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가 장남이 사업을 너무 잘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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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4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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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5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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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파이어와의 키스

DUMMY

민형진이 나가고 난 후, 김진표 비서실장과 정민하 이세쇼핑 사장은 충격을 받은 표정을 하고 있었다.

민수한은 그들의 생각을 묻는다.


“그래, 형진이가 했던 말을 어떻게 생각하나?”

“사장님, 형진이는 천재입니다! 저런 아이디어를 척척 내놓다니요.”

“내 아들이라고 없는 말 지어내서 하지 말고.”

“아닙니다. 정말입니다. 저희도 고객들이 이세마트를 이용하면서 가장 불편해할 점이 바로 그것일 거라고 걱정했었습니다. 그런데 형진이가 그 해결책을 저희한테 제시해 준 셈입니다.”

“그래?”


민형진은 비비데아를 직영점으로 운영해야 한다고 고집했다.

그는 그 이유로 비비데아를 향후 이세마트의 지역 물류 거점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을 들었다.


한국에서 처음 시도되는 대형 마트.

언론에서는 낯선 개념의 이세마트를 디스카운트스토어, 혹은 종합할인점으로 소개하고 있었다.

세계적인 대형 마트인 월마트와 비슷한 형태가 될 거라는 것.


그건 이세마트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승용차가 필수라는 얘기였다.

아무래도 대형 마트는 저가에 상품을 판매하기 위해서 대용량 상품들 위주로 전시할 수밖에 없다.

당연히 고객들은 구입한 물건을 운반하기 위해서는 차가 필요할 터였다.


문제는 아직 한국의 승용차 보급률이 10%가 채 안 된다는 점.


이런 상황이다 보니 편한 마음으로 장바구니를 들고 근처 대형 슈퍼마켓에 가는 것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심리적 장벽이 존재할 거라는 우려가 있었다.


그런데 민형진이 말한 것처럼 비비데아를 물류 창고로 이용한다면 이 문제가 상당 부분 해결된다.

고객들은 이세마트에서 주문한 후, 근처의 비비데아에서 배송된 상품을 찾을 수 있을 테니까.


물론 직영점으로 비비데아를 운영하면 비용은 더 소모될 테지만, 이세마트의 약점을 극복할 수 있다는 점이 큰 매력 포인트였다.


“하지만 성과가 나오려면 꽤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사장님! 시간이 걸려도 미래를 생각하면 이건 꼭 해야 하는 전략입니다. 이세마트의 고객 접근성이 획기적으로 좋아지니까요.”


열정적으로 민수한을 설득하는 정민하 이세쇼핑 사장.


“자네는 형진이를 꽤 높이 평가하는가 보군. 그래,”

“물론입니다. 사장님 아들이 아니라도 형진이 정도라면 당장 데려다가 중책을 맡기고 싶은 심정입니다.

“흐음. 아직 경력이 부족할 텐데.”

“아닙니다. 그 나이에 큰 사업을 두 개나 성공적으로 출범시켰잖습니까? 그 정도 천재한테는 나이나 경력 따위는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허어, 그래? 천재라.”


흐뭇하게 웃던 민수한은 김진표 비서실장에게 갑자기 폰도야지 인수 상황에 관해 묻는다.


“네. 일단 가게 인수 대금은 지급한 상태입니다. 문제는 형진이한테 주기로 약속했던 지분인데.”


고민하는 김 실장.

지금 민수한은 아들이 이세쇼핑에 들어가서 일하는 걸 원하는 눈치다.

그를 오랫동안 봐온 그로서는 표정만 봐도 그의 심정을 짐작할 수 있었다.


“원래는 이세푸드 지분을 넘겨주려고 생각했었는데, 이세쇼핑 지분으로 바꿀까요?”


민수한은 고개를 젓는다.


“아냐. 그래서야 말이 나오지.”

“그럼.”

“일단 이세백화점 지분으로 줄 거라는 소문을 회사 내에 퍼뜨려 주게.”

“네? 백화점 지분을요?”


깜짝 놀라는 김 실장.

하지만 민수한의 다음 말에 그도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집사람이 가지고 있는 이세쇼핑 지분이 꽤 되지? 그걸 염두에 두면 이렇게 하는 게 나아.”

“아.”


이들이 무슨 얘기하는지 이해할 수 없던 정민하 이세쇼핑 사장은 어리둥절한 표정만 짓고 있었다.


***


“자동차 키를 어디 뒀었지?”


나는 요즘 성북동 집보다는 누나 집에 자주 묵는 편이다.

아무래도 교통을 생각하면 이촌동이 훨씬 편리했기 때문.


하지만 누나 집은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다.

집 밖을 나서면 녹지가 널려있는 성북동과 달리 이곳은 운동할 곳이 없었다는 것.


동네에 카페나 빵집은 잔뜩 있었지만 변변한 헬스장 하나 없더라고.


한강 고수부지가 있지 않냐고?


나도 며칠은 아침에 고수부지에서 뛰어보기도 했다.

한강을 따라서 뛰는 것 자체는 꽤 기분 좋은 일이었다.

강바람도 시원하고 풍경 자체도 아름다웠으니까.


하지만.


“이게 뭐야?”


집에 들어와 샤워하려던 나는 코 밑에서 묻어 나오는 검댕에 기겁할 수밖에 없었다.


범인은 강변북로를 따라 매연을 내뿜는 차량들이었다.

아직 매연 규제가 심하지 않은 터라 육중한 무게의 트럭들은 검은 연기를 내뿜으며 줄지어 달리고 있었다.

즉, 그곳에서 운동하면 할수록 그 매연을 들이마셔야 하는 상황.


미래의 미세 먼지는 이것과는 비교될 수 없다.

미세 먼지야 잘 보이지도 않고 건강이 나빠질 가능성이 높다는 정도일 것이다.

하지만 이 매연을 계속 들이마시고 있다간 건강해지기는커녕 조만간 제 명에 못 죽을 것만 같았다.


그래서 선택한 게 소공동에 있는 테라스이세호텔의 피트니스를 이용하는 것.

운동하러 차를 가지고 가야 한다는 건 불편하기 짝이 없는 일이었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차를 맡기고 들어서는데 안면이 있는 호텔 총지배인이 나를 찾는다.


“형진이, 운동하러 왔나 보구나.”

“네. 지배인님도 잘 지내셨죠?”

“뭐, 나야 똑같지. 그런데.”


그는 내게 생각지도 않은 말을 전한다.


“사모님이 아까 전화하셨는데 운동 끝나면 성북동에 좀 들르라고 하시더구나. 기다리신다고.”

“어머니가요?”


의외였다.

임성희는 내가 민형우의 팔을 비틀어 버린 후, 나를 아예 없는 사람 취급해 왔다.

어쩔 수 없이 식사할 때나 민수한을 배웅할 때 얼굴이 마주치긴 하지만 그때도 되도록 내게서 멀리 떨어져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부른다고?

내가 보고 싶은 건 아닐 텐데.


물론 짐작이 가는 게 없는 건 아니다.


임성희는 이세백화점에 심어둔 측근이 꽤 된다.

당연히 그녀도 최근의 내 활약에 관해서는 듣고 있었을 터.


당연히 회사 내에서 내 평판이 높아지면서 임성희는 조바심이 났을 게 분명하다.

뭐라고 해도 나는 장남이고 내가 성과를 올릴수록 후계자 자리는 나에게 가까워질 테니까.


오늘은 아무래도 ‘모자’ 간의 묵혀두었던 얘기를 해야 하는 날이었던 것 같다.


***


“어서 와라.”

“잘 지내셨어요?”


임성희는 아주 우아한 몸짓으로 차를 직접 따라 내 앞에 내려놓는다.


40대 후반의 임성희.

그녀는 지금 30대 초반으로 보일 만큼 젊었을 때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었다.

특히 미모는 웬만한 여배우 뺨 칠 정도.


하지만 난 그녀를 볼 때마다 섬뜩한 기분이 든다.


뭐, 돈을 그렇게 써댔으니 저 모습이 이해가 되지 않는 건 아니다.

하지만 아무리 피부과에 돈을 갖다 바쳤어도 목에서 시작되는 희미한 주름만은 감출 수가 없다.

내 과민반응이겠지만, 가끔 그녀를 보면 뱀파이어가 연상될 때까지도 있었다.


아름답지만, 속에 흑막을 품고 있는 괴물.


그게 임성희의 인상이었다.



“요즘 어떻게 지내니? 참, 요즘 호텔 피트니스에 나간다면서?”


한참 동안 자질구레한 이야기로 시간을 보내던 그녀는 결국 나를 부른 용건을 꺼냈다.


“네가 진행했던 사업이 잘되었다는 얘기를 들었다. 기쁘구나. 너도 네 적성을 찾은 것 같아서.”

“아, 네. 감사합니다.”

“요즘 임원들이 너를 백화점에 불러야 일을 맡기자고 한다고 하는 것 같던데 네 생각은 어떠니?”

“뭐, 저야 아버지가 결정하면 따라야겠죠.”

“내 생각은 좀 다르다.”

“네?”

“내가 보기에 너는 백화점보다는 이세푸드로 가는 게 맞아. 비록 내가 낳은 건 아니지만 네가 어릴 때부터 봐 온 게 나잖니? 나만큼 널 잘 아는 사람은 없을 거야.”


아, 그러세요?

언제부터 그렇게 절 신경 쓰셨어요?


민형진 일기를 보면 말 걸었다가 무시당한 적도 한두 번이 아닌 것 같던데.


“참, 그리고 네가 프랜차이즈를 성공시키면 회사 지분을 나눠주기로 했었다면서?”

“네.”

“아버지가 그러시더구나. 네 의견을 들어보고 어디 지분을 줄지 결정하겠다고.”

“아, 네.”

“그러니 나한테 네 생각을 들려주겠니? 어디 우리 머리를 맞대고 네 미래를 말해보자꾸나.”


남들이 들으면 사이좋은 모자간이라고 오해하겠어.


나조차도 말을 듣고 있으면 그녀가 나를 끔찍이 생각하고 있다는 착각을 할 정도였다.


하지만 난 임성희가 왜 오늘 나를 불렀는지 알 수 있었다.


나를 포함한 민수한의 자식들은 이세백화점의 주식이 한 주도 없는 상태다.

아직 증여하지 않았다는 거지.


그런데 민수한이 폰도야지의 대가로 내게 백화점 주식을 증여한다면, 나는 대외적으로 이세백화점의 후계자로 공인된 것처럼 보일 수가 있었다.


그게 설사 1~2%도 안 되는 적은 양이여도 말이지.


임성희는 그런 꼴을 볼 수가 없는 것이다.

내가 후계자로 인정받는 모습을.



“생각해 봤는데 네가 원한다면 이세푸드의 주식을 너한테···.”

“어머니!”


난 처음으로 그녀의 말을 끊었다.


“저 요즘 어머니한테 잘하려고 노력한 거 아시죠?”

“그, 그래, 알지. 전에는 안 그러더니 꼬박꼬박 어머니라고 불러주더구나.”

“그러니까 어머니도 저한테 좀 솔직하면 좋겠어요.”

“솔직하다니. 내가 너한테 뭘 숨기겠니?”


난 임성희에게 환하게 웃어주었다.

아무런 사심이 없는 듯한 미소를.


“어머니는 제가 백화점 주식을 가지는 게 싫잖아요.”

“내가, 왜···.”

“우리 탁 터놓고 얘기하자구요.”


온화하게 미소를 짓고 있던 임성희의 인상이 바뀌었다.

그녀는 나를 처음 봤을 때처럼 무표정한 얼굴로 돌아갔다.


“그래. 네가 그렇게까지 얘기한다면 내 생각을 말해주지.”

“네. 잘 들어볼게요.”

“이세푸드 주식 40%를 네게 넘겨주마.”

“40%요?”


어이구. 우리 어머니께서 통 큰 결정을 하셨네.

40%라면 내가 이세푸드의 최대 주주가 된다는 소리인데.


“내가 가지고 있는 주식과 여윳돈을 합치면 그 정도는 네게 줄 수 있을 거야.”

“······.”

“그러면 너도 만족하지? 앞으로 너도 걱정하지 않고 살 수 있을 테니까.”


1~2%의 백화점 주식과 40%의 이세푸드 주식.

아마 지금 돈으로 따지면 비슷비슷한 수준일 테지.

이세푸드가 나중에 상장이라도 하게 되면 훨씬 더 많은 돈이 내게 떨어질 테고.


그러나 우리의 생각은 차이가 있었다.


“어머니.”

“그래.”

“어머니는 저한테 백화점을 포기하는 대가로 그걸 주신다고 하는데 이게 정당하다고 생각하시나요?”

“난, 그런 뜻이···.”

“솔직해지자니까요!”


굳은 얼굴을 하는 임성희.


“네가 원하는 게 있는 게로구나.”

“네.”

“말해 봐라. 들어볼 테니.”



난 민수한이 왜 이런 귀찮은 짓을 했는지 눈치챌 수 있었다.

그는 내게 백화점 주식을 줄 생각 따위는 처음부터 없었다.

민수한이 내게 원하는 건 바로···.


“어머니가 이세쇼핑 지분 20%를 가지고 계시다고 들었어요.”

“그, 그래. 맞다.”

“저한테 그걸 넘겨주세요.”

“뭐?”


지금은 이세푸드의 가치가 높아 보일 수도 있다.

이세푸드는 한창 가맹점을 모집해서 돈을 벌고 있는 회사고 이세쇼핑은 대형 마트를 위해 설립된 회사니까.


하지만 지금 도봉구에 200억 원이란 거금을 들여 짓고 있는 이세마트의 내재 가치를 생각하면 그녀도 쉽게 포기할 수 없다.


고민하는 임성희.

나는 그녀의 고민을 덜어주었다.


“대신!”

“대신?”

“형우한테 백화점 지분을 주더라도 전 아무 불평도 하지 않을게요.”

“그래?”


임성희의 표정이 달라진다.

내 말이 백화점을 포기하겠다는 선언처럼 들릴 게 분명하다.

민형우가 자식 중에는 처음으로 백화점 지분을 가지는 게 될 테니까.


그녀의 고민이 길어진다.

현재로서는 백화점과 이세쇼핑은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차이가 나는 상황.


결국 임성희의 선택은 미래의 불확실한 가능성보다는 현재의 이익이었다.


그녀는 내게 손을 내민다.


“우리 의견이 일치되었구나. 그럼 우리 화해한 건가?”

“화해라뇨. 우리가 언제 사이가 안 좋았던 적이 있나요?”

“하긴 그렇구나. 앞으로도 우리 잘 지내자꾸나.”

“네. 어머니.”


나는 환하게 웃으며 그녀의 손을 꽉 잡아주었다.


백화점은 잠시 맡겨두는 것으로 하지.

이세마트가 무시무시한 성장을 해서 당신이 깜짝 놀랄 때까지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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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건강한 상점 (1) +5 24.09.16 1,023 24 13쪽
28 시한폭탄 (3) +3 24.09.15 1,250 28 12쪽
27 시한폭탄 (2) +4 24.09.14 1,354 34 13쪽
26 시한폭탄 (1) +5 24.09.13 1,461 23 12쪽
25 기 싸움 (4) +3 24.09.12 1,490 25 13쪽
24 기 싸움 (3) +5 24.09.11 1,486 27 13쪽
23 기 싸움 (2) +3 24.09.10 1,504 27 13쪽
22 기 싸움 (1) +3 24.09.09 1,576 30 13쪽
21 미래로 가는 창고 (3) +4 24.09.08 1,621 35 14쪽
20 미래로 가는 창고 (2) +3 24.09.07 1,649 32 13쪽
19 미래로 가는 창고 (1) +5 24.09.06 1,777 34 12쪽
» 뱀파이어와의 키스 +3 24.09.05 1,766 33 12쪽
17 아름다운 편의점 (4) +3 24.09.04 1,781 32 13쪽
16 아름다운 편의점 (3) +4 24.09.03 1,745 33 12쪽
15 아름다운 편의점 (2) +4 24.09.02 1,772 37 13쪽
14 아름다운 편의점 (1) +6 24.09.01 1,879 32 13쪽
13 셀럽이 되자 (4) +3 24.08.31 1,881 34 13쪽
12 셀럽이 되자 (3) +4 24.08.30 1,885 32 14쪽
11 셀럽이 되자 (2) +3 24.08.29 1,942 35 12쪽
10 셀럽이 되자 (1) +6 24.08.28 1,980 32 13쪽
9 돼지 구출 작전 (4) +4 24.08.27 1,970 38 14쪽
8 돼지 구출 작전 (3) +5 24.08.26 1,992 39 13쪽
7 돼지 구출 작전 (2) +4 24.08.25 2,106 42 12쪽
6 돼지 구출 작전 (1) +4 24.08.24 2,195 42 12쪽
5 변신 (2) +3 24.08.23 2,201 43 13쪽
4 변신 (1) +4 24.08.22 2,388 41 13쪽
3 지옥과 현실 사이 (2) +5 24.08.21 2,430 48 12쪽
2 지옥과 현실 사이 (1) +4 24.08.20 2,662 4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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