···.’


내가 고민하는 기색을 보이자 김 회장이라는 사람도 뭔가 기대하는 눈치다.


“혹시 아이디어가 떠올랐습니까?”


아직.

한 가지 더 확인할 게 있었다.


“김 회장님이 뭔가를 바꾸겠다고 하시면, 상인들도 그 말을 잘 따라줄까요?”


내 가장 큰 걱정이 바로 이것이었다.

재래시장을 살리기 위해서는 상인들 스스로가 그동안의 습관이나 아집을 버려야만 했다.

만약 그럴 생각이 없다면 주위에서 아무리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도 소용없는 짓이었다.


“물론이죠. 그건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그렇게 장담하시는 이유가 있나요?”

“사실 저희 아버지가 전대 상인회장이었습니다. 아마 제 말은 안 들어도 아버지가 한마디 하면 다들 깨갱하고 들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 점만은 절 믿으셔도 됩니다.”

“정말이죠? 그 말 책임지셔야 합니다!”

“물론이죠.”


그렇다면 시도를 해볼 가치가 있었다.


“그럼 먼저···.”

“네!”

“구청에 민원을 넣으세요. 이세마트때문에 시장 상인들 다 죽겠다구요.”

“네?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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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건강한 상점 (2) +6 24.09.17 855 34 13쪽
29 건강한 상점 (1) +5 24.09.16 1,023 24 13쪽
28 시한폭탄 (3) +3 24.09.15 1,250 28 12쪽
» 시한폭탄 (2) +4 24.09.14 1,355 34 13쪽
26 시한폭탄 (1) +5 24.09.13 1,463 23 12쪽
25 기 싸움 (4) +3 24.09.12 1,491 25 13쪽
24 기 싸움 (3) +5 24.09.11 1,486 27 13쪽
23 기 싸움 (2) +3 24.09.10 1,505 27 13쪽
22 기 싸움 (1) +3 24.09.09 1,576 30 13쪽
21 미래로 가는 창고 (3) +4 24.09.08 1,622 35 14쪽
20 미래로 가는 창고 (2) +3 24.09.07 1,650 32 13쪽
19 미래로 가는 창고 (1) +5 24.09.06 1,777 34 12쪽
18 뱀파이어와의 키스 +3 24.09.05 1,767 33 12쪽
17 아름다운 편의점 (4) +3 24.09.04 1,782 32 13쪽
16 아름다운 편의점 (3) +4 24.09.03 1,746 33 12쪽
15 아름다운 편의점 (2) +4 24.09.02 1,774 37 13쪽
14 아름다운 편의점 (1) +6 24.09.01 1,881 32 13쪽
13 셀럽이 되자 (4) +3 24.08.31 1,881 34 13쪽
12 셀럽이 되자 (3) +4 24.08.30 1,885 32 14쪽
11 셀럽이 되자 (2) +3 24.08.29 1,942 35 12쪽
10 셀럽이 되자 (1) +6 24.08.28 1,980 32 13쪽
9 돼지 구출 작전 (4) +4 24.08.27 1,971 38 14쪽
8 돼지 구출 작전 (3) +5 24.08.26 1,994 39 13쪽
7 돼지 구출 작전 (2) +4 24.08.25 2,106 42 12쪽
6 돼지 구출 작전 (1) +4 24.08.24 2,195 42 12쪽
5 변신 (2) +3 24.08.23 2,202 43 13쪽
4 변신 (1) +4 24.08.22 2,389 41 13쪽
3 지옥과 현실 사이 (2) +5 24.08.21 2,433 48 12쪽
2 지옥과 현실 사이 (1) +4 24.08.20 2,663 4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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